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호

에르메스 부회장 기욤 드 센

에르메스는 측정하기 위한 시간보다는 감동과 즐거움을 자아내는 요소로서의 시간에 주목하고 이를 기능적인 오브제로 표현한다.

EDITOR 윤정은

기욤 드 센  에르메스 부회장 겸 매니징 디렉터. 에르메스 가문의 6대손이자 에밀 에르메스Emile Herms의 증손자이며 에르메스 4대 회장이었던 장루이 뒤마Jean-Louis Dumas의 조카다. 1997년 이후 에르메스 워치를 담당하며 워치메이킹 부문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프랑스 명품 평가 기관인 콜베르 위원회Comit Colbert의 의장으로도 오랫동안 활동했다.



부스의 시노그래피가 인상적이다. 어떤 테마로 구성했나?

에르메스는 항상 색다른 방식으로 놀라움을 제공하는 브랜드다. 이번 시노그래피 역시 제품을 보여주는 방식에 차별성을 두었다. 아마 부스 원도에 시계를 전시하지 않는 유일한 브랜드가 아닐까? 나 역시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처음 보곤 깜짝 놀랐다. 작가 클레망 비에유Clment Vieille가 탄소섬유를 사용해 시적인 주제를 아름답고 독창적으로 구현했다. 에르메스의 창조성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지난 몇 년간 시계업계에 변동이 많았다. 올해 분위기는 어떠한가?

작년 워치스앤원더스 기간에는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도착한 지 1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올해는 모든 것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에르메스는 수년간 바젤월드에서 시계를 선보이다가 지난해부터 제네바에서 열리는 워치스앤원더스에 합류했다. 시계업계를 대표하는 유일한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


‘H08’ 컬렉션의 활약이 가장 눈에 띈다. 2021년 처음 선보인 이래, 짧은 시간 동안 에르메스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다.

한동안 다른 시계는 거의 착용하지 않았을 만큼,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시계다. 지금도 신제품 중 하나인 ‘H08’ 오렌지컬러 모델을 착용 중이고, 티타늄과 블루 스트랩 버전도 소장하고 있다. ‘H08’ 워치는 간결한 형태와 우아함, 그리고 타이포그래피의 독창적 측면에서 지극히 ‘에르메스다운’ 시계라고 할 수 있다. 신소재를 사용해 가볍고 실용적이며 착용도 편안하다. 이 컬렉션의 계속되는 확장이 매우 흥미롭다.


컬렉션 최초로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결합한 모델도 선보였다. ‘H08 크로노그래프’ 워치에 대해 소개해달라.

‘H08 크로노그래프’ 워치는 컬렉션 고유의 우아한 디자인에 기능성을 결합한 모델이다. 크기나 두께도 적절해 만족스럽다. 처음 ‘H08’ 컬렉션을 기획하던 단계부터 제품에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준비해왔다. 기존의 남성 고객들은 물론 여성들도 좋아할 제품이라고 확신한다.


혁신적인 복합 물질로 ‘H08’ 워치의 케이스를 제작했다. 계속해서 새로운 소재를 시도하는 점이 흥미롭다.

에르메스는 소재 면에서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대표적으로 가죽과 버들가지를 조합한 ‘켈리 피크닉’ 백이 있다. 버들가지는 프랑스에서 바스켓을 만드는 전통적 소재인데, 이를 고급 제품에 사용하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시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티타늄이나 탄소섬유 같은 소재를 사용해 실용적인 장점을 살리는 한편, 스테인리스스틸이나 골드와는 또 다른 느낌을 강조해왔다. 올해는 반대로 ‘H08’ 컬렉션에 골드 버전을 새롭게 추가했다. 신선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아쏘’나 ‘슬림 데르메스’ 컬렉션에서도 꾸준히 재미있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어떤 테마를 반영했나?

에르메스 워치는 초창기부터 한계를 뛰어넘는 창조적 디자인과 탁월한 장인 정신을 추구해왔다. 또한 스카프나 타이 같은 브랜드의 풍부한 아카이브를 영감의 장으로 활용한다. 신제품 ‘슬림 데르메스 쉐발 드 레장드’ 워치는 도트로 말의 실루엣을 표현한 스카프에서 영감을 받았다. 스카프와 동일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도록 다이얼 위에 에나멜 비즈를 세팅하는 특별한 기술을 개발했다.


신제품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을 꼽는다면?

두 마리의 말이 머리를 맞댄 모습의 ‘슬림 데르메스’ 포켓워치는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시계다. 일본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약 2년 전의 스카프 제품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말총을 사용해 마키트리 기법으로 장식했다.


에르메스 워치는 단순한 시계를 넘어 시간을 해석하는 오브제로 여겨진다. 어느덧 워치메이킹 업계에서 독보적 입지를 쌓은 것 같다.

2022년은 회사가 전반적으로 크게 성장한 놀라운 해였다. 특히 시계 부문은 가장 큰 폭이라 할 수 있는 46%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이 같은 성과는 우리가 지난 15년 동안 주목했던 전략이 유효했음을 보여준다. 에르메스는 그간 진정한 스위스 워치메이커로 인정받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왔다. 다이얼과 케이스 제조사를 인수했고, 보쉐Voucher 같은 무브먼트 제조사와 협력해 인하우스 무브먼트도 선보였다. 2011년 ‘아쏘 타임 서스펜디드’ 워치로 처음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를 수상한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에르메스 워치의 기술적 수준을 인정받은 계기였다.


에르메스 워치가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루는 데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

에르메스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처음엔 다른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25년 전, 삼촌이 나에게 워치 부문 총괄을 요청했을 당시에도 솔직히 워치에 대해 특별한 흥미가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에르메스 워치와 함께하면서 워치메이킹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고, 아예 스위스로 집을 옮겨 5년간 거주했다. 현재도 워치 부문 CEO인 로랑 도르데Laurent Dordet와 사업 전반을 긴밀하게 협업 중이다. 지나온 모든 과정이 흥미로웠고, 현재의 방식도 매우 만족스럽다.


(좌) 말총을 마키트리 기법으로 장식한 ‘슬림 데르메스’ 포켓 워치. (우) 에나멜 비즈로 말의 실루엣을 표현한 ‘슬림 데르메스 쉐발 드 레장드’ 워치.



COOPERATION  에르메스(542-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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