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6월호

2024 야외 클래식 축제

여름밤의 정취를 배경 삼아 클래식 음악을 좀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야외 축제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기꺼이 1년을 돌아, 여름을 기다리게 하는 야외 클래식 축제들.

베를린 필하모닉 발트뷔네 콘서트 6월 22일

BERLINER PHILHARMONIKER WALDBÜHNE CONCERT



클래식 마니아라면 누구나 죽기 전 베를린 필하모닉이 거대한 야외극장의 주인공이 되는 이 콘서트를 한 번쯤 직관하기를 원할 것이다. 콘서트가 열리는 베를린 외곽 야외극장의 이름을 따 이른바 ‘발트뷔네 콘서트’로 굳어진 이 콘서트의 정식 명칭은 <엔드 오브 시즌 콘서트 베를린 필하모닉>. 매년 6월, 한 시즌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걸 기념하기 위한 콘서트로, 그 역사가 1984년부터 이어졌다. 1936년 건립된 이 극장은 고대 원형극장 같은 역사나 건축적 특징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무대를 병풍처럼 둘러싼 짙은 녹음, 베를린 특유의 캐주얼한 분위기, 콘서트가 열리는 초여름 특유의 정취까지 더해져 묘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무엇보다 발트뷔네 콘서트의 명성을 만든 8할은, 베를린 필의 전설적인 ‘명연’ 덕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서트는 해마다 주제를 달리해 진행되며, 상임 지휘자의 팬 서비스와 단원들의 열정을 듬뿍 담은 연주는 매년 DVD와 베를린 필의 디지털 콘서트홀을 통해서도 대중을 찾아간다. 올해는 상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의 지휘로,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협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며, 2부에서는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작품이 연주될 예정이다. berliner-philharmoniker.de



클라식 암 오데온스플라츠 7월 12~13일

KLASSIK AM ODEONSPLATZ



뮌헨은 클래식 종주국인 독일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클래식 친화형’ 도시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비롯해 바이에른 국립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등 세계적 수준의 악단이 탄탄한 클래식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는 것. 뮌헨시가 2000년, ‘도시형 클래식 축제’를 표방하며 출범시킨 행사가 있으니 바로 <클라식 암 오데온스플라츠>다. 레지덴츠 궁전과 테아티너 교회, 그리고 바이에른 군기념관인 펠트헤른할레Feldherrnhalle가 모여 있는 뮌헨시의 중심, 오데온스플라츠가 바로 그 축제의 배경. 특히 실황 공연을 감상해본 사람이라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이 오케스트라의 무대로 변신하는 펠트헤른할레 특유의 위풍당당한 분위기다. 과거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의 승전 영웅 동상과 함께 설치된 2개의 사자상은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리는 주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제는 7월 중순 이틀간 열리며, 하루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하루는 뮌헨 필하모닉이 꾸미는 것이 관례다. 올해는 7월 12일과 13일에 열리며, 7월 12일에는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 브람스 교향곡 2번과 바그너 오페라 <발퀴레>의 명곡을 선보일 예정. 7월 13일에는 뮌헨 필하모닉으로 곧 부임할 이스라엘 출신의 젊은 지휘자 라하브 샤니가 바이올린의 여제 아네 조피 무터와 함께 무대를 꾸민다. klassik-am-odeonsplatz.de



계촌 클래식 축제 5월 31일~6월 2일

GYECHON CLASSIC FESTIVAL



매년 초여름,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에서 열리는 <계촌 클래식 축제>는 척박한 한국의 클래식 공연계에서 한줄기 빛과 같은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클래식 축제들이 운영의 위기를 맞는 가운데, 인구 200여 명이 사는 산촌에서 열리는 이 클래식 축제는 한 해도 빠짐없이 꾸준히 행사를 열며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폐교 위기를 막기 위해 계촌초등학교에 ‘계촌별빛오케스트라’가 창단된 것을 시작으로,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협력 및 지원이 더해져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내실 있는 음악 축제로 발전한 것. 계촌마을의 여러 야외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 축제는 강원도의 때묻지 않은 공기와 자연의 품 안에서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연주로 오롯이 ‘음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올해의 하이라이트는 <계촌 클래식 축제>의 메인 공연이라 할 수 있는 ‘한밤의 별빛 콘서트’다. 5월 31일 개막일에는 최근 모차르트 앨범을 발표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계촌별빛오케스트라와 함께 첫 무대를 열고, 6월 1일에는 피아니스트 이진상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연주하며, 6월 2일에는 경기필하모닉을 이끄는 김선욱이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선사할 예정이다. artvillage.or.kr



그라나다 페스티벌 6월 7일~7월 14일

GRANADA FESTIVAL



<그라나다 페스티벌>은 천년 전 이슬람 왕조가 쌓아 올린 붉은 요새, ‘알람브라 궁전’을 무대로 하는 유서 깊은 클래식 축제다. 플라멩코의 나라 스페인과 클래식은 일견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축제의 역사는 짧지 않다. 1883년 카를로스 5세 궁전에서 열렸던 교향곡 연주회가 그 시작으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52년,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꿈꾸며 공식적인 축제가 출범하게 된 것. 그 전통을 이어받아 매년 여름이면 그라나다의 기념비적 유적지가 클래식 음악과 발레, 플라멩코, 현대음악 공연의 환상적인 배경으로 변모한다. 72회를 맞는 올해 축제의 프로그램은 압도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화려하고 풍성하다. 독특하게도 친밀한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슈베르트와 정교하고 건축적인 교향악을 추구한 브루크너를 주축으로, 음악의 도시 빈을 기념하는 것. 이로 인해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빈 필하모닉이 처음으로 축제에 참여해, 6월 23일 젊은 지휘자 로렌초 비오티의 지휘로 무대에 오른다. 상주 음악가인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가 선사하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핀란드 출신의 젊은 지휘자 타르모 펠토코스키가 펼치는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연주 역시 주목할 만하다. granadafestival.org



브라보 베일 뮤직 페스티벌 6월 20일~8월 1일

BRAVO! VAIL MUSIC FESTIVAL



대자연으로 이름난 미국의 콜로라도 베일은 크게 2가지로 관광객을 유인한다. 눈 쌓인 겨울이면 발 디딜 틈 없는 스키어들의 성지가 되고, 얼음이 녹고 녹음이 짙어지는 여름이면 미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 <브라보 베일 뮤직 페스티벌>의 무대로 변모하는 것. 우드 스톡과 코첼라 페스티벌, 그리고 히피의 나라인 만큼, 이 축제는 클래식 음악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격식 없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그 특징이다. 피크닉 매트에 파라솔을 뒤집어 쓰고, 피자와 맥주잔을 손에 쥔 채 언제고 환호를 외친다. 대자연 속에서 열리는 이 축제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야외무대의 열악함을 타개하기 위해 정밀하게 설계한 야외 공연장 ‘제럴드 R. 포드 원형극장Gerald R Ford Amphitheater’이다. 록키산맥의 녹음을 배경으로 음향과 햇빛 차단에 최적화된 육중한 캐노피, 그 아래 배치한 반 야외 좌석은 공연의 음향을 높이는 동시에 쾌적한 감상과 연주 환경을 만든다. 댈러스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이 상주하며, 올해는 음악감독 야니크 네제 세갱이 그가 이끄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야프 판즈베던이 뉴욕 필하모닉과 함께 멘델스존과 브람스 교향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bravovail.org



할리우드 볼 6월 15일~9월 28일

HOLLYWOOD BOWL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대형 야외극장 ‘할리우드 볼’은 LA를 대표하는 거대한 문화적 상징이다. 좌석 수가 1만8000석으로 세계 최대 규모로 손꼽히며, 건축가 로이드 라이트, 프랭크 게리의 손길이 더해진 조가비 껍데기 모양의 무대 역시 이곳의 명물이다. 연중 수많은 대형 공연이 진행되는 이 극장은 무엇보다 LA 필하모닉의 여름 시즌 무대로 명성이 높다. 특히 <할리우드 볼> 축제 하면, 바로 LA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구스타브 두다멜의 흰색 연미복이 떠오를 만큼, 그는 이 행사의 상징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문화의 성지’로서 LA라는 도시의 특성을 반영해 프로그램은 화려하고 폭넓은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존 윌리엄스가 ‘마에스트로 오브 더 무비 프로그램’을 통해 할리우드 황금기의 음악과 자신의 영화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며, 구스타보 두다멜은 마블 스튜디오의 ‘인피니티 사가 콘서트 익스피리언스’에서 마블의 캐릭터를 음악적 여정으로 펼쳐낼 예정이다. 한국 음악가로는 임윤찬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며, 김선욱·클라라 주미 강·최하영이 함께 하는 베토벤 3중 협주곡도 기대를 모은다. hollywoodbowl.com



클래식 오픈 에어 7월 21일~8월 3일

KLASSIK OPEN AIR



독일 바이에른주에 위치한 인구 약 50만 명의 도시 뉘른베르크에서 열리는 <클래식 오픈 에어>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야외 페스티벌 중 하나다. 2000년, 뉘른베르크시가 시 승격 950주년을 기념해, 도시를 대표하는 두 오케스트라를 초빙해 세번의 야외 무료 콘서트를 연 것이 그 시작. 축제는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매년 약 16만 명의 사람이 방문하며, 독일 전역에 생중계되는 클래식 축제로 성장했다. 축제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평소 클래식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들도 편하게 참여해 피크닉을 즐기고,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것. 루이트폴트하인 공원의 너른 야외에서 모든 공연이 무료로 진행되는 덕택에 이 축제는 ‘클래식계의 우드 스톡’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과거 나치의 집회 장소로 사용되었던 이곳의 흑역사를 지워버린 것 역시 음악으로 소통을 꾀하는 <클래식 오픈 에어> 행사의 저력이라 할 수 있다. 올해는 로란트 뵈메가 지휘하는 뉘른베르크 주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조너선 달링턴이 지휘하는 뉘른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새로운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klassikopenair.nuernberg.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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