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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럭셔리한 서울의 대표 빵집 15

SEOUL BAKERS

2017년 봄, 서울에서 가장 핫한 미식 테마는 ‘빵’이다. 밀가루, 물, 효모라는 주재료는 같지만 어떻게 배합하고, 반죽하고, 발효하고, 굽는가에 따라 그 맛과 품질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것이 빵의 묘미. 최근에는 식빵이나 치아바타, 바게트 등 식사 빵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우리의 식탁에서 밥만큼 중요한 주식으로 대접받고 있다. 국내 미식 전문 기자 10인의 추천을 통해 셰프가 재료 선정부터 매장 진열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완성하는 서울 최고의 빵집과 베이커 15명, 그들의 시그너처 빵을 소개한다.

밀도 전익범



오픈 전부터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성수동의 빵집 ‘밀도’는 9년 동안 죽전에서 ‘시오코나’를 운영했던 전익범 셰프가 2015년 새롭게 문을 연 식빵 전문점. 최근에는 가로수길, 위례 신도시, 분당 정자동 등에 분점을 오픈했다. 도쿄 제과학교 졸업 후 3년 동안 그곳에서 교사로 재직했고, 프랑스의 레스토랑에서 파티시에로 일했던 화려한 경력의 그가 작은 빵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오코나는 빵부터 디저트까지 모든 메뉴를 판매하는 풀 베이커리 콘셉트였습니다. 큰 규모라 모든 것을 제 손길로 마무리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어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식사 빵이자 가장 기본인 식빵 전문점을 선택한 것이죠.” ‘식빵이 맛있는 온도’라는 의미가 담긴 타이틀답게 밀도의 식빵은 오픈 초기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담백식빵’이 무지방 우유와 청정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라면, ‘리치식빵’은 생크림을 듬뿍 넣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스콘과 미니 식빵인 ‘큐브식빵’의 인기도 높다. “담백식빵은 시오코나때부터 쓰던 호밀과 꿀을 넣어 만든 천연 효모종을 사용하고, 24시간 동안 숙성을 거쳐 이름처럼 밀도 있고 차진 맛과 감칠맛이 특징입니다. 간식처럼 먹을 수 있는 메뉴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큐브식빵을 고안하게 됐습니다.” 가장 먼저 생긴 성수점을 비롯해 대부분의 매장이 10평 남짓한 공간에 조리실 위주의 테이크아웃 전용이라 4~5명만 들어서도 꽉 찬다. 전셰프는 고객이 오감을 통해 빵을 느낄 수 있도록 염두에 둔 구도라고 설명했다. “빵 굽는 소리, 빵 익는 향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지요. 쉽게 볼 수 없는 구조라 고객들도 재미있어 하십니다.” 밀도에서는 캐나다산 고급 밀가루, 전라도 통밀, 호주산 유기농 밀가루, 홋카이도 청정 지역의 밀가루를 블렌딩해 사용하는데, 밀가루의 특성에 따라 매번 블렌딩의 비중은 조금씩 달라진다. 전 셰프는 전라도 밀 재배 지역을 방문하는 등 우리 밀에 대한 연구도 놓치지 않는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루텐 프리 빵 개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밀가루를 소화하지 못하거나 당뇨가 있는 분도 즐길 수 있는 빵을 만들 계획입니다.” 문의 497-5050(성수점)

“‘meal’의 첫 글자 m을 식빵 모양으로 표현하고 ‘도’는 초록색 온도 기호로 표현한 아이디어가 돋보여 이름부터 맛있는 빵이 기대되는 곳이다. 하루 지나서 먹어도 여전히 쫄깃하고 촉촉한 맛을 유지한다.”_ <스타일 H> 계안나 기자


아오이하나 고야바시 스스무



일본식 베이커리 카페 ‘아오이토리’를 운영하는 고바야시 스스무 셰프가 홍대 입구에 새롭게 문을 연 ‘아오이하나’는 ‘푸른 꽃’을 의미한다. 본점 격의 ‘아오이토리’가 ‘파랑새’를 뜻하는데 파랑새와 어울리는 푸른 꽃을 가게의 콘셉트로 삼은 것. 80여 가지의 빵을 맛볼 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구성해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아오이토리 2호점’을 표방하는 만큼 조리 빵은 물론, 바게트와 크루아상 등 다양한 식사 빵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야끼소바 빵’과 ‘명란 바게트’, ‘멜론빵’ 등 일본 빵이 대표 메뉴고 ‘쁘띠 홍차 밀크’, ‘치아바타 콘치즈’ 등 각양 각색의 디저트 빵도 만날 수 있다. 6년 전 ‘도쿄 팡야’의 베이커리 셰프로 스카우트되었고 그 후 한국에 정착한 고바야시 스스무 셰프의 제빵 경력은 14년. 30대 중반이라는 나이를 고려해보았을 때 경력이 긴 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제과 제빵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빵을 좋아하기도 했고, 오랫동안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2층에 레스토랑을 낸 이유에 대해서는 ‘아오이하나의 빵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아오이하나의 공간은 많은 이가 앉을 수 있도록 크고 넓은 공간으로 구성했다. “어떻게 먹어야, 어떤 온도에서 먹어야 좋을지 손님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어요. 제빵사 입장에서 내가 만든 메뉴를 누군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는 것만큼 좋은 일이 있을까요?” 2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의 메뉴는 ‘감바스 알 아히요’ 등 빵과 먹었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과 주류로 구성했다. 3000원만 내면 베이커리에서 갓 구워내 가장 맛있는 상태의 식사 빵을 ‘무한 리필’해 먹을 수 있다. 고야바시 스스무 셰프에게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특별한 날에만 먹는 것이 아닌, 매일 아침 식탁에서 만날 수 있는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빵을 만드는 제빵사가 되고 싶습니다. ‘멀리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베이커리’가 아니라 친근하고 푸근한, 지나가다 들를 수 있는 ‘동네 빵집’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입니다.” 문의 325-0409


‘아오이하나’에서 만날 수 있는 ‘쁘티 홍차 밀크’ 빵과 ‘야끼소바 빵’. 식사 빵부터 디저트 빵까지 다양한 종류를 만날 수 있다.
“아기자기한 분위기에서 일본식 빵을 먹어보고 싶다면 ‘아오이하나’가 답이다. 식사 빵부터 디저트 빵까지 모두 갖춰놓아 한 군데에서 빵으로 ‘코스 식사’가 가능하다. 조금 더 한적한 분위기에서 먹고 싶다면 2층의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곁들여볼 것.” _ <럭셔리> 백문영 기자


오뗄두스 정홍연



서래마을과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신세계 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등에 위치한 ‘오뗄두스’ 는 에클레어, 크림 당주, 밀푀유 등으로 사랑받아온 디저트 숍. 하지만 점심시간 전후 가장 먼저 ‘완판’되는 것은 일반 식빵과 데니시 식빵 ‘깁펠’이다. 부드럽고 촉촉한 빵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기 때문이다. 식사 대용으로도 좋고 디저트로 먹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정홍연 셰프는 자신의 빵 콘셉트를 ‘파티시에가 만드는 빵’이라고 요약했다. “일본 호텔에서 근무할 때부터 제과와 제빵을 책임졌습니다. 바게트나 통밀빵이 유행이라고 그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가 잘할 수 있는 빵을 만듭니다. 기존 빵집과 달리 좀 더 섬세하고 세밀하지요.” 데니시 식빵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그가 만든 깁펠도 대중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독일어로 ‘최고’를 뜻하는 깁펠은 두 번의 저온 숙성과 한 번의 고온 숙성을 거친 다음 프랑스 구르메 버터를 겹겹이 채워 풍미가 진하다. 64겹의 고운 결이 트레이드마크.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찢어지는 빵을 입에 넣으면 녹듯이 사라진다. 일반 식빵이 구운 후 4~6시간이 지나면 풍미가 사라지는 반면 깁펠은 상온에서 사나흘 둬도 맛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국내 대표 파티시에 정홍연 셰프는 반죽을 접고 미는 과정을 반복하는 ‘깁펠’과 크루아상을 통해 섬세한 빵을 선보이고 있다.
정 셰프는 깁펠의 64겹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발효 시간을 좀 더 길게 하거나 결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반죽을 저온에서 보관하기도 한다. 발효한 반죽을 밀어서 접은 다음 다시 미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다. 그러니 빵 하나 나오는 데 일반 식빵의 두 배 이상인 12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렇게 공을 들이는 것은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맛을 알기 때문이다. “각 빵에 적합한 밀가루를 찾고, 만드는 법에 변화를 주면서 어떤 것이 나을지 계속 고민합니 다. 신차가 출시되면 그다음 버전을 만들 때 기술이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는 것과 같은 원리지요. 스테디셀러라도 좀 더 나은 재료와 맛이 있다면 그것으로 바꾸는 것이 당연합니다.” 늘 새로운 메뉴 개발에 집중하지만 굳이 다른 빵집을 벤치마킹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어느 빵집이나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하지요. 전 제 머릿속에 든 것을 다 실현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랍니다.” 문의 595-5705(서래마을점)

“작은 예술 작품 같은 디저트를 만드는 정홍연 셰프의 빵은 보기에도 아름답고 맛을 보면 더 감탄하게 된다. 크루아상과 팽오쇼콜라는 포장해와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깁펠은 포장을 뜯는 순간 깊은 맛과 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상온에 둬도 딱딱해지지 않아 한 통 사면 사나흘은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_ 프리랜스 에디터 윤은정


장티크 베이커리 김장환
‘나폴레옹과자점’과 ‘브레드랩’, ‘보엠’, ‘컴컴 베이커리 카페’ 등을 거친 김장환 셰프와 이태원의 카페 ‘A & ND’에서 근무했던 정주희 파티시에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장티크 베이커리’는 지난해 5월 서초동 아남아파트 상가 1층에 오픈한 곳이다. 두 사람의 이름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J’를 앞에 붙이고, 골동품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가치 있는 빵집이 되자는 의미로 ‘앤티크’를 더해 ‘장티크 베이커리’라고 이름 지었다. 김 셰프는 원래 가공 이스트로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가 천연 발효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제주에 위치한 보엠에서부터다. “그전에도 천연 발효종을 공부했지만 본격적으로 연구한 것은 제주에서 정승 셰프와 함께하면서부터입니다. 천연 발효빵을 드신 분들이 소화가 잘되고 맛도 좋다고 하니 더 열심히 했지요. 장티크 베이커리에서는 건포도와 무화과를 블렌딩한 발효종으로 빵을 만듭니다. 스콘을 제외하고 모든 메뉴에 사용해요.” 보통 천연 발효종을 넣으면 질기거나 새콤한 맛이 난다고 생각하기 쉽다. 부드럽고 달콤한 빵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는 안 맞을 수도 있어 고소한 맛을 강조하는 호밀빵 등에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김 셰프는 산성을 띠기 전의 발효종으로 신맛을 방지해 크루아상이나 단과자 등에도 사용하고 있다고. 그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빵에 대한 철학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맛있는 빵을 생각했다면, 지금은 건강한 빵을 만들겠다고 바뀌었습니다. 좋은 재료로 맛있는 빵을 만드는 것은 쉽습니다. 첨가제, 유화제,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만들면 됩니다. 대신 마진은 줄어들겠지만요.” 김 셰프가 꼽은 재료 특색이 강한 메뉴는 오픈 초기부터 인기를 모았던 천연 발효 바게트. 베이식한 빵이지만 재료나 만드는 법에 차이가 있어 장티크 베이커리가 추구하는 방향을 잘 보여준다. 제주산 감자를 직접 삶고 빻아 만든 치아바타, 연천에서 공수한 팥을 고르고 삶아 크림과 함께 풍성하게 담은 앙데니도 그만의 철학이 느껴진다. 매일 30가지의 빵을 만드는 김장환셰프는 앞으로 새로운 메뉴 개발에 더 도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문의 598-7600


조리 빵이 강점인 김장환 셰프의 ‘명란 바게트’, 선드라이드 토마토와 에멘탈 치즈가 어우러진 ‘에멘탈 토마토’ 빵은 ‘장티크’의 인기 메뉴다. 

“서초동 노란 빵집, <생활의 달인>에 나온 집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서는 천연 발효종으로 만든 바게트를 추천한다. 특히 ‘명란 바게트’는 향이 강하지만 간이 되어 있어서 마치 밥과 반찬을 함께 먹는 듯하다.” _ <수퍼레시피> 이소민 편집장


오월의 종 정웅



빵을 만드는 기본 재료는 밀가루와 물, 효모다. 일정한 상태로 발효시키고 균일한 맛을 내기 위해 보통 이스트를 사용하지만 개성 있는 빵 맛을 내기 위해 천연 효모를 쓰는 경우도 많다. 가공 이스트 대신 천연 효모를 사용해 만든 빵을 천연 발효빵이라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천연 발효빵의 대중적 인기에는 이태원에 위치한 ‘오월의 종’의 정웅 셰프가 큰 역할을 했다. 처음 빵을 하겠다고 다짐했을 때부터 그는 천연 발효종을 고집했다. “발효종을 만드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건포도 발효종으로 시작했는데 한 번 만들면 3~4년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완성된 종은 밥을 주고 키우는 리프레시 과정이 필요하지요. 천천히 변하지만 섬세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이 제 성격과 잘 맞아요.” 오월의 종에서는 사워도, 3가지 막걸리를 이용한 발효종, 오렌지 발효종 등 직접 만든 발효종을 사용한다. 독특한 풍미가 있는 사워도로는 주로 호밀빵을 만들고, 막걸리 발효종은 묵직한 식감을 낼 때 쓴다. 오렌지 발효종은 가볍고 바삭한 맛을 내는 효과가 있다. 하나를 만드는 데 15일 정도 소요되는 발효종은 3~5℃의 전용 냉장고에 별도로 보관한다. 일반 고객들이 꼽는 오월의 종 베스트 메뉴는 ‘크랜베리 바게트’, ‘무화과 호밀빵’, ‘르방 올리브 빵’, 아몬드가 든 ‘블랙 브레드’처럼 견과류나 건과일이 든 빵이 많지만 정웅 셰프는 플레인 호밀빵이 자신의 취향과 가장 닮았다고 말한다. “저는 다른 음식에 곁들여 먹는 것이 빵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새 메뉴도 식사 빵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는 정도로만 개발할 계획이에요.” 인터넷을 검색하면 ‘오월의 종 빵 만드는 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정 셰프는 더 많은 사람이 집에서 오월의 종 빵을 만들어 즐기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한다. “저도 다른 이가 만든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요. 내 색깔을 고집하기보다 더 좋은 빵이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월의 종은 이태원에 두 곳, 영등포에 한 곳이 있다. 작은 빵집 주인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는 정웅 셰프는 매장 규모를 키우거나 브랜드를 내세울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문의 749-9481(이태원 단풍나무점)


‘오월의 종’에서 맛볼 수 있는 호밀빵과 ‘크랜베리 바게트’. 천연 발효빵이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데 큰 몫을 차지했다. 

“서울을 대표하는 베이커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가 정웅 셰프다. 그의 빵은 기본에 충실한 맛을 내는데, 언제나 변함없는 맛을 유지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_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 송정림 편집장


브레드랩 유기헌



‘우유 크림빵’, ‘녹차 데니시’ 등으로 유명한 연남동의 ‘브레드랩’은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은 건강한 빵을 지향한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방부제나 보존제를 넣지 않는 것. 상온에서 오래 보관하기 어렵지만 그래서 더 믿음이 간다. 광고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르 코르동 블루와 도쿄 제과학교에서 제과 제빵을 공부한 유기헌 셰프는 빵을 밥에 비유한다. “설렁탕이나 비빔밥처럼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식사 개념의 빵을 좋아해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너무 비싸서 부담스러운 메뉴는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는 빵이 지닌 고유의 특성과 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복잡한 맛을 내기보다 하나의 특징을 부각하는 빵을 추구한다고. 치아바타는 이탈리아에서 쓰는 반죽을 그대로 사용해 쫄깃쫄깃하게 만들고, 건포도 발효종으로 만든 천연 발효종 바게트는 반죽에 물 대신 보리차를 넣어 깊고 구수한 맛을 낸다. 유기헌 셰프는 재료의 선택이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기본 요소라고 말한다. “맛있는 빵은 좋은 재료에서 출발합니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지금은 1년 내내 과일을 구할 수 있지만 가을의 사과, 11월의 무화과처럼 그 계절에 나온 가장 맛있는 재료로 맛을 내려고 해요.” 브레드랩에는 부재료로 변주를 준 메뉴가 많다. 식빵만 해도 기본 식빵 외에 ‘밤 식빵’, ‘블루베리 식빵’, ‘초코 식빵’ 등으로 확대했다. 밤 식빵은 속껍질이 붙어 있는 국산 보늬 밤을 사용해 쌉싸래한 맛을 강조하고, 블루베리 식빵은 직접 만든 수제 잼을 넣는다. 초코 식빵은 초코 가나슈가 듬뿍 들어 있어 잘랐을 때 녹아내리는 초콜릿으로 재미를 준다. 이름처럼 ‘빵 연구실’을 지향하는 그는 올해부터 메뉴에 조금씩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기존의 레서피를 보완하고 재료를 바꿔 좀 더 업그레이드된 시그너처 메뉴를 만들고자 해요. 한동안 판매하지 않았던 크루아상과 녹차 데니시를 다시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지요. 일본의 베이킹 전문 잡지에서 트렌드를 읽고 영감을 얻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맛과 안전한 재료 그리고 언제와도 변하지 않는 일관성에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문의 337-0501


나폴리 피자를 응용한 ‘나폴리’ 빵, 잘랐을 때 초콜릿이 녹아내리는 모양이 보는 재미까지 더하는 ‘초코 식빵’.
“보기에 예쁜 빵이 먹기도 좋다. 쫄깃한 발효종 반죽에 나폴리 피자 토핑을 얹은 ‘나폴리’ 빵이나 잘게 썬 쪽파를 가득 담은 ‘쪽파 소시지 빵’처럼 재료와 식감의 조화가 눈과 입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_ <럭셔리> 이영채 기자


더 벨로 반영재



양재동에 위치한 ‘더 벨로’는 우리 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빵을 만들어내는 우리 밀 전문 베이커리다. 농사를 짓는 아버지로부터 밀을 경작하고 수확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배워온 반영재 셰프가 운영한다. 공장과 같은 커다란 주방에서 끊임없이 구워내는 빵은 각종 카페와 베이커리로 납품되고, 일부는 매장에서도 판매한다. 이탈리아 슬로푸드 협회 ‘맛의 방주’에 등재되기도 한 ‘앉은뱅이 밀’, 토착 밀 품종인 ‘금강 밀’로 대부분의 빵을 만든다. 두 품종 모두 퍽퍽하고 거친 식감이기 때문에 빵이나 과자 등 베이킹을 하기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반 대표는 이 품종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밀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우리 밀의 수요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관련 지식이 전무한 상황입니다. 제대로 된 빵을 만들어 우리 밀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가볍고 쫄깃한 식감을 내는 서양 밀과 달리 우리 밀은 거칠고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거친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 이를 위해 최소 8시간에서 최대 20시간까지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치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숙성할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내며 단백질이 분해돼 많이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소화가 잘된다. “쌀밥을 먹는 것처럼 부담 없는 뒷맛이 특징입니다. 그동안 빵을 거의 즐기지 않던 분들이나 어르신들이 자주 찾아오시는 이유지요.” 단순히 우리 밀을 사용해 빵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충청북도 음성에 호밀 밭을 꾸린 것도 반 셰프의 아이디어다. “농사를 지었던 아버지의 땅에서 우리 호밀을 키우고 있습니다. 우리 땅에서 난 호밀을 더 벨로뿐 아니라 다양한 베이커리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지요. 빵은 우리 밀을 홍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고, 우리 밀을 더욱 알리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전국의 베이커리에서 우리 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작년에 비해 두배가량 더 많이 경작하게 된 것이야말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까요?” ‘우리 밀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반영재 셰프의 말이다. 문의 070-4226-3976


쌀밥을 먹는 듯 부담 없는 뒷맛이 특징인 ‘더 벨로’의 우리 밀 빵. 빵을 거의 즐기지 않던 이도 찾아올 만큼 편안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우리 밀을 사용해 빵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우리 밀을 지키기 위해 밀밭을 운영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더 벨로’는 의미가 있다. 우리 밀 특유의 서걱서걱한 식감을 살리면서도 고소한 맛이 도드라져 많이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_ <행복이 가득한 집> 김혜민 기자


브레드05 강원재



여의도, 신길, 이촌 등 서울에만 5개의 매장이 있는 ‘브레드05’의 강원재 셰프는 자신의 빵을 ‘몸에 해가 되지 않는 착한 빵’이라는 말로 규정한다. 그는 기본을 중시하면서도 일상생활 속에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빵을 생산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일본에서 제과를 공부한 강 셰프는 한국에 돌아온 뒤 약 3년여간을 군산의 ‘이성당’에서 근무했고, 이후 상수역에서 ‘브레드05’의 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성수동의 ‘어니언 카페’에서 빵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매일 아침 각 매장을 돌아보고 출근할 정도로 각 지점에 대한 애정이 높다. 브레드05라는 이름에는 총 5가지의 천연 발효종으로 빵을 만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의 발효종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일 정도로, 각 빵의 종류에 맞는 발효종을 섞어 사용한다. 밀가루가 가지고 있는 각종 유해 요소를 줄이기 위해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발효하는 저온 숙성 방식을 고집해 어니언 카페 내에도 제빵실을 따로 만들어놓았다. 강 셰프가 빵 애호가들에게 유명세를 얻은 것은 ‘앙버터’부터다. 최근에는 다양한 베이커리에서 만날 수 있지만, 그가 국내에 최초로 도입해 빵 마니아 사이에서 화제였다. “일본 구마모토 현의 작은 베이커리에서 일할 때 레서피를 알게 되었습니다. 빵 사이에 팥 앙금과 큼지막한 버터 조각을 넣어 만드는 단순한 빵이지만 손이 많이 가지요. 막걸리 발효종을 주로 사용해서 만드는데 일반적인 치아바타에 비해 반죽에 공기가 많이 들어가 두툼한 두께를 자랑합니다.” 이외에도 ‘황금빵’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실 빵 ‘팡도르’, ‘공주 밤빵’ 등 식사 빵과 디저트 빵을 넘나드는 다양한 조리 빵을 선보인다. 강 셰프의 꿈은 젊은 셰프들을 브레드05의 지점장으로 독립시키는 것. 그래서 만든 것이 베이커리 설립을 위한 지원금을 빌려주는 ‘씨앗 기금’이다. “브레드05에서 일했던 실력 있는 셰프가 스스로 독립할 수 있게 하고, 우리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목표입니다. 10평 내외의 작은 베이커리로 시작한 브레드05의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한 길이자, 브레드05를 하나의 브랜드이자 협동조합으로 만들기 위한 일이기도 하지요.” 문의 070-7816-2710(어니언 카페)

“강원재 셰프는 밀가루, 버터 등 제빵에 필요한 기본 재료에 대한 이해가 높기로 유명하다. 오래된 경험을 바탕으로 ‘앙버터’ 등 이슈를 일으키는 다양한 빵을 만드는 셰프로도 명성 높다. 제대로 된 ‘맛있는 빵’을 먹기를 바란다면 브레드05가 답이다.” _ <파티시에> 박소라 기자


우부래도 우찬



‘꽃밀’이라는 비건 빵집을 운영했던 우찬 셰프가 망원동에 2017년 새롭게 문을 연 ‘우부래도’. 식빵, 치아바타 같은 식사 빵 외에도 브라우니, ‘두부 피자롤’ 등 다양한 조리 빵도 마련해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유기농 설탕, 국내산 팥, 안데스산 소금 등 원가만 해도 판매 가격의 절반을 웃도는 최상급 재료를 선택해 고유의 풍미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한다. 우유 대신 두유를, 버터 대신 현미유를 넣어 만드는 이곳의 빵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해 팥, 단호박 등 들어 있는 재료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기에 적합하다. “우유와 달걀, 버터 등 제빵에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재료를 전혀 넣지 않고 우리 밀과 앉은뱅이 밀을 섞은 밀가루로 반죽합니다. 각 재료의 비율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반죽조차 완성하기 힘들 정도로 까다로운 작업이지요.” 반죽한 후 10여 시간의 숙성 시간을 거치는 우부래도의 빵은 밀가루를 먹지 못하는 이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소화가 잘된다. 제대로 소화를 못 시키는 이들이 먹어도 속이 편안해 지방에서 택배로 주문하는 이도 많다고. 레스토랑의 셰프로 일하던 우찬 셰프는 스스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고 싶어 베이킹을 시작하게 됐다. 20여 년 동안 채식주의자로 살아오면서 채식 빵에 대한 기준을 세웠다. “채식 단계 중 가장 상위라고 할 수 있는 비건은 빵을 전혀 먹을 수가 없어요. 우유, 달걀, 꿀, 버터 등 동물성 식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해외에는 비건을 위한 레스토랑은 물론, 베이커리가 꾸준히 생기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척박한 상황입니다. 우부래도를 비건 베이커리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서, 일반인도 즐길 수 있는 ‘빵 맛집’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우부래도’ 상호에 대해 물었더니 ‘빵의 영어식 표현 브레드bread를 한자로 차음한 것’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감탄사 ‘우’에 ‘건강과 부가 오는 길’이라는 뜻의 부래도富來道를 붙였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손님부터 주기적으로 택배 주문으로 빵을 받아보는 이까지 단골층이 두텁다. 매 시간 갓구운 빵이 나오지만 예약 판매 등으로 금방 소진되니 원하는 빵이 있다면 전화 예약 후 방문할 것. 문의 070-8872-0509


‘우부래도’의 시그너처 메뉴인 ‘단호박 큐브’와 브라우니. 최고급 카카오 가루를 넣어 만드는 브라우니는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다. 
“순수 식물성 원료로 만든 건강한 빵을 먹고 싶은 이에게 강력 추천한다. 최고급 카카오 가루를 사용해 만드는 브라우니와 단호박을 가득 넣은 ‘단호박 큐브’ 빵은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할 시그너처 메뉴다. 재료 고유의 은은한 풍미와 식감을 느끼기에 일품이다.” _ <럭셔리> 이영채 기자


아티장 베이커스 모태성



한남동과 서래마을에 위치한 ‘아티장 베이커스’ 의 모태성 셰프는 기본기에 충실한 빵을 만드는 베이커로 정평이 났다.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요리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호주로 유학을 떠났을 때만 해도 빵의 길로 들어설 생각이 없었다고 말한다. “원래 빵이나 초콜릿, 케이크 등 디저트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호주에서 요리와 빵을 같이 공부하면서 우연히 선생님이 소개한 <아티장 브레드>, <아티장 베이킹> 책을 읽고 기존의 제과점 빵과 다른 분야의 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직접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마흔에 가까운 나이에 서울로 돌아온 그는 여러 베이커리에서 일을 하다가 2012년 한남동에 자 신의 빵집을 열었고, 지난해 서래마을에 또 다른 매장과 작업실을 오픈했다. 많은 이가 아티장 베이커스나 모태성 셰프를 생각하면 자동적으로 떠올리는 천연 발효종, 사워도를 기반으로 한 빵집을 시작한 것. “오너와 베이커가 따로 있는 빵집이 많고, 오너의 마케팅 능력이나 인맥으로 브랜드를 키우다 보니 베이커의 기술이나 능력을 부가적이거나 보조적으로 여기는 경우도 종종 봤습니다. 저는 빵을 잘 만드는 베이커가 성공하는 빵집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이들이 모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티장 베이커에 복수를 의미하는 ‘s’를 붙여 아티장 베이커스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모태성 세프의 빵은 보기에는 화려한 장식도 없고 투박하지만 속은 부드럽고, 씹을수록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빵이 대부분이다. 부드러운 재질과 단맛에 익숙한 일반 손님의 입맛에 맞춰 맛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빵이 지닌 맛과 향, 재료를 그대로 살려 표준적인 빵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생각을 반영한 것. 그는 또 밀가루에서 빵의 맛과 향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일반 밀가루가 무미건조하다면 프랑스 밀가루는 구수한 향과 단맛 등 재료 자체에 복합적인 풍미가 있습니다. 밀가루가 지닌 맛을 최대한 끌어올릴 방법을 찾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기본기에 충실하되 자신의 색깔을 지닌 빵을 만들겠다는 그는 부푼 모양, 결, 맛까지 차별화한 아티장 베이커스의 크루아상을 내놓았다. 문의 3477-3423(서래마을점)


모태성 셰프의 대표작인 천연 발효 호밀빵과 결이 살아 있어 더 고소하고 부드러운 크루아상. 
“한국에서 유럽 빵을 잘 만드는 베이커 중 아티장 베이커스의 모태성 셰프를 빼놓을 수 없다. 빵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정석대로 기본을 지켜 빵을 만든다.” _ <파티시에> 박소라 기자


루엘 드 파리 김영희, 문준필



김영희・문준필 부부 셰프가 함께 운영하는 ‘루엘 드 파리’는 크루아상 전문점으로 명성이 높다. 2년간의 연희동 생활을 마치고 최근 남부터미널 근처에 새 둥지를 틀었다. “기존 연희동 매장은 너무 작아 손님이 많이 들어올 수 없었어요.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터미널 근처여서인지 지방에서 올라오는 손님이 많아졌습니다.” 문준필 셰프의 말이다. ‘프랑스 베이커리’를 표방하는 만큼 크루아상 외에도 케이크와 샌드위치, 초콜릿 등 정통 프랑스 빵과 디저트를 판매한다. 매장을 이전하면서 페이스트리, 구움과자 등 디저트 섹션을 더욱 보강했고, 매장의 절반을 주방 공간으로 할애할 만큼 설비도 많은 신경을 썼다. 남편인 문준필 셰프는 국내의 다양한 베이커리에서 10여 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순수 국내파’ 베이커로, 국내 소비자가 좋아하는 빵을 제대로 알고 있는 전문가다. 김영희 셰프는 프랑스 르코르동 블루 출신으로 현지에서 정통 프랑스 제과 제빵을 배웠다. “정통 프렌치 레서피에 저희 부부만의 노하우를 담아 빵을 만듭니다. 다른 베이커리에 비해 크기가 큰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시그너처 메뉴라 할 수 있는 크루아상을 예로 들면, 천연 발효종을 사용한 반죽에 노르망
디산 버터를 듬뿍 넣어 만듭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베이커리와 크게 다른 점은 없지요. 하지만 ‘작은 빵은 맛이 없다’는 루엘 드 파리만의 신조 때문에 다른 베이커리의 크루아상에 비해 약 1.5배 가량 크게 만듭니다. 크기는 크지만 크루아상 겹겹이 공기층이 많이 들어가 있어 한 개를 다 먹어도 배가 많이 부르다거나 부담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어요.” 문을 연 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유난히 단골손님이 많은 것도 눈에 띈다. 루엘 드 파리만의 정통 프랑스 빵 애호가를 자처하는 손님들은 기존 연희동 매장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온다. 이곳의 빵 맛을 잊지 못하는 이가 많아 전화를 통한 예약 판매도 받고 있다. 시그너처 메뉴인 크루아상 외에도 32시간을 숙성시켜 만드는 바게트, 말차 초콜릿 케이크, 각종 생초콜릿과 샌드위치 등 다양한 프렌치 베이커리를 고루 맛보기를 권한다. 문의 322-0939

“프랑스 작은 마을의 시골길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방문해보자. 문을 여는 순간 퍼지는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이곳의 크루아상은 그냥 먹어도 좋지만 차가운 버터를 한 덩어리 넣어 먹어볼 것. 크루아상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_ 프리랜스 에디터 문경옥


소울 브레드 권순석



우면동에 위치한 ‘소울 브레드’는 권순석 셰프가 2014년에 문을 연 베이커리다. 국내에는 생소한 무반죽법을 사용하는데다 천연 발효종인 사워도를 이용한 빵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권 셰프가 말하는 무반죽법은 ‘밀가루를 반죽하지 않은 채 가만히 두는 것’이다. “밀가루에 물을 부은 뒤 10시간 정도 두면 효모의 작용으로 반죽이 저절로 완성됩니다. 반죽을 치대면 빵 만드는 시간이 단축되지만 소화가 잘 안 되는 글루텐이 형성되지요. 자연의 속도에 맞는 ‘인간적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공 이스트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천연 발효종 사워도를 이용하며, 10시간 동안 놓아둔 반죽을 다시 8시간 동안 숙성시켜 빵을 만든다. 반죽에만 20여 시간이 들지만 사워도의 독특한 신맛이 빵에 배는 중요한 과정이다. 제빵에 사용하는 밀은 우리 호밀과 진주 앉은뱅이 밀 그리고 호주의 유기농 밀을 배합해 만든다. 앉은뱅이 밀은 잘 부스러지고 식감이 거칠어 스콘이나 쿠키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하고, 나머지 빵에는 함량을 조절해 사용한다. 거칠고 투박한 식감을 내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과 독특한 신맛이 배어나온다. “소울 브레드의 빵을 먹은 후부터 혈당 수치가 떨어졌다고 하는 손님이 많습니다.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편안해 당뇨병 환자와 소화기관이 좋지 않은 손님도 많이 찾아와요.” 권 셰프를 포함해 직원은 3명이 전부인데다, 테이블 하나만 놓인 아담한 매장이지만 매 시간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모두 이런 이유에서다. 소울 브레드는 발효와 숙성 과정이 길기 때문에 생산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쉽게 구할 수 없는 빵’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매장을 방문하기 어렵다면 택배 주문을 받는 공식 블로그(blog.naver.com/5htoday)를 찾아 볼 것을 추천한다. 권 셰프의 목표는 ‘필요한 이에게 소울 브레드의 빵을 마음껏 먹게 해주는 것’. 빵에 들어 있는 각종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 이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배를 채우기 위한 빵이 아닌, 치유와 상생의 빵이다. 문의 304-4489


직접 만든 크림치즈와 딸기가 조화를 이루는 ‘소울 브레드’의 시그너처 메뉴. 대부분 예약 판매로 팔리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맛보기 쉽지 않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무반죽빵 전문점이다. 홈 베이커 출신의 권순석 셰프가 만드는 집밥 같은 푸근한 빵을 맛볼 수 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빵을 구입하려는 경쟁이 치열해 직접 찾아가도 빵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빵을 먹었을 때소화가 잘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는 이라면 꼭 들러보기를 권한다. _ <럭셔리> 백문영 기자


뺑드빱바 이호영



‘아빠가 만든 빵’이라는 뜻의 ‘뺑드빱바’는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착한 빵집. 믿을 수 있는 재료로 맛있는 빵을 만든다는 소문은 여러 매체를 통해 검증되었고, 이호영 셰프의 철학에 공감하는 이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이호영 셰프는 우리 밀에도 높은 관심과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가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밀은 대부분 면이나 부침개를 위한 것이다 보니 빵에 적합한 것을 찾기 어려웠어요. 좋은 품질의 밀은 물론이고, 제빵용 제분기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지요.” 처음에는 전국을 수소문해 겨우 구한 밀 500kg을 경동시장에서 제분했더니 한약재 냄새가 배기도 했다. 그러다가 전남 구례의 친환경 밭에서 밀을 재배하는 농가를 소개받았고 6년 전부터 계약재배를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전남 신안에서 경작한 밀을 사용하고 있다. “한 농가의 밀을 그대로 받지만 밀 농사가 주가 아니다 보니 재배 면적이 적고, 드문드문 농사를 지어 일조량, 밭의 상태, 그해의 날씨에 따라 밀의 품질차이가 많이 납니다. 한 땅에서 한 사람이 지은 밀을 구하고 싶은데 쉽지 않아 대단위 농토를 알아보고 있어요. 농사를 잘 짓는 전문가에게 위탁해 서로 윈윈하고 싶습니다.” 유럽의 빵 문화가 발달한 것은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밀을 재배하고, 그에 맞는 빵을 만들기 때문. 프랑스는 석회질 땅에서 나온 밀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완해 빵을 만든다. 그는 해외에 나갈 때마다 제빵용 밀과 전용 제분기를 찾아보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아직은 통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밀 재배가 활발해지고 제대로 된 제분기를 찾는다면 우리 밀의 특성에 맞는 빵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가 최근 집중하는 것은 스펠트 밀이다. 청동기에서 중세까지 중부 유럽의 산간지대에서 많이 재배하던 종으로, 글루텐이 많아 제빵용으로 손색없다. 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먹을 수 있으며, 혈당지수를 낮춰 당뇨 환자에게 좋은 밀로 알려져 있다. “건강 빵집이라고 소문나 환자나 보호자들이 자주 찾습니다. 그분들도 편하게 드실 수 있는 재료들로 더 좋은 빵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문의 543-5232


이호영 셰프는 최근 스펠트 밀로 만든 빵에 집중하고 있다. 스펠트 밀은 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나 당뇨 환자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이호영 셰프는 우리 밀과 제분에 관심이 많아 오래전부터 밀을 직접 재배해 빵을 만들었다. 지금 우리 밀로 빵을 만드는 셰프들이 초창기 이호영 셰프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_ <파티시에> 박소라 기자


르빵 임태언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임태언 셰프는 우연한 기회에 빵의 매력을 깨닫고 장르를 선회했다. 그가 처음 문을 연 곳은 석촌호숫가에 위치한 ‘호수 베이커리’. 이후 석촌역에 오픈한 ‘르빵’에서 천연 발효종으로 만든 건강한 빵으로 이름을 얻었고 현재는 르빵 석촌점, 잠실롯데몰점, 명동성당점, 망원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처음부터 건강하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빵이 목표였어요. 10~15일 동안 공들인 천연 발효종으로 바게트, 호밀빵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결이 거칠고 맛이 심심해 처음엔 반응이 시원치 않았죠.” 다행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과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그는 자신의 소신대로 빵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임 셰프는 매월 둘째 주 목요일마다 석촌점 문을 닫고 직원들과 ‘빵 연구 날’을 진행한다. 기본 재료를 공부하고, 새 메뉴를 제안하거나 인기있는 제품을 분석하는 시간. 하루 매출을 포기하고 연구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네 빵집은 남들과 다른 독특한 개성이 있어야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직접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죠. 명품 빵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 교육은 물론 복지에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는 재료를 고르는 데도 까다롭다. 프랑스 비롱Viron사의 밀가루를 25톤 분량씩 직접 수입하는데, 부산에 냉장 창고를 별도로 두고 보관한다. 국산 팥을 직접 불리고 골라 단팥빵을 만들고, 구운 견과류를 넣어 덜 달고 덜 느끼한 ‘맘모스빵’을 완성했다. 수비드 기계를 사용해 만들어 달지 않고 팥 알갱이가 살아 있는 ‘황금 단팥빵’은 명동성당점에서만 판매한다. 새로운 메뉴가 나오는 데 보통 1년이 걸린다. “빵은 만드는 사람의 생각이 중요합니다. 개량 종자를 사용해 적은 양으로 부피를 키울 수도 있지만 그런 빵은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됩니다. 최상의 재료와 최고의 기술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습니다.” 올봄 망원점이 위치한 창비서교빌딩 지하에 ‘빵쟁이가 꿈꾸는 요리’ 콘셉트의 이탤리언 레스토랑도 오픈한다. “면과 빵, 소스를 따로 내 찍어 먹는 파스타, 갓 구운 빵이 나오는 디너 코스처럼 빵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 계획입니다.” 문의 070-8973-7004(석촌점)


‘르빵’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밤 식빵’과 ‘사과종 캉파뉴’. 안에 든 부재료가 풍성해 깊은 맛을 낸다. 
“임태언 셰프의 빵 중에서 특히 바게트와 발효종을 넣은 와플은 그의 진가를 느끼게 한다. 그는 늘 빵을 만드는 후배들과 함께 연구하는데, 후배들과 같이 성장하는, 호흡이 긴 베이커라는 생각이 든다.” _ 프리랜스 에디터 문경옥


Everyday Bread
빵은 단순히 ‘식사 빵’, ‘조리 빵’으로만 나뉘지 않는다. 쌀밥처럼 부담 없고 간편히 먹을 수 있는 8가지 빵을 소개한다.



1 Sourdough
유럽 빵을 반죽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가 사워도다. 공기 중에 존재하는 효모균을 이용한 천연 발효 반죽으로, 반죽의 일부를 남겨 새로운 빵에 첨가하는 효모종이다. 사워도 빵이 가장 유명한 곳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1849년 골드러시로 샌프란시스코에 노동자들이 몰려들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시큼하면서도 텁텁한 맛이 해산물과 잘 어울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클램 차우더 수프를 곁들여 먹는다.

2 Hard roll
단단한 공 모양의 하드 롤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재료는 이스트와 강력분이다. 일반 밀가루에 비해 단단하게 굳는 성질이 있는 강력분으로 반죽하면 입으로 베어 먹기조차 힘들 만큼
겉 표면이 딱딱한 빵이 완성된다. 1867년 파리에서 열린 엑스포에서 비엔나의 베이커가 만든 빵으로 소개되면서 ‘비엔나 롤’이라고도 불렸다.

3 Ciabatta
1982년 이탈리아의 베네토 주에서 개발된 치아바타는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 덕에 전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식사 빵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탈리어어로 ‘낡은 신발’을 뜻하는데, 기다랗고 넓적한 모양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밀가루와 물, 소금, 이스트만을 넣어 만드는 것이 정석이지만 최근에는 통밀을 사용해 고소함을 더하거나 반죽에 우유를 넣어 부드럽게 만들기도 한다. 치아바타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햄, 치즈, 루콜라 같은 간단한 재료를 넣어 따뜻하게 구워내는 파니니로 만들어 먹는 것.

4 Rye bread
호밀빵은 제분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중세 시대 독일인의 주식으로 ‘흑빵’이라고 불렸다. 일반 밀로 만든 빵에 비해 식감이 거칠고 색깔도 어둡지만 특유의 구수하고 담백한 맛 덕에
최근 국내에서도 각광 받고 있다. 호밀은 독일과 핀란드, 덴마크, 러시아 등 비교적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 자라며, 100% 호밀을 이용하기보다 밀가루를 일정 부분 배합해 만드는 경우가 많다. 각종 채소와 고기를 끼운 샌드위치로 먹으면 호밀 특유의 강한 곡물 향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1 Baguette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이자 프랑스인의 주식인 바게트. 가늘고 기다란 모양이 특징으로 딱딱한 겉과 달리 속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프랑스에는 바게트를 만드는 기준이 법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이에 따르면 밀가루와 물, 이스트, 소금만 사용해야 한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 찍어 먹거나 버터를 발라 먹는 등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고 먹을 때 담백한 맛이 도드라진다.

2 Bretzel
프랑스에 바게트가 있다면 독일에서는 브레첼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짙은 갈색 표면에 굵은 소금 알갱이가 흩뿌려져 있어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하다. 식사 빵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의 공식 안주로 인정받을 만큼 맥주와도 잘 어울린다. 나뭇가지에서 가지가 뻗어 나온 듯한 매듭 모양 덕에 각 부분별로 식감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가느다란 윗부분과 가운데 부분은 바삭바삭하고, 통통한 아랫부분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하다.

3 Croissant
부채꼴 형태로 만드는 크루아상은 페이스트리의 한 형태로, 프랑스어로 ‘초승달’을 뜻한다. 반죽을 얇게 펴고 접는 과정을 반복해 최소 81개의 겹이 있어야 크루아상이라 이름을 붙일 수 있다. ‘프랑스의 아침 식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식사 빵의 전형이다.

4 Pastry
18세기 프랑스에서 처음 만든 페이스트리는 오스트리아의 빈으로 건너가며 다양한 형태로 변형됐다. 반죽에 유지 성분을 섞은 뒤 얇게 밀어 펴고 접는 과정을 수십 번 이상 반복해 공기층을 만들어야 바삭바삭한 페이스트리가 완성된다. 과일부터 크림, 초콜릿을 넣은 것까지 다양한 페이스트리가 있지만 식사용으로 먹을 때는 아무 재료도 넣지 않은 플레인 페이스트리가 제격이다. 따뜻하게 데워 버터를 바르면 고소한 페이스트리 고유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스타일리스트 유지혜 | 취재 협조 및 도움말 <수퍼레시피> 이소민 편집장,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 송정림 편집장, <파티시에> 박소라 기자, <스타일 H> 계안나 기자, <행복이 가득한 집> 김혜민 기자, 프리랜스 에디터 문경옥, 프리랜스 에디터 윤은정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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