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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의 귀환

리움미술관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3개의 전시장과 로비에 부드러운 변화가 이루어졌고, 고미술·현대미술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에서는 앞으로의 각오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리움미술관의 달라진 모습과 전시들을 살펴보자.


로툰다 천장에 설치한 미술가 김수자의 작품 ‘호흡’.


리움미술관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의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에서 만날 수 있는 론 뮤윅의 대형 조각 ‘마스크 II’. photo: 한도희 © Ron Mueck
리움미술관의 변화는 들어가기 전부터 느낄 수 있다. 2004년 개관 이후 사용해오던 리움의 MI(Museum Identity)가 디자인 회사 울프 올린스Wolf Olins와의 협업으로 바뀐 것. 입구에 위치한 시계 방향 회전 로고가 국내외 미술계를 아우르는 리움의 역동성을 상징한다.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테라코타 벽돌 소재 고미술 상설 전시장, 장 루벨의 부식 스테인리스스틸과 유리를 사용해 만든 현대미술 상설 전시장, 렘 쿨하스의 블랙 콘크리트 소재 아동교육문화센터 등 3개의 건물을 연결하는 로비도 완전히 달라졌다. 정면에는 미술가 이배의 숯 작품 ‘불로 부터’를 활용한 안내 데스크가 설치되어 있어 놀랍다. 이배 작가는 신부가 혼인하고 신랑의 집에 처음 갈 때 불 붙은 숯을 뛰어넘어 들어가 액운을 떨쳐버리던 경상도의 풍습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날치 밴드와 함께한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에 등장했던 둥근 나선형 계단 로툰다에는 미술가 김수자의 특수 필름 소재 작품 ‘호흡’이 설치되어 날씨의 변화에 따라 오색 찬란한 빛의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11m 길이의 미디어 월에서는 자연을 소재로 한 미술가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디지털 작품 3점을 만날 수 있다. 3개의 전시 중 고미술 상설전이 열리는 M1부터 관람하는 것을 권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M1 4층으로 가서 로툰다를 통해 걸어 내려오는 동선이 편리하다. 리움미술관은 국립중앙박물관 못지않은 소장품을 보유한 데다 디지털 가이드를 통해 모든 작품의 설명을 들을 수 있기에 풍성하고 조용한 감상을 만끽할 수 있다. 4개 층은 각각 청자, 분청사기와 백자, 조선 시대 그림과 글씨, 불교미술 공예품으로 나누어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주제에 맞는 현대미술 작품도 함께 설치한 것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3층에서는 분청사기의 장식 기법과 연결되는 박서보의 ‘묘법 No.1-14-81’과 백자를 만드는 고령토로 그림을 그리는 정상화의 ‘무제 86-2-28’도 만날 수 있다. 출품작 160점 중 국보 6점과 보물 4점을 포함하는 화려한 컬렉션이지만, 4층에는 실제로 사용했던 찻잔과 그릇을 이용한 청자 소품실도 마련해 다양한 고미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불 ‘사이보그 W1, W2, W4, W6’, 1998~2001, 아트선재센터와 리움미술관 소장 photo: 한도희 © Lee Bul


고미술 상설전의 청자 소품실 전경.


아니시 카푸어, ‘이중 현기증’, 스테인리스스틸, 220×500×90cm, 2012 © Anish Kapoor
현대미술 상설 전시장 역시 2층에서부터 B1층으로 내려오는 경로를 추천한다. 2층에서는 <검은 공백>이라는 주제로 인간의 삶과 예술에 투영된 검은색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서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건 국내외 작가의 작품이 검은색이라는 공통점으로 조화를 이루는 점이다. 최만린의 조각 ‘현’, 최욱경의 회화 ‘레디와 백조’, 가다아메르의 자수 회화 ‘블랙 안지-RFGA’, 폴 매카시의 조각 ‘설백 난쟁이(행복이)’ 등이 어우러져 감상의 즐거움을 안긴다. 1층에서는 <중력의 역방향>, B1에서는 <이상한 행성>이라는 주제의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의 다채로운 경향을 느낄 수 있다. 내년 1월 2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에서는 51명 작가의 130여 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팬데믹을 계기로 인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만큼 관심을 받고 있는 전시다. 로비에서 기획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통로부터 현대미술의 거장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 안토니 곰리의 ‘표현’, 조지 시걸의 ‘러시아워’가 자리해 미술관의 품격을 과시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7개의 주제로 전시가 시작된다. 실제 사람 얼굴 같은 론 뮤윅의 조각 작품 ‘마스크 II’, 신체 행위로 그림을 그린 이브 클랭의 회화 ‘대격전(ANT 103)’, 자신이 직접 피사체가 되어 사진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신디 셔먼의 ‘부서진 인형’ 연작, 거리에서 수집한 유전자 정보로 사람의 얼굴을 3D 프린팅한 헤더 듀이 해그보그의 ‘스트레인저 비전스’ 등 현대인의 실존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 가득하다. 전시 관람은 무료지만 예약은 치열하다. “리움미술관은 우리나라 미술가를 해외에 알리고,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전시를 국내에 소개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새로 부임한 김성원 부관장이 개관에 앞서 뜨거운 각오를 밝힌 만큼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21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