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호

FUTURE MOBILITY

콘셉트 카는 상상하게 한다. 가깝게는 곧 나올 양산차를, 멀리는 언젠가 도달할 미래를 눈앞에 불러와 자극한다. 이젠 전기차가 대세가 됐다. 그만큼 콘셉트 카를 통해 새로운 개념을 세우고 과감한 시도를 감행한다. 올해에도 여러 콘셉트 카가 상상력을 자극했다.

GUEST EDITOR 김종훈


PEUGEOT 

INCEPTION CONCEPT

‘인셉션 콘셉트’는 푸조의 다음 장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디자인에 힘줬다. 전기차 시대에도 푸조의 강렬한 디자인은 한층 돋보일 거라고 웅변한다. 외관은 날카로운 금속 덩어리 같다. 외관 색부터 금속 질감을 드러낸다. 차체 구석구석 날도 서 있다. 푸조가 지향하는 고양이상 외관을 한층 미래적으로 확장한 결과다. 그러면서 대담한 시도를 더했다. 전면부터 지붕을 거쳐 뒤까지 거대한 유리를 씌웠다.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미래에서 날아온 탈것으로 보인다. 실내 역시 SF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시트라기보다 조형물 같고, 소재 또한 남다르다. 확실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는 의도다. 스티어링 휠부터 대시보드까지 자동차보다 우주선 같다. 스티어링 휠이 수납되면 원형 모듈로 차량을 제어할 수도 있다. 인셉션 콘셉트의 대담한 디자인은 2025년부터 푸조 라인업에 스며들 예정이다.



ALPINE

A290 BETA CONCEPT

르노 산하의 알핀은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했다. 기존에는 ‘A110’이라는 스포츠카 한 대뿐이었다. 영역을 넓히려면 라인업이 필요하다. ‘A290 베타 콘셉트’는 확장의 시작이다. A는 알핀, 숫자 2는 B세그먼트, 90은 알핀의 라이프스타일 제품군을 뜻한다. 이름에서부터 작고 개성 강한 알핀의 전기차라는 점을 드러낸다. 실물 또한 이름 그대로다. 르노 ‘5 일렉트릭’ 콘셉트 카와 비슷한 외형에 고성능 혹은 레이스 성격을 가미했다. 스포츠카 만들던 알핀의 정체성을 살린 형태다. 실내는 더욱 정체성이 또렷하다. 운전석이 가운데에 있고, 레이싱 카처럼 납작한 스티어링 휠만 있다. 조작 버튼은 스티어링 휠에 몰아 넣었다. 12시 방향의 작은 화면이 딱 필요한 주행 정보만 표시한다. 레이싱 카처럼 운전에만 집중하라는 의도다. 양산 모델은 달라지겠지만, 눈도장은 확실히 찍었다.




BMW

VISION NEUE KLASSE

‘비전 노이어 클라쎄’는 BMW의 미래다. 지금까지의 BMW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와 개념을 제시한다. 갑자기 튀어나온 콘셉트는 아니다. 그동안 순차적으로 공개한 콘셉트 카의 최종형이다. 우선 전면을 꽉 채운 키드니 그릴이 기존과 달라 보이게 한다. 그냥 그릴이 아니다. 미래 자동차답게 디지털 디스플레이 기능으로 외부와 소통한다. ‘i 비전 서큘러’에서 선보인 콘셉트를 확장했다. 실내는 디지털 신기술로 가득하다. 윈드 스크린은 그 자체로 디스플레이 기능도 겸한다. ‘i 비전 디’로 강조한 디지털 연결성을 확장했다. 재활용 소재로 고급스러운 질감을 구현한 실내도 빼놓을 수 없다. 미래 프리미엄 자동차의 덕목이니까. BMW는 전기차 시대에도 또 다른 부흥을 꿈꾼다. 60여 년 전 BMW의 부흥을 이룬 노이어 클라쎄라는 단어를 미래를 제시하는 콘셉트 카에 부여한 이유다.



MERCEDES-BENZ

CONCEPT CLA CLASS

엔트리 모델이라도 벤츠가 만들면 다르다. ‘콘셉트 CLA 클래스’는 그런 각오를 엿보게 한다. 디자인부터 새롭다. 벤츠의 엠블럼인 삼각별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헤드라이트는 아예 노골적으로 삼각별을 그려 넣었다. 그릴과 휠, 심지어 유리 지붕에도 삼각별이 셀 수 없이 많다.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한 강조랄까. 보통 이렇게 노골적이면 눈살을 찌푸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콘셉트 CLA 클래스는 이를 감상하게 한다. 매끈한 차체 속에 간결하게 별을 수놓은 까닭이다. 벤츠가 지향하는 디자인의 어떤 수준을 알게 한다. 빛 좋은 개살구는 아니다. 내실도 충실하다. 새로운 MMA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롭게 빚었다. 완충 시 750km 이상 달리는 효율, 전기모터와 내연기관 모두 품을 수 있는 범용성, 각종 안전·편의 장치까지 채웠다. 벤츠 엔트리 라인업의 기본이 되기에 주목도가 더 높다.


VOLKSWAGEN

ID. 2ALL CONCEPT

전기차가 늘었지만 아직 가격이 높다. 더 많은 사람이 선택하려면 접근성이 보다 수월해야 한다. 아직 전기차 보급률의 전환점이 될 모델은 등장하지 않았다. 강력한 후보는 있다. 폭스바겐 ‘ID. 2올 콘셉트’의 양산 모델이다. ID. 2올 콘셉트는 폭스바겐 전기차 플랫폼 MEB를 기반으로 한 접근성 좋은 전기차를 제시한다. 작지만 전기차다운 공간 활용성을 바탕으로, 제법 출력 넉넉한 전기모터와 효율 높인 배터리를 짝지웠다. 여러 면에서 전기차 시대의 ‘골프’를 떠올리게 한다. 폭스바겐은 대표 모델 골프의 성공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탄탄한 기본기와 효율성 높은 구성, 접근성 좋은 가격이 성공 요인이었다. ID. 2올 콘셉트도 전기차로서 그 지점을 강조한다. 심지어 외관도 골프를 연상시키는 C필러를 이어받았다. ID. 2올은 2025년에 양산할 예정이다.


LAMBORGHINI

LANZADOR CONCEPT

람보르기니의 전기차 콘셉트 카다. 람보르기니는 ‘레부엘토’로 하이브리드 슈퍼 스포츠카를 선보인 바 있다. ‘란자도르’는 그다음 단계다. 람보르기니는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 절반으로 줄이려고 한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기차가 필수다. 람보르기니 순수 전기차가 나올 때가 됐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람보르기니답냐는 점이다. 란자도르는 람보르기니의 답이다. 디자인은 누가 봐도 람보르기니다. 대신 형태가 새롭다. 기존 모델에 비해 전고가 높으면서 람보르기니 SUV인 ‘우루스’보다 낮다. 장거리를 빨리 달리면서도 편한 그란 투리스모를 람보르기니식으로 해석했다. 레부엘토의 성능과 우루스의 다목적성을 한 대에 집약한 셈이다. 람보르기니는 이를 ‘울트라 GT’라고 명명했다. 앞뒤 차축에 각각 전기모터를 달아 무려 1360마력을 뿜어낸다. 울트라라는 단어를 붙일 만하다.



AUDI

ACTIVESPHERE CONCEPT

몇 년 전부터 아우디는 ‘스피어’ 시리즈로 콘셉트 카를 선보여왔다. 스피어Sphere는 구체, 즉 자동차의 공간을 뜻한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자동차 공간은 지금보다 더욱 중요하다. 아우디는 그 점에 집중했다. ‘액티브스피어 콘셉트’는 그 시리즈의 네 번째 모델이다. 이름처럼 야외 활동을 염두에 둔 자동차의 미래 공간을 구현했다. 무엇보다 다목적성이 핵심이다. 다목적성을 위해 변신도 한다. 차체 지상고를 40mm 높이고 줄이면서 왜건과 SUV 사이를 오간다. 트렁크를 열면 무려 픽업트럭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실내 인포테인먼트도 혁신적이다. 헤드셋을 통해 홀로그램을 펼쳐 보인다. 심지어 헤드셋을 쓰고 밖으로 나갈 수도 있다. 자동차 공간이 외부로 무한히 확장하는 셈이다. 액티브스피어 콘셉트는 미래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한다. 꿈꾸게 하는 것이 콘셉트 카의 존재 이유라면, 아우디는 확실히 목적을 달성했다.


PORSCHE

MISSION X

‘미션 X’는 포르쉐가 스스로 세운 목표다. 포르쉐는 전기차 ‘타이칸’을 출시하기 전에 ‘미션 E’를 선보였다. 포르쉐의 전기 콘셉트 카였다. 미션 E를 통해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는 포르쉐의 자세를 확인했다. 전기차 시대에도 여전히 포르쉐는 스포츠카 브랜드로 존재할 것이라고 믿게 했다. 미션 X는 그 말을 재확인하게 한다. 미래에도 드림 카다운 모습을 유지하려면 사람들을 계속 자극해야 한다. 미션 X는 2인승 전기 스포츠카라는 또 다른 형태로 자극한다. 전면은 포르쉐 르망 경주차를 연상하게 한다. 그러면서 미래적이다. 후면은 과감하면서 독특한 형태로 빚었다. 실내는 스포츠카다우면서 고급스러움도 잊지 않았다. 포르쉐는 미션 X를 양산할 때 몇 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중 첫 번째는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는 차여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을 자극할 줄 아는 포르쉐의 목표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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