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호

ART SPACE WITH SEA

탁 트인 바다의 풍광과 예술 작품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을 소개한다.

EDITOR 이호준


CENTRO BOTÍN

스페인 북부의 해안 도시 산탄데르Santander에 위치한 ‘센트로 보틴’. 렌초 피아노Renzo Piano가 지은 이곳은 크게 동편과 서편으로 나뉘는데, 비교적 더 높게 설치한 동편 건물은 캔틸레버 구조에서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한 강당과 워크숍,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센터 공간으로 구성했다. 서편은 갤러리로 운영하고 있다. 총 4개의 층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지붕과 전면을 모두 유리 통창으로 만들어 공간 내 어디서든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 특히 전면의 경우, 이중 창을 설치해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 해수면의 빛의 조도를 조절해 눈이 편안한 상태에서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아티스트 로니 혼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으니 바다와 어우러진 예술을 감상해보자.



TURNER CONTEMPORARY

영국 켄트주 북부 지역의 도시 마게이트Margate의 고즈넉한 해안가에는 4개 동으로 이뤄진 다각형 건축물이 자리한다. 2023년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의 대표작 중 하나인 현대미술관 ‘터너 컨템퍼러리’다. 다각형의 외관은 갑작스러운 해수면 높이 변화에 따른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건축적 디자인의 결과물이다. 해안가의 풍경을 전시작과 함께 즐기기 바라는 의도를 담아 각 건물의 외벽은 산성 소재로 에칭 처리한 유리를 사용했다. 내외부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만든 결과, 전시의 디스플레이 또한 안과 밖을 구태여 구분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어 더욱 창의적인 현대미술 전시가 열리곤 한다.



TAG ART MUSEUM

중국 칭다오 부근, 넓게 자리한 서해 만에 위치한 ‘태그 아트 뮤지엄’은 삼림과 해안 사이에 있어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과 산둥 국제해안문화산업이 협력해 진행하는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은 이곳은 총 12개의 전시실이 하나의 구조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각 전시마다 개폐가 가능한 산화 처리한 알루미늄 커튼 월을 설치했는데, 기상이 좋을 때는 이를 개방해 전시실에서 삼림과 바다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알루미늄을 사용한 덕분에 해가 질 즈음 외부에서 노을빛을 품은 듯한 건물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이곳의 감상 포인트다.



ISTANBUL MODERN ART

보스포루스Bosphorus 해협과 골든 혼이 만나는 이스탄불에서도 유명세를 떨치는 카라쾨이Karaky 해안가에 따끈따끈한 신생 건축물이 들어섰다. 이스탄불 모던 아트의 새로운 둥지가 될 공간이자, 무려 1만500㎡의 광범위한 면적을 자랑하는 이 건축물은 건축가 렌초 피아노가 튀르키예에서 진행한 첫 번째 프로젝트다. 그는 보스포루스 해협의 반짝이는 해수면에서 영감을 받아 건물을 디자인했다. 반사하는 빛을 건물에 구현하기 위해 3D 성형 기술로 만든 알루미늄 패널로 파사드를 만들어 마치 물고기 비늘 같은 인상을 준다. 정식 개관식을 앞둔 이곳은 현재 건물 외관만 공개된 상태이며, 내부에는 미술관의 영구 소장 설치작으로 리처드 웬트워스Richard Wentworth의 작품과 더불어 올라푸르 엘리아손Olafur Eliasson이 만든 3가지 작품 또한 비치되어 있다고 한다. 공식 개관전에 대한 정보는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MOUA

해변가가 아닌, 바닷속에 위치한 미술관은 어떨까? 호주 퀸즐랜드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지역에는 이 같은 상상이 현실이 된 곳이 있다. 일명 ‘모우아MOUA(Museum of Underwater Art)라고 불리는 수중 미술관은 실제 관광객과 다이버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허가된 곳이다. 이곳에서는 해저 약 18m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수중 설치 예술가 제이슨 드클레어스 테일러Jason DeClaires Taylor의 대형 설치 작품 ‘산호 온실Coral Greenhouse’을 비롯한 20개의 조각상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설치된 모든 작품은 보호를 위한 별도의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 이는 작품이 해양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게끔 의도한 것이라고 한다. 해양 생물의 서식지이자 차후 산호 군립지로 자리하게 될 이곳은 자연과 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신비로운 현장이다.



HAUSER & WIRTH MENORCA

스페인 메노르카 인근에 있는 작은 섬 이슬라 델 레이Isla del Rey는 60여 년간 사람의 발길이 끊긴 잊힌 섬이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차츰 사라져가던 섬은 세계적인 아트 갤러리 ‘하우저 & 워스’에 의해 다시금 새 생명을 부여받았다. 섬 전체를 예술로 물들이기 위해 18세기 무렵 지은 해군병원을 레노베이션해 갤러리 공간으로 만들고, 6세기 바실리카 유적은 조각이나 설치 작품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건축가 루이스 라플라세Luis Laplace가 진두지휘해 해군병원 일부를 갤러리, 아트 숍, 레스토랑 등으로 탈바꿈했고, 조경가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의 터치로 바다를 뒤로한 섬의 자연 또한 예술 작품의 일부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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