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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육식肉食의 신세계

프리미엄 한우 전문점이 한바탕 유행을 휩쓸고 지나간 현재 육류 시장의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새로운 구이 방식과 차별화된 부위 및 가공법으로 ‘육식의 신세계’를 보여주는 레스토랑 4곳을 소개한다.

고기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조건
휴135





미국의 ‘칠리 파머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총괄 셰프를 지낸 후 <한식대첩 고수외전>을 통해 얼굴을 알린 김세경 셰프가 지휘하는 스테이크하우스. 풍향과 습도, 온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숙성고를 직접 제작할 만큼 숙성에 깐깐하기로 소문난 김세경 셰프는 이베리코 뼈 등심, 한우 티본 등 다채로운 부위를 최소 21일 이상 건식 숙성해 손님상에 낸다. 오래 숙성할 필요가 없는 안심은 1~2주에 걸쳐 단기간 숙성하는 대신 누룩을 켜켜이 발라 산미를 끌어올리고 진한 우유 향을 연상시키는 숙성취를 한껏 살린다. 고기를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정형을 시작하고 비장탄과 참숯으로 불판을 달군 후 먹기 좋게 구워낸다. 이후 고기를 식혀 육즙을 가두는 ‘레스팅’ 과정을 거친다. “고기가 가장 맛있게 익는 온도인 화씨135도와 레스팅 과정을 의미하는 쉴 ‘휴休’에서 레스토랑의 이름을 따온 만큼 굽기에 집중합니다.” 식사 전 나오는 달걀찜으로 빈속을 부드럽게 달랜 후 다채로운 부위를 즐겨볼 것. 들기름에 들들 볶은 돌산 갓김치와 갈치속젓 아이올리를 곁들이면 맛이 변주돼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용산구 이태원로55나길 6, 문의 070-4155-0135


술을 부르는 샤퀴트리의 향연
더 샤퀴테리아







천장에 주렁주렁 매단 고기에서 풍기는 고소한 짠내와 숙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퀴퀴한 곰팡이 내음이 가득한 공간에서 하몽, 프로슈토, 살라미 등 매일 10여 가지 샤퀴트리가 맛있게 익어간다. 1987년 설성목장으로 시작해 육가공에 일가견이 있는 에쓰푸드가 차린 ‘더 샤퀴테리아’다. “70m2 남짓한 아담한 공간이지만 눈과 입이 동시에 즐거워지는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각종 샤퀴트리는 물론 치즈, 견과류, 잼을 진열한 냉장 쇼케이스가 가장 먼저 반기죠. 오픈 키친 구조라 마이스터들이 바삐 움직이며 살라미를 얇게 저미는 풍경을 구경하거나 한쪽 벽면에 낸 투명 창 너머 블루미 살라미가 숙성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죠.” 블루미 살라미는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이자 카망베르·브리 치즈와 유사한 방식으로 만드는 건조육. 고기 표면에 꽃이 지고 피듯 생기는 백곰팡이에 의해 발효와 건조가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겉에 흰 가루가 뽀얗게 생긴다. 바게트에 올려 카나페처럼 즐겨도 좋지만 작게 잘라 그대로 먹으면 녹진한 감칠맛이 피어 오른다. 아직 샤퀴트리가 낯설다면 살라미, 카바노치, 호밀 바게트, 올리브, 무화과 잼 등으로 구성한 ‘샤퀴테리 보드’를 주문해 다양한 건조육을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코리코리한 샤퀴트리에는 풍미를 한껏 끌어올리는 술이 빠질 수 없는 법. 샤퀴트리와 잘 어울리는 유럽 각지의 와인 30종도 구비했다. 용산구 독서당로 86, 문의 798-9402


짚불구이로 탄생한 ‘불’의 맛
몽탄







효창공원으로 향하는 삼각지 고가도로 하부에 들어선 ‘몽탄’은 최근 식도락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고깃집이다. 지난해 10월 100여 년 역사의 고옥을 개조한 몽탄이 문을 열자마자 한적했던 거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묵직한 철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볏단을 태우는 구수한 내음과 희미한 연기가 가장 먼저 반긴다. 충정로 인근에서 숙성육 전문점 ‘두툼’을 운영하던 조준모 대표가 이곳을 이끌고 있다. 조 대표는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서 유래한 짚불구이 삼겹살에서 몽탄의 실마리를 얻었다고 말한다. “1950년대까지 짚불로 구운 숭어가 유명했는데, 몽탄면과 동강면을 연결하는 몽탄강 하구를 막으면서 숭어가 더 이상 잡히지 않게 되었죠.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숭어 대신 삼겹살을 구워 먹기 시작했는데 고기에 밴 은은한 짚불 향이 일품이라 금세 입소문이 났어요. 지금도 몽탄면에 가면 60년 넘게 장사를 이어온 노포가 한 집 건너 하나씩 있을 만큼 즐비하죠.” 구이 메뉴는 소 갈빗대를 양념에 재운 ‘우대갈비’와 두툼하게 썰어낸 ‘짚불삼겹살’ 2가지가 전부지만 냉이를 한 움큼 넣어 향긋함을 살린 된장찌개와 버크셔K 육수로 맛을 낸 곰탕 국수 ‘몽탄온면’ 등 다채로운 후식이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한다. 고기를 주문하면 1층 화로에서 짚불로 초벌 작업을 마친 후 테이블마다 비치한 솥뚜껑 모양의 불판에서 먹기 좋게 구워준다. 짚불로 묵직한 향을 입히고, 부드럽게 녹는 맛보다는 씹는 맛을 한껏 살려 특유의 ‘거친’ 맛을 탄생시켰다. 무안의 특산품인 양파로 담근 김치와 얼린 무생채를 곁들이면 느끼함이 개운하게 가신다. 용산구 백범로99길 50, 문의 794-8592


‘뉴트로’ 감성의 공간에서 맛보는 고산지대 돼지의 참맛
고도식





월간지 <외식경영>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서울의 고깃집을 두루 섭렵한 후 외식 컨설팅 회사 ‘뜨거운 고도씨’를 운영하고 있는 정동우 대표의 레스토랑. 고산지대에서 자란 돼지고기를 먹는 집이라는 의미를 담아 ‘고도식’이라 이름 지었다. “일본에서 맛본 돼지 등심 스테이크에 반해 고도식을 기획하게 됐어요. 지방이 적어 퍽퍽한 등심을 촉촉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하던 육즙이 풍부하고 육밀도가 높아 쫄깃함이 살아 있는 고산 돼지를 발견하게 되었죠.” 돼지 한 마리에서 4대만 나오는 ‘알등심’이 이곳의 대표 메뉴. ‘알짜배기 등심’을 줄여 알등심이라 부르는만큼 등심과 가브리살이 함께 붙어 있는 귀한 부위다. 숯불이나 연탄 직화와 달리 테이블마다 무쇠 주물을 비치해 팬 프라잉을 고집한다. “숯불구이를 하면 원적외선 때문에 고기가 쉽게 마릅니다. 돼지 기름인 라드에 튀기듯 구워야 고소함은 살고 겉면은 바삭한 구이 요리를 즐길 수 있죠.”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획득한 농가에서 고기를 납품받기 때문에 쇠고기처럼 70%가량만 익혀 ‘미디엄’으로 즐길 수 있다. 잘 익은 고기에 북어 보푸라기 소금을 찍어 감칠맛을 더하거나 구운 대파를 돌돌 말아 즐겨
볼 것. 송파구 백제고분로45길 28, 문의 422-8692


스테이크를 잠시 실온에 두는 레스팅resting 과정을 거치면 중앙에 몰려 있던 쇠고기 육즙이 전체로 골고루 퍼져 스테이크를 썰 때 육즙이 덜 나와 촉촉한 고기 맛을 즐길 수 있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9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