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2월호

지금, 전통주

새해가 밝아도 우리 술은 계속해서 변주하며 동시대와의 상생을 이어간다. 한국 전통주의 맛과 멋,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설립한 전통주 갤러리 남선희 관장이 제안하는 주종별 추천 리스트를 공개한다.

EDITOR 이호준 PHOTOGRAPHER 민가을

끝까지 걸러내어 비로소 얻은, 약주와 청주

“전통주 분류에서 약주와 청주를 크게 ‘약청주’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도 한다. 약주와 청주는 소위 말해 맑게 걸러내는 술이다. 약주는 쌀과 누룩, 물을 발효시킨 후 여과해 만드는데, 이때 누룩은 1% 이상을 사용하고 식품위생법상 허용된 식물 약재를 첨가하기도 한다. 청주 역시 쌀과 입국, 물을 발효시켜 여과하는데, 이때 누룩을 1% 이하의 양만 사용한다는 점이 약주와 다르다.”


풍정사계 춘  충북 청주에 위치한 양조장 화양에서 직접 빚은 향온곡을 사용해 만드는 약주다, 배꽃, 메밀꽃 같은 향기와 다채로운 맛이 특징이다.

우렁이쌀 청주  우렁이 농법으로 무농약 재배한 논산 찹쌀로 빚은 술로 아무런 감미료도 첨가하지 않고 60일간의 저온 숙성 방식을 거쳐 탄생하는 청주. 찹쌀 특유의 단맛의 여운도 느낄 수 있다.

청몽  밀과 녹두로 직접 디딘 누룩과 쌀만으로 빚은 약주. 절제된 깔끔함과 청량함 덕분에 목 넘김이 부드럽다. 쌉싸름하게 퍼지는 끝 맛 역시 이 술의 묘미다.

율  어떠한 합성 첨가물 없이 오산 세마쌀로만 빚어 진한 쌀의 향과 깔끔한 맛을 낸다. 특히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는 듯한 텍스처가 오랜 여운을 남긴다.

서설  용인 백옥쌀과 쌀누룩으로 빚은 청주. 저온에서 발효해 숙성하는 방식으로 만들며 부드러운 목 넘김과 이윽고 퍼지는 은은한 과일 향이 특징.

한영석 백수환동주  인위적으로 배양한 발효제(입국)나 주정 등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디딘 전용 누룩 백수환동곡을 사용한 약주다. 은은한 단맛을 내며 살며시 올라오는 산미가 매력적이다.

삼양춘 청주  세 번 빚어 맛과 향이 뛰어난 최고급 발효주라는 의미를 지닌 삼양춘 청주. 강화섬쌀과 전통 누룩을 사용해 항아리에서 장기 숙성 과정을 거쳐 탄생하며 첫맛이 깔끔하면서도 토종 효모가 빚어낸 부드러운 과실 향이 일품이다.


섬세한 마감에서 나무 특유의 질감이 느껴지는 원형 테이블과 사각 테이블, 겹겹이 쌓아 올린 우드 볼은 모두 박홍구 작가 작품. 원형 테이블에 놓인 와인 버킷과 사각 테이블에 둔 3단 케이크 트레이는 모두 윤여동 작가 작품. 옻칠 컵과 바구니는 칠한친구.



탁하고 진득하게, 탁주

“탁주는 찹쌀이나 멥쌀 같은 곡류와 누룩 등의 발효제 그리고 물을 넣고 발효시켜 만든다. 여과하지 않고 걸러내어 탁한 색을 내는데, 눅진하면서도 고소한 맛 덕분에 절로 손이 갈 수밖에 없는 매력을 지녔다.”


세종대왕 어주  조선 시대 우리 선조들이 즐겼다는 벽향주를 재현한 탁주. 멥쌀, 찹쌀, 누룩과 광천수로 유명한 초정 약수를 사용해 빚은지라 산미와 부드러운 과실의 풍미가 조화롭게 입안에 퍼진다.

범표생막걸리  임금에게 진상하던 기름지고 질 좋은 이천쌀만을 사용했다. 도수는 7도로 여타 탁주에 비해 낮고, 농축된 쌀이 자아내는 단맛과 마치 요구르트 같은 텍스처가 인상적이다.

이너피스 캄  경북 상주에 위치한 상선주조에서 양조한 막걸리. 부드러운 목 넘김이 강점이다. 쌀 본연의 고소한 풍미를 가감 없이 발휘하며 달큼한 맛과 허브의 향긋함이 잘 어우러진다.


예스러운 서적 위에 올려둔 유기 양주잔, 이너피스 캄을 받치고 있는 검정 옻칠 스톤 접시 모두 거창유기. 연필을 꽂아둔 ‘김상인’ 항아리와 살짝 열려 있는 둥근 함은 모두 공예장생호. 브라스 와인 버킷은 윤여동 작가 작품. 세종대왕 어주를 받쳐둔 분청 달 트레이는 장훈성 작가 작품. 어주 옆에 놓인 흑유 막걸리 잔과 오른편에 놓인 흑유 저그는 강유단 작가 작품으로 모두 요소갤러리. 백자 주전자와 각진 잔은 모두 이준호 작가 작품. 우드 카빙 접시는 박홍준 작가 작품. 검정 판 접시와 아래에 놓인 미색 저그는 이재원 작가 작품. 꽃이 흩날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한지 행잉 작품은 클레시드라.



우리 과일의 맛, 과실주

“과실주는 과일을 발효시켜 빚었다는 점에서 와인과 공통점이 많은 전통주다. 다만, 국내에서 재배한 과일로만 제작해야 과실주로 분류될 수 있는 명확한 차이점 역시 존재한다. 포도, 복분자, 머루, 사과, 복숭아, 딸기 등 다양한 과실을 사용해 만드는데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지역마다 미묘하게 날씨나 토양 등의 재배 환경이 달라 보다 다채로운 과실주를 즐길 수 있다.”


조흔 로제  국내 최대 와인 생산지인 경북 영천에서 직접 재배한 토착 품종 캠벨만을 재료로 양조했다. 일교차가 높은 지역에서 길러 가벼우면서도 청량한 산도를 자랑하며 향과 맛의 균형 역시 탁월하다.

비단숲애플스위트와인  부사를 사용한 와인. 늦가을에 수확한 부사를 재료로 5년간 숙성 과정을 거쳐 주조했다. 일반 사과보다 당도가 높기에 식후 혹은 디저트 와인으로 제격이다.

오미로제 연  오미자를 원료로 탱크에서 2차 발효를 거치는 ‘샤르마Charmat’ 방식으로 제작한 스파클링 와인.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매운맛, 5가지 맛을 내는 오미자인 만큼, 다채로운 층위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으며, 탄산을 가미해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비스듬히 누운 와인 잔과 조흔 로제 뒤에 놓인 난을 받치는 트레이는 안나리사 작가 작품. 검은색 스템이 특징인 메트로폴 와인글라스와 그 위에 올린 캐럿 샴페인 글라스는 모두 오레포스. 재와 그을음이 특징인 유리 항아리와 사각 오브제, 투명 유리 화병 모두 박지민 작가 작품. 세엽석곡, 트리포라 레이디, 렐리아 룬디 난초는 모두 초난.



매력에 매력을 더해, 리큐어

“주세법상 약주와 청주, 탁주, 과실주, 증류주에 속하지 않는 발효주, 증류주에 속하지 않는 주류를 리큐어로 분류한다. 전통주 분야에서는 혼성주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증류주에 과일과 약초, 향초 등을 넣어 만드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시에가 우리 쌀을 증류한 원액에 배를 첨가해 달큼함과 쌀 특유의 고소함이 좋은 균형을 이룬다. 니트로 마셔도 좋지만 하이볼 혹은 칵테일을 제조해 음용하면 매력이 더욱 배가된다.

이강주 조선 시대 3대 명주 중 하나인 이강주는 전통 소주에 배와 생강이 들어간다 하여 불리게 된 명칭이다. 시원한 맛의 배와 알싸한 생강, 노란빛을 내는 울금과 계피, 목 넘김을 부드럽게 해주는 꿀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다채로운 층위의 풍미를 경험하게 해준다.

오매락퍽  황톳빛 토기에 싸여 있어 동봉한 나무망치로 깨부순 다음 마시는, 다소 특이한 음용 방식의 술. 토기가 온도와 습도를 자체적으로 맞춰 술이 익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한다. 국산 배 증류 원액과 구운 매실인 오매로 빚어 항온 암실에서 숙성한 40도의 고도주다. 도수는 높지만 매실 향 덕분에 부드럽게 넘길 수 있다.


조선 시대 사용하던 등잔대와 다양한 떡살, 1920년대 아프리카 디자인 나무 스툴 모두 사유집. 등잔대에 놓인 고아한 형태의 술잔과 오매락퍽 옆에 놓인 주병은 지인식 작가 작품으로 요소갤러리. 나무망치를 받치는 검은색 나무 접시와 그 옆에 놓인 조그마한 나무 카빙 접시 모두 박홍준 작가 작품. 향나무 분재는 에세테라. 분재와 이강주를 올려 둔 나무 덩이 오브제 ‘목멩이’는 임형묵 작가 작품.



최상의 정제로 탄생한, 증류주

“전통주에서 증류주는 막걸리, 약주, 청주와 같은 발효주를 증류해 만든 술을 통칭한다. 대표적인 한국 증류주인 소주는 ‘불로 익혀 만든 진한 술’이라는 뜻으로, 곡물을 발효시켜 증류한 술인 증류식 소주와 주정을 물에 희석해 제조한 희석식 소주가 있다.”


연연25  광주에서 재배한 무농약 참살이쌀을 주재료로 하며 기계식 제국기를 사용하지 않고 전통 방식을 고수해 탄생한다. 쌀 증류주 특유의 부드러움은 물론 입안 가득 퍼지는 참깨의 고소함이 멋지게 어우러진다.

이도42  감압 증류 방식을 이용해 증류 후, 1년 숙성을 거치는 증류주. 묵직한 보디감과 높은 도수를 자랑하며, 목 넘김 후 퍼지는 알싸한 향이 이색적이다.

리28  익산에서 생산하는 베니하루카 고구마를 사용하며 꽃과 과일 향을 더해 여러 층위의 맛을 낸다. 가벼운 산미가 더해져 여러 음식과의 마리아주도 좋은 편.

문배술  문배주는 술에서 문배나무의 과실 향이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문배술은 메조, 찰수수 등의 잡곡으로 빚은 소주로, 도수는 높지만 풍부한 과실 향 덕분에 오래도록 음미하기 좋다.


흑과 백의 그러데이션으로 깊이감이 느껴지는 도자기 오브제는 하신혁 작가 작품. 술과 함께 놓인 옻칠 바구니와 굽접시, 커틀러리와 받침, 바닥까지 늘여놓은 모빌 모두 전보경 작가 작품. 옻칠 바구니 안에 놓인 ‘목련잔’은 공방판 작품. 노란빛이 도는 손잡이 합은 연희찬장 작품. 그림이 그려진 각진 잔은 이작업실 작품으로 모두 목련상점. 향나무 분재는 에세테라.



STYLIST  장세희(무용담) 

COOPERATION  전통주갤러리(555-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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