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3년 6월호

‘민트컬렉션’ 노힘찬 대표

버려진 의류에 생명의 심폐소생을 가하는 의류 순환 서비스 플랫폼 ‘민트컬렉션’의 윤회㈜. 대표 노힘찬을 만났다.

EDITOR 정송 PHOTOGRAPHER 이경옥

노힘찬  1988년생으로, 2020년 설립한 윤회㈜의 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현재 14명의 직원과 함께 국내외로 지속 가능한 의류 순환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올해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현대백화점 신촌점, AK몰 홍대점 등에 스토어 입점을 앞두고 있으며, 2024년부터는 유럽으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2020년 노힘찬 대표와 함께 현재 COO 노엘, CCO 우상범 총 3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인 윤회㈜(이하 윤회)는 현재 14명의 최정예 부대와 ‘민트컬렉션’이라는 의류 순환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패션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는 노힘찬 대표는 돈 없는 학생 시절, 예쁘고 독특한 옷을 찾기 위해 ‘구제시장’을 섭렵했다. “패션을 정말 사랑했어요. 그때는 용돈만으로 원하는 옷을 모두 구할 수 없어서 자연스럽게 좋은 퀄리티의 중고 의류에 눈을 돌리게 됐죠. 한창때는 ‘하루에 한 번 옷을 다르게 입기’라는 나름의 챌린지를 만들어 일상의 재미를 찾았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에 쌓인 옷더미를 보고 문득 ‘집을 한번 쇼룸처럼 만들어서 옷을 팔아볼까?’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한 의류 사업은 어린 그에게 사회 경험과 10대 때 흔히 가질 수 없는 재력을 가져다주었다. 사람과 사물, 패션 사이 연결 고리를 찾아 일찌감치 쌓은 의류 순환 경험은 노 대표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윤회를 설립해 중고 의류 시장에 뛰어든 것은 2020년이다. “우리나라에도 중고 의류 시장이 형성되어 있긴 하지만, 해외와 비교해보면 아직 크지 않았어요. 그리고 질병의 시대를 거치면서 경기 침체가 심각해졌죠. 사람들이 씀씀이를 줄이기 시작했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뭐가 좋은 브랜드고, 또 하이 퀄리티의 의류인지 이미 알아버렸어요. 그렇다 보니 중고 의류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도 꽤 생겨났고요.” 노 대표는 특히 이러한 경향에 정보 접근성이 좋은 MZ세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내가 경험하고 싶은 것, 내가 생각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상품’에 얼마든지 지출하는 ‘가치 소비’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니까. “사업을 기획하면서 옷이 그냥 버려지지 않고, ‘순환’하는 것에서 차용해 여러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그중 가장 큰 게 바로 회사명인 ‘윤회’인 거죠. 옷을 비롯한 많은 사물은 사람과 연결이 끊어져 사용되지 않는 순간 그 가치를 잃는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계속해서 사물에 가치를 부여하고 사람과 연결 지으면서 그것의 윤회를 돕는 사람들이라는 확신에 이르렀죠. 굉장히 직관적이죠? 그런데 그만큼 빠르게 결정한 이름이에요.”

노힘찬 대표가 눈여겨본 영역은 단순히 중고 의류 시장만이 아니었다. “애초에 의복은 리사이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소각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판매 후 남은 재고는 폐기 처리되곤 하죠. 요즘 우리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패션에서 옷은 만들어지면 대책이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생산’ 단계에 주목했어요.” 윤회는 의류 순환 서비스 플랫폼인 ‘민트컬렉션’을 론칭하고 ‘케어아이디CARE ID’를 개발했다. 이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암호화된 디지털 워터마크에 의류 제품의 정보를 담고 보증서, 상품 이력 등을 관리하는 패션 전용 디지털 라벨링 시스템이다. 이들은 의류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생산 단계에서부터 케어아이디를 부착해 판매하는 방식을 고안한 것이다. “막상 개인이 세컨드 시장을 이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있죠. 상품을 홍보하고 고객 대응까지 모두 해야 하니까요. 그것을 우리가 대신해주려는 겁니다. 우리와 제휴 맺은 브랜드는 상품에 케어아이디를 부착하면 되고, 소비자이자 판매자는 민트컬렉션에 연락해 상품 처리를 부탁할 수 있죠. 그럼, 저희가 회수해서 검수하고 컨디셔닝을 마친 다음 상품을 재판매하는 순환의 구조를 만들었어요.”

이러한 순환은 윤회와 민트컬렉션이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 경영을 추구하는 이유가 되었다. “저희와 함께 케어아이디 제휴를 맺은 80여 개 의류 브랜드 역시 이러한 부분에서 분명 매력을 느꼈다고 확신해요. 하지만 소비자에게까지 이런 점을 강조하며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민트컬렉션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입지 않는 옷을 처리하면서 일종의 쉬운 거래를 할 수 있는 게 가장 먼저일 것 같아요. 이를 거듭하다 보면 ‘아, 내가 몰랐는데 환경보호에 동참하고 있었네!’ 하고 또 추구할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하길 바랍니다.”

윤회의 민트컬렉션은 총 3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브랜드를 다루는 ‘PRJ (555)’, 플래그십 포지셔닝을 가져간 디자이너 브랜드가 주를 이루는 ‘민트컬렉션’, 그리고 럭셔리 브랜드를 포함하는 ‘러브 트레인Love Train’을 통해 패션계 전반을 두루두루 섭렵하고자 한다. “5월 연희동에 있는 윤회 빌딩 1층에 PRJ (555)의 편집숍을 열었어요. 이미 현대백화점, 갤러리아 백화점 등에도 입점했고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넘어서 유럽까지, 더 넓은 해외시장으로 확대를 모색하고 있어요. 저희는 단순히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한 기업으로 ‘의류 순환’에 앞장설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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