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호

북미에 울리는 한국 예술의 힘

한국 미술을 향한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올겨울 미국 동부와 서부에서 한국의 예술을 조명하는 전시 3개가 동시에 열린다. 이를 통해 한국 예술이 가진 힘에 대해 새삼 느낄 수 있을 것.

EDITOR 정송


필라델피아 미술관

10월 21일부터 내년 2월 11일까지 1960~1980년대에 태어나 지금도 활발히 활동을 이어오는 작가 총 28명을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전시가 주목하는 시대에 태어난 작가들은 권위주의가 팽배했던 시대를 기억하는 이들이다. 군사정권이 휩쓸고 지나간 우리나라의 상처를 또렷이 기억하는 참여 작가들은 세대에 각인된 집단적 기억을 개인의 예술 활동으로 승화했으며, 독재 정권을 거쳐 자유민주주의를 쟁취한 한국 사회와 사람들의 정서를 작업에 고스란히 드러낸 작업을 선보였다. 서도호, 함경아, 신미경을 비롯해 정연두, 손동현, 임민욱, 정은영, 이수경, 권하윤 등이 주축이 되어 그동안 백인 남성 중심인 예술계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여성, 성 소수자, 유색인종, 미서구권 문화를 조명하고자 한다. 모두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이지만, 미술관은 몇몇 작가를 좀 더 집중해 소개했는데,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이가 바로 함경아다. ‘What you see is the unseen/Chandeliers for Five Cities’를 선보이는 그는 세계 유일무이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DMZ에 여전히 산재한 보이지 않는 긴장을 ‘샹들리에’라는 오브제에 담았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12세기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진 약 30점에 달하는 한국 예술 작품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 갤러리 개관 25주년을 맞아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전시는 서세옥의 ‘인간’ 연작으로 시작한다. 사람을 단순하게 형상화하고 이를 풍경으로 탈바꿈한 작품으로, 전시의 4가지 주제인 ‘선, 사물, 장소, 사람’을 적절히 은유한다. 첫 번째 주제인 ‘선’에서는 한국화에서 서예와 수묵화의 중요성 및 그 유산을 조명하고 현대미술에서 이를 어떻게 계승하는지 추적하는 자리로 마련했다. ‘사물’에서는 서양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도자기’를 주제로, 미술관이 그간 수집한 고미술품과 함께 달과 항아리가 담긴 김환기의 작품부터 바이런 킴의 작품까지 골고루 선보인다. ‘장소’에서는 풍경화에 드러나는 소속감, 고국, 정체성 같은 개념을 살펴보며 한반도에 오랫동안 뿌리내린 한민족의 역사를 조명한다. 이어 20세기 한국 사회가 겪은 급격한 변화가 초상화 속 남녀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등이 담긴 ‘사람’ 주제를 끝으로 전시는 마무리된다. 11월 7일부터 2024년 10월 20일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2022년 6월부터 9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렸던 전시 <생의 찬미>가 ‘한국의 색’이라는 제목과 함께 10월 28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 미술관에 소개된다. 한국 채색화의 전통적인 역할에 주목해 19세기부터 20세기 초에 제작된 민화와 궁중 장식화 그리고 20세기 후반 이후 만들어진 창작 민화와 공예, 디자인, 서예, 회화 등을 전부 아우른다. 특히 전시에서는 벽사, 길상, 책가도와 문자도, 기록화, 산수화 등 다양한 형식의 채색화를 소개한다. 이는 모두 삶에서 나쁜 기운을 몰아내거나 풍요와 장수를 상징하고, 학문을 숭상하기도 하며, 자연에 대한 경외 등을 담고 있어 유교 사상이나 동양 철학이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미국 관람객에게는 새로운 예술 문화를 탐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주목할 작품으로는 제15대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의 ‘수기맹호도’와 김종학 작가가 ‘모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현대모란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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