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1월호

TIME, NATURE, LOVE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반클리프 아펠: 시간, 자연, 사랑> 패트리모니얼 전시. 1906년 메종 설립 이래 발표해온 300점 이상의 주얼리와 워치, 오브제, 90점 이상의 아카이브를 환상적인 시노그래피와 더불어 오는 4월 14일까지 선보인다.

EDITOR 윤정은

‘사랑’ 테마의 전시 마지막 공간. 그래픽디자이너 요한나 그라운더가 글라스 조각 작품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이 주얼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이라면 찬탄해 마지 않을 전시다. 아니, 하이 주얼리에 대해 잘 몰랐던 이들도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뜰 법하다.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반클리프 아펠: 시간, 자연, 사랑> 패트리모니얼 전시. 지난 11월 18일, 오픈한 이래 하루에도 수백 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아 반클리프 아펠이 선사하는 매혹적인 하이 주얼리의 향연을 감상하고 있다. 밀라노와 상하이, 리야드를 거쳐 서울에 상륙한 이번 전시를 위해 반클리프 아펠은 1906년 설립부터 지금까지 선보여온 300점 이상의 주얼리 및 워치, 오브제, 90점 이상의 오리지널 아카이브를 한자리에 모았다. 반클리프 아펠은 메종의 헤리티지와 스토리를 담은 진귀한 작품들을 ‘패트리모니얼’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보존 및 계승하고 있는데, 이처럼 대규모로 국내에서 공개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전시는 학자이자 작가이며 밀라노 폴리테크닉 대학교의 주얼리 및 패션 액세서리 학과장인 알바 카펠리에리Alba Cappellieri와 협업했다. 그는 이탈리아 작가인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의 저서 <다음 천년을 위한 6가지 메모>에서 영감을 받아 조금 색다른 주얼리 전시를 기획했다. 주얼리 예술은 영원과 덧없이 사라지는 찰나 그리고 전통과 패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시대를 거스른다. 알바 카펠리에리는 전시를 통해 반클리프 아펠의 작품과 시간의 관계성을 재해석하고, 아름다움이라는 영원의 가치를 덧없이 사라지는 매혹의 힘과 대비시켜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고자 했다. 전시장에 마련한 10개의 공간은 각각 시대적 상징성을 띠고 있다. 메종의 탄생지인 ‘파리Paris’와 그 너머 ‘머나먼 곳Elsewhere’을 구현한 공간을 거쳐, 이탈로 칼비노가 주목한 5가지 가치 ‘가벼움Lightness’, ‘기민함Quickness’, ‘시각적 구현Visibility’, ‘정밀성Exactitude’, ‘다양성Multiplicity’을 주제로 전시를 펼쳐낸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패션’, ‘무용’, ‘건축’ 같은 다른 예술 분야와의 교차점을 탐구한다. 메종의 오랜 영감의 원천인 ‘자연’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사랑’을 테마로 영원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디뮤지엄의 2개 층을 아우르며 주제를 극대화하는 시노그래피 연출도 주목할 만하다. 건축 디자이너 요한나 그라운더Johanna Grawunder가 네온 컬러의 빛을 활용해 전시장을 서정적이며 신비로운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특히 ‘사랑’ 공간에 등장하는 글라스 조각 작품은 압도적 규모와 아름다움으로 몰입의 경험을 안긴다. 그래픽디자이너 미할 바토리Michał Batory는 특별 제작한 타이포그래피와 비디오 애니메이션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는 메종의 스타일을 표현했다.


(위) ‘시간’을 주제로 한 전시 도입부. 전시장 전반에 네온 컬러를 활용해 신비로운 느낌을 살렸다.

(아래) 전시장 입구. 청자를 연상시키는 푸른 배경에 디자이너 미할 바토리의 서정적인 그래픽이 어우러졌다.





레꼴 주얼리 스쿨이 주최하는 컨버세이션 & 어린이 워크숍
유서 깊은 하이 주얼리 메종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반클리프 아펠: 시간, 자연, 사랑> 전시. 서울에서 열리는 특별한 전시에 맞춰 반클리프 아펠이 국내 최초로 ‘레꼴 주얼리 스쿨L’ÉCOLE, School of Jewelry Arts’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12년 파리 방돔 광장에 처음 문을 연 레꼴 주얼리 스쿨은 반클리프 아펠이 지원하는 주얼리 교육기관으로, 전문 수집가부터 일반인까지 주얼리 예술의 세계를 체험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19년에는 홍콩 ‘K11 뮤제아’에 두 번째 캠퍼스를 오픈했으며 도쿄와 뉴욕, 두바이 등에서도 특별 교육과정과 전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서울에서 선보이는 이번 프로그램은 ‘주얼리의 역사Art History of Jewelry’, ‘젬스톤의 세계The World of Gemstones’ 그리고 ‘장인 정신Savoir-Faire’이라는 3가지 주요 테마로 구성했다. 예술 역사학자와 보석 감정 전문가, 주얼러, 장인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컨버세이션, 코스, 워크숍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며 각각의 주제를 심도 깊게 다룬다. 그중 1월부터 시작하는 컨버세이션 과정은 모든 이에게 열려 있어, 웹사이트를 통해 등록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5세에서 9세까지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 워크숍도 주목할 만하다. 자신만의 영감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작업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창작의 즐거움을 전하고 창의성을 일깨운다. 전시 웹사이트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것.


COOPERATION  반클리프 아펠(187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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