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호

SUSTAINABLE CITY OF TOMORROW

기술이 진보하면 우리가 사는 터전도 변화해야 한다. 경제 다각화, 해수면 상승 문제 해결, 일자리 창출 등 저마다 목적은 다르지만, 최종 지향점은 한곳을 향한다. 보다 지속 가능한 삶의 터전을 세우는 것이다. 최근 논의 중이거나 이미 개발에 착수한 미래 도시 프로젝트를 살펴본다.

GUEST EDITOR 한동은

미래를 향한 사막의 가능성 NEOM


사우디아라비아가 분주하다. 석유 중심 국가에서 탈피해 물류, 관광 등 경제를 다각화하겠다는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한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 시티 ‘네옴’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의 진두지휘로 진행 중인 네옴은 가장 중심이 되는 선형 신도시 ‘더 라인The Line’부터 부유형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Oxagon’, 휴양지 섬 ‘신달라Sindalah’, 산악 관광단지 ‘트로예나Trojena’까지 총 4곳의 미래지향적 신도시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현재 홍해와 인접한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지역에 개발 중이다. 네옴의 핵심이자 주거지 역할을 담당할 더 라인은 선형 도시이자 수직 도시다. 사막을 가로질러 홍해까지 닿는 높이 500m, 길이 170km, 폭 200m의 직선 도시를 짓는 것이다. 도시 좌우에 세우는 외벽은 거울을 사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주거 지역과 편의 시설, 녹지가 층층이 벽돌처럼 쌓이는 이 도시에서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동하며, 자동차 대신 도시 끝에서 끝까지 30분 안팎으로 닿을 수 있는 초고속 열차를 이용한다. 자동차 도로가 없기에 배기가스나 교통 체증, 소음 등 고질적인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100% 재생에너지로만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900만 명의 입주민을 수용할 계획인 더 라인은 2027년까지 1차로 2.4km 구간을 완공할 계획이다. 옥사곤은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지역에 육지와 바다에 걸쳐 자리한 지름 7km, 팔각형 모양의 첨단 산업 단지다. 앞으로 세계 물류의 13%를 차지하는 인근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는 물류 선박을 이곳에서 새롭게 맞이할 계획이다. 선박 물류뿐 아니라 철도 운송까지 통합하는 스마트 물류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며, 다양한 제조 공장 및 연구 단지가 들어선다. 또한 매년 5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절약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녹색 수소 플랜트도 짓고 있다. 옥사곤은 2025년 12월 완공을 예상한다. 홍해에 떠 있는 84만m2 크기의 섬 신달라는 럭셔리 휴양의 결정체다. 건축가 루카 디니Luca Dini가 섬의 총괄 디자인을 담당하며, 녹색 수소 플랜트, 태양전지 패널 등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 시설로 운영되는 섬을 구상 중이다. 86척의 요트를 정박할 수 있는 대형 정박지와 슈퍼 요트 75척을 위한 추가 해안 부표를 마련해 원활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했다. 메리어트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과 포시즌스를 포함한 3개의 럭셔리 리조트 브랜드가 입주를 확정 지었다. 또한 파 70코스, 6474야드의 골프장을 조성해 골프 마니아는 물론 카약, 서핑, 수상스키,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개장 시기는 2024년으로, 다른 도시보다 가장 먼저 세계에 공개된다. 트로예나는 스키 빌리지, 초호화 리조트, 36km의 스키 슬로프, 수상 스포츠 시설, 자연보호 구역 등으로 구성된 산악 관광단지다. 고도 1500~2600m에 자리한 곳으로 면적은 약 60km2에 이른다. GCC(Gulf Cooperation Council: 걸프 협력 회의) 지역 최초로 야외 스키장을 마련하며 이곳에서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이 개최될 것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태양열과 풍력 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을 공급하고, 담수화 및 염수 처리 기술을 개발해 폐기 잔류물이 없는 지속 가능한 관광단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숲이 도시가 된다면 SMART FOREST CITY


멕시코 칸쿤에 들어서는 ‘스마트 포레스트 시티’는 말 그대로 숲과 도시가 공존하는 도시다. 도시 총면적은 557만m2로 그중 약 400만m2는 녹지로 사용한다. 주민은 최대 13만 명까지 수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밀라노에 2000종 이상의 나무를 심은 ‘수직 숲’ 개념의 마천루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cale’를 건축한 경험이 있는 이탈리아의 스테파노 보에리 아키테티Stefano Boeri Architetti에서 도시 건축을 담당하며, 수직 숲 건물로 이뤄진 도시를 만든다. 그들은 식물학자이자 조경가인 로라 가티Laura Gatti를 영입했다. 그가 선별한 350여 종, 750만 개의 식물이 공원뿐 아니라 옥상정원, 녹색 파사드 등지에서 자랄 것이다. 도시는 태양열 패널과 농경지로 둘러싸여 식량과 에너지를 온전히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물 공급을 위해서는 자체 순환 시스템을 고안했다. 바다와 연결된 도시 입구의 담수화 타워 시설에 물이 모이고 도시 내 농경지로 연결되는 운하와 건물로 이어지는 지하수도 시스템을 통해 물이 순환한다. 도시에는 환경 지속 가능성과 지구의 미래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연구 센터와 캠퍼스가 들어선다. 미래적인 모빌리티 시스템도 새로운 도시의 중요한 요소다. 밀라노 도시교통 설계 회사 MIC(Mobility in Chain)와 협력해 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 자율주행 자동차도 개발한다.




평등을 꿈꾸는 도시 TELOSA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여 년간 월마트의 미국 이커머스 부문 CEO를 지낸 억만장자 기업가 마크 로어Marc Lore는 평등을 기반으로 한 도시 ‘텔로사’를 꿈꿨다. 도시 이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더 높은 목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이자 그리스어인 ‘telos’에서 따왔다. 아직 미국 내에서 적합한 위치를 찾고 있는 단계로, 네바다 또는 유타, 아이다호, 애리조나, 텍사스 등의 사막을 눈여겨보고 있다. 도시의 크기는 607만m2로 2030년까지 5만 명, 2050년까지 최종 인구 500만 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덴마크 기반의 세계적인 건축 회사 비야르케 잉겔스 그룹Bjarke Ingels Group(BIG)이 도시의 건축과 설계를 담당한다. 건축가 비야르케 잉겔스는 텔로사가 “스칸디나비아의 사회적, 환경적 돌봄과 미국의 자유화 기회를 상징하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텔로사의 중심에 자리한 원뿔 모양의 대형 마천루 ‘이퀴티즘 타워Equitism Tower’는 도시의 랜드마크다. 거대 태양광 지붕이 있는 이 건물은 물 저장고와 수경 재배 농장을 갖추며, 이곳에서 생산한 물과 식량, 에너지를 도시에 동등하게 분배한다. 도시의 모든 건축물은 녹지로 덮인 친환경 건축물로 짓는다. 탄소 중립 개념을 적용한 텔로사는 직장, 학교, 편의 시설 등을 걸어서 또는 자전거로 갈 수 있도록 ‘15분 도시 설계’를 계획하며, 오직 자율주행 전기 자동차만 허용한다.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섬 BIODIVERCITY


말레이시아 페낭섬 남쪽 연안에 수련잎을 닮은 3개의 인공섬이 들어선다. ‘페낭2030’ 비전의 일환인 ‘바이오디버시티’는 생물적 다양성을 뜻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다채로운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도시를 표방한다. 페낭 정부의 감독 아래 비야르케 잉겔스 그룹이 디자인을 맡았고, 컨설팅 엔지니어링 그룹 람볼Ramboll과 건축업체 히자스Hijjas가 협력한다. 3개의 섬은 20~200m2에 달하는 규모로, 약 4.6km 길이의 해변, 약 242헥타르에 이르는 공원 및 25km 길이의 부둣가를 갖췄다. 각 섬은 1만5000~1만8000명의 주민을 수용한다. 가장 서쪽에 자리한 ‘라구나Laguna’는 8개의 작은 섬이 군도를 형성한다. 수상 주택이나 계단식 주택을 지어 거주 지역을 이룰 예정이다. 중앙에 자리한 섬 ‘맹그로브Mangroves’에는 국제적 콘퍼런스, 행사가 열리는 비즈니스 센터가 자리한다. 마지막 ‘채널Channel섬’엔 정부 기관과 대규모 연구 단지, 그리고 디지털 공원이 들어선다. 이곳에서 로봇공학 및 가상현실 등 다양한 미래 교육이 이뤄진다. 건물은 대부분 대나무나 말레이시아 목재 및 재활용 재료를 사용한 친환경 콘크리트로 건설할 계획이다. 건물의 디자인은 페낭 지역 전통 건축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빗물이 잘 흐르고 환기가 쉬운 뾰족한 모양의 지붕이 그 예다. 모든 거주 지구의 주변에는 마치 그린벨트와 같은 폭 50~100m의 완충 구역을 설계했다. 이곳은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자연보호 구역이나 공원으로 사용된다. 섬은 자동차 없는 환경을 목표로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한 안전한 도로를 기반으로 설계되며, 육지를 넘어 물 위와 하늘을 넘나드는 자율주행 교통수단으로 연결되는 것이 목표다.




홍해에 떠오른 산호 도시 MALDIVES FLOATING CITY


해수면 상승 문제에 직면한 몰디브 정부는 새로운 수상 도시 ‘몰디브 플로팅 시티’를 고안했다. 네덜란드의 수상 도시 전문 부동산 개발 기업인 더치 도클랜드Dutch Docklands와 네덜란드의 건축사무소 워터스튜디오Waterstudio가 몰디브 정부와 협력한다. 수상 도시가 자리할 라군은 몰디브 말레 국제공항에서 보트로 1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으며 면적은 200만m2 이상을 차지한다. 네덜란드의 최신 플로팅 기술을 사용해 지은 집, 레스토랑, 소매점, 학교 등을 포함한 5000채의 수상 건물로 구성되고 모든 건물은 바다 전망의 발코니를 갖춘다. 각각의 건물은 얕은 라군의 바닥에 연결되어 안정적이고, 건물끼리 유기적으로 이어져 기하학적인 모듈 시스템을 이룬다. 그 모습이 마치 카리브해의 뇌산호brain coral를 닮았다. 또한 수상 태양열 패널, 수상 농장, 담수 저장 및 생산 시설, 폐기물을 식물의 거름으로 재활용하는 자체 하수 처리장 등을 개발해 탄소 중립을 실천할 예정이다. 수상 도시 아래엔 산호의 성장을 위한 인공 산호 서식지를 설치한다. 이 산호는 흔들리는 파도로부터 도시를 안전하게 지탱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2024년부터 입주를 시작하며 완공 목표 기한인 2027년까지 2만 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