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패션 감각 좋은 젊은 아티스트 6인

Art & Style

옷차림은 아티스트 저마다의 개성과 미감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수단. 패션 센스가 뛰어난 이들은 색과 소재, 조합에 대한 감각을 바탕으로 그에 걸맞은 세련된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은 물론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도 유명한 젊은 아티스트 6인과의 스타일 토크. 그리고 그 안에서 찾은 패션과 예술의 상관관계.

누구라도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우국원 전시를 하다 보면 ‘색’과 ‘스타일’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다양한 파스텔 톤으로 꽃과 아이, 동물을 주로 그리는데 삐죽삐죽 낙서하듯 표현하는 화법이 화사한 인상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제 작품에는 아이가 총을 들고 곰을 쏴 죽이는 등 어두운 내용도 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꽃 수십 종을 화폭에 식물도감처럼 담은 작품도 있는데 모두 독초입니다(웃음). 아이나 동물, 꽃은 무조건 예쁘고 귀엽다는 고정관념을 살짝 비틀고 싶었어요. 패션 센스가 좋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어요. 다만, 나에게 맞는 스타일이 뭔지는 정확히 압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소소한 ‘패션 일탈’을 시도했는데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자신만의 스타일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덕분에 제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과 패션도 일찍 알게 됐습니다. 프랑스 브랜드인 트랙션Traction의 검은 색 동그란 뿔테 안경을 2000년부터 착용했고, 군인보다 짧은 헤어스타일은 18년째 고수하고 있지요. 키가 껑충하고 마른 체형이라 옷도 신경 써 고르는데 패션업계에 있는 지인과 여자 친구의 조언을 충실히 반영하는 편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망할 것이 분명하니까요(웃음). 좋아하는 브랜드는 프라다예요.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디테일이 살아 있지요.”


메리 제인과 샤넬이 준 영감



마리 킴 “동그란 얼굴, 커다란 눈망울의 ‘아이돌Eyedoll’은 제 분신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은연중에 저의 모습이 반영된 것 같아요. 작품과 아티스트 사이에 연결 고리가 있다는 건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반 고흐’ 하면 귀 잘린 모습이 떠오르고 ‘모차르트’ 하면 가발이 연상되듯이 아티스트에게 시그너처 스타일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블랙 컬러 의상을 입더라도 어떻게 하면 독특한 개성을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지요. 모노톤 의상을 즐겨 입는데 금발만으로도 범상치 않은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어 지금의 헤어 컬러를 평생 유지할 계획입니다(웃음). 하이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요. 매 시즌 유행하는 아이템을 다 살 순 없지만 좋아하는 브랜드를 ‘팔로우’해놓고 세일 기간을 노려 직구 사이트를 통해 구매합니다. 최근에는 구찌에 반해 색깔별로 구매한 아이템도 있답니다. 시간이 날 때 주로 방문하는 사이트는 파페치(www.farfetch.com), 매치스패션(www.matchesfashion.com), 마이테레사(www.mytheresa.com/ko-kr/)예요. 패션을 작품에 억지로 녹이려고 하진 않지만 늘 머릿속에 있고 작품에도 영감을 줍니다. 금색 하이힐을 찾기가 어려워 메리 제인 스타일로 직접 디자인해 제작을 의뢰한 경험은 그림에 진짜 금을 붙인 계기가 되었지요. 좋아하는 패션 디자이너는 코코 샤넬! 그녀 자체가 아이콘일 뿐 아니라 페미니즘과 패션의 역사에도 대단한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죠. 패션 브랜드에서도 협업 제안을 많이 해와요. 슈콤마보니에서는 제가 직접 디자인한 구두를 출시했고 코치에서도 컬래버레이션한 가방을 선보였습니다. 그러다 소재부터 디자인까지 제가 원하는 가방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요. 가방 브랜드 ‘마리마리’를 곧 론칭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패션이 가르쳐준 감각



임지빈 “2006년이었어요.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베어 브릭’이 등장한 이후, 이 곰인형의 가치가 급상승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다른 작품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샤넬의 옷을 입으면서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지요. 현대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옷을 입으면 사람이 달라보이잖아요. 겉모습만 보고 그 사람의 가치를 평가할 때가 많죠. 베어 브릭이 우리들의 보편적 모습과 비슷한 존재로 여겨졌고 그런 현대인들을 베어 브릭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베어브릭은 벌써 11년째 제 작업에서 가장 소중한 소재입니다. 어릴 때부터 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아 협업 과정은 즐겁고 편했어요. 유명 브랜드의 운동화를 가죽으로 제작하는 일본의 핸더스킴, 체크 무늬 슈트가 매력적인 랄프 로렌, 간결한 디자인의 프라다는 오랫동안 편애하는 브랜드입니다. 유명 브랜드의 패션쇼도 즐겨 보는데 색과 형태, 구조와 조합에 대한 감각이 녹아 있기 때문이에요. 세계 곳곳의 거리와 건물에 거대한 베어 브릭을 설치해 일상의 공간을 ‘순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이에요. 예술은 곧 ‘보여주기’지요. 이왕이면 작가도 멋있고, 세련돼 보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핑계를 대며 1년에 한두 번씩 랄프 로렌과 프라다에서 꼬박꼬박 정장을 삽니다(웃음).”


다양한 소재의 질감을 탐구하다



황혜정 “어릴 적, 엄마 눈썹을 만지작거렸을 때 느꼈던 손끝의 감각이 아직도 선명히 떠올라요. 촉각에 대한 예민함은 자연스레 패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런던 왕립예술학교에서 텍스타일을 전공하는 계기가 됐지요. 이후 카라스갤러리 관장님과 인연이 닿아 국내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제 작업은 ‘경계와 촉감’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개미와 인간이 하나가 된 ‘Rebellious Child’, 신체 일부분이 기이한 모양으로 뒤틀리거나 결합된 ‘Ambiguous Lines’ 시리즈를 통해 경계선상의 자아를 표현하고 있어요. 작품 속 인체들은 대부분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없어요. 그래서인지 중성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패션 브랜드 헬무트 랭이나 알렉산더 왕을 좋아해요. 양모, 천, 비닐, 고무, 금속 등 각기 다른 질감의 텍스처를 조합하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퍼를 믹스 매치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블러쉬드도 즐겨 입어요. 청바지나 트레이닝복에 골든 구스 운동화를 신길 좋아하는 평소 옷차림에도 잘 어울리고요. 하비 니콜스 백화점의 아티스틱한 쇼윈도는 텍스처를 탐구하는 데 많은 영감을 줘 유학 시절 자주 들여다보곤 했어요. 언젠가 패션 디자이너인 친구와 함께 컬래버레이션해 감각적인 쇼룸을 꾸미고 싶습니다.”


패션 피플들과의 흥미로운 연대



이원우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패션모델로 활동했습니다. 패션모델을 하다 아티스트로 전향한 건 아니고 아티스트로 작업하던 중 운 좋게 모델로 발탁돼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지요. 당시의 경험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재미있게 일했고 오래도록 추억할 이야깃거리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가장 큰 자산은 패션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무뎌졌다는 거예요(웃음). 예전에는 옷과 브랜드에 관심이 많았는데 모델을 하며 좋은 옷을 많이 입어봐서 그런지 차츰 시들해졌습니다. 저 자신과 제 작업을 표현하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대표적인 것이 ‘불안’ 시리즈예요. ‘불확실한 미래에서 오는 불안감에 대응하는 4가지 방법’을 주제로 ‘행운을 꿈꾸기’, ‘춤추기’, ‘거인에 기대기’, ‘미래로 가보기’를 키워드 삼아 다양한 영상과 설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프로젝트지요. PKM 갤러리에서는 딸아이가 그린 별과 네잎클로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철판으로 모양을 만든 후 다양한 컬러로 채색한 작품을 선보였고 아트선재센터에서는 ‘무도장의 분실물 센터’를 타이틀로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들을 즉석에서 만들어주기도 하고, 분실물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옷에 대한 관심은 줄었지만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는 여전히 많은 일을 도모하고 있어요. 지금은 뉴욕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한국으로 돌아가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허재영, 패션 포토그래퍼 목정욱과 재미있는 전시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나를 키운 건 스트리트 패션



신동진 “회화 작업을 할 때 굵은 선과 면, 기하학적 요소를 주로 사용해요. 2016년 <볼드 팩토리>라는 개인전에서 대담함을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규율에 반기를 들며 시스템에서 한 발짝 비켜선 이의 정신과 꿈을 키워드로 캐릭터를 만들었지요. 그 모습은 어릴 적 즐겨 보던 미키 마우스의 손을 달고 스니커즈를 신고 있습니다.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 주 제를 가볍고 키치하게 표현했지요. 살면서 경험한 모든 것이 쌓여 나라는 존재를 완성한다고 생각해요.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도 당연히 취향이 묻어날 수밖에 없지요. 평 소 스트리트 컬처에 기반을 두고 생겨난 브랜드를 즐겨 입습니다. 특히 나이키의 조던시리즈를 좋아하는데, 마이클 조던이 플레이하던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냈고 그가 전설이 되는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인 듯해요. 그래서 지금도 ‘조던’이 발매되는 날이면 매장 앞에 줄을 섭니다. 스투시나 슈프림 같은 브랜드도 초창기부터 지금껏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예요. 오랫동안 함께했기 때문에 그들이 지향하는 문화적 코드를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스타일에 관한 일관된 취향이 지금의 저를 만든 거지요. 그래서인지 지금 핫하다는 발렌시아가나 베트멍 같은 브랜드는 정말 예쁜데도 관심이 잘 가지 않아요. 그건 아마도 저와 어린 시절을 함께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8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