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호

RUNWAY ARTWORKS

예술가의 창의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23년 가을·겨울 시즌 컬렉션 곳곳에 닿은 개성 넘치면서도 매력적인 손길들.

ASSISTANT EDITOR 차세연

MIU MIU

관찰이라는 행위에서 비롯되는 신체와 옷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 2023년 가을·겨울 컬렉션. 미우치아 프라다가 선택한 아티스트는 한국인 예술가 정금형 작가였다. 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평소 신체와 사물과의 관계에 대해 조명하는 감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여왔다. 패션쇼 무대 위 스크린 화면에서 옷과 원단을 어루만지며 몸과 대화하는 그녀의 비디오가 상영되었고, 이 영상은 새로운 레디투웨어와 함께 그 존재감을 표표히 드러냈다. 매니시한 카방 코트나 가죽 재킷에 보디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폰 소재의 하의와 스타킹을 매치하는 것이 이번 컬렉션의 핵심. 브라운, 그레이 등의 컬러를 적용해 미우 미우만의 부드러우면서도 개방적인 여성상을 그려낼 전망이다.


LOEWE

로에베는 실루엣과 질감, 소재가 빛에 반응하는 시각을 주제로 2023 F/W 컬렉션을 선보였다. 질서와 무질서 사이를 탐구하며 붕괴의 필연성을 주장하는 이탈리아 예술가 라라 파바레토Lara Favaretto가 무대 연출을 함께 맡았다. 백색의 쇼장 내부에 설치한 알록달록한 원색의 대형 색종이 블록 작품은 관객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했다. 색종이 조각들을 뭉쳐 만든 큐브 블록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무너지는 불안정성을 띠는데, 이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컬렉션에서는 주름과 볼륨, 드레이프 등으로 구현한 자연스러운 실루엣이 돋보였다. 포커스와 아웃 포커스 사이의 불분명한 모습을 흐릿하게 각인한 프린팅 디테일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


DIOR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2023년 가을·겨울 패션쇼는 1950년대의 전통적인 프랑스 스타일을 재해석해 구성했다. 루비, 에메랄드, 토파즈 등의 원색 컬러와 화려한 자수 디테일, 타탄체크가 주된 활약을 펼치는 가운데 이번 쇼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단연 조아나 바스콘셀로스Joana Vasconcelos다. 포르투갈 출신의 예술가인 그녀는 일상의 물건을 활용해 현대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대 전체를 가득 채운 조형물 ‘발키리 미스 디올Valkyrie Miss Dior’은 과거 여성들의 영역이던 뜨개질로 이루어진 패브릭 작품.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듯한 유기적인 형태에 풍부한 색채가 더해져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디올은 이를 통해 소박한 행위 뒤에 감춰진 여성의 강인함을 표현했고, 동시에 크리스찬 디올의 동생인 카트린 디올에 경의를 표했다.


LOUIS VUITTON

루이 비통은 지난 2023 S/S 시즌에 이어 다시 한번 프랑스 아티스트 필리프 파레노Philippe Parreno와 재회했다. 패션쇼 당일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쇼장 가운데에 설치한 그의 흑백 작품. 자갈길을 연상시키는 바닥과 기하학 형태의 천장, 금빛 물결로 가득한 벽면이 오르세 미술관과 대비되며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차갑고 뾰족한 구조물은 파리 특유의 시크함을 표현한 것이다. 자동차 경적, 발자국 소리 같은 도시 소음을 활용한 영화 사운드 엔지니어 니콜라 베케르Nicolas Becker의 배경음악 또한 파리의 거리를 구현하는 데 한몫했다. 구조적인 형태의 상의와 화려한 프린팅 코트, 양모를 비롯한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레디투웨어는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지닌 실험적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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