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큰 화제를 모았던 <반클리프 아펠: 시간, 자연, 사랑> 전시 이후 세 달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한국 방문은 항상 기쁘고 기대가 된다. 장인 정신에 많은 관심을 가진 나라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번 서울에 왔을 때 공예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곳을 관람하며 다양한 이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들 큰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더라. 많은 사람이 하나의 주얼리가 탄생하기까지의 심오한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고, 장인 정신의 위대함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번 방문은 어떤 목적에서 이루어졌나?
반클리프 아펠 코리아가 개최하는 ‘다이아몬드 위크’에 참여해 ‘다이아몬드, 예술 그리고 과학’이라는 주제로 컨버세이션을 진행했다. 참석자들과 역사 속에서 발견한 다이아몬드, 보석학적 관점에서 본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를 찾을 수 있는 광맥 등 다이아몬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레꼴의 목표가 바로 주얼리에 관한 지식을 대중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그 목표가 제대로 구현된 조화로운 시간이었다.
컨버세이션의 주제로 여러 보석 중에서도 다이아몬드에 집중한 이유는 뭘까?
다이아몬드는 독보적 존재감을 자랑하는 보석이다. 일단 매우 귀하고 비싸며 다른 소재와 비교했을 때 차별화되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나아가 전 세계 많은 사람이 다이아몬드를 매우 특별하게 생각한다. 다이아몬드에 관한 이야기라면 쉽게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지 않나. 그래서 이 소중한 보석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도 다이아몬드를 보석 중 으뜸으로 꼽는지, 가장 좋아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나에겐 모든 보석이 다 귀하다. 각각의 매력이 다르기 때문에 ‘가장’을 고르는 건 너무 어렵다.(웃음) 과학적 관점에서 다이아몬드가 무척 흥미로운 소재임은 분명하다. 매우 독특한 물성을 갖고 있고 형태로 인해 특유의 결정화가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의 대학에는 다이아몬드만 연구하는 학과가 있을 정도다. 다른 소재들과 매우 다른 다이아몬드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리서치와 심도 깊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도슨트 이창용 씨가 공동 진행자로 나서 더욱 다양한 시각에서 다이아몬드를 탐구할 수 있었다. 레꼴 컨버세이션은 보석학자뿐 아니라 미술 등 다른 분야의 전문 인사와 함께한다는 점에서 훨씬 풍성함이 더해지는 것 같다.
보통 글로벌 규모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가능한 한 현지 전문가들과 함께하려 한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 않기도 하고 또 연구자로서 현지 관점에서 지식을 여러 시각으로 바라보고 비교해보는 것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한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다양한 사고를 결합하는 과정이 즐겁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에게도 더욱 새롭고 재미있으며 다채로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참석한 이들과 나누고 싶은 가치,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레꼴은 주얼리에 관한 지식 그리고 주얼리 문화의 다채로운 특성을 대중에게 소개한다는 명확한 목적을 갖고 있다. 이것은 매우 전형적인 문구 같기도 하지만 사실 많은 가치를 품고 있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단연 열정이다. 이 분야에서 일하며 만난 사람들은 모두 엄청난 열정을 갖고 있다. 그 열정적인 세계를 다수와 공유하고 싶다. 좀 더 많은 이가 전문가들의 열정에 공감하며 주얼리를 대하고, 궁금해하고, 알아가고, 좋아할 수 있길 바란다.
레꼴의 일원으로서 주얼리의 가치를 전파하는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데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듯하다.
레꼴을 찾아온 방문객이나 학생들이 직접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며 굉장한 보람을 느낀다. 예를 들어 우리가 2012년 파리에 레꼴을 오픈했을 때 어린이 워크숍에 참여했던 학생이 주얼리 전문가가 되어 찾아온 적이 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했는지 모른다. 또 한번은 이런 적도 있다. 파리에서 개최한 전시 오프닝에서 방문객 중 한 명이 작품을 보고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더라. 그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고 완벽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처럼 우리의 활동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쁘고 행복하다.
지난해 8월 아시아퍼시픽 지사장으로 부임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두어 힘 쏟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가장 큰 임무는 레꼴의 목표를 모든 아시아퍼시픽 지역과 공유하고 전시, 책 발간,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대학 및 박물관들과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연구 프로젝트도 착수한다. 좀 더 현지화된 방식으로 실질적인 로컬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일반 대중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많은 이가 주얼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아주 특별한 교육법도 개발했다. 사실 레꼴이 전문가를 위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 혹은 방문객이 머무르는 시간이 2~4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항상 2명의 전문 강사가 소규모로 학생들을 맡아 최대한 실무를 경험하게 하고 그 분위기를 기억하게 만들려고 한다. 스스로 시도하고 경험한 것들이 오래 기억되고 더 각별하게 남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기보다 진심으로 주얼리를 대하고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레꼴과 반클리프 아펠이 만들어가는 시너지는 어떠한가?
전문가 대 전문가의 입장에서 최고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레꼴이 반클리프 아펠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우리는 독자적으로, 또는 우리의 파트너들과 함께 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며 주얼리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는 데 힘쓰고 있다. 우리는 반클리프 아펠뿐만 아니라 다른 주얼리 전문가나 메종과도 똑같이 협업한다. 완전히 열려 있다는 뜻이다.
최근 상하이와 두바이에 새로운 캠퍼스를 개관하는 등 저변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레꼴 아시아퍼시픽의 다음 행보는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오는 7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전시를 개최한다. 홍콩에서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광물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파리의 스쿨 오브 마인즈와 파트너십을 통해 전시를 선보이며, 싱가포르에서는 루비에 대한 토론회와 전시를 열 예정이다. 이번에 한국에서 진행한 ‘다이아몬드 위크’ 기획은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도 이어갈 생각이다. 향후 한국에서는 다이아몬드가 아닌 다른 주제로 ‘스톤 위크’를 선보이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 레꼴의 입지를 좀 더 공고히 할 다른 활동도 계획 중이다.
레꼴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존재의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이 주얼리로 인해 더욱 빛날 수 있다는 철학에도 공감한다. 누구보다 주얼리에 대한 애정이 큰 사람으로서, 사람들의 일상에 레꼴이, 그리고 주얼리가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나?
레꼴을 통해 더욱 많은 이가 인생에서 주얼리가 주는 행복감을 가득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사실 수천 수만년 전부터, 아니 인류가 시작될 때부터 사람들은 땅에서 스톤을 줍고 아름다움을 발견해왔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삶에서 아름다움을 원하는데 땅에서, 그리고 자연에서 우리가 찾고 취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바로 보석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나를 비롯해서 누구나 한번 보석을 좋아하게 되면 그 마음을 멈출 수 없게 되나 보다. 정말 매혹적인 세계이기 때문이다.
COOPERATION 반클리프 아펠(187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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