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예상 1순위, KIA 타이거즈
응원의 맛은 역시 이기는 데 있다. 매일 지기만 하는 팀을 응원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또 있을까. KIA 타이거즈는 전통의 강호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우승 팀이다. 전력 손실 요인이 거의 없는 데다 지난해에 잘했던 선수들의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에 올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무엇보다 리그 최고 스타로 성장하고 있는 ‘도니살’ 김도영이 있다. ‘도영아 니 땀시 살어야’의 줄임말 ‘도니살’은 2024년 한국 프로야구를 상징하는 ‘밈’이었다. 역대급 재능이 노력과 만나 지난해 폭발했다. 최연소 30-30(홈런 30개, 도루 30개 이상)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국내 선수 최초 40-40이 기대된다. 대기록을 따라가는 응원의 맛은 우승의 맛 못지않다.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매력을 뽐낸 좌완 곽도규도 주목. 부임 첫해 통합 우승을 이끈 이범호 감독의 별명이 ‘꽃범호’라는 것도 잊지 말자. 묘한 매력이 넘치는 감독이다. 중독성 있는 응원가의 주인공 소크라테스는 떠났지만 새로 온 패트릭 위즈덤은 ML에서 홈런 88개를 때린 강타자다.
전통의 강자, 삼성 라이온즈
한국 사람치고 ‘삼성’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삼성그룹 계열의 야구단이 삼성 라이온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팀명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두 팀 중 하나다. 모기업이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투자가 다소 줄어든 느낌은 있지만 전통의 힘은 사라지지 않는다. 야구 응원의 맛 하면, 역시 홈런이다. 삼성의 홈구장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줄여서 ‘라팍’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좌우 중간 펜스가 직선 형태여서 홈런이 잘 나온다. 홈런 친화적인 야구장이다 보니, 홈런이 터질 때마다 응원하는 맛이 있다. 쳤다 하면 연달아 터지는 분위기가 일품이다. 줄줄이 엮여 다녀 ‘굴비즈’라 불리는 김영웅, 이재현, 김지찬 등 젊은 선수들이 엄청난 인기와 함께 쑥쑥 성장하는 팀이다. 경기 전 사인회도 자주 열리기 때문에 ‘덕질’하기 좋다. 야수에 구자욱, 투수에 원태인으로 대표되는 ‘쾌남 선수’들의 존재도 인기를 높이는 비결이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투수 중 한 명인 오승환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라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넘쳐나는 ‘자컨’의 은혜, LG 트윈스
아이돌과 마찬가지로 응원 덕질의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가 ‘자컨(자체 제작 콘텐츠)’인데, LG는 자컨에 아주 강하다. 차명석 단장은 해설 위원 시절부터 ‘자학 개그’가 굉장했다. 차 단장은 정기적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유튜브 라이브를 한다. 선발투수 임찬규의 입담은 차 단장 못지않다. 염경엽 감독도 말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자컨을 보는 것만으로도 응원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번 시즌 강팀으로 꼽히는 실력도 중요하다. 2023년 한국시리즈 우승은 무려 29년 만이었다는 점에서 야구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화제였다. 지난해 3위로 주춤했지만 불펜 전력 보강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우승에 도전한다. 홈런 못지않게 재밌는 요소가 도루인데, LG는 2년 연속 도루 시도가 가장 많았던 팀이다. ‘출루 머신’ 홍창기, 리그 최고 수비를 보여주는 유격수 오지환과 중견수 박해민을 주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팀에 녹아들 수 있다. 리그 최고 좌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손주영도 집중 체크 대상.
든든한 중심 타선, 두산 베어스
LG와 함께 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이다. 한때 ‘두산 육상부’라 불리며 뛰는 야구를 했는데, 최근에는 팀 마스코트 ‘철웅이’에 걸맞게 ‘거포의 팀’이 됐다. 너무 넓어서 홈런이 덜 나오는 잠실 야구장을 쓰면서도 팀 홈런 150개를 기록했다. 양석환이 34개, 김재환이 29개, 강승호가 18개를 때렸다. 리그 최고 몸값(4+2년, 152억 원)을 받는 양의지까지 중심 타선은 응원할 맛이 난다. 두산 감독 이승엽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로 ‘국민 타자’라는 별명을 가졌다. 2003년 기록한 56홈런은 당시 아시아 신기록이었고, 여전히 KBO 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이다. 타선이 강타자 중심이라면 마운드에는 ‘강속구 투수’들이 있다. 곽빈은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선발, 김택연은 지난해 신인왕을 받은 강속구 마무리 투수다. ‘파워’를 사랑한다면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 없이 두산 베어스를 응원하면 된다. 야간 경기 8회, ‘브라보 마이 라이프’ 노래 속 휴대전화 불빛 응원은 가슴이 웅장해지는 경험이다.
가을야구 개근의 위엄, KT 위즈
K-팝 아이돌 시스템의 핵심은 ‘막내’. KT도 2015년 1군에 처음 들어온 KBO 리그 막내 구단이다. 창단 초기에는 꼴찌를 도맡았지만 지금은 리그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강팀이다. 2020년 이후 매년 가을야구에 올랐고 2021년에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2020년대 가을야구 개근은 LG와 KT 두 팀뿐이다. KT는 묘한 징크스가 있는데 시즌 초반이면 어김없이 헤매다가 시즌 중반 이후 무섭게 치고 올라와서 결국 가을야구를 한다는 점이다. 슬로 스타트는 정작 선수들은 고달프지만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난 재미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중 임기응변 전략에 매우 능하다. 감독이 내는 의외의 수는 야구 보는 재미를 높인다. 리그 최고 재능 선수 중 한 명인 강백호가 이번에는 포수로 더 많이 출전한다는 점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 쿠에바스, 헤이수스, 고영표, 소형준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리그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여름 수원구장 내야석의 물대포는 KT 응원의 시그너처 행사다. 우비 필수.
화려한 응원 축제, SSG 랜더스
야구를 잘 모르는 이들도 ‘용진이형’이라 불리는 정용진 구단주의 야구 사랑은 잘 안다. 인천 연고 팀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자주 바뀌었는데, 2020년까지 SK 와이번스였다가 신세계가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2021 시즌부터 SSG 랜더스가 됐다. 팀 이름 바뀐 지 2년째인 2022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홈구장 랜더스 필드는 ‘라팍’과 함께 홈런 친화 구장이다. 리그 최고의 홈런 타자 최정이 팀을 대표하는 스타다. 지난해 이승엽의 KBO 리그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깼는데, 올 시즌 개막 후 5개만 더 치면 KBO 리그 최초로 500홈런 고지를 밟는다. 500홈런 공은 예상보다 비쌀지도 모른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추신수는 이제 용진이형 특별 보좌로 일한다. 지난해 부진했던 에이스 김광현의 ‘반등’을 지켜보는 것도 랜더스 응원의 재미다. 무엇보다 랜더스 필드 주말 홈경기는 ‘축제’다. 금요일 밤엔 ‘나이트’가, 토요일 밤엔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꾸준히 100만 관중을 넘는 비결이다.
마! 이게 바로 응원의 맛, 롯데 자이언츠
제대로 된 K-스타일의 야구 응원을 느껴보고 싶다면, 롯데 자이언츠다. 구도 부산에서 야구는 곧 롯데다. “야구 우찌 됐노”라는 질문을 번역하면 ‘롯데 자이언츠가 오늘은 이겼습니까’라는 뜻이다. 2000년대 중후반 롯데 감독이던 제리 로이스터는 사직구장을 일컬어 ‘지상 최대의 노래방’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쩌렁쩌렁 울리는 ‘부산 갈매기’와 상대 견제구에 ‘마’라고 입 모아 외치는 응원은 중독성이 심하다. 지금은 줄었지만 과거 신문지 응원과 봉다리 응원은 사직구장의 시그너처였다. 팬들의 엄청난 응원 열정과는 달리 롯데의 최근 성적은 썩 좋지 않다. 1992년 이후 우승이 없어 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한 팀이고, 가을야구도 2017년이 마지막이라 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을야구를 못한 팀이다. 삼성과 함께 1982년 창단 후 이름이 한 번도 안 바뀐 팀이다. 두산 왕조를 이끈 김태형 감독이 두 번째 시즌을 맞는 올해는 기대해도 좋을 듯. 너무 오랜만이라 감동이 더욱 커질 가을야구의 맛을 보려 한다면 롯데가 딱이다.
‘신상’ 야구장에 울려 퍼질 응원가, 한화 이글스
한화 팬들을 상징하는 밈은 ‘보살 팬’이다. 롯데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한 팀이다. 20세기의 마지막 해였던 1999년이 유일한 우승이었다. 이후 대부분의 시즌에서 하위권에 머무르는 바람에 그 어느 팀보다 가을야구와 우승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 시그너처 응원곡이 ‘나는 행복합니다’인데, 보살 팬의 자조가 섞여 때로는 애잔하게 들린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엄상백, 심우준을 데려오는 등 전력 보강에 애를 썼고, 명장 김경문 감독에 대한 기대도 크다. 무엇보다 2025년, 새 야구장에서 야구를 한다. 새 구장에서 보는 야구 응원의 맛은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오른쪽 외야 담장이 8m 높이인데, 이게 또 의외성을 높이는 요소다. 야구장의 8회에는 각자 시그너처 응원이 펼쳐지는데, 마이크 없이 육성만으로 외치는 ‘최강 한화’ 응원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화 야구의 매력을 뜻하는 말로 ‘마리한화’라는 별명이 있다. 중독성이 크다는 뜻이다.
재도약을 준비하는 게임 체인저, NC 다이노스
게임 회사인 모기업 NC소프트의 색깔처럼 젊고, 역동적이며, 데이터에 아주 강한 팀이다. 1군 진입 2년째이던 2014년부터는 가을야구에 꾸준히 진출하며 리그 내 돌풍을 일으켰다. 2020년, 페넌트 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거머쥔 데 이어 2023년에는 가을야구 6연승의 신화를 만든 저력까지 보여줬다. 아쉽게도 지난 시즌에는 줄부상과 감독 교체 등의 악재가 이어지며 9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은 새 감독으로 부임한 이호준 감독은 올해 NC 다이노스의 키 포인트가 될 것. “인생은 호부지처럼”이라는 말의 호부지가 이호준 감독이다. 박민우, 박건우와 함께 타선의 핵심이 되는 손아섭은 KBO 리그 개인 최다 안타의 주인공이다. NC는 데이터에 강한 팀답게 매년 외인 선수를 참 잘 뽑는다. 새 용병 투수 라일리 톰프슨과 로건 앨런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리그 전체가 주목한다. 타자 매슈 데이비드슨은 지난 시즌 홈런왕이었다. 유격수 김주원, 포수 김형준, 3루수 김휘집, 투수 김재열 등의 성장 서사 그리고 승전보처럼 울리는 마산 스트리트 역시 NC 야구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역동적 성장의 보람, 키움 히어로즈
KBO 리그 유일하게 ‘모그룹이 없는’ 팀이다. 팀 이름을 ‘네이밍 스폰서’로 활용해 운영 자금으로 사용한다. 프로야구단을 통한 ‘생존’이 핵심이다 보니 다른 팀에서 할 수 없는 실험적 운영 방식이 도입된다. 그래서 아주 매력적인 팀이다. 역시 응원의 맛은 골리앗보다는 다윗이다.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도록 적극 장려한다. 탬파베이 김하성,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LA 다저스 김혜성이 모두 히어로즈 출신이다. 앞서 강정호와 박병호도 히어로즈에서 ML에 진출했다. 이번 시즌에도 파격적인 팀 운영을 한다. 외인 투수 1명에 외인 타자 2명의 조합을 썼다. KBO 리그 최초다. 대신 젊은 투수들에게 선발 경험을 쌓게 하고, 외인 타자로 점수를 내 투수들의 ‘승리 경험’을 돕는다. 투수 키워서 ML 보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올해도 팀 성적에 대한 기대가 크지는 않지만, 응원의 맛은 승리보다 성장에서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2년 차 김윤하, 신인 정현우를 지켜보자.
WRITER 이용균(<경향신문>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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