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1월호

MODERN CHALET

타탄체크와 스위스식 퐁뒤, 목재 가구가 절로 떠오르는 알프스 산간지대의 오두막, 샬레. 오랜 전통의 목조 주택인 샬레 역시 럭셔리 호텔 특유의 호스피탤러티로 무장하고 무한 변신 중이다. 감도 높은 인테리어와 스파 시설, 파인다이닝, 스키 슬로프의 접근성 등을 모두 갖춘 낭만적인 겨울 휴가지, 현대적인 샬레들을 소개한다.

GUEST EDITOR 박지혜

ERIRO


‘에리오’는 독일의 최고봉인 추크슈피체Zugspitze산을 바라보고 지어진 샬레로, 오스트리아 티롤의 에르발더 알름Ehrwalder Alm에 자리한다. 해발 1550m에 위치하는 이곳은 오로지 케이블카를 통해서만 닿을 수 있다. 이웃한 샬레 없이 단독으로 서 있기에, 속세와 단절된 산악 세계에서 가능한 ‘각성’에 가까운 체험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우선, 숙박객들은 이른바 ‘게스트 경험’이라 불리는 독특한 액티비티를 전문가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숲속 맨발 걷기, 동물 관찰 및 명상, 가이드와 함께 하는 허브 채집, 트레일 러닝, 다운힐 자전거 타기, 별 하이킹, 요들링 입문까지. 우리가 알프스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이 가능하다. 체험의 반대편에는 고요한 휴식이 있다. 9개에 불과한 모든 객실에서는 추크슈피체의 만년설을 감상할 수 있으며, 이 지역의 목재와 돌을 재활용한 인테리어는 자연 속에 파묻힌 듯 명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요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알프스의 현지 요리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요리 역시 자연주의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으며, 근처에서 채집한 식물과 버섯, 현지 사냥꾼에게서 구입한 고기 등을 이용한 신선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조도에 따라 파노라마처럼 변하는 산의 풍경, 고요함을 극대화하는 카우벨 소리, 쏟아지는 별 등 속세와 한발 떨어져 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장소다. eriro.at



THE CHEDI




오픈 10년째를 맞는 ‘더 체디’는 스위스의 전통 겨울 가옥인 샬레 형태로 지어진 호텔들 중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하며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산악 리조트로는 드물게 5개의 레스토랑, 2400m2 규모의 스파, 와인 & 시가 라이브러리 등을 갖추고 있으며,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서 최고 등급을 받는 등 세계 최상급 호텔로 손꼽힌다. ‘아만 리조트’의 여러 명작들을 탄생시킨 장 미셸 가티Jean-Michel Gathy가 설계와 인테리어를 맡았으며, 외관은 정통 알프스 스타일을 따르고 내부는 아시아풍의 디자인 요소를 활용해 모던하게 완성했다. 나무와 천연석 등의 전통적인 소재가 따뜻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며, 포인트 컬러인 블랙과 거대한 벽난로, 가죽 소파 등은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위스 안데르마트의 전통적인 스키 마을에 자리한 이 리조트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은, 5성급 호텔에서만 이용 가능한 편의 시설을 마음껏 누리는 것. 겨울 시즌에는 호텔에서 겜스토크, 세드룬, 오베랄프 등 약 180km에 달하는 스키 코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스키 버틀러가 상주하며 장비 대여와 이동에 도움을 준다. 일식당 ‘재퍼니즈 귀치The Japanese at Gütsch’는 스위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미쉐린 레스토랑으로 만족스러운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thechediandermatt.com



HUBERTUS MOUNTAIN REFUGIO ALLGÄU


독일의 바이에른주, 발데르슈방Balderschwang의 높은 산봉우리 곁에 자리한 이곳은 산악 리조트가 어떤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시다. 호텔이 위치한 자리는 과거에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황무지였으며, 가축을 키우는 목초지로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외진 지역이었다. 이 호텔은 1951년에 작은 오두막을 개조해 식당을 운영했던 것을 계기로, 후손들이 여러 번의 레노베이션을 거쳐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100여 년 전 오두막이었던 자리엔 목조로 뼈대를 세운 2층 규모의 현대적 건물이 들어섰으며, 야외에는 인피니티 풀과 일본식 온천 풀이 자리한다. 호텔의 콘셉트는 ‘웰니스’다. 모든 투숙객은 매일 진행하는 요가와 명상 세션에 참여할 수 있으며, 총 10개에 달하는 트리트먼트 룸에서는 사우나와 스파를 즐길 수 있다. 일명 ‘홀리스틱 라이프’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개인에 맞는 식단과 운동, 휴식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가히 ‘요양’에 가까운 이점을 갖추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겨울이 오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스포츠 명소로 변신한다. 발데르슈방의 울창한 목초지와 깊은 계곡은 눈이 쌓이면 자연 그 자체의 스키장이 되며, 스키와 더불어 스노슈잉과 크로스컨트리도 즐길 수 있다. hotel-hubertus.de



THE BRECON


스위스 샬레 특유의 목가적인 정취, 감도 높은 인테리어를 동시에 경험하고 싶다면, 단연 ‘더 브레콘’을 찾아야 한다. 호텔이 위치한 곳은 스위스의 아델보덴Adelboden이라는 산악 마을로 여느 유명 휴양지와 달리 여전히 소를 먹이는 낙농업의 전통이 남아 있는 곳이다. 약 40여 년간 이곳에서 겨울 휴가를 즐긴 웨일스 출신의 그랜트 먼더Grant Maunder라는 인물이 더 브레콘의 설립자인데, 그는 이곳이 ‘호텔이 아닌 친구의 집’처럼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특별한 샬레를 조성했다. 외관은 목재로 지은 샬레의 전통을 따르지만, 내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미드센추리풍의 가구와 조명, 직물 등으로 세심하게 꾸민 이곳은 마치 코펜하겐이나 LA 도심에 위치한 부티크 호텔을 옮겨온 듯한 모습이다. 인테리어를 맡은 건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나이스메이커스Nicemakers로, 그들은 기존의 건물에 남아 있던 오래된 가구와 건축적 요소를 재활용하는 한편, 샬레 특유의 무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곳곳에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었다. 이곳을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지역이 사계절 모두 즐길 수 있는 휴가지이기 때문. 봄여름에는 다양한 토종 야생화가 핀 곳에서 암벽등반과 패러글라이딩, 산악자전거 등을 즐길 수 있으며, 겨울에는 총 210km에 이르는 3개의 스키 슬로프로 이동이 가능하다. 설산을 바라보며 몸을 담글 수 있는 야외 풀, 스파 등도 매력적인 요소다. thebrecon.com



CERVO MOUNTAIN RESORT


스위스의 체어마트Zermatt, 산기슭에 단차를 두고 오밀조밀하게 자리한 이곳의 외관을 보면, 일본의 전통 숙박 시설인 ‘료칸’을 떠올리게 된다. 목재를 사용해 지은 건물, 작은 규모, 야외의 온천 시설 등이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 차가 무색하게 닮은꼴을 하고 있기 때문. 언뜻 여느 샬레와 별다를 것 없는 모습이지만, 체르보의 진가는 구석구석의 디테일에 있다. 당장 잡지에 등장해도 손색없을 인테리어가 그 첫 번째다.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테리어 스튜디오 드라이메타Dreimeta의 솜씨로 따뜻한 색감, 천연 소재를 사용해 마터호른의 전망을 조화롭게 담아냈다. 두 번째는 ‘지속 가능성’과 ‘웰빙’의 추구다. 2022년 대대적인 레노베이션 이후, 호텔은 숙박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지속 가능성 투어리즘 단체 아이벡스Ibex로부터 골드 인증을 획득했다. 자체 허브 정원과 채식 레스토랑, 하이퍼로컬을 추구하는 레스토랑 등을 운영하며 그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숙박객을 위해 세심하게 설계한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빼놓을 수 없다. ‘마운틴 아슈람 스파’에서는 명상과 요가 세션 등을 진행하며, 스키 슬로프와 맞닿아 있는 2개의 테라스에서는 매일 저녁 디제이 공연과 라이브 음악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아프레스 스키Après Ski’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cervo.swiss



THE CAPRA


2016년에 문을 연 ‘더 카프라’는 ‘알프스의 진주’라 불리는 스위스의 사스페Saas Fee 마을에 자리한다. 사스페는 해발 1800m의 고지대로 차가 다니지 않으며, 4000m 높이의 눈덮인 산들이 둘러싸고 있어 알프스의 진면목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더 카프라는 사스페 마을에서 유일한 5성급 호텔로, 객실 38개의 작은 규모지만 수준 높은 레스토랑과 스파 시설, 아름다운 객실과 각종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모든 객실에는 전용 발코니와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는 통유리창이 있어 눈덮인 산봉우리를 감상할 수 있으며, 천연 목재와 석재로 마감한 객실은 알프스 산장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손꼽히는 편의 시설로는 케이블카 바로 옆에 설치된 전용 스키 캐빈을 빼놓을 수 없다. 각종 스키 장구가 구비되어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모레니아의 윈터 파크(2600m), 미텔랄랄린의 서머 파크(3600m), 슈타펠발트(1900m)의 초보자 파크 등 3곳의 프리스타일 슬로프로 이동할 수 있다. 웰니스 공간인 ‘피크 헬스 스파’ 역시 더 카프라의 자랑거리. 프라이빗 스파와 한증탕, 사우나, 요가와 명상실을 갖추고 있어 겨울 액티비티와 함께 심신의 휴식을 원하는 이들의 요구를 충족해준다. 벽난로와 책이 구비되어 있는 라운지, 근방 150km에서 생산된 식재료만을 이용해 모던 스위스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브라세리 1809’ 등도 겨울 휴가의 격을 높여준다. capr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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