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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OF VIEW

서울을 담는 크리에이터

1인 미디어 전성 시대다.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남다른 시각과 독창적인 콘텐츠를 소개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주목 받고 있다. 디자인하우스가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 토크’의 첫 주자로 나설 크리에이터들을 만났다. 익숙한 서울을 의외의 방식으로 조명하는 세 남자와의 일문일답.

타임랩스로 담아낸 서울 풍경
서종모 



영상, 사진, 그래픽, 3D 모델링 작업을 넘나드는 서종모는 시간의 흐름을 압축해 보여주는 타임랩스와 하이퍼랩스 기법으로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담는다. 13년 차 게임 개발자이자 3D 그래픽 아티스트로서 여전히 직장 생활 중인 그는 퇴근 후면 어김없이 서울의 낯설고 아름다운 풍경을 포착하기 위해 높은 곳에 오른다. 

타임랩스 작업을 하게 된 계기 제대로 시작한 지 5년 정도 됐다. 그 전에는 빠른 셔터 스피드를 활용해 순간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프리스타일 스키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 영상을 주로 찍었다. 아내와 연애할 때 취미로 등산을 많이 했는데, 산에 오를 때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을 제대로 카메라에 담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동영상으로 길게 찍어 빠르게 편집하는 방식으로 주변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전국의 산이란 산은 다 다니며 2~3년 동안 촬영한 영상을 모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더라. 이후 지금까지 타임랩스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시간뿐 아니라 공간의 흐름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하이퍼랩스 작업도 병행한다. 

서울을 담는 이유 결혼 후 창의적인 영감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다 가까운 서울을 다시 보게 됐다. 산을 오랫동안 촬영해서인지 자연스레 서울 풍경에 관심이 갔고, 직장에 다니고 있어 마음껏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퇴근 이후다 보니 야경을 주로 찍게 됐다. 이후 삼각대를 들고 다니며 장노출로 저녁 무렵의 서울을 촬영하는 게 일상이 됐다. 다른 콘텐츠와의 차이점 고층 촬영과 부감 구도. 서울을 담아낸 기존의 수많은 사진이나 영상과 비슷한 샷을 찍고 싶지 않았다. 높은 곳에서 도시를 바라보면 좀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 이제는 다른 콘텐츠와 차별되는 나만의 시그너처 작업이 됐다. 

작업 노하우 기상청 일몰 시간보다 1시간 빠르게 가서 준비를 한 뒤 해가 지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촬영하고, 어둠이 깔린 후 1시간 정도 더 야경을 담는다. 하나의 신scene 을 촬영하는 데 총 3시간 정도 걸리는 셈이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작업이라 기상 관련 스터디를 상당히 많이 했다. 지금도 촬영하는 날의 습도, 바람, 풍향 등을 면밀히 기록해둔다. 비슷한 상황일 땐 동일한 날씨일 확률이 높다. 

크리에이터가 갖춰야 할 자질 ‘덕질’에 좀 더 강해져야 한다. 기술적으로 잘 찍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콘텐츠를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것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본다. 


공간에 깃든 따뜻한 서울을 발견하다
정광석 



‘가게 사장님이 직접 전하는 가게 이야기’를 콘셉트로 서울의 공간을 담은 영상 콘텐츠 ‘우리동네스토어’를 제작하는 정광석. 2016년부터 유튜브 채널 ‘비디오트럭Vedio Truck’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왔다. ‘비디오’라는 디지털 매체와 ‘트럭’이라는 아날로그적 전달 매체를 합성한 채널 이름처럼 디지털을 통해 아날로그 감성을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작업을 펼치고 있다. 

비디오트럭 시작 계기 회사에 소속돼 현장 이야기를 다루는 촬영 일을 하다 나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 2016년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영화 <러브레터>처럼 담백하고 서정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싶던 차에 CNN의 유튜브 채널 ‘그레이트 빅 스토리Great Big Story’를 보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 이야기와 인터뷰가 전부인데도 다른 매체와 차별화된 감동을 전하는 것을 보고 이런 게 한국적 정서에 가장 잘 맞는 콘텐츠가 아닌가 생각했다. 나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비디오트럭’을 론칭했다. 

‘사람’과 ‘공간’에 주목한 이유 각각의 사연을 간직한 공간들이 이미지 몇 컷으로만 소비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곳의 숨은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좀 더 알게 되면 사람들이 공간을 더 즐겁고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게 사장님이 직접 소개하는 공간 이야기를 듣다 보면 표면적으로 알 수 없는 스토리나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요소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만날 수 있다. 

가게 선정 기준 평소 가고 싶었던 곳에 간다. 카페를 좋아해서 주로 살펴보는 편이고, 작업을 진행하며 친해진 사장님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섭외하는 경우도 많다. 

수익과 관계없이 시간과 정성을 쏟게 하는 힘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는 나에게 뭔가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보다 그런 스타일의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지만 막상 진행하고 보니 개인적으로 배우는 점이 정말 많았다. 지금까지 50여 곳의 가게 사장님을 인터뷰했는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았을 때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정도일지 생각하면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콘텐츠의 확장성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영상 콘텐츠를 활용하고 싶어 여러 오프라인 작업을 진행 중인데, 대표적인 예가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토크 콘서트 형태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신기한 게 이 행사를 진행하고 나면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늘어난다. 입소문에 직접 대면하며 이뤄지는 추천이 더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10월에는 우리동네스토어에 소개된 사장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플리마켓도 열 예정인데, 채널 구독자들과 만나는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리에이터가 갖춰야 할 자질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분들 중 영상을 매체로 보기보다 하나의 콘텐츠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안타깝다. 영상은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방식 중 하나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플랫폼이라는 점만 확실히 인지한 상태로 접근하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이다. 


서울러들의 날것 그대로의 삶
박기훈 



신문이나 TV, 잡지에 나오는 유명인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서울러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 2013년 11월 시작한 ‘휴먼즈오브서울Humans of Seoul’은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섭외한 사람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아티클 형식으로 소개하는 웹진 형태의 프로젝트다. 평범한 20대 청년의 러브 스토리부터 선생님이 직업인 남자의 제자 이야기,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기 위해 연필을 잡은 엄마들의 이야기,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스님의 사연 등 비슷한 듯 모두가 다르고, 익숙한 삶의 모습이면서도 낯선 우리네 이야기를 조명한다. 지금까지 16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소개했다. 

휴먼즈오브서울 시작 계기 포토그래퍼로 일하며 잡지 촬영, 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경험했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보는 게 즐겁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정제되지 않은 ‘날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세상의 수많은 콘텐츠는 기획이나 의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가 드러나지 않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처음부터 의도 자체를 배제하고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순수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 시작점이다. 그 즈음 뉴욕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휴먼즈오브뉴욕’을 접했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여겨 벤치마킹했다. 

인터뷰 원칙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길거리의 일반인을 무작위로 섭외해 인터뷰를 진행한다. 예정 없이 만난 인물에게서 가장 보편적인 우리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고 믿고있다. 인터뷰는 짧으면 5분, 길게는 40~50분까지도 진행한다. 진행할 때 이름이나 연락처 등 개인 정보는 일절 묻지않는 것도 하나의 원칙이다. 

7년의 성과 초기에는 하루에 20명에게 거절을 당한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멘탈이 무너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지금은 ‘맷집’이 상당히 강해져 웬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다. 마인드 단련이 됐다고 할까? 현재 휴먼즈오브서울의 구독자 수는 페이스북 약 12만5000명, 텀블러 7만~8만명, 인스타그램 약 1만2000명, 네이버 포스트 2만 명 정도로 모두 더해 20여 만 명에 이른다. 고무적인 건 이 수치가 광고나 홍보를 통한 것이 아닌 입소문으로 알게 되고 좋아서 보기 시작한 알짜배기 구독자들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원했던 콘텐츠의 진정성을 알아봐주는 분들이 많다는 데 서 많은 힘을 얻고,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운영 방식 휴먼즈오브서울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아닌, 취미 활동을 공유하는 일종의 동호회 개념이 강하다. 그래서 모두 본업이 있고, 남는 시간에 합류해 콘텐츠를 제작한다. 현재 함께하는 멤버는 28명으로 기획, 인터뷰, 사진 촬영, 번역 등 각 분야를 책임져주고 있다. 

글과 사진만으로 콘텐츠를 소개하는 이유 우리가 추구하는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집중도 높게 풀어내기에는 콘텐츠를 전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인 글과 사진이 잘 어울리고 적합하다고 생각해서다. 

궁극적인 목표 서로 아웅다웅 살아가는 삭막한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있고, 나와 비슷한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된다면 주변을 좀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CREATOR’S GROUND TALK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직접 만나 창작 스토리와 노하우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새로운 토크 프로그램이 열린다. 디자인하우스가 준비한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 토크’의 첫 행사에는 서울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크리에이터 3인이 참석할 예정. 세 명의 크리에이터가 전하는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일시 8월 8일 오후 7시 30분~오후 10시
장소 서울 장충동 디자인하우스 사옥 
참가비 3만 원
참가 신청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 웹사이트(www.creatorsground.co.kr)
문의 2262-7197 


서종모 www.jongmoseo.com



서울, 마이소울 “약 3년 동안 서울 곳곳에서 미세먼지 없는 아름다운 날 촬영한 4K 타임랩스와 하이퍼랩스 작업을 모아 편집한 4분가량의 영상. 나만의 방식으로 지금 서울의 모습을 기록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빠르게 변하는 서울의 모습을 계속해서 남겨두고 싶은 바람이 있다.” 




평창 동계 패럴림픽 홍보 영상 “익스트림 스포츠 중 특히 전문 분야인 스키 종목의 액션신 촬영을 담당했다. 만 하루동안 비행기와 자동차를 타고 카자흐스탄 조지아 지역의 구다우리 스키 리조트에 도착해 해발 3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장엄한 코카서스 산맥을 등지고 촬영한 활강신은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 




‘굳데이’ 뮤직비디오 “타임랩스 영상의 확장 장르인 스톱모션 기법으로 촬영한 뮤직비디오. ‘굳데이’의 모든 비트를 영상 프레임으로 환산해 입 모양과 모션을 계획된 연출에 맞춰 촬영했다. 오랜 시간이 걸렸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고 결과물도 상당히 만족스러워 기억에 남는다.” 


우리동네스토어 www.videotruck.co.kr



온어락 “처음 촬영한 가게여서 특별하다. 사장님이 외국에서 나고 자란 분이었는데 한국에서는 탄산음료 하면 콜라를 떠올리는 것이 아쉬워 오픈했다고 했다. ‘보리차차차’ 같은 한국적인 탄산음료를 제조해 판매하는 콘셉트가 무척 참신했다. 지금은 은평구로 확장 이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론드리 프로젝트 “해방촌이 막 알려지기 시작한 초창기에 촬영한 세탁소 콘셉트의 카페. ‘해방촌에 제일 필요한게 무얼까’를 고민해 가게를 오픈한 점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역 밀착형 콘셉트’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고민하는 사장님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기도 했다.” 




오누이 “공릉동은 굉장히 낯선 동네인데도 편안한 기분이 들었던 곳이다. 하루 동안 시간을 분배해 총 4곳을 촬영했는데, 특이하게 남매가 운영하는 곳이 2곳이나 있었다. 오누이는 그중 하나다. 카페지만 커피를 판매하지 않는 점이 흥미로웠고, 가게의 온기가 동네만큼 따뜻하게 기억되는 곳이다.” 


휴먼즈오브서울 www.humansofseoul.com 



종로 꽃시장에서 만난 할머니 “‘이팔청춘’을 종로에서 보내며 아이 셋을 잘 키워낸 76세 할머니의 ‘부모’ 이야기. 기존 인터뷰와 다른 기획 시리즈 ‘스토리즈’의 첫 주제였던 ‘종로 꽃시장 사람들’의 첫 번째 인터뷰여서 더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들에게는 ‘삶’ 그 자체인 길 위의 이야기가 정겨웠다.” 




노숙을 택해야 했던 젊은 청년 “부모님의 이혼, 취업 좌절 등 힘든 일을 겪으며 거리로 내몰린 청년의 사연. 어두운 터널을 지나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주변 누구나의 일일 수 있다고 느꼈고, 이런 스토리를 전하는 것이 휴먼스오브서울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스님 “퀴어 페스티벌 현장에서 무지개 깃발을 둘러 메고 연꽃 부채를 든 채 온화한 미소로 소수자의 삶을 응원하던 스님. ‘종교를 떠나 부처님은 모두가 행복해질 권리를 갖고 있다고 하셨다’던 말이 오랜 여운으로 남았다. 수많은 가치가 혼재하는 세상 속에서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바름’을 추구하는 올바른 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인터뷰로 기억된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9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