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카빌 광고 회사의 어카운트 디렉터로 일하다가 와인의 개성에 매료되어 와인메이커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랭스 대학교에서 와인학 국가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모엣 & 샹동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2006년, 메종 크루그의 와인메이커로 자리잡았다. 2017년에는 와인메이킹 디렉터로 활약했으며, 13번의 포도 수확을 마친 2020년부터는 메종 크루그의 셀러 마스터, 셰프 드 카브로서 활약 중이다.
셰프 드 카브는 포도 품종의 수확부터 블렌딩, 숙성 그리고 테이스팅 커미티와의 체계적인 시음 등을 통해 메종 크루그의 샴페인이 지닌 탁월성의 보존 및 진일보를 위한 모든 과정을 총지휘하는 셀러 마스터다. 이에 그치지 않고 페어링과 제품군 개발에도 관여하는 만큼, 그야말로 메종 크루그의 핵심 정신을 수호하는 중책인 셈. 지난 11월, 줄리 카빌이 크루그 ‘그랑 퀴베 172 에디션’과 ‘로제 28 에디션’의 출시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이번 내한은 크루그 그랑 퀴베 172 에디션과 로제 28 에디션의 출시에 맞춰 성사됐습니다. 두 샴페인이 세상에 나온 지금의 소회를 묻고 싶습니다.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아이를 보는 것 같아요. 크루그 샴페인에 부여되는 번호는 창립자인 조셉 크루그의 꿈이 이뤄진 횟수입니다. 조셉 크루그는 훌륭한 빈티지 샴페인이 생산되는 해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에 대해 갈증을 느꼈습니다. 1843년 그가 쓴 편지를 보면 기후 상태에 구애받지 않고 매해 뛰어난 샴페인을 생산하겠다는 도전 의식이 메종의 정신이라고 밝힌 바 있죠. 그랑 퀴베는 172번째, 그리고 로제는 28번째 크루그의 꿈이 실현된 결과예요.
크루그 그랑 퀴베 172 에디션.
크루그는 와인메이킹 과정을 음악에 비유합니다. 각각의 와인을 하나의 악기로, 이러한 와인의 배합으로 탄생한 샴페인을 오케스트라로 표현하지요. 그랑 퀴베 172 에디션 역시 2016년 수확분을 중심으로 블렌딩 과정과 7년여의 숙성 시간을 거쳐 만들어졌어요.
그랑 퀴베는 샹파뉴 지방에 자리한 각 와인 농가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각각 재배한 포도의 개별성과 차별점을 블렌딩해 풍성한 표현력을 만들어내죠. 2016년 수확분을 중심으로 탄생한 그랑 퀴베 172 에디션은 여러 해의 시간을 담고 있습니다. 2016년 수확분에 우아함을 보완하기 위해 와인 라이브러리에 보관 중이던 1998년, 2008년, 2013년 빈티지 와인을 블렌딩해 탄생했습니다.
그랑 퀴베의 경우는 172번이라는 꾸준한 결과를 낸 데에 비해, 로제 샴페인 생산은 비교적 드문 편입니다.
선호의 문제나 제작 및 생산의 까다로움 등 여러 이유가 있죠. 다만, 로제 샴페인 역시 메종의 정신을 고스란히 계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그랑 퀴베가 대규모 심포니 오케스트라라면, 로제는 체임버 오케스트라라 표현하고 싶네요. 그랑 퀴베를 만드는 데에 사용되는 와인의 수가 비교적 많기 때문이죠. 다만, 로제는 각각의 와인이 지닌 특징이 더욱 온전하게 드러난다는 장점이 있어요. 로제 샴페인이라 분류하기 이전에, 크루그 샴페인이라는 점을 놓쳐선 안 됩니다.
샴페인 탁월성의 보존과 발전에 테이스팅 커미티의 역할이 막중합니다. 테이스팅 커미티는 어떠한 방식으로 소통하나요?
테이스팅 커미티의 구성 인원은 총 6명입니다. 나이와 성별은 물론, 경력도 제각각이죠. 저는 테이스팅 커미티와의 소통을 사진을 찍는 행위에 빗대어 표현합니다. 사진을 다각도에서 찍어 실제 피사체의 모습을 유추하듯, 다양한 테이스팅 커미티의 구성원이 서로를 보완하는 거죠. 당해의 수확분이 확보된 이후부터 6개월간은 매일 멤버들과 회의하고, 겨울과 봄 시즌이면 3~4회의 큰 시음회를 가집니다. 그 외에도 매일 15개의 샘플을 테이스팅하죠.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재배 농가나 포도 품종에 구애받지 않기 위함입니다. 20점 만점으로 점수를 내며, 풍미의 구조나 표현력 등에 중점을 둡니다. 그러고 나서 멤버별로 돌아가면서 한 단어로 테이스팅의 감상을 요약합니다. 하나의 샘플당 이제 6개 단어가 테이스트 팔레트가 되는 셈이죠.
이러한 절차가 메종 크루그가 강조하는 개별성을 형성하는 과정으로 느껴집니다. 셰프 드 카브로서 크루그만의 개별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들이 있다면요?
샴페인의 개성은 첫 한 모금에서 결정 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뚜렷한 개성이 필요하지요. 샹파뉴에 위치한 100여 개 재배 농가와 커뮤니티를 형성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포도가 가장 뛰어난 표현력을 품는 최적의 일자에 맞춰 수확해주기를 매번 당부합니다. 그들의 역할이 샴페인을 만드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죠. 언젠가는 그들의 이름을 크루그 라벨에 기재하고 싶을 정도로요. 개성 강한 포도의 질을 블렌딩 과정까지 쭉 유지할 수 있도록 각각 따로 보관하고 있기도 합니다. 4300여 개의 캐스크를 활용해서요. 발효 후 리저브 와인 라이브러리로 옮긴 후에도 마찬가지로 개별적으로 보관하죠. 1년간의 결실을 시음하는 날이면 그들 모두를 초대해 피드백을 듣습니다. 모두가 테이스팅 커미티의 일원으로 참가하는 거죠. 여러 사람의 노력이 지금의 크루그를 만들었습니다.
크루그 로제 28 에디션.
COOPERATION 크루그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