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7월호

안주하지 않는 마라토너, 손정완

“항상 시험을 보는 학생의 마음으로 임해요.” 도전이라는 자양분을 바탕으로 30년간 끊임없이 성장해온 패션 디자이너 손정완의 행보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EDITOR 김송아 PHOTOGRAPHER 이경옥

2011년 2월 17일, 뉴욕 패션위크에서 첫 컬렉션으로 성공적인 뉴욕 진출을 마친 손정완은 지금까지 꾸준히 컬렉션을 전개하며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아왔다. 캘리 러더퍼드, 브룩 실즈, 킴 카다시안 등 수많은 셀러브러티의 사랑을 받고, 국내 40개 매장과 뉴욕의 쇼룸을 열기까지.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굳건히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를 만나 끊임없는 도전의 원동력을 물었다.


본인의 이름을 딴 브랜드 ‘손정완’이 법인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30주년이 되면 마냥 기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고, 여전히 도전 의식이 불타오른다. 30년을 이끌어온 지금이 손정완에 가장 중요한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986년 손정완 부티크 오픈 후 8년 만에 법인을 설립했다.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스텝 바이 스텝으로 눈앞에 닥친 상황을 차근차근 헤쳐나가다 보니 지금의 손정완이 완성됐다. 세 자매가 브랜드를 같이 운영하는데, 각자 개성에 따라 잘하는 분야가 달라 자연스레 분업화가 된 것도 성장 요인이라 생각한다.


2006년 후즈넥스트 초청으로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에서 단독 패션쇼를 진행했다.

파리라는 글로벌 패션 무대에서 손정완을 선보일 수 있어 정말 감동이었다. 국내에서 자리 잡은 이후에 진출했는데도 무명으로 새로 시작할 때의 어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도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계기도 됐다.


2011년부터 뉴욕 패션위크에 참가하고 있다. 뉴욕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컬렉션을 전개하는 계기가 있나?

파리는 정통적인 패션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는 도시기 때문에 패션의 메카이면서 다양성에 조금 더 문이 열려 있는 뉴욕을 베이스로 선택하게 됐다.


최근에 선보인 2024 F/W 컬렉션에 대해 소개해달라.

‘타임리스 레거시Timeless Legacy’라는 테마로 전개했다. 위대한 유산은 시대를 초월할 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나. 손정완의 컬렉션이 후대에도 계속 찾을 만큼 가치가 있는 유산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표현했다. 작업 방식에도 이를 연계해 지금까지 작업해온 아카이브를 추리고 선별해 컬렉션 무대 위로 다시 올렸다. 실루엣에 중점을 두고, 현재 트렌드를 반영해 그동안의 손정완을 재해석한 것이다.




뉴욕에서 진행한 24번째 컬렉션이다. 꾸준히 뉴욕 패션위크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시험을 보는 학생의 마음으로 임하는 것. 디자이너로서 도태되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새로운 자극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디자이너의 생명력과도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24번째 쇼를 진행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처음 뉴욕을 갔을 때다. 꼼데가르송의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가 사용한 곳으로 유명한 소호의 한 스튜디오를 빌려 작업을 하고 있었다. 통유리로 된 장소였는데, 앨런 릭먼이라는 배우가 우리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스튜디오에 들어왔다. 흥미롭다며 쇼를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실제로 첫 쇼에 찾아와주었다. 뉴욕이라는 낯선 곳에서 우연히 만난 관심과 응원이 큰 힘이 됐다.


한국과 미국 두 시장에서 전개하는 브랜드인 만큼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두 배 이상일 것 같다.

패션은 만국 공통의 언어다.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은 니즈가 똑같기 때문에 굳이 한국과 미국 시장을 분리해 전개하지 않는다. 그래도 미국 시장에서 좀 더 고려하는 부분이 있다면 훨씬 더 다양한 사이즈로 제품을 출시하는 것.


손정완은 럭셔리, 페미닌, 섹시 3가지를 강조해왔는데, 이 3가지를 ‘손정완’의 색깔로 정한 이유는?

패션은 사람의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럭셔리, 페미닌, 섹시라는 3가지 키워드는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이 남녀 불문하고 기본적으로 가지고 싶어 하는 이미지라 생각한다. 트렌드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 3가지를 염두에 두고 손정완을 전개 중이다.


손정완의 뒤를 이어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활약 중인 패션계 후배들이 정말 많아졌다.

시대가 발달하면서 한국의 위상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후배들을 보면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이 느껴지면서 우리도 안주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손정완의 미래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가?

영원히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되는 것. 그리고 이것은 내가 계속해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기도 하다.



COOPERATION  손정완(548-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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