에두아르도 채드윅 4명의 대통령을 배출해 ‘칠레의 케네디 가문’으로 불리는 비냐 에라수리스 가문의 5대손으로, 칠레 와인업계에서는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인물. ‘파리의 심판’에서 영감을 받아 2004년 개최한 블라인드 테이스팅 이벤트 ‘베를린 테이스팅’을 통해 칠레 와인을 둘러싼 선입견을 타파하며 칠레 와인이 글로벌 와인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 그가 운영하는 비녜도 파밀리아 채드윅 와이너리에서는 ‘비녜도 채드윅’, ‘세냐’, ‘카이’ 등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프리미엄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에두아르도 채드윅은 와인계의 혁명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1976년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유명 프랑스 와인을 제치고 캘리포니아 나파 와인이 뛰어난 평가를 받았던 사건인 ‘파리의 심판’에 이어 이른바 ‘베를린의 심판’이라 불리는 ‘베를린 테이스팅’을 기획한 주인공이기 때문. 그는 2004년 1월 23일, 파리의 심판을 기획했던 와인 평론가 스티븐 스퍼리어를 포함한 36명의 와인 비평가, 바이어, 저널리스트 등을 독일 베를린으로 불러 모아 블라인드 테이스트를 기획했다. 그리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세 1등급 와인과 이탈리아의 슈퍼 투스칸을 비롯해 테이스트 대상이 된 16개의 제품 중 그의 와인인 ‘비녜도 채드윅 2000 빈티지’가 1위, ‘세냐 2001 빈티지’가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것. 그간 프리미엄 와인계를 선두하던 와인을 제치고 2종의 칠레 파인 와인이 맛과 풍미만으로 최고의 평가를 받는 기막힌 반전 서사를 이뤄낸 셈. 이후의 테이스팅에서도 그의 와인은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보란 듯이 세간의 편견을 부쉈다. 와인계를 발칵 뒤흔든 베를린 테이스팅이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은 전 세계를 순회하며 다시 한번 칠레 파인 와인의 위상을 알리고 있다. 그중엔 2008년과 2013년 그의 와인 테이스팅 행사가 열렸던 한국도 포함됐다.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 ‘카이’ 등 비녜도 채드윅 와인 중 역사적 가치가 있는 빈티지 와인은 물론, 2004년 당시 1위를 차지한 ‘비녜도 채드윅 2000 빈티지’까지 직접 시음할 수 있었던 베를린 테이스팅 20주년 기념행사는 와인 러버들에게는 더없이 귀중한 시간이었다.
베를린 테이스팅 20주년 기념행사가 서울에서 열렸다. 2008년과 2013년, 서울에서 두 차례 테이스팅 행사를 진행한 만큼,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한국 와인 시장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서울에서의 첫 블라인드 테이스팅 행사는 그야말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당시 한국, 특히 서울은 꽤 까다로운 와인 시장이었으며 행사에 참여한 소믈리에들이 칠레 와인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칠레 와인은 엔트리나 미들 레벨 정도의 가성비 와인이라는 인식에 맞서야 했고, 블라인드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글로벌 와인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오늘은 부담감은 잠시 내려둔 채 편안한 상태에서 행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시간이 꽤 흐른 만큼 한국 파인 와인 시장 또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프리미엄 와인, 파인 와인에 대한 입지가 커졌음은 물론, 모든 와인의 비교 대상이 보르도 와인이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다양한 국가의 와인을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관용을 확실히 느꼈다.
20년 전 와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베를린 테이스팅은 칠레 와인의 운명을 바꾼 터닝 포인트였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한국의 경우도 그렇듯 칠레 와인에 대한 인식이 발전했음을 느낀다. 당시에는 점수조차 받지 못한 와인이 수두룩했지만 이제는 평론가들에게 100점을 받는 와인이 나오고 있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칠레 와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으로 거리감을 두는 경우가 있다. 이는 칠레 와인업계가 차차 해결해나가야 하는 과제라 본다. 평론가들과 와인 전문가들에게 인정을 받았으니 앞으로는 칠레 와인에 관한 더 많은 스토리를 더 넓게 공유하면서 칠레 와인의 입지를 확장할 때다.
버티컬 테이스팅으로 진행한 이번 행사에서 선보인 4가지 와인과 각각의 빈티지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한 것인가?
우선 칠레 파인 와인의 역사와 전통을 보여줄 수 있는 기준이 될 만한 와인인지를 가늠해봤다. 비냐 에라수리스 와이너리의 설립자 돈 막시미아노의 선견지명과 개척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플래그십 와인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를 선정한 이유다. 또한 ‘카이’는 칠레 와인을 상징하는 카르메네르 품종으로 최상의 품질을 선보인 와인이란 점에서 중요한 와인이며, ‘세냐’는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와 함께 한 칠레 와인 최초의 조인트 벤처 와인이란 점에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마지막, ‘비녜도 채드윅’은 칠레 와인 산업을 현대화하기 위해 헌신했던 나의 아버지 알폰소 채드윅Alfonso Chadwick에 대한 헌사가 담긴 와인이라는 점에서 선택했다. 빈티지의 경우, 맛에서 칠레 와인의 역사와 특징을 느낄 수 있도록 1984년산부터 시작해 초창기 빈티지 라인을 소개하고, 최고의 평가를 받았던 2021년 빈티지까지 선보이며 연속되는 이야기를 느낄 수 있게끔 고려했다.
칠레 프리미엄 와인을 지향하는 비녜도 파밀리아 채드윅 와인을 보다 아이코닉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포도가 자라는 대지의 테루아르와 빈티지를 표현해내면서 최상의 밸런스를 갖춘 와인에 ‘프리미엄’, ‘파인’의 칭호를 붙인다. 이와 함께 우리 와이너리는 고유의 양조 철학 또한 고수한다. 섬세함과 우아함, 세밀함과 산뜻함을 갖출 것. 물론 테루아르에 따라 와인의 개성이 달라지는 만큼 이를 존중하되, 비녜도 파밀리아 채드윅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모든 와인은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만 세상에 나온다. 이를 위해 하나의 포도원이 있는 아콩카구아Aconcagua 밸리 내에서도 서로 다른 테루아르적 특성을 고려해서 밭을 구획하는가 하면 지속 가능성 측면을 고려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지향해 모든 요소와 장비들도 최첨단화했다. 재료 선별 과정과 가지치기 방식, 발효에 필요한 온도 환경의 일정화 등 재배 방법과 양조 과정에서도 지속적인 변화를 기꺼이 거듭한다. 이 모든 요소가 비녜도 파밀리아 채드윅 와인의 정체성을 한층 공고히, 더욱 아이코닉하게 만들어주는 자양분이다.
COOPERATION 와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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