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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수준의 회화, 건축, 디자인전을 소개하는 실력자들

국가대표급 전시기획사3

미술관이나 재단과 수년간 지난한 협의 과정을 거치며 의미 있는 무대를 선보이는 전시기획사들. 우리가 웃고, 울고, 전율하는 전시 이면에는 이들의 땀과 노력이 있다. 마크 로스코, 카림 라시드, 에드바르드 뭉크 등 새롭고 굵직한 전시를 통해 우리에게 예술적 시간을 선사해준 이들을 만나보자.

세상의 모든 디자인 아이콘을 위하여!


<카림 라시드>전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마이 아트 팀. 왼쪽부터 임예진 사원, 주형근 대표, 이석인 사원.


작년에 DDP에서 선보인 <알레산드로 멘디니>전. 스케치와 소품은 물론 대형 조형물까지 소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8년째 예술의전당에서 진행 중인 <디자인아트페어>는 주형근 대표가 가장 애착을 갖는 이벤트로 젊은 아티스트와 고객이 만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이 아트My Art 마이 아트를 이끄는 주형근 대표는 20년째 전시기획자로 활동했고 지금은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02년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살바도르 달리>전을 끝으로 그는 명화 위주의 전시에서 디자인과 사진 쪽으로 전시 방향을 틀었다. 디지털카메라가 빠르게 보급되고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을 포착한 그는 이와 관련한 전시가 사업적으로는 물론 개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05년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선보인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 – 찰나의 거장>전이 그런 기대를 담은 첫 번째 전시였는데 그야말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전시 종료일이 7월 17일 제헌절이었어요. 그날 하루만 8800명이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디자인미술관 주변으로 끝도 없이 긴 줄이 만들어졌지요. 종일 날씨가 더워 스태프들이 사람들에게 물을 눠 주었던 기억이 나요. 정말로 짜릿하고 감동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좋은 작품을 소개한다는 뿌듯함도 컸다.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은 사진을 예술로 승화시킨 대표적 아티스트로 사진에 인간을 향한 깊은 애정이 담겨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2007년 소개한 <백남준 비디오 광시록>전은 그에게 큰 시련을 안긴 전시다. 세계적 아티스트이자 선지자였던 백남준 사망 1주기를 맞아 주 대표는 성대한 ‘잔칫상’을 준비했다. 전 세계 소장처를 통해 비디오 작품만 70점을 들여왔다. 높이가 8m가 넘는 대작도 많아 설치 기간만 한 달이 걸렸다. 한국인이라면 백남준의 놀라운 작업 세계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준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주 대표는 “그간의 수익을 한 번에 다 까먹었습니다. 집 안을 디자인 작품으로 채우지 못하는 것도 그 전시의 영향 탓이 커요”라며 웃었다. 덕분에 얻은 것도 있다. 회화는 물론 사진과 디자인 오브제, 비디오 작품까지 설치한 경험을 인정받아 국내에서 대형 전시가 열릴 때면 설치와 컨설팅 작업을 도맡게 된 것. 지난 8월 15일 성황리에 종료된 <까르띠에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에서도 작품의 현장 설치를 진두지휘했다. 세계적 동화 작가 <앤서니 브라운>전은 전시 기획의 보람을 다시금 안겨준 작품. 화사한 컬러로 전시장 곳곳을 칠하고, 유쾌하며 사랑스러운 작품 위주로 소개해 아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그는 “지금 사람들에게 부족한 것이 무얼까?” 하는 고민에서 전시 기획을 시작한다고 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디자인’을 중시하는 것이 보였어요. 학교에서 배우는 디자인은 극히 제한적인데 이런 관심과 호기심을 즐기고 해소할 만한 무대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렇게 주 대표는 디자인 전시에 특화해 2016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알레산드로 멘디니>전을, 2017년 예술의전당에서 <카림 라시드>전을 선보였다. 예술의전당에서 8년째 개최해온 <디자인아트페어>는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행사. 회화 작품은 물론 도자기, 주얼리, 가구, 일러스트 등 젊은 작가들이 직접 만든 디자인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로 점점 많은 이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필립 스탁도 꼭 한 번 소개하고 싶은데 로열티를 포함해 전시에 소요되는 비용이 너무 커 적절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는 <유럽 디자인 100년사>를 선보일 계획이다.


무모한 열정으로 완성한 매력적 포트폴리오


수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컬쳐앤아이리더스 팀. 왼쪽부터 홍지유 대리, 강미란 대표, 장우규 대리, 게럿 마셜. 장소 협조 갤러리 ERD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 <알폰스 무하>전은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장식미술의 에센스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컬쳐앤아이리더스는 올해 말 예술의전당에서 토털 아티스트로 유명한 세계적 디자이너 <알렉산더 지라드>전을 선보인다.
컬쳐앤아이리더스Culture & I Leaders “직장 생활을 하다가 전시에 관심이 생겨 전시 컨벤션 아카데미에 다녔어요. 이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진시황>전을 관람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들어가더라고요. ‘암표’를 파는 이도 있었고요. 이런 세계가 있구나 하고 충격을 받았는데 직접 해보면 재미도 있고 보람도 클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컬쳐앤아이리더스 강미란 대표는 그렇게 전시기획자의 길로 들어섰다.

첫 번째 전시는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전. 기원전 5000년경 이란 고원에서 발생해 기원전 6세기 서아시아를 통일한 페르시아제국의 문명과 황금 유물을 소개하는 전시는 서울에서만 27만5000명을 불러 모았다. 전시를 유치하기까지의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어떻게든 전시를 만들어보고 싶어 약 한 달간 이란에 머물며 사전 답사를 했어요. 이란 국립박물관장도 만났습니다. 어렵게 약속을 잡고 찾아간 자리에서 페르시아 유물 전시를 열고 싶다고 했더니 피식 웃더라고요. 별다른 경력도 없는 이가 자기 나라의 국보를 달라고 하니까요. 주변에서도 99% 실패한다고 했는데 왜 그랬는지 저는 그런 생각을 단 1%도 안 했어요.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이란 국립박물관장에게 계속 연락을 했고 마침내 5년 만에 전시를 열게 됐습니다.”

2010년 강 대표는 <실크로드와 둔황>전을 개최하며 다시금 고대 문명 전시기획자로 이름을 알렸다. 동아일보,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 주최한 이 전시는 석굴 사원인 둔황 막고굴을 재현하고 3.4m 높이의 미륵보살상을 들여놓는 등 세심한 공간 구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2013년 <알폰스 무하>전도 그녀의 ‘작품’이다. 앞뒤 사정 안 가리고 돈키호테처럼 돌진하는 그녀는 이번에도 무모함과 열정을 무기삼아 전시 개최에 성공했다. 전시를 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알폰스 무하 재단은 영국에 있었는데, 그들에게 강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는 다른 나라의 협력사와 비교해 너무 영세해 보였고 믿을 만한 곳인지에 관해서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강 대표는 그들에게 자신의 전시 이력과 열정, 한국에서의 전시 개최 프로세스를 설명해줄 사람으로 한국에 오랫동안 거주 중인 아트 전문가 게럿 마셜을 소개받았고 그를 ‘다리’ 삼아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었다. “하나의 전시를 개최하기까지 결정하고 고려해야 할 요소가 수없이 많습니다. 기간도 많이 소요돼 열정만큼이나 인내심이 요구되지요. 강 대표는 실행력도 좋지만 무엇보다 한 프로젝트를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끈기와 에너지가 있어요.” 그녀와 협업하는 게럿 마셜의 말이다.

강 대표는 훌륭한 전시를 보면 어떻게든 소개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면서 에너지가 샘솟고 집념이 타오른다고 했다. 2013년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에드바르드 뭉크-영혼의 시>전을 준비할 때도 그녀는 노르웨이 뭉크 재단까지 날아가 전시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올 하반기에 선보일 전시는 베어브릭과의 협업으로 유명한 토탈 디자이너 알렉산더 지라드Alexander Girard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비트라디자인뮤지엄의 해외 순회전 일환이다. 강 대표는 “20세기 최고의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의 전시인 만큼 볼거리가 많을 것이다. 벽지부터 가구, 목각 인형에 이르기까지 그의 대표작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로스코, 르 코르뷔지에에 이어 자코메티까지


마크 로스코, 르 코르뷔지에 등 대형 전시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코바나컨텐츠 팀. 왼쪽부터 김세정 큐레이터, 김건희 대표, 유경옥 팀장, 조혜리 디자이너, 윤혜정 큐레이터.


<마크 로스코>전 전경.




<르 코르뷔지에>전은 그가 마지막 여생을 보낸 니스의 4평짜리 오두막집 구조물을 포함해 세심한 공간 구성과 배치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코바나 컨텐츠Covana Contents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이가 찾고, 또 감동한 전시를 고르라면 두 가지가 첫손에 꼽힐 것이다. 2015년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마크 로스코>전과 2016년 같은 장소에서 소개한 <르 코르뷔지에>전. <마크 로스코>전은 그해 예술이전당이 주최한 예술대상에서 ‘전시 부문 최우수상’과 ‘최다 관객상’에 이어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된 전시에게 수여하는 ‘기자상’까지 독식했다. 그림과 색채가 곧 명상과 자아성찰의 계기가 됐던 시간. <르 코르뷔지에>전 역시 오늘날 아파트와 모던 건축의 원형이 된 거장의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살피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기획하고 선보인 곳이 코바나 컨텐츠다. “<마크 로스코>전은 워싱턴 국립미술관이 레노베이션을 하면서 계획한 투어 전시였어요. 대표작 50여 점을 반출하는 전시라 아시아에서도 경쟁이 치열했는데 한국만 유일하게 기회를 잡았습니다. 저는 이 전시의 핵심을 미국 휴스턴에 있는 ‘로스코 예배당’으로 봤어요. 세상에서 가장 신성하고 거룩한 공간으로 암흑처럼 고요한 곳에 로스코의 그림이 걸려 있지요. 미국 상류층에서는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걸 최고의 호사이자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그 공간을 전시장에서도 꼭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코바나 컨텐츠 김건희 대표의 말이다.

그렇게 만든 ‘성찰의 방’은 관람객들에게 모든 감각이 내면을 향해 모여드는 듯한 신기한 경험을 선사했다. 어둠이 위로가 돼 눈물을 흘리는 이도 많았다. 김 대표는 이 전시를 준비하며 전시장 자체가 로스코 예배당처럼 자신의 심연과 마주하는 공간이 되길 원했다. LG전자 측의 도움으로 조도가 낮은 특수 조명을 설치해 어둑한 내부를 완성했고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 같은 성스러운 느낌의 클래식 음악을 낮게 깔았다. 보험 평가액만 2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전시를 열면서 김 대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한국에도 이런 전시가 필요하다는 생각, 돈을 잃더라도 평생 뿌듯함을 느낄 만한 전시라는 생각에 압도됐던 것 같습니다.” <르 코르뷔지에>전 역시 세심한 기획이 돋보인 전시였다. 그림과 스케치를 통해 건축적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르 코르뷔지에의 작업 세계를 충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스케치를 건축물 사진과 함께 배치했고 그가 마지막 여생을 보낸 니스의 4평(약 13m2)짜리 오두막집 내부를 재현해 명상의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2012년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 2013년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전을 선보이던 코바나 컨텐츠는 2014년부터 차별화에 성공하며 독자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그 시발점이 2014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한 <점핑 위드 러브>전이었다. 오드리 헵번과 메릴린 먼로를 포함해 모델이 된 모든 이에게 점프할 것을 요청하고 그 신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작가 필리프 홀스먼의 작품은 관객의 기분까지 덩달아 좋게 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시 전시를 관람해 화제가 됐다. 코바나 컨텐츠의 다음 전시는 프랑스 파리 자코메티재단 주최로 열리는 <자코메티>전. 자코메티가 천착했던 인간 실존과 고독의 세계를 깊이 있게 펼쳐 보인다는 계획이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7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