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4년 6월호

눈을 사로잡은 자동차 디스플레이

최근 자동차 인테리어는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좌우한다. 전기차 흐름에 맞춰 과감한 시도가 줄 이은 까닭이다. 디스플레이의 크기부터 배치 방식, 형태까지 새로움을 주려고 경쟁한다. 그 과정에서 눈을 사로잡은 자동차 디스플레이 8.

GUEST EDITOR 김종훈

MERCEDES-BENZ, HYPER SCREEN


이름부터 거창하다. ‘하이퍼’ 스크린이다. 벤츠의 전기차 플래그십인 ‘EQS’에서 첫선을 보였다. 계기판과 중앙, 동승석에 각각 디스플레이를 넣었다. 셋을 합치면 무려 56인치. 숫자보다 중요한 건 디스플레이를 연결한 방식이다. 하이글로시 패널 안에 디스플레이를 심어 하나의 판으로 보인다. 대시보드 전체가 디스플레이인 듯한 시각 효과가 강렬하다. 하이퍼 스크린이라는 이름이 과장처럼 들리지 않는다. 하이퍼 스크린은 전기차에만 옵션으로 적용할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슈퍼 스크린이라는 명칭의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하이퍼 스크린과 비슷한데 계기판을 따로 구분했다. 그럼에도 대시보드 전체가 디스플레이로 보이는 시각 효과는 여전하다. 하이퍼든 슈퍼든, 벤츠의 디스플레이 사용법은 화려함으로 귀결된다. 벤츠 인테리어의 방향성처럼.



AUDI, DUAL TOUCH SCREEN


아우디는 디지털 계기판을 누구보다 먼저 도입했다. 어느새 10년 전 얘기다. 3세대 ‘TT’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버추얼 콕핏’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단순히 계기판을 디지털로 전환한 수준 이상이었다. 계기판 디자인이 바뀌고, 계기판 전체에 지도를 띄우기까지 했다. 디스플레이의 변화무쌍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후 아우디는 디스플레이 2개를 추가했다. 실내 중앙 상단과 하단에 각각 하나씩. 타 브랜드가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를 가로로 연결하려 할 때, 아우디는 세로에 집중했다. 중앙 디스플레이 2개의 기울기를 각기 다르게 배치한 점이 특징이다. 구부러진 화면을 보는 효과가 있다. 아우디 콘셉트 카 프롤로그에서 선보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현실적으로 구현한 셈이다. 디스플레이 크기를 키우기보다 구성의 묘를 발휘했다.



PORSCHE, PASSENGER DISPLAY


당연한 수순이다. 디스플레이가 자동차에 첨단 느낌을 강화하자 더 적극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계기판과 중앙 다음에 넣을 곳은 자연스레 동승석. 포르쉐는 신형 ‘카이엔’에 동승석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자동차가 스마트폰처럼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예전에는 동승석 디스플레이가 굳이 필요 없었다. 페라리에 있긴 했는데, 주행 정보 정도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이젠 즐길 거리가 생겼다. 그에 맞춰 동승석 디스플레이도 필요해진 셈이다. 카이엔 동승석에는 10.9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어하는 건 물론,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도 즐길 수 있다. 특수한 필름을 부착해 운전자 쪽에선 화면을 볼 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운전자가 한눈팔면 안전에 문제가 생기니까. 첨단 기술은 섬세해야 한다. 포르쉐는 이미 알았다.



LINCOLN, PANORAMIC DISPLAY


자동차 실내 디스플레이는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링컨은 신형 ‘노틸러스’에 적용한 48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로 답했다. 무엇보다 위치가 신선하다. 대시보드 뒤쪽, 전면 유리 아래로 디스플레이를 빙 둘렀다. 기존 방식을 깨고 디스플레이의 자유도를 확장했다. 콘셉트 모델에선 본 적 있지만 양산차에선 최초다. 48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실내를 감싸며 펼쳐진 모습은 실로 압도적이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면 그래픽 세리머니가 펼쳐진다. 디지털 파사드처럼 실내 분위기를 쇄신한다. 주행 정보를 표시하거나 사용자마다 달리 보여주는 개인화 프로그램도 있다.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는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자동차 인테리어의 핵심이라는 걸 새삼 일깨운다. 노틸러스는 그 영향력을 적극 수용해 무기로 내세운다. 링컨이라는 브랜드를 다시 보게 할 정도로.



CADILLAC, CURVED OLED DISPLAY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는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이제 익숙한 형태지만 캐딜락은 더 나아갔다. 단지 휘어진 디스플레이만 내세우지 않는다. 디스플레이의 배치와 쓰임새를 새롭게 했다. 우선 디스플레이를 감싸는 패널 디자인을 유선형으로 빚었다. 여백이 있지만, 그것도 디자인 요소로 받아들이게 했다. 더불어 계기판 디스플레이를 입체적으로 덧댄 형태로 넣었다. 굳이 합쳐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만들었는데 분리된 효과를 더한 셈이다. 역시 디자인 요소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계기판 좌측에 작은 디스플레이도 넣었다. 조작 편의성을 높일 컨트롤 디스플레이다. 운전석에서 조작하려면 중앙보다는 계기판 좌측이 조작하기 편하니까. 같은 커브드 디스플레이라도 캐딜락은 또 다르게 표현했다. 나중에 적용한 만큼 차별화를 노렸다.



BMW, CURVED DISPLAY


실내에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곳은 보통 두 군데다. 좌측인 계기판과 중앙인 센터페시아. 자연스레 이 둘을 연결해 기다란 디스플레이 하나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시각적 효과가 상당하니까. 디스플레이가 커 보이고, 실내가 한결 간결해진다. 여기서 더 발전한 형태가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BMW가 ‘iX’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12.6인치 계기판 디스플레이와 14.9인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를 합치고, 가장 중요한 곡률을 넣었다. 그러니까 운전석 쪽으로 화면이 휘어진 형태다. BMW는 예전부터 운전석 쪽으로 센터페시아를 틀어 운전석 중심의 실내를 추구해왔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로 그 효과를 구현한 셈이다. 물론 실내를 한층 미래적으로 쇄신하는 효과도 얻었다. 이후 BMW는 다른 모델에도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며 BMW 인테리어의 인장으로 내세우고 있다.



MINI, CIRCLE DISPLAY


디스플레이, 하면 사각형이 떠오른다. 당연한 연상이다. 무언가를 보여줄 때 사각형이 가장 효율적이자 보편적인 형태니까. 그 당연함을 미니는 비틀었다. 원형 디스플레이를 실내 중앙에 넣으면서. 미니는 예전부터 원형 디자인을 즐겼다. 미니의 인장 같은 형태다. 헤드라이트도, 송풍구도, 센터페시아 디자인도 원형이었다. 새로운 세대로 바뀌며 원형을 아예 디스플레이로 구현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업한 자동차업계 최초의 원형 OLED 디스플레이다. 사각형에서 원형으로 바뀌자 특별한 디스플레이가 됐다. 그래픽도 평범하지 않다. 마치 스마트폰 배경화면 바꾸듯 디스플레이 그래픽을 테마별로 바꿀 수 있다. 그 수 역시 상당하다. 원형이라는 형태, 그 안에서 보여주는 그래픽 모두 재미로 기능한다. 미니의 정체성을 디스플레이로 명확하게 보여준 셈이다.



TESLA, TOUCH SCREEN


시작은 테슬라였다. ‘모델 S’의 실내는 거실, 디스플레이는 거실의 TV 같았다.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툭, 실내 중앙에 얹었으니까. 그것도 세로로. 센터페시아라 불리는 곳 전체를 디스플레이가 채웠다. 거대한 디스플레이는 수많은 버튼도 집어삼켰다. 거실이 간결할수록 모던 인테리어로 느껴지잖나. 모델 S는 모던함을 넘어 미래적으로 다가왔다. 자동차 디스플레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후 테슬라는 ‘모델 3’에서 가로형 디스플레이도 선보였다. 역시 크기는 컸고, 한결 매끈했다. 태블릿을 거치한 듯 설치해 떠 있는 느낌도 들었다. 게다가 계기판도 삭제해 실내가 더욱 간결해졌다. SF 영화 속 자동차라 해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 거대한 디스플레이와 버튼 없는 실내가 만든 생경한 실내는 여전히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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