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호

호주에서 만난 페라리의 세계

과거부터 현재까지 페라리의 거대한 발자취를 선보이는 전시 <우니베르소 페라리Universo Ferrari>. 
올해는 브랜드 75주년을 기념해 페라리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마라넬로를 벗어나 호주 시드니에서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11월 26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전시 현장에서 만난 ‘페라리의 세계’.

EDITOR 김수진

1967년 ‘데이토나 24시간 레이스’에서 1, 2, 3위를 휩쓴 ‘330 P4’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데이토나 SP3’.


1929년 엔초 페라리Enzo Ferrari가 만든 F1 레이싱 경주팀 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에서 출발해 지난 75년 동안 ‘슈퍼카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자동차 브랜드 페라리. 레이싱을 위해 양산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브랜드답게 ‘스피드’를 위한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자동차를 여럿 탄생시켰다. 이런 페라리의 도전과 성취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페라리의 세계’라는 의미를 지닌 <우니베르소 페라리>. 아이코닉한 모델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과 철학, 헤리티지를 소개하는 페라리만의 자체 모터쇼로 2019년 이탈리아 마라넬로Maranello에서 처음 시작했다. 올해는 브랜드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호주 시드니로 자리를 옮겨 행사를 펼쳤다. “페라리는 호주의 자동차 팬들과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페라리가 75주년을 맞이하는 동안 호주 팬들과의 인연 역시 70년간 이어졌다. 때문에 이 특별한 전시를 호주에서 개최해 페라리의 고객, 팬들과 소중한 기회를 공유하기로 했다. <우니베르소 페라리>를 시드니에서 열게 된 이유다.” 페라리 최고 마케팅 & 재무 책임자 엔리코 갈리에라Enrico Galliera의 설명이다. 페라리가 특별한 전시를 위해 택한 장소는 시드니를 대표하는 경마장 ‘로열 랜드윅Royal Randwick’. 전시장은 이탈리아 마라넬로의 현장을 고스란히 옮긴 듯, 브랜드의 상징적인 장치들과 아이코닉한 모델로 채워졌다. 먼저 경마장 정문부터 본 전시장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도약하는 말 ‘카발리노 람판테Cavallino Rampante’가 새겨진 노란 깃발이 줄지어 나부끼며 관람객을 반긴다. 입구에서는 페라리를 상징하는 레드 컬러 ‘로소 코르사Rosso Corsa’를 입은 카펫과 포토 월이 발길을 붙든다.


미하엘 슈마허에게 2004년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안겨준 ‘F2004’.


‘스피드’에 진심인 브랜드

첫 전시실은 브랜드의 시작점인 ‘레이싱’을 테마로 꾸몄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F1 팀 스쿠데리아 페라리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이번에는 특히 호주에서의 성과를 조명했다. F1 챔피언 트로피를 일곱 번이나 거머쥔 스피드의 대명사 미하엘 슈마허Michael Schumacher에게 2004년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안겨준 머신 ‘F2004’가 이곳의 주인공. 벽면에는 그동안 F1 호주 그랑프리에서 거둔 성과를 보여주는 트로피가 줄지어 서 있다. 다음 공간에서는 클래식과 헤리티지의 정수가 펼쳐진다. 유서 깊은 차량의 완벽한 수리와 복원을 책임지는 서비스 ‘페라리 클래시케Ferrari Classiche’를 소개하는 섹션으로 마라넬로의 전담 부서 공간을 재현했다. 중앙부에는 페라리를 넘어 자동차의 아이콘이 된 두 대의 차가 나란히 놓였다. 엔초 페라리의 유작으로 잘 알려진 ‘F40’은 1987년 출시한 ‘스피드의 아이콘’. 2.9리터 V8 엔진을 품고 최대출력 478마력을 뿜어내면서도 무게는 1.3톤에 불과하다. ‘365 GTB/4’는 1967년 데이토나 24시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1968년 파리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모델로 4.4리터 V12 엔진을 탑재했고 최대출력 352마력을 자랑한다. ‘488 피스타 스파이더Pista Spider’와 ‘포르토피노Portofino M’이 전시된 공간을 지나면 세 번째 섹션이 펼쳐진다. 이곳의 주제는 페라리의 라이프스타일과 경쟁 정신. 고객 레이싱 프로그램인 ‘코르세 클리엔티Corse Clienti’와 ‘콤페티치오니Competizioni GT’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현재의 페라리를 대표하는 모델을 한데 모은 전시장.


현존하는 최고의 스포츠카가 한자리에

2층에서는 현재의 페라리를 대표하는 최신 라인업을 감상할 수 있었다. 레이싱에 특화된 아세토 피오라노 옵션을 장착한 ‘SF90 스파이더Spider’부터 우아한 라인과 컬러가 압도적인 ‘로마Roma’, 전 세계 999대 한정 모델 ‘812 컴페티치오네Competizione’, 6기통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296 GTB’와 ‘296 GTS’까지 기술과 공학의 조화로 빚어낸 혁신적인 모델을 한자리에 모았다. ‘나만의 페라리’를 맞춤 제작할 수 있는 ‘테일러 메이드Tailor Made’ 서비스를 소개하는 섹션도 마련했다. 1962년 필 힐Phil Hill과 올리비에 젠드비앵Olivier Gendebien의 ‘르망 24시 레이스’ 우승을 연상시키는 숫자 6으로 도어와 보닛을 장식한 파란색 ‘SF90 스트라달레Stradale’와 오렌지 & 브론즈를 섞은 듯한 오묘한 컬러가 인상적인 ‘812 GTS’ 오픈 톱 모델이 시선을 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전시장에는 ‘몬자Monza SP2’와 ‘데이토나Daytona SP3’가 나란히 놓였다. 페라리 아이코나 시리즈를 대표하는 모델로, 한정 생산 에디션으로 출시돼 브랜드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 있다. 특히 전설의 레이싱 카 ‘330 P4’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데이토나 SP3는 이 시리즈의 가장 최신 모델로, 이번 전시를 통해 남반구 최초로 호주에서 공개해 주목받았다.


세상에 단 한 대뿐인 페라리를 제작할 수 있는 ‘테일러 메이드’ 서비스 소개 섹션.



페라리가 75년 역사상 최초로 선보인 4인승 4도어 스포츠카 ‘푸로산게’. <우니베르소 페라리> 행사를 통해 호주에서 처음 공개했다.


페라리의 또 다른 미래, 푸로산게

‘아이코나 시리즈’ 전시를 끝으로 <우니베르소 페라리>의 여정은 마무리된다. 하지만 페라리가 준비한 것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루프톱 테라스로 나서자 행사의 대미를 장식할 또 한 대의 차가 기다리고 있다. 붉은 베일에 가려진 차의 정체는 ‘푸로산게Purosangue’. 페라리 75년 역사상 최초의 4도어 4인승 차량으로, 이탈리아어로 ‘순종Thoroughbred’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처럼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DNA를 응축했다. 1등석 못지않게 편안한 4개 시트를 품으면서 탁월한 드라이빙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페라리는 혁신적인 레이아웃과 비율을 채택했다. 프런트 미드 엔진을 장착하고 기어박스를 후륜 쪽에 배치해 스포츠카와 같은 트랜스 액슬 레이아웃을 구현한 것. 엔리코 갈리에라는 “푸로산게는 SUV가 아닌 스포츠카”라며 “이 프로젝트는 오래전 엔초 페라리가 4인승 스포츠카를 구상한 데서 시작됐고, 기술적으로 모든 준비가 완성된 시점에 새로운 세그먼트를 선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에서 열린 <우니베르소 페라리>. 과거부터 현재까지 견고하게 이어져온 페라리의 유산을 확인하고, 타협 대신 도전을 택할 브랜드의 미래를 마주한 자리였다.


푸로산게와 페라리 최고 마케팅 & 재무 책임자 엔리코 갈리에라



COOPERATION FMK 페라리(537-0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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