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I S POWER

Art Furniture Designers

실용적이면서도 작품 같은 가구! 조형미가 뛰어난 아트 퍼니처는 그 자체로 훌륭한 오브제가 된다. 가구 본연의 기능과 재료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을 가구에 담아내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주목을 받고 있는 디자이너를 소개한다.

스웨덴 전통과 컨템퍼러리 디자인의 조우



최근식 최근식은 스웨덴 말뫼Malmo‥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가구 디자이너다. 이탈리아 밀라노 공과대학교Politecnico di Milano University에서 산업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고 스웨덴 공예학교 카펠라고르덴Capellaga°rden에서 장인들로부터 3년간 전통 가구 제작 방식을 배운 후 독립 스튜디오를 열었다. 첫 작품은 벽에 고정된 큰 거울과 작은 손거울이 한 세트인 ‘미러드 미러Mirrored Mirror’. 앞뒤, 옆모습을 동시에 비춰볼 수 있는 거울로 덴마크 디자인 브랜드 ‘무토Muuto’에서 개최하는 ‘무토 탤런트 어워드 2015’ 대상을 받았다. ‘보이다Boida’는 아기가 앉을 수 있는 소파 테이블이다. 아기가 자란 후에는 책이나 화병을 비치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아기는 보통 따로 앉거나 혼자 집 안을 돌아다니잖아요. 아이와 부모가 함께할 수 있지만 각자 독립된 공간을 확보하는 테이블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스웨덴 가구 제작 준장인 시험 ‘예셀프로브Gesa‥llprov’를 치를 때 만든 ‘패싯Facet’은 스웨덴 전통 가구 제작 방식을 현대적인 디자인과 결합해 <월페이퍼>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얼에 참여해 서울을 모티프로 한 가구를 선보였다. 한강 철근 구조물에서 받은 영감을 스툴, 매거진 보관함, 탁자로 탄생시킨 ‘SE 브리지 컬렉션Bridge Collection’, 역동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말뫼 스케이트보드 파크의 곡선을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정체성과 연결 지은 ‘보딩 퍼니처Boarding Furniture’가 그것이다. “가구나 오브제를 만들 때는 확실한 동기를 가지고 작업을 시작해요. 불편한 점을 해소하기 위한 실용적인 가구, 혹은 감정과 이야기를 담은 가구를 만들지요. 사람의 뇌는 하나지만 왼쪽, 오른쪽이 각기 다른 역할을 하듯 제 작업도 연관성이 있는 두 종류의 가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유행을 따르는 디자인은 하고 싶지 않아요. 5년, 10년 후에 봐도 만족스러운 가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가구



문승지 “가구 공장에 갔다가 의자를 만들고 난 후 버려지는 쓰레기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어요. 이걸 다 어디에 쓰느냐고 물어봤더니 태우거나 버린다고 하더라고요. 수많은 가구가 탄생하는데 누군가는 이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승지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관심을 가구에 담는 디자이너다. 계원예술대학교에서 감성 경험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졸업 작품으로 택한 것은 고양이의 행동반경, 습성을 고스란히 반영한 ‘캣 터널 소파’. 반려동물의 삶을 나아지게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반려동물 리빙 브랜드 ‘엠펍m.pup’까지 론칭했다.



버려지는 나무에 대한 문제의식은 ‘포 브러더스 체어’를 탄생시켰다. 한장의 베니어합판에서 버려지는 것 없이 서로 다른 형태의 의자 4개가 만들어지도록 한 디자인이다. 코스COS는 친환경적 의도로 설계한 그의 관점에 주목해 전 세계 코스 매장에 포 브러더스 체어를 비치했다. 코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린 구스타프슨Karin Gustafsson은 포 브러더스 체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버리는 원단이 하나도 없는 컬렉션을 작년에 선보이기도 했다. 레고처럼 조립했다 사용하지 않을 땐 분해해서 박스에 넣어 보관하는 팀버랜드 팝업 스토어 디자인도 문승지의 작품이다. 팝업 스토어를 위해 새로 가구를 제작했다가 이후 보관하기 어려워 버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다 떠올린 아이디어다.



프리츠 한센, 헤이 같은 가구 브랜드가 탄생한 도시에 대한 궁금증으로 코펜하겐에서 2년 정도 거주하다 귀국한 그는 당분간 서울을 기반으로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친 부분을 콕 집어내 의미를 고민하게 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작품을 만드는 것도 일종의 ‘운동’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의미가 좋은 것이 반드시 좋은 디자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더 중요한 건 기본에 충실한 것이지요. 앞으로도 계속 주제를 던지고 오랫동안 연구한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재료에 말을 거는 디자이너



이정인 이정인은 재료의 물성에 주목해 가구, 조명을 탄생시키는 디자이너다. 홍익대학교에서 목조형 가구학을 전공하며 나무 다루는 법을 익힌 후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제품 디자인을 공부한 그녀는 조소 재료, 패브릭, 니트 등 다채로운 소재를 탐구하고 있다. “호기심을 바탕으로 재료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연구하고 있는 것은 제스모나이트Jesmonite. 영국에서 개발된 새로운 소재로 건축, 조각, 디자인 소품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몰딩이 필요 없는 가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당시 접하게 됐어요. 제스모나이트는 30분 이내에 빠르게 굳는 성질이 있어 몰딩이 없으면 흘러내려 형태가 잡히지 않지요.” 이를 역이용해 재단한 천에 제스모나이트를 얇게 펴 바른 후 접는 방식으로 원하는 형태, 용도를 만들어 탄생시킨 것이 ‘Frozen’ 시리즈. 접은 천이나 조각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각적인 조형미가 인상적으로 펜디와 컬래버레이션도 진행했다. 거대한 캔버스를 설치해놓고 ‘우주’를 콘셉트로 여러 명의 사람이 자유롭게 페인팅한 다음 이를 재료로 활용해 ‘프로즌’ 방식으로 조명, 소품을 제작했다.



BBC 다큐멘터리에서 소금 호수에 사는 플라밍고를 보고 만든 ‘플라밍고 캔들 홀더’에서도 재료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호수 주변의 소금 두께가 두꺼워지면서 어린 플라밍고의 발에도 소금 덩어리가 뭉치는 것을 봤어요. 플라밍고들은 살아남기 위해 소금과 진흙만 사용해 둥지를 만들지요. 물에는 약하지만 뜨거운 태양과 만나면 단 단하게 굳는 소금 둥지의 특징을 이용했습니다.” 진흙 대신 전분을 소금과 함께 뜨거운 온도에서 구워 만든 소금 캔들 홀더는 사용하다 낡거나 망가지면 흐르는 물에 씻겨 내려가도록 하면 된다. 자연에서 온 재료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작가가 고민한 결과를 진정성 있게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가구를 만들 때는 ‘이 재료로 어떤 용도와 형태의 가구를 만들어야 가장 타당한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지요. 요즘에는 물, 모래같이 투명하고 가벼운 느낌의 재료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 편의 ‘시’와 같은 아트 퍼니처



김진식 9월 6일부터 10월 11일까지 지갤러리에서 열린 디자이너 김진식의 개인전 는 파도가 연상되는 아트 퍼니처로 가득했다. 바닷속 암석을 닮은 대리석을 깎고 다듬어 탁구대, 스툴, 벤치, 트레이로 탄생시킨 것. 각각의 작품 앞에는 ‘바닷속을 탐험하는 느낌을 가져라’ 등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써놓았다. 다이닝 테이블로도 활용할 수 있는 탁구대 표면은 일부러 울퉁불퉁하게 했다. 탁구를 잘 못 치는 사람도 가끔은 이길 수 있게 의도한 것이다. 대리석을 물결 모양으로 깎아 만든 네트는 분리시킬 수 있도록 했지만 ‘사람들이 도저히 떼낼 생각을 못하도록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디자인이 시에 가까웠으면 좋겠어요. 함축적으로 표현한 가구에 각자 자신만의 경험을 투영해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냈으면 합니다.” 이처럼 김진식의 가구에는 그가 하고 싶은 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중해 남부에서 받은 영감을 아트 퍼니처에 담아 ‘Playful Wave’라는 주제를 통해 선보이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스위스 로잔 예술대학교(ECAL)에서 마스터 디자인 럭셔리 & 크래프트맨십을 전공한 김진식은 학교에 프로젝트를 의뢰하고 마음에 드는 단 한 명의 작가만 선정하는 방식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와도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3년 바카라와 협업해 만든 크리스털 조명 시리즈 ‘Spot’ 은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전시되었고, 2014년 에르메스 본사에서 지정 한 테마 ‘변신’에 맞춰 동물 이야기를 입체 카드 모티프의 거대한 조형물로 형상화한 작품은 에르메스 8개 매장의 윈도를 장식했다. 세계적인 디자인 잡지 <월페이퍼>와는 호텔에 설치할 수 있는 미니 골프 코스를 제작했다. 글로벌 브랜드에서 그의 작업을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저는 자신이 누군지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 하는 사람이에 요.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아닌 저만의 색깔을 갖고 있고, 그것이 관심을 끄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조각을 하고 싶어요. 대관령 같은 랜드마크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세우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한 명의 사람이 성장하듯 계속해서 탐구해나갈 생각입니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