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호

페라리 로마와 함께한 봄날의 남해

완연한 봄, ‘로마Roma’를 타고 벚꽃의 물결과 쪽빛 바다가 펼쳐지는 남해안의 도로를 달렸다. 
페라리의 헤리티지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한 2박 3일의 여정 속으로.

EDITOR 김수진



날렵하고 우아한 페라리의 정수, 로마

1950~1960년대 이탈리아의 풍요롭고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을 비유하는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달콤한 인생)’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페라리 로마. 낭만적인 콘셉트에 잘 어울리는 우아하고 날렵한 외형이 시선을 붙든다. 1962년 선보인 ‘250 GT 베를리네타 루쏘’와 ‘250 GT 2+2’로 대표되는 페라리 미드십 엔진 GT 라인업에서 영감받은 조화로운 차체 비율과 볼륨감이 특징. 페라리 GT의 고전적인 선을 재해석한 간결한 형태, 정제된 스타일링으로 품격 있는 미니멀리즘을 구현했다. 외모는 단아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주행을 시작하면 페라리 특유의 강력한 성능이 진가를 드러낸다. 최고출력 620마력, 최대토크 77.5kg·m의 힘을 뿜어내는 V8 터보엔진을 품고 있어 가속페달을 살포시 밟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남해 바다의 푸른빛을 닮은 블루 컬러의 페라리 로마.



남해의 봄을 달리다

로마 시승을 위해 KTX를 타고 여수엑스포역으로 향했다. 새빨간 레드 가죽 시트를 품은 화이트 컬러 모델과 청자의 오묘하고 우아한 빛깔을 연상시키는 블루 컬러 모델이 2박 3일간 남해 여정을 함께할 주인공. 첫 목적지인 정령치 휴게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뒤 스티어링 휠 뒤편의 레버를 양손으로 당겨 시동을 켜고 천천히 주행을 시작했다. 페라리는 “눈은 도로에, 손은 스티어링 휠에”라는 모토를 이어왔는데, 특히 로마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HMI 시스템을 적용했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차량 전체를 제어할 수 있어 주행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해발 1172m, 지리산의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정령치 휴게소에 가까워지자 천혜의 와인딩 코스가 펼쳐졌다. 쭉 뻗은 도로 위를 시원하게 내달릴 때 못지않게 구불구불한 코너에서도 페라리 로마는 매력을 한껏 뽐냈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민첩하게 반응하며 코너를 돌파하면서도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날렵하게 배분하는 리듬감이 운전의 재미를 일깨운다.

다음 목적지는 스타웨이 하동. 섬진강 수면 위 150m 상공에 20m 높이의 별 모양을 모티프로 지어진 전망대다. 동쪽으로는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83만여 평의 평사리 들판이, 남서쪽으로는 백운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산줄기가 펼쳐져 절경을 이룬다. 이곳까지 가는 길은 남해의 국도와 고속도로를 번갈아 타는 코스여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3.4초밖에 걸리지 않는 로마의 ‘힘’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다. 밟으면 밟는 대로 망설임 없이 앞으로 치고 나가는 차체는 ‘이게 바로 페라리’라는 걸 증명하는 듯하다. 둘째 날 여정은 봄비와 함께 시작했다. 1만2000평 규모의 옛 수산물 가공 공장을 레노베이션한 복합 문화 공간 아그네스 파크로 향하며 마네티노 주행 모드 중 ‘웻Wet’ 모드를 택했다. 페라리 로마는 각 모드별로 배기음 크기, 엔진 반응, 서스펜션 댐핑 등 여러 요소가 최적화되며 차체 세팅이 달라진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강렬한 배기음을 우렁차게 울리며 야생마처럼 돌진하지만, ‘웻’ 모드에서는 접지력이 높아지며 마치 세단처럼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주행을 이끈다.

마지막 행선지는 거제 파노라마 케이블카. 봄꽃이 만개한 주변 도로가 워낙 아름다워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학동고개에서 노자산을 연결하는 1.56km 구간의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한려수도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로 유명하다. 방문한 날은 비와 안개가 자욱해 청명한 풍경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신선의 마을에 도달한 듯 신비로운 분위기가 색다른 감흥을 전했다.

페라리 로마와 함께 만끽한 남해의 봄. GT 카이면서 페라리 특유의 질주 본능을 품은 스포츠카이기도 한 로마의 매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우리나라에 이토록 아름다운 길이 있다는 걸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던 2박 3일이었다.


복합 문화 공간 아그네스 파크 건물과 페라리 로마.


한려수도의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거제 파노라마 케이블카.



COOPERATION  FMK 페라리(537-0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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