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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끝에 들러 한잔 기울이기 좋은 한옥 바

한옥에서 한잔

오래된 목재와 전통적인 디테일이 자아내는 차분한 분위기만큼 술맛을 살리는 단짝은 없다. 하루의 끝에 들러 한잔 기울이기 좋은 한옥 바 6곳을 찾았다.

심해를 향해 걷는 밤
어비스




체즈베, 마리카
서울지방경찰청 뒤편,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길에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근사한 한옥 바가 밀집해 있다. ‘내자동 한옥 바 타운’이라 불리는 이곳에서도 막다른 길목에 자리한 ‘어비스’는 심해를 의미하는 바의 이름만큼이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창문을 가리는 붉은 벨벳 커튼과 대들보에 매달려 노란 불빛을 만드는 루이스 폴센의 펜던트 조명, 발을 디딜 때마다 찌걱거리며 소리를 내는 나무 바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8석을 갖춘 바 자리 외에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 호젓이 술자리를 즐길 수 있는 7석 규모의 프라이빗 룸이 있다. 종로구 사직로12길 19-17, 문의 070-8878-1387

ABYSS’S PICK 추운 겨울을 맞아 선보이는 핫 칵테일 ‘체즈베’는 뜨겁게 달군 모래 위에서 끓이는 터키식 커피 체즈베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코냑과 코냑 베이스의 퀴라소인 그랑 마르니에를 섞은 후 불을 붙여 따뜻하게 데웠다. 가니시로 구운 레몬 슬라이스를 올린 ‘마리카’는 재스민을 우린 준마이 다이긴조에 레몬주스, 달걀흰자, 설탕 시럽을 더해 은근슬쩍 올라오는 새콤달콤한 풍미가 일품이다.


재퍼니즈 바텐딩의 맛
텐더바 서울




김릿
오래된 한식당과 찻집이 뒤섞인 내자동 골목을 헤집고 걷다 보면 발견하는 ‘텐더바 서울’. 묵직한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흰색 슈트를 차려입은 양광진 오너 바텐더가 눈인사를 건넨다. 낮게 깔린 음악과 정갈하게 손질한 벽장의 기물,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바텐더들로 남다른 격조가 느껴지는 이곳은 일본의 전설적인 바텐더 우에다 가즈오가 운영하는 텐더바의 서울 지점이다. 셰이커에 얼음을 넣고 수차례 흔들어 기포를 생성시키는 기술인 ‘하드 셰이크’가 양광진 바텐더의 주특기. 이 기술의 창시자인 우에다 가즈오에게 직접 전수받은 실력으로 근사한 셰이킹 칵테일 한잔을 맛볼 수 있다. 종로구 사직로12길 17, 문의 733-8343

TENDER BAR’S PICK 춤사위를 연상시키는 절도 있는 동작으로 시연하는 하드 셰이크가 보고 싶다면 셰이킹 칵테일의 기본 ‘김릿’을 주문하면 좋다. 풍미를 자연스럽게 조화시키는 셰이킹 기술 덕분에 진의 날카로운 맛은 한층 지워지고 라임 향이 스프레이를 뿌린 것처럼 시원하다.


참나무에 기대서 한잔
바 참




함양
‘스피크이지 몰타르’와 ‘마이너스’를 거치며 내공을 쌓은 임병진 바텐더의 바. 입구 대문부터 테이블, 의자, 선반을 모두 참나무로 짜 이름을 ‘바 참’이라 지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자하문로를 닮은 바를 만들고 싶었다”는 바람 그대로 드레스코드를 맞춰 옷차림에 신경 써야 하는 클래식 바의 엄격함은 한층 덜어내고 참나무에 기대 느슨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동네 바’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전통주를 기주로 제주, 담양, 여주 지역의 특산물을 버무린 칵테일 12종은 이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별미다. 종로구 통인동 135-5, 문의 6402-4750

BAR CHARM’S PICK 갓 도정한 함양 쌀에 솔잎과 송순을 넣어 만든 전통 가양주인 솔송주는 함양이 자랑하는 특산물이다. 정갈한 백자 잔에 담아내는 ‘함양’은 솔송주를 기주로 아일레이 위스키, 생강, 레몬을 섞어 만든다. 끝에 기분 좋은 솔잎 향이 느껴져 다시 한 모금을 부르는 칵테일이다.


바로 위장한 청음실
슬로우 핸드




라프로익 하이볼, 라가불린 온더록스
지난해 에릭 클랩턴의 생일인 3월 30일에 맞춰 문을 연 ‘슬로우 핸드’는 음악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바다. 완벽하게 통제한 청음실이 아닌 나무 구조로 이뤄진 한옥은 소문난 ‘오디오광’인 임영웅 대표에게도 새로운 모험이었다. “에스칼란테 디자인의 스피커 ‘프레몽’은 대나무로 만든 캐비닛을 사용해 특유의 따뜻한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한옥의 정취와 더없이 잘 어울리지요.” 옛 마당 자리에는 붉은 커튼을 드리워 무대를 만들고 그 앞으로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했다. 마당에서 사물놀이를 공연하고 그 광경을 한옥 마루에 앉아 관람하는 전통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종로구 내자동 110, 문의 737-9871

SLOW HAND’S PICK 짭짜래한 해초 맛이 팍 튀어오르는 ‘라프로익 10년’으로 만든 하이볼은 오직 주말에만 맛볼 수 있는 메뉴. 입안 곳곳을 감싸는 알싸한 향 덕분에 일반적인 하이볼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베테랑의 칵테일
코블러




아드벡 민트 줄렙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서까래 사이사이에 우윳빛 회반죽을 미장해 단정한 인상을 주는 한옥. 10년 넘게 홍대 주변에서 ‘로빈스스퀘어’를 운영해온 베테랑 바텐더 유종영의 세컨드 바 ‘코블러’다. 암체어에 기대 칵테일이 나오길 기다리면 상큼한 잼을 듬뿍 넣고 구운 ‘코블러 파이’를 웰컴 푸드로 내준다. 따로 메뉴판은 없지만 스무고개 하듯 취향을 말하면 20년 가까이 다듬어온 내공으로 취향에 빈틈없이 들어맞는 한잔을 만들어준다. 익숙한 클래식 칵테일에서 벗어나 바텐더의 개성을 살려 레시피를 비튼 ‘스핀오프’를 맛보기에 제격이다. 종로구 내자동 157, 문의 733-6421

COBBLER’S PICK 가볍게 입가심하기 좋은 ‘아드벡 민트 줄렙’. 아드벡 위스키에 민트와 데메라라 설탕을 더한 클래식한 조합이다. 칵테일을 전부 비우면 체이서로 더치 커피를 내준다. 피트 향이 강렬하게 올라오는 아일레이 위스키를 기주로 사용한 덕분에 향긋한 커피와 궁합이 잘 맞는다. 디저트로 나오는 프로슈토를 곁들여 마무리한다


성북구의 ‘진짜’ 동네 바
바 테일러




프루츠 바스켓
바 문화 불모지였던 성북구에서 지난해 8월 문을 연 ‘바 테일러’. ‘가장 좋은 바는 집에서 가까운 바’라는 박준호 대표의 지론에 따라 지하철 성신여대역 인근 아리랑로에 둥지를 틀었다. 거창한 오픈식 없이 반년이 넘도록 가오픈 상태로 운영 중이지만 길음, 정릉 등 인근을 비롯한 타지에서 달려오는 단골들로 북적인다. 빛바랜 꽃무늬 벽지와 때마다 종소리를 내며 우는 자명종, 오래된 카세트 플레이어가 사이좋게 어우러져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술자리를 즐기기에 좋다. ‘ㅁ’ 자 구조의 한옥에는 아담한 마당도 있다. 여름이 되면 이곳에 평상을 깔아 공간이 한층 재미있어질 예정이다. 성북구 아리랑로2길 23, 문의 070-7608-6583

BAR TAILOR’S PICK 과일 차를 넣어 우린 럼을 기주로 카카오 리큐어, 우유, 휘핑크림으로 만든 ‘프루츠 바스켓’은 달큰한 매력이 있어 디저트에 착착 붙는다. 자두와 멀베리를 보태니컬로 사용한 진을 넣어 향긋함까지 더했다. 상큼한 첫 주문으로 손색없는 메뉴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9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