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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시대의 예술 전도사

Top Art Influencers - 1

‘인스타 열풍’을 맞아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소개해야 했던 전통적 미술 시장에 새로운 아트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카우스KAWS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을 올려 수만 건의 ‘좋아요’를 유도하거나 자신의 작업을 매일같이 직접 홍보하고, 아트페어 현장을 VJ처럼 생생하게 생중계하는 사람들. 정사각형 세상 안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예술을 이야기하는 아트 인플루언서를 소개한다.


가고시안 갤러리의 ‘조나스 우드’ 작품 앞에 선 관람객. 게리 예의 포스팅은 대부분 작품과 그를 관람하는 인물을 한 프레임에 담는다.


율리 브로드스카야의 작품.
“소더비 홍콩 세일 전체 소비자의 40%가 40대일 만큼 아시아 시장이 굉장히 젊어졌다. 30~40대 컬렉터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 옥션 작품을 선정할 때 소더비 인스타그램에 올려 홍보하겠다고 설득하면 작가도, 컬렉터도 흔쾌히 응하는 추세다.” 지난 9월 소더비 홍콩 프리뷰 전시차 내한했던 아시아 현대미술 디렉터 유키 테라세의 말은 한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2차 미술 시장의 절대 강자가 경매 출품작을 선별하는 과정에 ‘SNS 채널’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방증하기 때문이다. 변화의 흐름을 일찍이 몸소 경험한 1차 미술 시장에서는 인스타그램 마케팅이 작품 판매와 전시 흥행을 가늠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는 2018 아트바젤 시즌에 맞춰 온라인 갤러리 ‘Gagosian Online Viewing Room’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펼쳤고, 올해 아트부산에서는 미술계 파워 인플루언서 게리 예Gary Yeh를 초빙해 4일간 페어 현장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노란색을 차용한 드로잉과 콜라주 작업을 펼치는 비디 그래프트 b.d.graft(@b.d.graft)는 작업물을 개인 계정에 꾸준히 소개하며 약 10만 팔로워를 보유한 ‘파워 인플루언서’로 꼽힌다. 이들을 가리켜 <아트넷>은 ‘문화에 정통한 중재인savvy cultural arbiters’이라고 지칭하는데 이는 딜러, 컬렉터, 큐레이터, 아티스트를 아우르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신조어의 탄생을 의미하는 게 확실해 보인다. 그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예술을 다루며, 동시대 아트 신의 어떠한 경향을 게시물에 담는가? 여기 <아트넷>, <스탠더드> 등 유수 매체가 엄선한 7명의 아트 인플루언서를 소개하니 미술 애호가라면 팔로잉을 주저 마시길!


@artdrunk
개리 예Gary Yeh | 아트드렁크 창립자 | 팔로워 93.1k+




올해 베니스 포르투니 미술관에서 열린 윤형근 회고전.


강서경 작가의 작업실 단면. 게리 예의 피드에서는 그가 관심있는 한국 작가의 작품이 종종 올라온다.


리손 갤러리에서 열린 미야지마 다쓰오의 전시 작품.
먼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간단히 설명해달라.
미디어 & 프로덕션 컴퍼니 아트드렁크ArtDrunk 창립자로서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과 감상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체 채널에서 예술을 홍보하고, 다양한 갤러리 및 조직과 SNS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어떤 계기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나.
미술사를 공부하던 2015년경 수업을 통해 접한 학문적 언어를 활용해보고자 개설했다. 하지만 점차 학문적인 연구 용어보다는 예술을 바라보는 내적 감정을 피드에 올리는 데 집중했다. 사진과 비디오 영상 같은 콘텐츠를 피드에 올릴 때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예술 작품을 가능한 한 실제와 같은 형태로 보여주기 위해 고심한다. 작품 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옆에선 사람과 함께 촬영하거나, 소재 혹은 기법이 독특한 경우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담는 식이다. 다양한 장르를 다루려 하고, 아시아인으로서 더 많은 아시아 예술가를 소개해야 할 책임도 느낀다. 최근 한국에 머물며 많은 시간을 보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윤형근, 강서경 작가 등의 작업을 소개했다.

2000여 개의 피드 가운데 의미 있는 피드를 꼽는다면.
인스타그램에 적합한 콘텐츠에 관한 고민 끝에 라는 영상물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팔로워들을 작가들의 스튜디오로 데려가 작업 과정의 아름다움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수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들을 보며 많은 이가 작가에 대해 이해하고 작업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제공하는 데 보람을 느낀다. 최근 뉴욕에서 숫자를 차용한 미야지마 다쓰오宮島達男의 작품을 만났는데, 0에서 9 사이를 검은색으로 표시해 시간과 삶의 경과를 나타냈다. 그걸 보고 내가 어떻게 외로움을 느꼈고, 어디에 서 있는지에 관한 글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그때 많은 팔로워들이 “넌 혼자가 아니다”라며 위로를 건네주어 그들이 가족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했다.

오늘날 젊은 세대가 SNS를 통해 아트를 접하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인스타그램의 단점 중 하나는 이미지의 과포화, 예술의 피상적인 접근 방식이다. 종종 몇 초 만에 수십 가지 예술 작품을 소비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인스타그램은 예술이 젊은 세대와 교감하도록 하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나는 젊은 세대가 예술에 대해 배우고 인식할 수 있도록 거시적 관점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올해 아트부산 기간 중 페어 현장에서 머물며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기도 했는데.
아트부산의 미디어 파트너로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페어 현장에 상주하며 콘텐츠를 생산하니 내 입장에서도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 좋았고, 한국 작가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는 자리였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미술을 감상하는 태도나 시선이 변해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브 클랭의 단색 회화 같은 명상적 특징을 지닌 작품을 좋아하고, 한국 미술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기회가 된다면 하종훈, 로이 할로웰Loie Hollowell, 애런 커리Aaron Curry 같은 아티스트를 팔로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SNS의 발달로 아트 신은 어떤 변화의 양상을 보일까.
디지털 판매부터 가상현실을 다룬 전시까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통 갤러리 시장 외에 다양한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액세스가 일상인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춘 온라인 전시회가 어떤 식으로 진화할지 궁금하다.


@yulia_brodskaya_artyulia
율리아 브로드스카야Yulia Brodskaya | 아티스트 | 팔로워 53.8k+




얇은 색색의 종이를 말아 세워 3D 회화를 완성한다.




최근 를 출간한 작가는 인물의 얼굴을 통해 작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아티스트로서 어떤 작업들을 해오고 있나.
‘페이퍼 퀼링Paper Quilling’ 작업을 하는 페이퍼 아티스트다. 종이를 재단해 원하는 이미지를 신중하게 붙여 입체적인 결과물을 완성하며, 종이와 풀, 2가지 간결한 재료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한 폭이 1.5m에 달하는 대형 페이퍼 초상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아름다운 꽃이나 조개 같은 장식적인 사물을 묘사하는 것에 갈증을 느껴왔다. 근래에는 자연과 관련된 주제를 인간의 얼굴과 결합해 작품에 깊이를 더하는 작업을 시도 중이다.

작가로서 인스타그램이 작업을 알리고 대중과 소통하는 새로운 플랫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언제부터 SNS를 하게 됐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인스타그램을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거다. 작업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 외의 것들을 익히고 적응하는 것이 늘 어렵다. 최근 몇 년 사이 소셜 미디어가 너무나 중요한 비즈니스 창구로 자리 잡으면서 계속 나의 무언가를 공유하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로서 본인의 작업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데. 피드를 올릴 때는 어떤 부분을 고려하나.
항상 내 페이퍼 워크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작품이 입체적이기 때문에 빛과 조명, 사진의 퀄리티가 중요하다. 영상물의 경우 같은 내용을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좀 더 긴 버전을 올리고, 인스타그램에는 1분 미만으로 축약한다. 훨씬 다이내믹하고 흥미롭게 팔로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

올렸던 게시물 가운데 좋은 작업 기회를 만들어준 피드가 있다면?
아쉽게도 이세이 미야케 등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했던 프로젝트 대부분은 인스타그램 이용 전에 이루어진 것들이다. 물론 팔로워가 늘면 작업을 보다 많은 대중에게 알릴 수 있겠지만 작가에게 팔로워 수치가 곧 비즈니스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 대신 인스타그램은 대중과의 소통 창구다. 한 번씩 ‘이렇게 고되고 지난한 작업을 왜 하는가’ 회의가 들 때마다 내 작업을 보고 응원과 격려 글을 달아주는 팔로워들에게서 큰 위안을 얻는다.

디지털 아트 마켓은 향후 어떤 식으로 진화할까?
단언컨대 계속 성장할 거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내가 바라보는 디지털 아트 신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자세가 수반되어야 할 거다. 온라인 게시, 공유, 시간을 소비하는 것 사이의 ‘조화’ 말이다. 게시 및 공유가 삶의 목적이 되어서도 안 되지 않을까. SNS에는 화려하고 비현실적인 삶이 너무 많다. 보이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인스타그램에 작품에 관한 이야기만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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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LUXURY 2019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