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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건축가의 페인팅 작품

Architect's Painting

건물과 설계도면만큼이나 훌륭한 회화 작품을 선보이는 건축가들이 있다. 유명 아티스트 못지않은 페인팅 실력으로 세계 미술계에 화제를 일으키고, 남다른 미적감각을 기반으로 한 편의 예술 작품 같은 건물을 설계한다. 건축가의 아티스틱한 면모를 살필 수 있는 페인팅 열전!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 르 코르뷔지에



“하버드 대학교 전시실에서 르 코르뷔지에 회화전이 열렸을 때, 르 코르뷔지에가 위대한 화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림으로 건축적 어휘를 다듬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그와 사랑에 빠졌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루이 비통 재단 현대미술관 등을 설계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말이다. 1900년대 초반, 세계 최초의 아파트인 위니테다비타시옹, 현대건축의 5원칙을 반영한 프랑스 사부아 저택 등을 통해 20세기 주거 혁신을 이끈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2016년 선정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그가 설계한 17개 건축물이 동시에 등재될 만큼 현대건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그는 위대한 건축가인 동시에 피카소의 질투를 살 정도로 훌륭한 초현실주의 화가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회화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던 르 코르뷔지에는 20대 초반, 미술사를 전공한 친구 오귀스트 클립스탱과 함께 프라하, 빈, 부다페스트, 이스탄불, 아테네 등 유럽 동부를 중심으로 여러 도시를 여행했다. 그의 삶에 큰 전환점이 된 계기로 회자되는 ‘동방 여행’으로, 여행 기간 동안 수첩 6권 분량의 데생과 크로키, 메모와 수백 장의 사진을 남겼다. 그는 여행에서 얻은 영감을 화려한 색채와 이국적이고 초현실적인 이미지, 굵은 곡선으로 표현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찾아 나섰던 르 코르뷔지에의 아이디어와 세심한 관찰력, 다양한 테크닉이 캔버스 위에서 조화를 이룬다.

르 코르뷔지에의 회화 작품은 크리스티, 소더비 등 세계적인 미술 경매에서 수백억 원대에 거래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크리스티 런던에서 약 100억 원의 낙찰가를 기록했으며, 11월 홍콩에서 열린 ‘필립 20세기 현대미술 & 디자인 판매전’에서는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현대미술계의 거장들과 함께 주요 판매 작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3월 26일까지 열리는 <르 코르뷔지에: 4평의 기적>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그의 초기 회화 작품 1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르 코르뷔지에 재단이 보유한 미공개 회화와 일본 모리 미술관에서 특별히 공수한 초현실주의 작품들이다. 전시를 주관한 코바나 컨텐츠의 윤혜정 큐레이터는 “이번에 공개한 회화 작품은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적인 사고를 구축하는 설계도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예술가를 건축물로 표현한 일러스트 페데리코 바비나







‘살바도르 달리나 호안 미로가 박물관을 설계하면 어떤 모습일까?’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건축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페데리코 바비나Federico Babina의 간결하고 독특한 건축물 일러스트는 이런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키스 해링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강아지 조각상이 걸린 직사각형 빌딩, 앤디 워홀의 ‘매릴린 먼로’를 색색의 창문에 그려 넣은 건물,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옐로와 브라운 계열의 구조물로 형상화한 기하학적 건물 등 세계적인 예술가의 대표작을 가상 건축물로 표현해 일러스트로 그린 ‘아키스트 시티Archist City’ 시리즈가 대표작이다. 페데리코 바비나는 “나는 건축과 예술이 서로 융합되는 것을 좋아한다. 예술과 건축은 끊어지지 않는 실로 연결돼 있으며, 두 분야는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발전한다”고 말한다. 건축, 그래픽,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그의 재기 발랄한 작업은 건축계의 거장 33명의 초상화를 그들의 대표 건축물로 형상화한 ‘아키포트레이트Archiportrait’로 이어진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안토니 가우디의 수염 위에 녹여내고, 안도 다다오의 얼굴은 그를 대표하는 콘크리트 계단으로 표현했다. 이외에도 유명 뮤지션과 건축을 접목한 ‘아키뮤직Archimusic’, 영화를 주제로 가상의 세트장을 구현한 ‘아키세트Archiset’, 건축물을 알파벳 형태로 표현한 ‘아키벳Archibet’, 세계적인 문인과 건축양식을 아우른 ‘아키라이터Archiwriter’ 등을 선보였다.


스케치북 속에 가상의 건물을 짓다 레비우스 우즈



미국 출신 건축가 레비우스 우즈Lebbeus Woods는 실제 건물을 짓지 않고 종이 위에 그림으로만 건물을 표현하는 ‘페이퍼 건축가’의 대표 주자다. 종이 위에 나무 조각이나 철판을 이어 붙인 듯한 기하학적인 형태의 건물을 스케치해 공상과학 만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을 표현한다.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산업 디자이너 에로 사리넨의 사무실과 케빈 로시 & 존 딩켈루의 사무실에서 실무를 익혔다. 이후 1970년대 초반부터 현장과 거리를 둔 채 건축 이론과 비평, 전시등을 이어가며 관념적이고 사유적인 방식으로 건축에 접근했는데, 스케치는 그 결과물 중 하나였다. 건축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평면 위에 표현한 그의 스케치는 새로운 시각 장치를 원하는 영화감독과 동시대의 예술을 탐색하는 현대미술 전문가들에게 단순한 설계도면 이상의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1990년대 이후에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게티 재단 등 유명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그의 스케치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자본과 권력 등 현실적인 조건을 수용해야 하는 일상의 건물에서 벗어나 건축의 본질에 가까운 이상향을 마음껏 표현한 레비우스 우즈의 초현실적인 스케치는 건축사의 한 페이지를 채우는 의미 있는 작업으로 손꼽힌다.


빛의 효과를 파악하는 투시도 스티븐 홀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건축물로 탈바꿈하는 스티븐 홀Steven Holl. 매사추세츠 대학교 사이먼스 홀 기숙사, 헬싱키 키아스마 현대미술관 등을 설계했고, 2001년 <타임>지가 선정한 ‘미국 최고의 건축가’로 꼽혔으며, 파슨스 디자인 스쿨, 프랫 인스티튜트, 컬럼비아 대학교 등 세계적인 건축 대학에서 강의를 해온 유명 건축가다. 빛을 최고의 재료로 삼고, 공간 속 현상과 사용자의 경험을 설계의 첫 번째 요소로 여기는 그의 건축물은 일관된 스타일을 갖춘 대다수 건축가의 결과물과 달리 매번 형태와 이미지를 달리한다. 건축적 요소뿐 아니라 소설이나 그림, 영화 등 예술 작품에서 건물의 콘셉트를 설정하고, 콘셉트가 정해지면 내부부터 건물을 디자인해 나가는 특유의 작업 방식 때문. 직감과 콘셉트를 아우르고 빛의 효율적인 활용 방식을 파악하기 위해 스티븐 홀은 매일 아침 1시간 이상 자유롭게 그림을 그린다. 물감으로 스케치 위에 색을 입히고 빛의 강약을 조절하는 과정을 통해 건물 형태와 공간 배치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5×7인치의 작은 스케치북을 가득 채우는 수채화는 그대로 하나의 건물이 된다. 스티븐 홀은 수채화를 그리는 이유에 대해 “색의 강약을 조절해 빛의 효과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까지 빛의 다양한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일련의 공간을 예측하며 마치 투시도를 그리듯 빛을 표현할 수 있는 수채화는 선으로 이뤄지는 설계도보다 오히려 나은 매체다”라고 설명한다.


식물을 모티프로 그린 수채화 찰스 레니 매킨토시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찰스 레니 매킨토시 Charles Rennie Mackintosh. 식물 모티프의 곡선 디자인과 기하학적 형태를 적용한 건축물이 특징이며,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동시대에 활약한 르 코르뷔지에, 안토니오 가우디 등과 함께 현대건축의 원형을 만든 건축가로 손꼽힌다. 글래스고 미술학교에서 미술과 건축을 공부하고 이탈리아에서 유학한 그는 아르누보풍 디자인과 금속공예 작업을 기반으로 식물의 곡선을 건축 디자인에 적용해 주목을 받았으며, 28세에 글래스고 미술학교 건축 설계에 당선되면서 직선과 곡선의 규칙적인 패턴을 활용한 통일감 있는 디자인으로 스타 건축가의 반열에 올랐다. 추상적이면서도 절제된 그의 디자인은 수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이 됐다. 식물에서 모티프를 얻은 그의 작업은 건축 설계와 가구 디자인뿐 아니라 페인팅까지 이어졌다. 1913년 은퇴한 매킨토시는 프랑스로 이주해 말년을 보내며 수채화 작업에 전념하는데, 꽃과 나무 등 자연 속 식물을 묘사한 그림을 주로 그렸다. 꽃잎과 풀잎, 나뭇잎 등의 비정형적인 형태를 자연스럽게 묘사하는 동시에 화병이나 테이블, 배경 장식에는 기하학적인 패턴을 섬세하게 그려 넣은 절묘한 균형미가 특징. 자연의 색감을 그대로 묘사한 투명하고 차분한 컬러가 은은한 아름다움을 더한다.


건축적 상상력을 위한 가이드 자하 하디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BMW 라이프치히 공장, 두바이 오페라하우스 등을 설계했고, 2004년 여성 건축가로서는 처음으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했으며, ‘건축계 최고의 상’이라 불리는 영국 왕립건축가협회의 스털린상을 두 번이나 받은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 유려하고 대담한 곡선, 혁신적인 공간 활용, 창의적인 기술력 등으로 발표할 때마다 화제를 모았던 그의 건축적 상상력이 시작되는 곳은 캔버스 위다. AA스쿨에 재학했던 1970년대부터 렘 쿨하스의 건축사무소 OMA에서 실무를 배우고 경력을 쌓던 시절까지 자하 하디드는 틈 날 때마다 페인팅과 드로잉 작업을 하며 건축적인 아이디어를 확장시켰다. 도심 가득한 빌딩을 마치 색색의 종이처럼 형상화해 캔버스 위에 그려 넣고, 건물을 구성하는 복잡한 요소들은 선과 면으로 단순화했으며, 시시각각 색을 달리하는 입체적인 구조물을 2차원 평면 위에 담백한 색을 입은 풍경화로 표현했다. 현존하는 도시와 건물, 구조물을 모티프로 완성한 그림은 자하 하디드에게 새로운 건축적 상상력을 일으키는 창구로 작용해 세상에 없던 건물을 설계하는 원동력이 됐다. 자하 하디드의 예술적 면모를 보여주는 페인팅과 드로잉은 미술계에서도 건축과 예술의 관계를 살필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3년 자하 하디드가 레노베이션한 영국의 서펜타인 새클러 갤러리 Serpentine Sackler Gallery에서는 올해 2월 12일까지 자하 하디드의 초창기 페인팅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전시 가 열리기도 했다.


자유분방한 색채의 향연 윌 올솝





“건축가는 대가를 받든 안 받든, 스케치북에 자신의 구상을 그려내는 자유로움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테니스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이 항상 할 수 있어야 하고, 해야 하는 일이다.” AA스쿨 재학 중 파리 퐁피두 센터 공모전에서 입상하며 주목받았고, 42세에는 프랑스 마르세유의 정부청사 신축 공모전에서 건축계의 거장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를 누르고 당선돼 화제를 모은 영국 건축가 윌 올솝Will Alsop의 말이다. ‘즐겁고 유쾌한 건물’을 지향하며 ‘건축을 통해 더 나은 인생을 만드는 것’을 기본모토로 삼는 그는 직사각형의 정형적인 건물에 자유분방한 곡선 창문, 띠를 휘감은 듯한 철근 구조물, 빨강·노랑·파랑 등 원색의 통유리창 등을 접목해 아방가르드하고 현대적인 건축물을 선보인다. 자유롭고 예술적인 기질을 바탕으로 건물을 설계하는 윌 올솝은 건축가 뿐만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길도 걷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런던 세인트마틴 미술대학에서 수년간 조각 수업을 진행한 것이 대표적인 예. 그의 초기 파트너였던 존 리알John Lyall과 함께한 시기부터 꾸준히 이어온 회화 작업으로도 유명한데, 건축 세계와 일맥상통하는 스케일이 크고 색채가 강한 추상화가 주를 이룬다. 상상을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형상과 강렬한 색의 조화가 건물의 다양한 요소를 함축하는 듯하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