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호

THINK ABOUT CIVILIZATIONS

52번째 프리츠커 건축상이 영국의 데이비드 앨런 치퍼필드에게 돌아갔다. 그의 건축 세계는 섬세하면서도 강력하다.

GUSET EDITOR 유승현

우리에게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으로 친숙한 영국의 건축가 데이비드 앨런 치퍼필드David Alan Chipperfield. 그가 올해로 52회를 맞는 프리츠커 건축상의 수상자로 선정되어 오는 5월 24일 시상식을 갖는다. 우아한 아름다움과 절제, 연속성과 명확한 구성을 지향하는 건축물을 40여 년간 완성하며 그는 동시대 건축가들에게 긴 시간 귀감이 되어왔다. “디자인은 색상과 모양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련의 질문들과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일로, 그 과정엔 언제나 엄격한 기준과 논리적 결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라는 것이 그의 건축적 소신이다. 그의 건축이 특별한 것은 단순히 외형적 완성도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철저한 절제미를 바탕으로 역사와 문화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기존 건축물과 자연환경에 대한 존중을 표현한다. 그만큼 신축은 물론 레노베이션, 복원 등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세상을 좀 더 이롭게 만드는 건축을 실현해왔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16세기 지어진 ‘프로쿠라티에 베키에Procuratie Vecchie’ 건축 레노베이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60여 년간 방치된 독일의 ‘베를린 신 박물관Neues Museum’ 복원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건축가는 더 아름다운 건축과 도시를 만드는 것을 넘어 세상을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도 참여할 수 있다.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지 않아야 하며, 특히 사회의 우선순위를 재고하는 데 있어 환경 위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말이다.


INTELLIGENCE AND MODESTY

프리츠커 건축상 심사위원단 역시 그의 건축 철학을 높이 샀다. 특히 유행에 따라 빠르게 건설하고 파괴하는 현대건축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그간 지향해온 명상적이고 지속 가능한 건축물의 가치에 주목했다. 그간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기보다 도시와 환경의 맥락을 따져 물으며 궁극에 각 건축물이 지녀야 할 의미를 곱씹어 작업에 임해왔다. 2016년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이자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는 “많은 건축가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화려하게 채울 욕망으로 작업에 임하는 것에 반해,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명확하고 세심한 이유들을 따져가며 각각의 프로젝트를 완성해왔다. 물론 강하고 기념비적인 인상을 남긴 것도 있었지만 자신의 건축 스타일을 모두 지워야 하는 작업도 많았다. 하지만 그가 언제나 완전한 선善을 추구했기에 그의 건축물은 시간의 시험을 이길 수밖에 없다. 패셔너블함을 피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작품은 영원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프리츠커 건축상을 후원하는 하얏트 재단의 톰 프리츠커Tom Pritzker 의장 역시 “그는 단 한순간도 유행을 따르거나 과도한 자기 확신에 빠지지 않았다. 전통과 혁신을 연결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역사와 인류를 위해 봉사한 건축가다”라고 극찬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작품에서 우아한 완성미가 뿜어져 나오는 것은 그가 문명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사회와 복지를 디자인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수상은, 건축은 궁극적으로 외형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속에서 완성되는 관계, 히스토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과 더불어, 건축이 인류의 미래에 의식적, 환경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확인시킨 대목이다.


독일 베를린의 제임스 사이먼 미술관James Simon Galerie.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박물관섬의 입구 역할을 하는 미술관으로 다른 박물관과 이어지는 동선을 함께 고려해 설계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대표작 중 하나인 BBC 스코틀랜드 본사 내부.


올해의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데이비드 치퍼필드.



COOPERATION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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