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서구룡 문화지구의 새로운 명소, 홍콩 엘플러스 뮤지엄

CITY OF ART, HONGKONG

세계 미술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 아트 애호가들의 발길을 부르는 도시, 홍콩. 최근 서구룡 문화지구에 새로운 명소 ‘엠플러스 뮤지엄’이 들어서면서 글로벌 아트 시티로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빅토리아 하버를 품은 서구룡 문화지구. photo: Virgile Simon Bertrand © Herzog & de Meuron
세계적 뮤지엄의 탄생
홍콩을 다시 찾을 이유를 꼽아본다면 수많은 매력적인 장면이 머릿속을 스칠 것이다. 센트럴에 자리한 쇼핑과 미식을 위한 명소들, 아트페어와 메가 및 로컬 갤러리 투어 등이 상상만 해도 여행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과거의 홍콩을 추억하는 것에서 나아가 변화하는 홍콩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제 ‘서구룡 문화지구’로 향해야 한다. 구룡반도 서쪽을 대규모 매립한 이 지역은 빅토리아 항구를 품은 약 39만6000㎡ 면적의 부지였다. 1990년대부터 홍콩 정부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바탕으로 지역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고, 그 결과 공항이나 아파트 대신 17개 문화 시설이 들어선 아트 디스트릭트를 조성하기로 결심한다. 홍콩 정부의 적극 지원 아래 서구룡 문화지구는 탄탄한 예술 생태계를 구축했고, 20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풍경을 빚어내고 있다. 그 예로 홍콩의 오페라하우스인 시취 센터Xiqu Centre에서 2019년 오픈한 쇼핑몰로 풍부한 아트 컬렉션을 보유한 K11 뮤제아Musea, 재개관한 홍콩아트뮤지엄 등 다채로운 문화 명소를 들 수 있다.


엠플러스 뮤지엄의 파사드를 통해 불꽃놀이 중계 등 다양한 이벤트가 중계된다. photo: Kevin Mak © Herzog & de Meuron


개관전 <홍콩: 히어 & 비욘드> 전시 전경. photo: Lok Cheng © M+ Hong Kong
여기에 방점을 찍을 장소는 11월 12일 개관식을 마친 ‘엠플러스 뮤지엄M+ Museum’. 최근 서울의 ‘송은’을 설계한 건축 듀오 헤르초크 & 드 뫼롱이 설계를 맡은 곳으로 아시아 최초의 ‘컨템퍼러리 비주얼 문화 뮤지엄’을 표방하는 곳이다. 시각 미술, 디자인, 건축 등을 아우르며 아시아 미술사를 조망하는 컬렉션을 선보인다. 빅토리아 하버를 품은 수변 공원을 마주하는 엠플러스 뮤지엄은 하나의 미술관이라기보다 공간 전체가 문화 콘텐츠를 아우르도록 설계됐다. 33개의 전시장과 교육 센터, 극장과 미디어 테크 라이브러리 등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카페와 다국적 레스토랑 ‘ADD+’ 등 휴게 시설도 마련되어 있으며, 안성재 셰프가 이끄는 미쉐린 2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모수’ 또한 이곳에 문을 열 예정이다.


뮤지엄 건축물은 가족과 연인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photo: Edman Choy © Herzog & de Meuron
자세히 컬렉션을 들여다보면 왜 글로벌 미술관의 탄생인지 수긍이 간다. 6개의 개관전에서만 전 세계 760명 작가의 작품 170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홍콩: 히어 & 비욘드> 전시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홍콩 고유의 시각 문화 발전사를 보여준다. <M+ 지그 컬렉션: 혁명에서 세계화까지>는 스위스 출신 세계적 컬렉터 울리 지그Uli Sigg가 기증한 1510점의 방대한 컬렉션 중 중국 현대미술 작품을 모은 전시로, 1970년부터 2000년대까지 중국 현대 미술의 역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홍콩과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역할을 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만큼 입체적인 구성을 취한다. 일반적인 전시 형태를 벗어난 컬렉션도 볼 수 있다. 일본 건축가 구라마타 시로가 설계한 도쿄 신바시의 스시 레스토랑을 통째로 분해해 이송한 뒤 다시 설치한 것이 특히 눈길을 끈다. 그간 아트 애호가들의 두터운 사랑을 받아온 홍콩은 이제 서구룡 문화지구의 발전으로 인해 다시 한번 신선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우리를 방대한 예술의 세계로 이끌 것이다.


헤르초크 & 드뫼롱이 건축을 맡은 뮤지엄의 구조적인 내부 디자인. photo: Kevin Mak © Herzog & de Meuron
미술관 이상의 미술관, 홍콩 엠플러스 뮤지엄이 그리는 미래엠플러스 뮤지엄은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처럼 세계적 뮤지엄으로 도약하기 위해 고유한 기준과 방향성을 지니며 컬렉션과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아시아 미술에 높은 관심을 가진 유럽과 미국의 박물관들도 연이어 협업을 제안하는 중이다. 2013년부터 엠플러스의 수석 큐레이터로 뉴욕 현대미술관, 워커 아트센터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를 역임한 한국 출신 정도련 부관장이 다양한 문화권을 배경으로 하는 팀을 이끌고 있다. 개관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와 김영애 롯데백화점 아트비즈실장이 화상으로 새로운 미술관의 개관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뮤지엄 지하 1층에 자리한 큐레이터 크리에이티브 카페. © M+ Hong Kong


뉴욕 현대미술관, 워커 아트센터 등 유수의 미술관을 거쳐 엠플러스 뮤지엄을 이끄는 정도련 부관장.
엠플러스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
2008년 홍콩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21세기 비주얼 컬처 클럽’을 결성했다. 오랜 시간 논의 끝에 ‘미술, 디자인, 영상을 아우르되 아시아 시각 문화 간 접점과 차이점을 보여줄 수 있는 미술관’을 세우자는 방향성을 정했다. 전시, 교육 같은 전통적 미술관의 영역을 넘어 초경험적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를 바탕으로 ‘More than Museum’이라는 의미의 ‘M+’를 가칭으로 정했는데, 이 이름이야말로 비전을 실현할 브랜딩이란 생각이 들어 그대로 정식 명칭으로 정했다.

아시아의 관점에서 미술사를 조망한다는 콘셉트가 신선하다. 이러한 생각을 실현할 곳으로 홍콩이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시아에서 다른 국가와 지역을 관통하면서 컬렉션을 보여주는 사례는 드물다. 엠플러스 뮤지엄은 홍콩에서 시작해 중국 본토는 물론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로 시야를 확장하고, 세계 미술과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리서치하며 컬렉션을 만들어간다는 목적을 가진 곳이다. 때문에 아시아 내부를 아울러 바라보고,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확장성을 지닌 지역으로 홍콩을 대체할 곳을 찾기는 어렵다. 서구룡 문화지구가 개발되기 이전부터 홍콩이 관광, 음식, 쇼핑 등 아시아 문화의 허브로 알려진 점도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해마다 아트바젤 홍콩이 열릴 때면 홍콩은 도시 전체가 갤러리가 된다. 유명 갤러리가 다수 입점한 페더 빌딩, 소더비가 입주해 있는 퍼시픽 플레이스는 물론 전체적으로 쇼핑과 문화의 경계가 사라진 인상을 받곤 한다. 세계적으로 백화점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 엠플러스 뮤지엄의 부관장으로서 소비와 문화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세계적 아트 컬렉터 에이드리언 청Adrian Cheng의 주도 아래 2019년 개관한 K11 뮤제아도 그와 맞닿아 있는 사례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방대한 아트 컬렉션을 자랑하는 곳이다. “쇼핑몰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뮤지엄’이라고 정의한다면, 정작 뮤지엄인 엠플러스는 그들과 어떤 방식으로 경쟁해야 할까?” 이런 질문이 전시 이 외의 요소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고, 전시와 교육이라는 미술관 고유의 영역은 수호하되 ‘라이프스타일 체인지’라는 폭넓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게 됐다. 뮤지엄 숍의 상품을 직접 개발하는가 하면 컬렉션 내 디자이너, 공예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굿즈를 제작했다. 또한 엠플러스의 아이덴티티는 웹사이트에도 잘 반영돼 있다. 비주얼 아트의 하나로 생각하고 디자인과 콘텐츠 제작에도 반영했다. 통상적으로 박물관의 디지털 웹사이트 팀은 마케팅 부서 아래에 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전시 기획팀과 대등하도록 배치했다. 모든 작품을 오픈 소스로 웹사이트 방문객들이 간편하게 볼 수 있도록 온라인 컬렉션을 구성했다.

아트 마켓과 관련해 최근 한국의 ‘단색화’ 열기가 뜨겁다. ‘한국의 모노크롬’이 아닌 소리 나는 대로 ‘Dansaekhwa’로 표기하는 움직임도 있고, 해외에서 전시를 마치고 나면 작품이 더 큰 인기를 얻곤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또한 엠플러스 뮤지엄에서 단색화 혹은 한국 작가의 전시를 열 계획은 없는지?
단색화는 서구 모노크롬의 아류나 카피가 아니고, 그 바탕에 역사적 맥락과 이론적 기반이 있기에 지금의 붐을 일으킨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바탕에 ‘한류’라는 거대한 흐름이 자리해 아트 마켓에서 큰 주목을 받은 영향도 있을 것이다. 큐레이터로서 내가 미국에서 홍콩으로 활동지를 옮길 때, 주변 사람들이 내게 ‘문화적 불모지’에 왜 가려 하느냐며 의아해했다. 1980년대 10대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사람으로서 내게 홍콩은 늘 이색적이고 국제적인 인상이었고, 특히 홍콩 영화는 매우 중요한 문화적 배경을 심어줬다. 지금 20~30대가 K-팝에 열광하는 것도 1980년대 우리 세대가 홍콩 영화를 바라보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엠플러스 뮤지엄은 향후 3~5년간의 전시 방향이 정해져 있지만, 언제든 대중의 관심을 기민하게 반영할 예정이다. 현재 개관전으로 6개의 컬렉션 전시를 열고 있는데, 그중 하나의 전시회에 박서보, 하종현, 김용익, 이승택의 작품이 포함돼 있다.


영상 아카이브를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테크. photo: Kevin Mak © M+ Hong Kong
백남준 작가 컬렉션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백남준 작가의 초창기 작업인 1960~1970년대 작품을 여러 점 소장하고 있다. 보존과 수리에 보완이 필요해 개관전에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준비가 끝나는 대로 공개할 예정이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작가의 유산을 이어가며 초창기 넷 아트에 영향받은 작품을 선보이는 ‘장영혜중공업’의 1999년 이후 모든 아카이브도 확보했다. 미디어 아트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혁명적인 작품들을 컬렉션에 더하고 있으며 NFT 아트 등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엠플러스 뮤지엄의 작품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는 날은 언제쯤일까?
국경이 열리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대신 현장 방문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버추얼 워크를 영상으로 제작했다. 각 분야의 전문 큐레이터가 6개의 전시를 심도 있게 설명하는 영상도 준비 중이며,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엠플러스 뮤지엄의 부관장으로서 궁극적인 바람에 대해 들려준다면.
리더로서 시각 미술, 건축, 영상, 홍콩 비주얼 컬처 등 다양하게 나뉜 큐레이팅 팀을 이끌고 있는데 모든 것을 결정하기보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정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뮤지엄을 만들어가는 이들이 가진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지식들을 짜임새 있게 직조하기 위해 힘쓸 예정이다. 또한 새로운 개념의 뮤지엄으로서 관람객들이 오직 작품만을 감상하기보다 뮤지엄의 세부 공간들을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 향유하길 바란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22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