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아티스트 비디그라프트와의 인터뷰

노랑을 더한 세상

암스테르담에서 활동 중인 독일 출신 작가 비디 그라프트B.D. Graft는 오래된 책 페이지나 사진 위에 노랑을 더하는 ‘옐로 콜라주’ 작업을 통해 예술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국내 패션 브랜드 뮤트뮤즈MUTEMUSE와의 협업으로 이뤄진 아시아 첫 개인전 <The Art of Yellow>를 위해 서울을 찾은 그를 만났다.


비디 그라프트 대학에서 영화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던 중 우연히 접한 콜라주에 매료돼 작업을 시작했다. 이후 오래된 책이나 이미지에 노란색 조각을 더하는 ‘노랑 더하기’ 프로젝트로 주목받으며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왔다. 7월, 국내 라이프 스타일 패션 브랜드 뮤트뮤즈와 협업해 서울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가졌다. 현재는 패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와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뒤섞이고, 편집과 차용이 일상이 된 시대. 장르를 국한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작업을 기반으로 SNS 피드를 갤러리 삼아 큐레이션, 컬래버레이션을 자유자재로 펼치는 밀레니얼 세대 작가들이 아트 신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내가 노란색을 더하면 내 작품이 되는가Is it mine if I add some yellow?”를 슬로건으로 ‘노랑 더하기 Add Yellow’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아티스트 비디 그라프트 역시 그 중 하나다. 오래된 책이나 잡지를 뒤져 발견한 의미 있는 페이지에 노란 물감으로 페인팅한 종이를 독창적인 형태로 오려 붙인 그의 작업은 단순한 듯하지만 복합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단 한 장의 노란 종이를 덧입혀 누군가의 작업에 변형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가득한 작품은 동시대 예술계의 키워드를 상기시키면서도 어렵거나 불편하기보다 유려하고 우아한 이미지로 시선을 붙든다. 

아시아 첫 전시다. 소감이 어떤가?
많은 분이 예상보다 크게 환영해주시고 공간도 작품과 무척 잘 어울려 행복하다. 

오래된 책 페이지나 사진 위에 노란색으로 칠한 조각을 덧입히는 ‘노랑 더하기’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콜라주에 매료돼 작업을 이어가던 중 기존의 작업물에 무언가를 덧입혀 변형을 가하면 그 결과물은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우리는 모든 것을 차용하고, 리믹스하고, 리포스팅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워낙 빈번해서 이제는 익숙한, 자연스러운 하나의 현상이 됐지만 여전히 다룰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종종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오마주로 이 프로젝트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피카소 작품에 노란색을 더한다면 그 작품이 내 것이라는 의미가 아닌 그의 예술에 나만의 현대적 해석을 담고 싶은 거다.

작업의 소재로서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아트, 건축, 자연 등 좋아하고 관심 있는 주제를 먼저 고려한 후 표지나 페이지 등 물리적인 부분에서 오래된 느낌이 드는지, 콘텐츠와 형태가 잘 맞아떨어지는지를 본다.

그런데 왜 노란색인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 중립적인 색으로 느껴져서다. 예를 들면 빨간색은 위험이나 열정, 검은색은 우울이나 어둠과 곧바로 이어져 작업 자체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Pool’. 올해 작업한 ‘노랑 더하기’ 프로젝트의 신작.


‘Venus’. 오래된 예술 잡지에서 발견한 비너스 상 이미지를 모티프로 한 작품. 



‘Biographies’ 시리즈. 좋아하는 예술가들의 전기 위에 오마주하는 의미로 노란색 조각을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한 ‘MK’ 시리즈가 흥미롭다. 히틀러의 자서전을 소재로 활용했다.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Mein Kampf>은 오랜 세월 전 세계에서 ‘금서’로 여겨진, 문제적인 책이다. 관련 기사를 읽다 작품의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암스테르담의 한 서점에서 책을 구했다. 젊은 시절 아티스트를 꿈꾼 히틀러는 클래식한 미술에 집착해 모던아트를 혐오했다. 그가 그토록 싫어한 현대미술로 그의 증오와 편견에 ‘한 방’ 제대로 먹여주고 싶었다.

핸드메이드에 가치를 두고 원화만을 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많은 사람이 스크린이나 모바일 액정에 둘러싸여 있고,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간다. 일시적이고, 순간적이며, 임시적인 콘텐츠와 이야기가 넘친다. 그러다 보니 직접 만질 수 있고,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는 아날로그적인 것에 대한 열망이 다시 커지는 듯하다. 바이닐 레코드, 빈티지 옷 등이 간직한 시간과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일종의 노스탤지어를 느낀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 작품은 오래된 책에서 꺼낸 이야기, 그것이 가진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재현된 형태로는 알기 힘든,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닌 원화 그 자체를 소유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

전통에 가까운 작업을 고집하면서도 SNS를 잘 활용하고 협업도 많이한다.
핸드메이드적인 가치와 진정성, 원화를 제작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이를 통해 작품의 정체성과 히스토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 디지 털 작업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으로서 SNS는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작품의 가치가 변형되는 것이 아니고, 더 널리 내 작업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스크린에서도 작업의 아날로그적인 면이 잘 드러나도록 일부러 붓 터치가 더 도드라지게 하거나 빛바랜 면, 찢긴 페이지를 의도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예술이란 뭘까?
나에게 예술은 아름다움, 긍정적인 감정의 전달이다. 작업을 하며 느끼는 행복을 보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내 작업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삶의 어떤 날들을 조금 더 밝게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이어갈 예정인가?
페인팅과 드로잉을 좀 더 갈고 닦아 완성도를 높인 후 조각이나 세라믹 작업까지 이어가고 싶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9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