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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폴리오 이상묵 대표

"머무는 것 자체로 여행이 되는 공간"

파인 스테이 큐레이션 플랫폼 ‘스테이폴리오Stayfolio’의 이상묵 대표가 서촌에 ‘수평적 호텔’을 꾸렸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엘리베이터 삼아 아담한 서점에서 체크인을 하고 로컬 맛집에서 식사를 한 후 고즈넉한 한옥에서 잠을 청하는 하루! ‘서촌유희’ 프로젝트를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숙박 문화를 제시하고 있는 그에게 ‘집’이란, ‘공간’이란 무엇일까?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이자 건축사사 무소 지랩의 공동대표. 성균관대학교 건축 학과 졸업 후 공공기관에서 도시설계 일을 했고, 부모님 집을 리모델링한 펜션 ‘수화 림’, 서산 ‘제로 스페이스’ 프로젝트를 거쳐 2013년 대학 동기 노경록, 박중현과 함께 지랩을 설립했다. 2015년에는 스테이폴리 오를 론칭, 국내외 좋은 숙소를 엄선해 소 개하는 한편 지랩의 자체 숙소 브랜드 ‘지 스테이’를 운영 중이다. ‘수평적 호텔’, ‘개 통하는 집’ 등 지역과 상생하는 새로운 주 거 문화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여행의 컨디션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숙소. 호텔과 리조트는 물론 독채 펜션, 한옥 스테이, 부티크 호텔 등 형태와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스테이폴리오’는 이토록 수많은 숙소 중에서 믿고 머물 만한 ‘좋은 곳’을 찾아 헤매는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파인 스테이 큐레이션 플랫폼. 머물고 싶은 집을 의미하는 ‘스테이Stay’와 명확한 관점에 따라 큐레이팅해 정보를 차곡차곡 모은다는 뜻의 ‘폴리오Folio’를 더해 ‘머무름 자체로 여행이 되는 좋은 스테이’를 제안한다. 얼핏 보기엔 흔한 숙박 예약 사이트 같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큐레이션이 남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지역의 매력과 개인의 열망을 담고 있으면서 건축 디자인적으로 시선을 끌고, 시설 면에서 머무는 데 불편함이 없는 숙소들이 가득하다. 지인들과 조용하고 멋진 공간에서 와인을 나눠마시며 오붓하게 파티를 열고 싶을 때, 지역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숙소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한 ‘쉼’을 누리고 싶을 때, 진정한 로컬을 경험할 수 있으면서도 청결이나 서비스에 대해 걱정하고 싶지 않을 때 ‘정답’이 될 만한 곳이 모여 있다.

스테이폴리오가 다른 숙박 큐레이션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지점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직접 설계한 자체 운영 ‘스테이’를 함께 소개한다는 것. 그 배경에 2013년 노경록·박중현·이상묵 대표가 공동 설립한 건축사사무소 ‘지랩Z_Lab’이 있다. 서울 창신동의 버려진 한옥을 리모델링해 렌털 하우스로 꾸민 ‘창신기지’, 제주 돌집의 아름다움을 재해석한 독채 펜션 ‘눈먼고래’, 빈티지 에어스트림으로 캠핑 파크를 꾸민 ‘어라운드 폴리’ 등이 이들의 대표작. 도시설계사무소에서 일하던 시절부터 좋은 장소를 선별해 공유하는 ‘묵사마의 블로그’를 운영했던 이상묵 대표는 지랩의 작업을 알리는 동시에 전 세계의 매력적인 숙박 시설을 세상에 알릴 콘텐츠 플랫폼을 구상했고, 그 결과물로 2015년 스테이폴리오를 론칭했다. 이후 지랩이 설계한 독창적인 숙소를 ‘지스테이Z_Stay’로 브랜딩하고 자체 큐레이션한 국내외 숙소를 기획, 취재해 소개하고 있다.

스테이폴리오의 특별함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숙박, 주거 문화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점에 있다.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인지하고 실제로 경험해 생각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지랩의 경우, 건축주로부터 설계를 의뢰받아 건물을 짓는 일반적인 건축사무소의 업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스테이폴리오를 통해 자체 공간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며 직접 운영, 서비스하고 있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건축사무소의 태생적 한계를 확장시킨 스테이폴리오의 최근 관심사는 ‘수평적 호텔’. 서촌에 자리한 5개의 지스테이를 기반으로 1층 리셉션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는 수직적 구조의 호텔 대신, 곳곳에 숨은 맛집과 작은 서점, 디자인 숍 등 지역 편의 시설을 숙소와 연결해 수평적 구조로 콘텐츠를 경험하게 하는 ‘서촌유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상묵 대표와 서촌의 골목길을 걸었다. 오래된 한옥과 벽돌이 정겨운 집을 지나 통인시장 사잇길로 돌아 나가자 또 다른 서촌이 펼쳐진다. 무목적 빌딩 옥상에 올라 동네 전경을 한눈에 담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 대충유원지에서 정성껏 내린 커피를 맛보는 시간. “서촌은 오래된 것과 요새 공간이 잘 어우러진 지역이에요.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한옥과 옛길의 흔적이 골목 구석구석 자연스레 녹아 현재와 공존하고 있죠. 낮은 건물들이 수평적으로 연결된 이 동네의 진짜 매력을 더 많은 사람이 발견하고 즐길 수 있길 바랍니다.” 이상묵 대표의 말이다.


서울의 다양한 동네 중 ‘서촌’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서촌에 관심을 가진 지 10년이 넘었다. 도시설계사무소에서 일할 때 북촌 지구단위계획에 참가했는데, 아쉽게도 해당 지역은 땅값만 오르고 정주성은 사라졌다. 그에 비해 서촌은 한옥을 다수 보존할 수 있는 데다 주거 블록이 독특하게 개발돼 옛것과 현대적인 것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오래전부터 이어진 서촌의 고유한 지역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개발 가능한 구역에 젊은 세대가 자연스레 섞여 들어오면서 이 동네만의 차분하고 감각적인 분위기가 균형감 있게 유지되고 있다.

‘서촌유희’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은 언제인가?
2019년 초 ‘누와’가 완성되면서부터다. 기존에도 한옥을 개조한 스테이를 운영하긴 했지만 여러 제약으로 인해 우리가 추구하는 스타일과는 결이 조금 달랐다. 누와를 통해 본격적으로 스테이폴리오가 추구하는 스테이의 형태를 선보일 수 있게 됐고, 이런 곳을 여러 개 만들어 주변의 매력적인 스폿과 연결하면 재미있고 신선한 숙박 문화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과 상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소개해달라.
서촌의 한옥 스테이 ‘누와’, ‘일독일박’, ‘서촌영락재’, ‘서촌도감’, ‘썸웨어’를 예약하면 입실 당일 한달에 단 한 권의 책만 소개하는 작은 서점이자 서촌유희 프로젝트의 컨시어즈 역할을 하는 ‘한권의 서점’에서 체크인을 하게 된다. 내국인은 원하지 않으면 곧바로 스테이로 입실할 수 있지만, 외국인의 경우 반드시 체크인 과정을 거치도록 유도한다. 머무는 스테이를 기점으로 식사는 어디에서 하면 좋을지, 갈 만한 카페와 상점은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큐레이션한 로컬 스폿을 안내하기 위해서다.


스테이폴리오가 직영하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으로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소개하는 ‘서촌도감’. © 박기훈(아크팩토리)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아담한 서점이자 ‘서촌유희’ 프로그램의 컨시어즈 역할을 하는 ‘한권의 서점’. © 박기훈(아크팩토리)


한 권의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는 ‘북 테라피 하우스’ 콘셉트의 한옥 스테이 ’일독일박’. © 박기훈(아크팩토리)


자투리 땅 위에 비밀스러운 아지트처럼 지은 모던 한옥 ‘누와’. © 텍스처온텍스처
‘누와’를 포함한 한옥 스테이 5곳과 오래된 차고나 노포를 개조한 ‘한권의 서점’, ‘서촌도감’ 등을 직영하고 있다. 약 2년의 시간 동안 서촌에 이토록 많은 공간을 보유할 수 있었던 저력은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소유’가 아닌 ‘공유’다. 언급한 공간 중 우리가 실제로 소유한 공간은 단 하나도 없다. 현재 서촌에는 빈집이 상당히 많다. 직접 살지는 않지만 팔자니 아쉽고, 고치기엔 비용이 많이 들고, 운영도 어려워 비어 있는 곳들이다. 그런 건물을 발견해 건축주와 상의한 후 스테이폴리오의 스타일로 바꾸는 것이다. 건축주와 ‘협업’해 어차피 비어 있을 공간을 멋지게 바꾼 뒤 스테이로 운영하고 수익을 나눈다. 예를 들어 적산 가옥을 숙소로 바꾼 ‘썸웨어’의 경우 건축주가 서촌에서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가인데, 건물의 매력에 이끌려 구입했지만 운영을 부담스러워했다. 이미 어느 정도 잘 고쳐진 상태였지만 숙소로 사용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어 패브릭 부분은 우리가 부담하고, 가구와 시설은 건축주가 투자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운영은 스테이폴리오가 하고 수익은 배분한다.

로컬 문화, 건축, 디자인뿐 아니라 부동산에도 굉장히 해박해야 할 것 같다.
대학에서 도시설계를 전공하고 관련 일을 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마음에 드는 건물이 있을 때는 토지대장, 토지등기부등본 등 관련서류를 다 떼어서 꼼꼼히 분석한다. 해당 건축물을 면밀히 파악해 건축주가 원할 만한 제안을 하거나, 우리가 취해야 할 입장이나 역할을 명확히 하는 편이다. 주변 부동산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스페이스워크가 만든 프로그램 ‘랜드북(LANDbook.net)’을 즐겨 보는데, 주소를 입력하면 주변 시세를 분석해 평당 금액, 토지 추정 가격, 상황에 따른 예상 수익률까지 알려준다.

2015년 스테이폴리오를 론칭한 계기는 무엇인가?
2013년 지랩을 설립하기 전부터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숙박 플랫폼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있었다. 2008년 부모님 집을 펜션으로 리모델링한 ‘수화림’을 홍보하기 위해 시작했다가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공간을 발견해 소개하는 웹 페이지로 발전한 ‘묵사마의 블로그’가 단초가 됐다. 한편으로는 도시 설계를 하면서 느낀 매너리즘이 미디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밤새 공청회를 준비해도 이해관계의 충돌로 무산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허울뿐인 정책도 많아 허무함이 컸기 때문이다. 작더라도 실질적으로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좋은 숙소를 짓는 것을 넘어 제대로 소개하고 제안한다면 더 나은 숙박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IT 분야에 천부적 재능을 가진 고등학교 동창과 인연이 닿은 것도 색다른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 중 하나다.

스테이폴리오의 하이라이트는 자체 브랜드 ‘지스테이’라고 생각된다. 직접 만드는 공간인 만큼 스스로 정의하는 ‘이상적인 숙소’의 조건을 집약할 테니까. 지스테이가 추구하는 숙소는 무엇인가?
스테이폴리오가 큐레이션하는 ‘머무는 것만으로 여행이 되는 공간’의 다른 말은 ‘휴식’이다.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여행을 원하는 것은 ‘일탈’, ‘쉼’에 대한 갈망 때문 아닐까. 특히 지랩의 최근작인 제주 ‘와온’은 ‘격렬하게 쉬고 싶은’ 현대인을 위한 ‘따뜻한 집’을 콘셉트로 전통 돌집에 나무 소재를 더해 온기를 불어넣고 편안함을 주는 물, 바람, 향기 등을 모티프로 공간을 구성했다. 서촌의 ‘일독일박’은 한 권의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는 ‘북 테라피 하우스’를 지향하고, ‘아담한옥’은 복잡한 도심에서 나만의 동굴을 찾아 들어가고 싶을 때 찾는 공간으로 꾸몄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로컬 재료, 공간감, 분위기 등 그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혼’을 유지하거나 살린다는 것이다. 공간에 담긴 기억, 흔적 등이 어떻게 의미 있게 담길 수 있을지 고민한다.

스테이 큐레이션 플랫폼을 기반으로 지역과 상생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공간을 통해 이루고 싶은 또 다른 목표가 있나?
휴대폰처럼 ‘개통하는 집’을 만들고 싶다. 서울 곳곳의 자투리 땅에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과 감성을 반영한 매력적인 협소 주택을 짓고, 매달 정해진 금액을 월세처럼 꾸준히 내면 결국 ‘내 집’이 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공급자 위주의 취향 없는 집을 대량생산해 비싼 금액에 구입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가 안락하게 거주할 수 있는 집을 모두가 합리적으로 소유할 수 있길 꿈꾼다.

앞으로의 계획은?
서촌유희 프로젝트의 펜트하우스, 멤버십 라운지 역할을 할 ‘PH서촌’을 오픈할 계획이다. 또 ‘서촌유희’의 두 번째 버전으로 제주에서 ‘조천유희’를 준비하고 있다. ‘눈먼고래’ 같은 스테이폴리오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스테이를 연결할 예정이다. 동시에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으로 활동 범주를 넓히려 한다. 현지 건축가의 집을 스테이로 바꾸고 우리만의 패키지를 제안해 색다른 여행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2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