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호

가죽으로 만드는 놀라운 세계

서울에서 열린 에르메스의 가방 전시 <플리스 체크 인>. 환상적인 축제에 맞춰 에르메스 가죽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실라 알렉산드르 스프링이 한국을 찾았다.

EDITOR 윤정은

2015년부터 에르메스와 함께해왔다. 에르메스 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에르메스는 무한한 창작의 자유가 있는 곳이다. 오랫동안 쌓은 기술과 노하우, 지식, 품질 등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디자이너로서 한계 없는 표현이 가능하다. 하우스의 전통과 현대사회의 니즈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새로운 창작을 이어가는 작업이 내게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킨다.


가방은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가방 디자인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가방은 우리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가교와 같다. 개인 소지품들을 담아 세상으로 이끄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선 건축과도 비슷하다. 어느 정도의 기능적 공간이 보장되는 동시에 겉보기에도 아름다워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들의 니즈를 세심하게 파악해 이를 디자인에 반영하고, 에르메스가 가진 기술과 노하우를 여기에 적절하게 녹여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최근 선보인 컬렉션 가운데 특히 주목했으면 하는 제품은?

오늘 들고 온 ‘델라 카발레리아’ 백을 추천하고 싶다. 가죽을 감싸고 있는 커다란 메탈 클래프스가 특징인데, 조각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메탈을 가공했다. 버클 사용이 편해 실용적이다. ‘아르송’ 백은 코트에 걸치기 좋은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2023 F/W 시즌에 선보인 원통 형태의 ‘막시모르’ 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듣는 자세. 우리의 작업은 공동 창작 과정이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에르메스 스튜디오에는 5명의 장인이 있는데, 한 명의 장인이 하나의 가방을 온전히 책임진다. 그들과 잘 소통할수록 더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현대사회의 변화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니즈를 파악하고 디자인으로 적절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 필요한 자질은 호기심이다. 호기심 있는 사람만이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고, 새로운 영역을 탐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자유로움을 말하고 싶다.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만의 특성을 간직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자이너의 개성이 각각의 제품에 녹아들 때,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다양성의 가치가 빛난다.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사회 변화나 트렌드가 있다면?

항상 호기심을 갖고 일상을 관찰하며 ‘놀라움’을 발견하는 것을 즐긴다. 최근에는 팬데믹이 끝나면서 사람들의 이동이 늘어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간편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졌는데, 이를 반영해 ‘쁘띠 꾸르스Petite Course’ 백을 디자인했다. 최소한의 소지품만 수납할 수 있는 가볍고 콤팩트한 백이다.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미래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나보다 높은 연령대 사람들의 생각이나 생활 방식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에르메스를 통해 이뤄가고 싶은 앞으로의 목표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클래식 제품을 만드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다. 또한 현재 사용하는 가죽과 품질이 동일하면서도 100% 지속 가능한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꿈이다.


코트에 어울리는 실용적인 디자인의 ‘아르송’ 백.

(왼쪽부터) 얇고 가벼워 이동이 간편한 ‘쁘띠 꾸르스’ 백.

2020년 첫선을 보인 ‘델라 카발레리아’ 백. 말고삐를 연상시키는 메탈 클래스프가 특징이다.



COOPERATION  에르메스(542-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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