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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티스트가 세상을 보는 법

‘무제’, 갤러리 현대 제공

붉은 불빛이 전시장의 불교 헌화대 위로 쏟아진다. 성聖스러운 불교 도상 모음집의 이미지가 속俗을 상징하는 포르노 영상 위에 빠르게 교차하며 흘러간다. 이 비밀스러운 장면의 목격자가 된 1997년 뉴욕 킴 포스트 갤러리의 관객들은 열광했다. 말년에 발표한 박현기의 ‘만다라’는 비디오 아트의 정수이자 그가 평생 질문해온 인간과 자연 그리고 우주의 근원과 존재에 대한 그의 세계관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갤러리 현대에서 개최하는 박현기 개인전 <I’m Not a Stone>에서는 1978년부터 1997년까지 그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대표작 10점을 만날 수 있다.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는 박현기를 표현하는 방대 한 수식어 중 하나일 뿐이다. 작가는 조각, 설치, 퍼포먼스, 포토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우주의 근원, 자연과 인간에 대한 그만의 세계관을 넓혀왔다. ‘돌’은 작가가 1978년 돌탑 작품을 처음 발표한 이후 평생 동안 활용해온 주재료. 어린 시절, 피난 중에도 돌 무더기를 향해 돌을 던지며 소망을 비는 어른들을 목격한 기억은 자연물을 다루는 작가의 탐구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진짜 돌과 합성수지로 색감을 더해 만든 인공 돌을 쌓아올리거나(‘무제’), 인공돌의 자리에 돌 영상이 상영 되는 TV 모니터를 인공 돌의 자리에 설치하는 방식(‘TV돌탑’연작)으로 진짜와 가짜, 자연과 인공 사이 관계를 탐구한다. 전시장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소재는 ‘목재’다. 2m가 넘는 높이로 세워진 목재 구조물 사이를 이동하거나, 그 틈으로 다른 관람객을 관찰하며 직접 체험는 이 작품의 제목은 ‘무제(ART)’. 목재 구조물을 위에서 내려보면 ART 라는 글자 모양이 보이는데 그 안에서만 이동하는 관람객은 이를 알 턱이 없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예술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과 예술의 경계와 해석의 주체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 5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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