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스위스 바젤에서의 첫 번째 행사를 시작으로 ‘아트바젤’은 이제 전 세계가 기다리는 하나의 미술 시장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홍콩과 미국 마이애미, 프랑스 파리에서도 이를 론칭하고 매년 페어를 개최하고 있지만, 홈그라운드인 바젤에서 열리는 페어를 따라올 순 없다. 올해 바젤의 아트바젤에는 36개국에서 총 284개 갤러리가 참여했는데, 이 중에서 21개의 갤러리가 바젤에서 첫선을 보였다.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원래 홍콩과 마이애미에서 볼 수 있던 솔로 쇼 부스인 ‘캐비닛Kabinette’ 섹터를 이번에 처음으로 바젤에 도입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14개 갤러리가 총 13개의 ‘캐비닛’을 꾸려 페어장을 다채롭게 꾸몄다. 이 외에도 쿤스트 할레 장크트 갈렌Kunst Halle Sankt Gallen의 디렉터인 조반니 카민Giovanni Carmine이 큐레이터를 맡은 ‘언리미티드Unlimited’ 섹터에서는 총 76개의 거대한 스케일의 설치 및 퍼포먼스 작품을 소개했다. 바젤에서 열린 아트바젤은 호평과 함께 약 8만2000명의 관람객을 그러모으면서 성황리에 종료했다. 이러한 성행 속에서 우리나라 갤러리 두 곳의 활약도 눈에 띄었는데, 바로 무려 15년 만에 다시 바젤에 출사표를 던진 갤러리현대와 1998년부터 꾸준히 바젤에 자리해온 국제갤러리가 그 주인공이다.
갤러리현대
2008년 바젤에서 열린 페어 참여 이후 약 15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갤러리즈’ 섹터를 통해서는 이우환과 박영숙의 컬래버레이션 전시를, ‘언리미티드’ 섹터에서는 문경원 & 전준호의 작품을, ‘필름’ 섹터에서는 김아영 작가를 알차게 소개했다. 이를 진두지휘한 이는 김재석 시니어 디렉터. “어느덧 우리나라의 현대미술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시대가 되었어요. 우리는 해외 아트페어에서 오로지 한국 작가들만 소개하며 ‘한국 현대미술 알리기’에 힘써왔습니다. 이번 아트바젤 역시 같은 맥락에서 준비했고요.” 갤러리현대는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에서 현대미술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작가를 선보였다. “갤러리즈 섹터에서는 점, 선, 여백의 미학을 이야기해온 이우환과 우리나라 대표적인 도예가인 박영숙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주목했습니다. 직사각형 부스 중앙에 긴 무대를 제작했고, 협업 작품에 주목할 수 있도록 벽면은 과감하게 최소화했죠. 한편, 대형 설치나 영상을 주로 선보이는 언리미티드 섹터에는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경원 & 전준호를 내세웠어요. 또 필름 섹터에서는 이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김아영 작가를 소개하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알아본 글로벌 아트 플랫폼 ‘아트시Artsy’가 매년 발표하는 ‘베스트 부스 10’에 갤러리현대가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이제 갤러리현대를 포함해 많은 참가 갤러리가 작가의 작업 세계를 소개하는 플랫폼으로 아트페어를 활용하고 있다. “아트바젤은 컬렉터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 기관의 관계자들도 모이는 곳이에요. 작가가 이를 잘 활용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요?” 갤러리현대가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의 핵심은 근현대미술에서 동시대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아트 신의 관계자와 컬렉터, 관람객이 있기에, 이들은 앞으로도 아트페어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한국 미술 알리기에 앞장설 것임이 틀림없다.
국제갤러리
단연 우리나라 최고의 갤러리 가운데 하나인 국제갤러리에서 소개하는 작가와 선보이는 전시는 늘 전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국내 갤러리로는 유일하게 1998년 첫 참가부터 지금까지 25년 동안 아트바젤에 자리를 만들었어요. 이곳은 한 해의 미술 시장 향방을 점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인 동시에 수많은 페어의 근간이 되는 자리입니다. 갤러리를 설립하고 40년이 넘도록 국내외 현대미술을 세계 각지에 소개하는 과정에서 이는 분명 초석이 되었죠.” 국제갤러리 윤혜정 이사는 그동안 갤러리가 페어장에서나 전시장에서 늘 국내외 미술 시장의 교두보 역할에 주력했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올 한 해 전 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열고 있거나, 앞둔 작가를 위주로 소개했어요. 제니 홀저, 이승조와 하종현, 양혜규, 강서경 등이 그러하죠. 아트페어는 단순히 인기 있는 작품을 판매해 실적을 올리는 자리가 아닙니다. 명실상부 최고의 국제 무대에서 한국 미술의 현재는 물론, 나아가 세계 미술의 흐름을 잡고 또 제안하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국제갤러리는 9년 만에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 이광호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독일의 주요 컬렉터가 그의 진가를 알아봤다. “우리는 이미 수년 전 ‘단색화’라는 한국 미술의 주요한 흐름을 해외 미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후 우리가 제시하는 한국 미술에 대한 컬렉터의 관심이 단색화를 넘어 다양한 작가군으로 확대해가고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국제갤러리는 지난 25년간 세계 미술계의 다양한 피드백을 축적했다. 그렇기에 단색화 이후 한국의 중견 작가를 소개해야 할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목격한 해외 컬렉터와 관계자의 관심과 호응에 힘입어 내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단색화뿐만 아니라 국내외 중견 및 젊은 작가들의 본질을 보여주고 한국 미술을 시사할 수 있는 수작을 대거 선보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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