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lacier Pool’ 시리즈
Tom Hegen
선명하고 화려한 컬러, 기하학적인 문양. 독일 뮌헨 기반의 항공촬영 사진작가 톰 헤겐의 작품은 한 폭의 추상회화처럼 역동적이고 아름답다. 하지만 실상은 단순한 자연이 아닌 지구 표면에 인간이 남긴 흔적을 포착한 결과물이다. 지중해의 염전, 후퇴하는 빙하, 남용되는 농경지, 독일의 탄광 등을 포착해온 그의 작업은 인간의 활동이 자연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미생물 개체와 염도에 따라 물의 색이 달리 보이는 염전의 생태계를 주제로 한 ‘소금’ 시리즈, 지구온난화가 북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빙하’ 시리즈, 네덜란드 튤립 농장의 방대한 풍경을 담은 ‘튤립’ 시리즈 등이 대표작. 독일과 영국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2014년 직접 만든 ‘쿼드콥터’를 이용해 항공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한 그는 현재 상황과 주제에 따라 열기구, 비행기, 헬리콥터 등을 두루 활용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벨기에, 한국, 중국 등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여러 차례 가졌으며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인터내셔널 포토그래피 어워드’,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 등을 수상했다.
항공사진을 통해 다루고 있는 주제는?
‘인류세’라는 개념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다. 약 1만 년 전 ‘신석기 혁명’ 이후 인류는 자연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본다. 나는 항공사진을 통해 인간이 지구에 남긴 발자취를 보여주고, 그를 통해 인간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인지하게 하고 싶다. 때문에 인간의 개입으로 변화한 풍경을 작업 주제로 삼고 있다.
작업 과정에 대해 소개해달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기까지 아주 많은 사전 작업이 이뤄진다. 주제에 대해 굉장히 방대한 리서치를 하고, 좋은 타이밍과 적절한 장소를 면밀히 계획한다. 풍경에 대해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미리 고해상도의 인공위성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기도 한다.
항공사진의 가장 큰 매력은?
항공사진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이미지화하고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익숙한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추상성을 내재하고 있다. 나는 창의성,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의 힘이 21세기에 직면한 도전과 기회에 대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 tomhegen.com
‘Event Horizon’ 시리즈
Kacper Kowalski
2023년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의 ‘풍경Travel’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한 주인공은 폴란드 출신의 조종사이자 사진작가 카츠페르 코발스키. 한 폭의 수묵화 같은 몽환적인 이미지가 아름다운 수상작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은 초겨울, 작가가 직접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폴란드 북부의 트리시티Tricity 근처 수역 위를 약 200시간 동안 비행하며 촬영한 결과물이다.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한 후 4년 동안 건축가로 일한 그는 비행과 사진에 대한 열정을 실현하기 위해 항공사진에 도전했다. 이후 27년간 공중에서 지상의 아름다움을 관찰하고 포착하며 수많은 역작을 남겼다. 패러글라이더이자 소형 항공기 조종사, 자이로콥터 조종사이기도 한 작가는 지상 150m 상공에서 지금까지 총 5000시간 이상을 비행하며 형태와 모형, 패턴의 놀라운 세계를 포착해왔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람과 기류에 맞서 앵글을 확인하고 셔터를 누르는 과정은 그에게 단순한 ‘작업’ 이상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 과거와 현재, 개인의 진실을 찾아 떠나는 일종의 ‘명상’과도 같다.
상공에서 사진을 촬영할 때의 주된 관심사는 무엇인가?
2015년까지는 풍경 속 인간의 존재에 주로 관심을 가졌다면, 이후에는 공중에 오롯이 홀로 있을 때 나만이 마주할 수 있는 풍경에 눈길이 갔고, 근래에는 내면의 두려움, 열정, 환희 같은 감정의 스펙트럼에 집중해 내 앞에 펼쳐지는 무한함 속에 느끼는 것들을 촬영하고 있다.
여전히 직접 비행하며 촬영하는 이유는?
나를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비행할 때만 느낄 수 있는 의식과 감정의 변화가 흥미롭고, 그 과정에서 포착한 추상적인 이미지에 매력을 느낀다. 지평선 너머 어둠이나 안개와 바람, 눈 속으로 날아가는 것은 어쩌면 무모하게 보일 수 있지만, 설명하기 힘든 생동감을 경험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손꼽는다면?
모든 프로젝트가 도전 과제이지만 2010년 폴란드 남부를 강타한 홍수 현장을 촬영한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당시 나는 마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 쉽게 접근하기 힘든 장소에서 홍수의 규모를 포착할 수 있었고, 이는 익숙한 미디어 이미지에 길든 사람들의 무감각함에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는 기회가 되었다. kacperkowalski.pl
‘Beach Candies’
Antoine Rose
해변가에 옹기종기 모인 색색의 의자와 파라솔, 아스팔트 도로 위를 줄지어 달려 나가는 수많은 사람. 벨기에 출신의 사진작가 앙투안 로즈는 익숙한 풍경을 색다른 앵글로 포착해 생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주로 대형 프린트로 선보이는 그의 작품 속에서 지면은 마치 미니어처 세상처럼 표현되는데, 이로 인해 멀리서 보면 기하학적 패턴이나 퍼즐 조각 같던 요소가 가까이 다가가면 저마다의 풍경과 인간 군상으로 펼쳐지는 흥미로운 감상이 가능하다. 주로 ‘사람들이 지구상에 남기는 흔적’에 포커스를 두는 그의 프로젝트는 크게 2가지 형태로 나뉜다. 미학적 측면과 비하인드 스토리 사이의 긴장감에 주목하거나, 지리·인구·사회학적 측면에서 ‘진화’를 보여줄 만한 장소를 여러 차례 반복해 기록하는 것. 얼핏 보기엔 그저 아름다운 백사장이지만 화학 공장이 주변에 위치해 논란이 많은 지역을 포착하거나, 자연현상과 지역개발로 형태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대도시 뉴욕의 모습을 동일한 방식으로 오랜 시간 관찰하는 식이다.
항공사진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2002년 브라질 카이트 서핑 월드컵의 공식 사진가로 일할 당시 결승전 촬영을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코파카바나Copacabana 상공을 비행했는데, 정말 매력적이었다. 이후 20년 이상 여러 나라와 대륙을 오가며 꾸준히 항공사진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차별화된 작업 방식이나 특별한 장비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헬리콥터의 모든 문을 제거한 채 약 90m 높이의 상공에서 37km/h의 속도로 촬영해 최대 120인치까지 인쇄할 수 있는 선명한 파노라마 이미지를 제작한다. 또 2016년 뉴질랜드 짐벌 제조업체 샷오버(Shotover.com)와 사진 측량 및 지도 제작에 최적화된 특별한 시스템을 구축해 꾸준히 사용 중이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뉴욕, 마이애미, 애틀랜타에서 진행한 ‘나이트’ 시리즈는 상당히 도전적이었지만 매우 독창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LVMH, 티파니,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 뉴욕 예술 디자인 박물관 등 주요 브랜드 및 유수의 뮤지엄과 파트너십을 맺게 되었다. antoinero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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