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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하고 트렌디한 아트 스페이스

요즘 시대 예술 공간

화이트 큐브에서 벗어나 색다른 공간에서 대중과 긴밀히 소통하며 자유분방한 예술 세계를 펼치는 아티스트, 큐레이터가 늘고 있다. 직접 기획한 굿즈를 판매하는 쇼룸을 열거나 주기적으로 주제를 달리하는 프로젝트 스페이스를 선보이고, 공간 자체를 전시의 일부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확고한 콘셉트로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주역들을 만났다.

리빙 공간 속 예술 작품



소쇼룸 소쇼룸은 독립 기획자 황아람과 영상 미디어 작가 김민경이 운영하는 ‘아트 쇼룸’이다. 일반 갤러리처럼 작가의 작업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작품이 놓인 공간 그 자체를 쇼룸 형태로 소개한다. “‘미술을 리빙 공간에 들일 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공간입니다. 작품을 집 안에 들일 때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에 대한 셀프 큐레이팅 방법, 리빙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죠.” 황아람 기획자의 말이다. 준비부터 전시까지 각 프로젝트의 주기는 6주. 작가와 작품이 달라질 때마다 벽지부터 조명, 가구까지 공간 인테리어를 완전히 바꾼다. 이미정 작가의 전시에서는 수장고 형태로 꾸민 공간에 설치 작품을 해체해 전시하는 방식으로 ‘설치 작품을 집에서 어떻게 보관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풀어냈고, 박현정 개인전에서는 작가의 ‘이미지 컴포넌트’ 연작을 가상공간처럼 디스플레이된 쇼룸에 진열했다. “작가와 작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 프로젝트다 보니 이곳의 모든 전시는 예외없이 6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칩니다. 소쇼룸을 통해 관람객들이 누군가의 방 안이나 거실처럼 꾸민 공간에서 작품을 찬찬히 둘러보고 경험할 수 있길 바랍니다.” 소쇼룸은 내년 1월, 계동으로 이전해 좀 더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아트 쇼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미술은 물론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를 아우르고 싶어요. 디자이너, 브랜드 등과 협업해 또 다른 흥미로운 작업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중구 을지로 99-1, @soshoroomseoul


옷 고르듯 그림 보는 ‘쇼룸’



다다 픽 쇼룸 SNS를 통해 수집한 이미지를 재조합해 드로잉하는 노상호 작가가 비주얼 아트 크루 다다이즘 클럽의 포토그래퍼 한다솜, 비디오그래퍼 오미자, 디자이너 지초이와 함 께 올 3월에 문을 연 공간. 갤러리에서 전시하기 모호한 개인 작업과 네 사람이 협업한 결과물을 전시·판매한다. “다다이즘 클럽과는 가수 혁오의 작업을 통해 알게 됐어요. 저마다의 이유로 쇼룸 형태의 전시 공간을 원했는데 함께하면 부담도 줄고 시너지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노상호 작가의 설명이다. 다다 픽 쇼룸에서는 개인 작업과 협업이 동시에 이뤄진다. ‘쇼룸’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노상호의 드로잉이나 한다솜의 사진을 의류 매장에서 옷 진열하듯 옷걸이에 걸어 선보이는가 하면, 오미자의 영상이나 한다솜의 사진을 노상호가 그림으로 그려 대형 천에 인쇄한 후 지초이가 옷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작품 가격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단돈 1만 원에 원작의 디지털 이미지를 다운로드해 구매할 수 있게 고안한 노상호의 ‘네모난 다운로드 카드’, 작업을 스티커로 제작한 ‘스티커 뷔페’ 등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아이템이다. “제 작업은 매일 그림을 그리고 매 순간 그것들을 소비하는 형식이어서 1~2년 단위로 준비하는 전시만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기존 전시와는 다른, 상시로 작업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SNS의 ‘타임라인’, ‘피드’ 같은 공간이랄까요. 한편으로는 젊은 작가로서 스스로 자립하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이기도 하고요. 그림이 소비재처럼 보였으면 해서 일부러 가게처럼 꾸몄어요.” 노상호 작가는 다다 픽 쇼룸을 운영하며 경험한 것을 토대로 다음 공간도 구상하고 있다. “쇼룸을 열어보니 실제 물성이 있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다다 픽 쇼룸도 그냥 지나가다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고, SNS 팔로워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대다수고요. 그렇다면 온라인상에만 존재하는 공간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고민 중이에요. 다다 픽 쇼룸이 또 하나의 재미있는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포구 연남동 245-33, @dadapicshowroom


다재다능한 취향 집결지




디지털 이미지의 속성과 회화의 관계에 주목한 이나하 개인전 전경. ©김경태
원룸 원룸은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트랜스포머’ 같은 공간이다. 작업실이면서 현대미술 갤러리, 도서관, 쇼룸, 강연장 등으로 ‘무한 변신’한다. 건축가로 활동 중인 최조훈과 대학원에서 미술 이론을 공부하는 송하영은 원래 이곳을 작업실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구조가 독특하고 층고도 높은 데다 큰 창을 통해 종일 자연광을 즐길 수 있어 이 공간이 마음에 들었어요. 책상 2개와 서랍장, 테이블 등을 들이고보니 꽤 넓은 공간이 남아서, 여백을 의미 있게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다 전시 공간을 떠올린 겁니다. 저희 작업과 관심사의 접점에 디자이너, 아티스트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방향이정해졌어요.” 최조훈 대표의 말이다. 전시 공간을 구상했지만 작업실로도 사용하는 곳이다 보니 기존 갤러리처럼 작품만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는 무리였다. 그럴 바에는 흥미로운 디자이너, 아티스트의 작업을 공간에 맞춰 자유분방하게 풀어내기로 한 것이 원룸만의 개성이 됐다. 공간 한쪽에 행어를 설치해 디자인 브랜드의 옷과 가방을 걸고, 또 다른 쪽에는 책과 출판물을 배치하는가 하면, 벽면에는 원룸에서 주목하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는 식. 다양한 프로젝트 중 두 대표가 특 히 중점을 둔 부분은 국내외 작가를 발굴해 전시하는 ‘원룸 아티스트 섹션’이다. “미술계와 대중에 아직 덜 알려지거나 이제 막 자신의 작업을 만들어가고 있는 젊은 아티스트가 주를 이룹니다.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우리의 관점을 더하며 이 공간에서 작품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죠.” 2017년 3월, 현실 속 풍경을 자신만의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양아영 작가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총 여덟 차례 전시를 진행하며 숨 가쁘게 공간을 변주한 원룸은 올해들어 작가 연구와 아카이빙을 병행한 ‘원-피스One-Piece’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연구 기반의 전시가 우리와 잘 맞는다고 판단해 3명의 작가를 선정하고 심층 취재, 인터뷰를 거쳐 각각의 작품과 작업을 깊이 있게 파헤치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원룸은 공간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찾아나갈 겁니다.” 중구 을지로 20길 24 5층, @oneroom.pe.kr


의외의 만남으로 채워진 공간



의외의조합 다산동 성곽길에 위치한 의외의조합에서는 미술, 디자인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가 ‘의외의’ 모습으로 공존한다. 뉴욕에서 미술사와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한 갤 러리스트 황은지, 디자이너 한효가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뉴욕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전시 공간을 찾아다녔어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다채롭고 많은 공간이 있었는데, 더 놀라운 건 그 모든 공간에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죠. 서울에도 재미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2016년 말 의외의조합을 열었습니다.” 의외의조합이 주목하는 것은 또래의 젊은 작가. 기존 갤러리같이 상업적인 면에 중점을 두거나 대안 공간, 비영리 공간처럼 예술의 본질에 집중하는 대신 두 사람이 흥미를 느끼면서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을 법한 콘텐츠를 추구한다. 19팀의 작가와 함께한 선물전 <취향의 공유>, 문연욱·최은지 작가가 참여한 어린이 가구 전시 <굿 나잇, 문> 등이 대표적. “1년 동안 여는 전시 중 3분의 1은 판매를 위한 작품, 3분의 1은 순수 미술, 나머지는 시도해보지 않은 작업 위주로 구성하려 해요. ‘조합’은 영어로 ‘콤비네이션combination’을 의미하면서 ‘유니언union’을 뜻하기도 하잖아요. 이름처럼 작가와 우리의 조합, 혹은 또 다른 아이디어의 결합을 통해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과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상업 갤러리는 지양하지만 판매를 염두에 둔 전시를 계획하는 이유는 젊은 컬렉터를 만들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예술을 사랑하고 관심 갖는 사람들이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르고 구입할 줄 알아야 젊은 작가들도 좋은 작업을 이어갈 수 있고, 결과적으로 미술계의 저변이 넓어진다고 생각해요.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은 미래의 컬렉터가 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가능한 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려 합니다. 저희 역시 또래 작가, 컬렉터와 함께 성장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 공간만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폭넓은 문화와 예술을 아우르는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요.” 중구 동호로17길 121, @gallery_ooojh


미술을 판매하는 상점




쇼핑과 판촉, 광고, 마켓, 유통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독특한 쇼룸을 꾸민 송민정 작가의 개인전 전시 풍경. ©홍철기
취미가 취미가는 젊은 현대미술 작가의 창작물을 전시·판매하는 일종의 예술 편집 숍이다. 공간을 가득 채운 진열장 안에는 각종 오브제와 드로잉, 굿즈가 가득하다. 노상호, 권오상, 홍승혜 같은 젊은 작가들의 작업물로, 1만~2만 원대부터 30만~40만 원대까지 다양한 가격이 책정돼 있다. “미술에 관심은 많지만 작품을 구입하는 것에는 익숙지 않은 관람객들에게 소장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익숙한 공간에 두고 매일 감상한다는 건 전시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니까요. 언제든 들러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고 신중하게 구매까지 결정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권순우 대표의 설명이다. 취미가의 운영진은 2015년 작가와 기획자들이 직접 참가해 아이디어를 제작, 유통하는 방 식을 새롭게 제안한 아트 페어 ‘굿-즈’의 기획 멤버 중 일부다. 미술계에 대한 통찰을 담은 전시 및 공간을 기획해온 권순우가 대표를 맡았고, 지속 가능한 작업을 위한 프로젝트 스페이스 ‘반지하’를 이끌던 돈설필과 박현정, 공간을 작업의 소재로 삼는 김동희가 운영자로 합류했다. “젊은 작가들은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매우 드물어요. 작품 판매 루트를 찾기는 더 어렵고요. 작가들이 원하는 작업을 펼치려면 작품의 유통과 판매가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취미가는 작가와 긴밀히 협의해 판매 가능한 작업을 소개하고, 대중과의 새로운 접점을 발견해 지속 가능한 활동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초에는 쇼케이스에 진열하기 어렵지만 취미가의 ‘레이더’에 들어온 송민정, 김대환 같은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프로젝트 공간을 건물 2층에 새로 오픈했다. 12월 19일부터는 취미가의 연례행사 ‘취미관’을 시작할 예정. 이번에는 행사 기간을 4개월로 늘리고 더 폭넓은 작가와 장르를 아우를 계획이다. “다양한 작품을 접하며 관객이 자신만의 선호도를 파악하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취향의 접점이 많아질수록 미술을 즐기는 방식도 다채로워질 테니까요.” 마포구 동교로 17길 96 101호, @tastehouse_info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8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