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4년 12월호

클라임웍스, 나의 지구를 지켜줘

최근 빈번해지는 이상기후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경고하는 것 같다. 스위스 기반의 클라임웍스Climeworks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업이다. 줄이지 못할 거라면 아예 제거하자는 발상의 전환이다.

GUEST EDITOR 이기원

클라임웍스의 공동 창업자 얀 부르츠바허Jan Wurzbacher와 크리스토프 게발트Christoph Gebald. 두 사람은 스위스 취리히 공대 동문이다.




모든 중증 질환은 ‘내 몸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순간 이미 증상이 악화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지구도 비슷한 상황일지 모른다. 많은 전문가가 오래전부터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효과의 위험을 경고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이상기후 현상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직감하게 만든다. 이상기후의 가장 큰 원인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다. 이산화탄소 발생을 막거나 줄이는 것이 가장 단순한 해답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없애버리면 어떨까.

“2050년까지 최소 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제거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클라임웍스의 아시아태평양 디렉터 크리스 웨이Chris Wei는 회사의 미션을 이렇게 설명했다. 2009년 설립한 클라임웍스는 직접 공기 포집Direct Air Capture(DAC) 기술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업이다. 특수 필터로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물에 용해된 뒤 지하 깊은 곳에 묻히고, 현무암과 반응해 돌로 변한다. 클라임웍스는 현재 아이슬란드에서 연간 4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오르카Orca’와 연간 3만6000톤 포집 규모의 ‘매머드Mammoth’를 일부 운영 중이다.

처음 클라임웍스를 설립한 2009년만 해도 대부분의 전문가가 회의적이었다. 탄소 배출 감축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100개 이상의 기업이 DAC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제 모든 전문가가 동의합니다. 우리가 너무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고, 대기에서 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말이죠.” DAC 기술이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풍부한 재생에너지, 안전한 이산화탄소 저장소,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위한 우호적인 정책 환경이다. 아이슬란드가 첫 시설의 부지로 선정된 이유기도 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이런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필터, 이산화탄소를 운송하고 압축할 수 있는 시설, 모니터링 시스템과 이를 운영하고 연구할 인력들, 재생에너지 등과 관련된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클라임웍스는 지난 2023년까지 약 8억 달러(1조1000억 원)이 넘는 엄청난 투자를 유치했지만, 아직 수익 구조는 부족하다. 만약 탄소 배출 감소가 국제적 조약에 의해 강제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다른 혁신 기술들처럼 초기에는 비용이 높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태양광이 그랬듯, 산업화를 통해 비용은 크게 낮아질 겁니다.”

클라임웍스는 현재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연간 10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프로젝트 사이프레스Project Cypress’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앞서 설명한 매머드의 약 30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루이지애나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몫을 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DAC 기술의 상업화 가능성이 증명되고, 전 세계 탄소 제거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루이지애나주는 미국 내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거꾸로 된 석유 산업’이라고 표현합니다. 석유 산업이 지하의 탄소를 지상으로 퍼올리는 것이라면, 프로젝트 사이프레스는 대기 중 탄소를 다시 지하로 돌려보내는 셈이기 때문이죠.”

물론 이런 탄소 포집 기술의 존재가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어차피 치료약이 있으니 예방주사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크리스는 말한다. “탄소 배출 감축이 무엇보다 우선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인류가 노력해도 연간 40~50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피할 수 없어요. 이건 DAC 같은 방법을 통해 제거해야 합니다. DAC는 해결책이 아니라 보완책에 가깝습니다.”

유엔은 2018년 발간한 <지구온난화 1.5℃ 특별 보고서>를 통해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상승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시작될 거라 경고한 바 있다. 클라임웍스의 목표는 2030년까지 연간 100만 톤, 2050년까지 최소 10억 톤의 탄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힘든 도전이지만 반드시 해내야만 합니다. 지난해 지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45℃ 높은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마지노선인 1.5℃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정말 끔찍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클라임웍스 아시아태평양 디렉터 크리스 웨이. 기후 솔루션 분야 비즈니스 개발 전문가로서 많은 기업의 탄소 크레디트 조달, 재생에너지 전략 수립을 돕고 있다.



‘매머드’는 ‘오르카’의 9배 규모인 연간 3만6000톤의 포집 능력을 갖췄다. 시설의 일부를 운영 중이며,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 오르카와 비교해 에너지 효율을 크게 개선했다.



2021년 가동을 시작한 오르카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DAC 플랜트다. 컨테이너 모양의 검은색 구조물이 8개씩 쌓여 있는 형태인데 이를 ‘컬렉터collector’라고 부른다. 각 컬렉터에는 특수 필터가 장착되어 연간 4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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