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은 한복을 만드는 금단제 브랜드 대표 디자이너의 딸로, 어릴 적부터 전통문화, 한복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다. 2021년, 낙산 이화마을 성곽길 부근에 자리한 오우르를 설립하며 한복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을 접목한 제품을 제작했다. 블랙핑크, 제네시스 등과 눈에 띄는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2023년 ‘신진 한복인상’을 수상했다.
“어제를 통해 배우고, 오늘을 살며, 내일을 소망하라.”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이다. 지금 한국에서 이 말의 적확한 예를 찾는다면 바로 오우르가 아닐까. ‘빛’과 ‘창조하다’라는 뜻을 지닌 히브리어에서 착안한 명칭의 오우르는 한복과 고궁 건축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전통 문양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패턴을 다양한 한복과 라이프스타일 오브제에 접목한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다. 2021년 첫 시작을 알린 오우르가 이러한 목표점을 가지게 된 이유는 장하은 대표의 배경이 한몫했다. “어머니가 한복 브랜드 ‘금단제’의 이일순 대표 디자이너세요. 30년 동안 한복을 만든 분 손에서 자라다 보니 한복과 전통문화라는 콘텐츠를 아주 오랫동안 봐왔습니다. 미국에서 학업과 실무를 경험하다 귀국해 어머니와 함께 일을 하며 배우는 바도 많았고요.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한복과 한국 전통문화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을 증대시킬 수 있을지 고민한 것 같아요. 오우르가 탄생한 결정적인 계기죠.”
텍스타일 디자인 전공 과정 중에서도 패턴을 공부하는 방향을 선택한 그는 해결의 실마리를 바로 이 지점에서 찾았다. “패턴 디자인은 굉장히 매력적인 분야예요. 2D로 구현하는 작업이지만 여러 분야에 적용되면서 결과물은 3D로 만들어지니까요. 체크나 도트 패턴을 옷이나 가방 등에 접목한 모습을 상상하면 이해가 빠르시겠죠? 이처럼 한국 전통문화에 기반한 패턴을 여러 제품군에 접목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는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든 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쿠션과 커튼, 소파와 카펫 등 다양한 인테리어 아이템에 도전적으로 패턴을 활용하는 경우가 잦은 해외 인테리어 영역에서의 경험이 오우르의 몸집을 불려준 것. 명확한 방향성과 확장 가능성으로 인해 론칭 후 3년이 채 안 된 시간 동안 오우르는 괄목할 만한 행보를 선보일 수 있었다.
오우르가 선보이는 한복. 우리나라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패턴을 접목해
현대적이면서도 한복의 고유한 정체성을 잃지 않은 점에 눈길이 간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바로 글로벌 아티스트 블랙핑크와의 협업. 미국에서 가장 큰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인 코첼라에서 블랙핑크가 착용한 한복 의상을 오우르에서 제작한 것이 알려지며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전통 한복 중 하나인 ‘철릭’에서 형태적 영감을 받고, 금사를 활용한 자수가 박힌 명주 실크에 현대적인 소재를 덧입혀 만든 아티스트의 의상은 세계가 한복의 위상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제네시스와의 협업 필름 또한 제작했는데, 한복이 지닌 전통과 브랜드의 정체성을 결합하는 유의미한 작업이었다고 장하은 대표는 말했다. 이어 신차인 ‘GV80’ 쿠페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 디자인 굿즈 제품 또한 출시하며 오우르만의 패턴 디자인이 보다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음을 재차 깨달았다고. “전통문화를 잘 계승해야 한다는 목표와 함께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떻게 하면 정체성과 고유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매일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그리고 지금까지 천천히 쌓아온 걸음에 부끄럽지 않게 나아가고자 합니다.”
오우르는 지금 다시 한번 세계가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기관인 한복진흥센터에서 주최하는 ‘2023 한복웨이브’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 국내외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선보이고자 하는 프로젝트로, 12월 24일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에 오우르에서 디자인한 한복이 영상으로 송출된다고. 다음 해에 열리는 각종 해외 패션쇼에서도 오우르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을 예정. “오우르의 2024년이 바빠질수록, 우리의 문화가 더욱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할 수 있는 바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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