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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빚는 서울의 젊은 양조장

서울의 쌀과 물로 빚는 막걸리, 한강주조

물 좋고 공기 맑은 산골 대신 서울에서 막걸리를 빚는 양조자들이 있다. 전통적인 방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개성 있는 맛을 담아내는 이들의 막걸리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고급스러운 칵테일 바, 화제가 되는 소셜 모임 등에 등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강주조의 고성용 대표와 이상욱 이사, 정청요 대리.


나루 생 막걸리 6도 효모가 살아 있는 생막걸리는 병입을 한 뒤에도 맛이 차츰 변한다. 처음에는 단맛이 강한 편이지만 냉장고에서 발효를 더 하면 맛이 드라이하게 변한다.

나루 생 막걸리 11도 평소 도수가 높은 술을 즐긴다면 사케처럼 따뜻한 물에 술잔을 2분 정도 데워 마셔볼 것. 막걸리 향이 더 진하게 올라온다.

서울에서도 쌀을 재배한다. 강서구 개화동 일대에 자리한 86만 평(약 283만m²)의 논에서 난 ‘경복궁쌀’로 쌀알이 작고 단단해 밥을 지으면 특유의 감칠맛이 난다. 이 쌀로 막걸리를 빚어 진정한 의미의 ‘서울 술’을 만드는 청년들이 있다. 성수동에 양조장이 자리한 ‘한강주조’의 고성용 대표와 이상욱 이사 그리고 지난봄에 합류한 정청요 대리다. “지역 술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한강주조에서는 양조장이 위치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을 활용해 만들어 지역 사람들이 즐기는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제 맥주 양조장처럼 세련된 작업복을 입은 고성용 대표는 한강주조의 막걸리에는 경복궁쌀과 아리수, 누룩만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때 아리수는 필터 4개로 정수해서 사용하기에 지하수보다 믿을 수 있다.

“과거 패션 업계에서 마케터로 일하다 성수동에 카페를 열었습니다. 카페를 운영할 때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아주었던 이상욱 이사와 술친구가 되었죠. 둘 다 한국 술을 좋아해서 국내 소규모 양조장의 다양한 술을 섭렵했는데, 이때 왜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주는 없을까 의문을 품게 되었어요.” 양조와 관련 없는 분야에서 근무했던 두 사람이 한국가양주연구소를 찾아 우리술 제조 관리사, 우리술 최고지도자 과정, 전통주 소믈리에 과정 등을 거치며 막걸리 레시피 연구에 집중했다. 그렇게 탄생한 술이 ‘나루 생 막걸리’ 6도와 11.5도 2종류다. “그동안 20~30대가 왜 막걸리를 선호하지 않았을까요? 우선, 공장에서 생산하는 시판 막걸리는 합성 감미료가 들어가 지나치게 단 경우가 많고, 발효 시간이 짧아 탄산 입자가 크고 거칠어 마시기 부담스럽죠.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루 생 막걸리는 쌀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만을 끌어 올리고, 청량함보다는 깔끔하고 부드러운 목 넘김을 추구했어요. 다른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드는 술과 달리 캐릭터는 강하지 않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죠.” 이상욱 이사는 긴 잔에 나루 생 막걸리 6도를 따라주며 맛을 설명했다. 단맛과 산미의 밸런스를 맞춘 막걸리는 어느 하나 튀는 맛 없이 부드럽게 넘어갔다.

“고문서에 남아 있는 양조 방법대로 하나씩 실제 만들어보며 완성했어요. 전통에 충실한 레시피로 양조를 해 ‘서울 표준 막걸리’가 되고 싶습니다. 과거 한강에 있던 나루가 문화, 상업을 교류하는 장이었던 것처럼 나루 생 막걸리도 전통과 현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길 바라요.” 고성용 대표가 디자인한 세모, 네모, 원으로 이뤄진 로고는 나루를 단순한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보틀 디자인을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생각했어요. 이미 막걸리의 건강적인 효능이나 역사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기에 세부적인 정보를 담기보단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죠.” 세련된 보틀 디자인 덕분에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은 20~30대가 주로 구입을 하고, 이들이 부모님 세대에게 소개를 하며 고객층이 다양해지고 있다.

“현재는 저희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기에 축제와 플리마켓 등에서 소비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막걸리축제, 홀가분마켓, 우리술대축제 등에 참여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는 ‘경복궁쌀 모내기 행사’였어요. 쌀을 재배하는 농민들과 함께 모내기를 하고, 나루 생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죠. 기회가 된다면 한국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모내기나 추수 체험을 하고 함께 술도 빚고 싶어요.” 이상욱 이사는 해외 수제 맥주 브루어리에서 술과 관련된 행사뿐만 아니라 지역민과 자전거 타기나 러닝 모임, 요가 클래스 등을 여는 것을 예시로 들며,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로컬 양조장’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탁주만 만들고 있지만 올해 안에 약주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양조장에서 누룩까지 직접 만들어 빚을 계획인데 한강주조만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뚜렷하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재래 누룩을 사용할 경우 와인처럼 빈티지에 따라 다른 맛을 내 마시는 재미도 있을 테고요.”최근 한강주조는 서울의 지역 특산주로 인증받아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졌다. 네이버 스토어팜을 통해 구입 가능하니, 집에서도 나루 생 막걸리를 즐길 수 있다. @hangang_brewery

디자인하우스 [LUXURY 2020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