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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계절을 들이는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

Fabric Everywhere!

공간에 계절을 들이는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 패브릭. 감각적인 패브릭 데커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는 텍스타일 전문 기업을 찾았다.

패브릭 너머 리빙 큐레이터로 유앤어스


1층에 자리한 라이브러리에는 커다란 작업대가 있다. 상담 데스크, 행사 테이블로 활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백명주 대표의 집무실. 화려한 카펫을 벽에 작품처럼 걸어둔 센스가 돋보인다.


야외 덱과 연결되는 앤 가든. 식스인치, 간디아블라스코에서 출시한 아웃도어 전용 가구를 만날 수 있다.


백명주 대표와 김수현 이사. 1998년 가구 브랜드에서 재직하던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오랜 지기 사이다.
담담한 흑색 벽돌로 쌓아 올린 건물의 4층, 통창을 통해 햇살을 한가득 들인 집무실은 다채로운 마감재가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1998년 설립해 지난해 20주년을 맞이한 ‘유앤어스’ 백명주 대표의 업무 공간이다. 시폰 소재 커튼을 장식한 통창 맞은편에는 1960년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남긴 태피스트리 ‘하얀 바닥에 세 여인’을 모티프로 만든 카펫이 액자처럼 걸려 있다. 바닥은 LVT(Luxury Vinyl Tile)를 헤링본 문양으로 마감해 멋을 냈다. ‘공간을 아름답게 채우는 모든 것’을 모토로 패브릭, 카펫, 벽지, 바닥재 등 집 안을 이루는 마감재를 전방위로 다루는 유앤어스의 색깔이 물씬 드러나는 공간이다.

21년 전 텍스타일 디자이너 백명주 대표가 설립한 유앤어스는 어느덧 최고의 패브릭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질 좋은 패브릭을 찾아보기가 힘들었어요. 실용성을 강조한 스위스 패브릭 브랜드 크리에이션 바우만Creation Bauman을 론칭하면서 유앤어스란 이름이 대두되기 시작했죠. 2005년 참가한 경향하우징페어에서는 평범한 문을 독일 브랜드 스카이Skai에서 출시한 인조가죽으로 마감해 전시했어요. 문에는 보통 우드나 필름만 시공하던 당시에 인조가죽은 획기적이었죠. 획일적인 주거 문화에 신선한 자극을 주며 유앤어스를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해였습니다.” 지난해 설립 20주년에 발맞춰 오픈한 신사옥은 백명주 대표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손선기 소장과의 합작품.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라이브러리는 패브릭 브랜드 데다Dedar, 짐머앤로드Zimmer+Rohde , 크리에이션 바우만 등에서 출시한 다채로운 컬렉션은 물론 바닥재, 벽지, 러그, 커튼 액세서리인 트리밍과 타이백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시원하게 뻗은 천장에는 패브릭을 매달아 설치 작품처럼 길게 늘어뜨리고 벽을 따라 비치한 진열대에는 각양각색의 샘플을 전시했다. “디자이너를 위한 놀이터로 기획했어요. 작업하다 답답할 때 기분 전환 겸 라이브러리에 들러 영감을 충전하기 좋죠.”

라이브러리 맞은편 갤러리에는 고가구를 패브릭으로 재단장한 <오버레이드Overlayed> 전시가 한창이다. 새 옷을 입은 가구를 감상하다보면 패브릭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 퍼니싱이야말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임을 확인하게 된다. “2017년 그랜드 워커힐 서울 리뉴얼 당시에도 가구와 집기를 완전히 새것으로 교체하는 대신 베스컴Vescom, 데다, 크리에이션 바우만 벽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간을 드라마틱하게 탈바꿈시켰습니다.” 갤러리에 비치한 파티션 형태의 철제 프레임도 패브릭만으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냈다. “회화적 요소를 가미한 패브릭을 툭툭 걸면 한 점의 작품 역할을 톡톡히 해요. 봄 내내 짐머앤로드 ‘원더랜드’ 컬렉션을 걸어둘 예정입니다. 리넨 위에 만개한 꽃과 열매를 수놓은 패브릭이죠.” 서울 곳곳에서 유앤어스의 손길로 완성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강남, JW 메리어트 서울, 상하농원 파머스빌리지 등 전부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20년 넘게 국내에 실험적이고 감도 높은 패브릭을 소개해온 유앤어스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유통사에만 머물기보다 제품과 사람을 연결하는 ‘커넥터’가 되고 싶어요. 최근 ‘디자인랩’을 새롭게 꾸렸고, 도산대로에 세계 3대 명품 주방 가구 브랜드 중 하나인 아크리니아Arclinea 쇼룸도 오픈했습니다. 공간을 이루는 모든 요소를 제안하는 ‘리빙 큐레이터’로 거듭날 계획이에요.” 강남구 논현로140길 21, 문의 547-8009


가장 검고 정적인 패브릭의 집 현우디자인


현우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김민정 대표. 에르메스 스카프가 멋스럽게 어울리는 그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섬유예술학을 전공했다.


벨기에 가구 브랜드 JNL의 테이블과 암체어를 비치한 미팅 룸.


모노톤 위주의 공간에 장식하기에 제격인 에르메스 패브릭.


오래된 벽난로와 고미술품, 편안한 미감의 패브릭 제품이 조화를 이루는 현우디자인의 쇼룸. 계단에서 내려다본 거실의 풍경이다.
강남구 학동로, 은행나무공원을 마주 보며 자리한 3층 높이의 단독주택. 1986년에 지어 세월의 더께가 멋스럽게 앉은 양옥은 1996년 설립한 ‘현우디자인’의 보금자리다. “20년 넘게 가로수길에서 운영해온 쇼룸을 2017년 친정집이던 학동로 주택으로 옮겼어요. 천장이 시원스럽게 뻗은 메자닌 구조라 벽에 패브릭을 길게 늘어뜨려 장식하기에 제격이라고 생각했죠. 엎어놓은 책 모양의 박공지붕은 나름의 멋이 있어 그대로 살리고 공간을 분리하는 한식 겹문만 떼서 최소한으로 리모델링했습니다.” 김민정 대표의 설명처럼 단정한 단층집에 들어선 현우디자인에는 과거와 현재가 사이좋게 포개져 있다. 돌계단 지나 현관에는 조선시대 가마에 사용하던 장신구인 가마발이 드리워져 있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애니 페이버Annie Faivre가 디자인한 에르메스 벽지가 가장 먼저 반긴다. 반 층씩 오르내리는 스킵 플로어skip floor 구조의 거실은 현우디자인의 얼굴과도 같은 공간. 오랜 시간 손을 타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는 계단 난간 주위로 시즌마다 에르메스에서 출시한 패브릭 제품을 장식하고, 고미술품 사이사이 르 클랭Le Crin의 말총 원단이 공간을 힘 있게 받치고 있다. 야외 정원이 내다보이는 통창에는 한복 속치마처럼 은은하게 빛을 투과시키는 패널 커튼을 달아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필리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은일 텍스타일 디자이너와 오랜 세월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요. 파인애플 껍질에서 추출한 섬유와 실크를 배합해 짠 ‘황제’ 직물은 커튼으로 안성맞춤이죠. 생기 있는 에르메스 패브릭을 덧대도 좋고 직물만 그대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스르르 정리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모든 색을 합치면 결국 검은색이 되듯 김민정 대표는 패브릭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자 ‘검은 집’을 의미하는 현우玄宇를 이름으로 내걸었다. 1996년 신사중학교 맞은편 대로에 얻은 작은 패브릭 숍이 현우디자인의 시작. 지금이야 에르메스, 로로피아나를 비롯한 럭셔리 하우스의 패브릭을 수입하고 고급 주택과 호텔의 토털 데커레이션을 진행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대학을 갓 졸업하고 뛰어든 소규모 창업에 불과했다.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 고급 리넨 브랜드 마스트로 라파엘Mastro Raphae¨l에 주문을 넣은 후 배송이 오기까지 6개월 동안 부랴부랴 준비했어요. 창을 크게 내서 쇼윈도 디스플레이에 힘을 줬는데 간판을 채 걸기도 전에 손님이 찾아왔죠. 그때 알음알음 찾아온 손님은 여전히 현우의 단골입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한 번도 영업사원을 둔 적이 없어요.” 2000년대 초 타워팰리스를 비롯해 서울 시내 고급 주상복합단지가 대거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현우디자인은 모델하우스의 패브릭 데커레이션으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럭셔리한 미감이 필요한 자리마다 현우가 있던 셈이다. 그렇다면 현우디자인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에르메스와의 인연은 언제부터 이어온 걸까? “매년 1월 독일에서 개최하는 세계적인 텍스타일 무역 전시회 하임텍스틸Heimtextil에 방문했어요. 자연 소재에 워낙 관심이 많았는데 크리에이션 메타포어Creation Metaphores에서 출시한 말총 원단을 보고 한눈에 반했죠. 말의 갈기를 하나하나 꼬아 만들기 때문에 하루에 최대 45cm밖에 짜지 못해요. 그만큼 비싸지만 레이어드하기에는 이만한 직물이 없죠. 에르메스 텍스타일 홀딩의 계열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이 닿았어요. 이후 말총 원단을 비롯해 에르메스의 제품을 현우에서 독점으로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커튼, 쿠션을 비롯한 다양한 패브릭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습니다.” 김민정 대표는 패브릭이야말로 사람과 공간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 “아이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천으로 몸을 감쌉니다. 생후 사흘째 되는 아침에는 처음으로 목욕을 시키고 무명이나 명주로 짠 배냇저고리를 입히며 의식을 치르죠. 집에도 알맞은 옷, 즉 패브릭이 필요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집이 존재하지만 현우디자인은 텅 비어 고요한 것이 아닌, 편안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정적인 집을 만들고 싶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중립적’이어야 하죠. 중립적 디자인은 숲, 바다, 하늘이 모두 공존하는 자연처럼 집을 이루는 모든 소재가 매끄럽게 조화를 이룬 상태를 말해요. 현우의 집에서는 계속해서 미세한 색과 질감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는 패브릭을 연구할 예정입니다.” 강남구 학동로3길 15, 문의 549-2993


패브릭 믹스 매치의 교과서 다브


콜앤선의 벽지로 마감한 램프셰이드와 사각 스툴.

화려한 패턴의 벽지를 부착한 판지는 벽에 툭툭 기대놓기만 해도 훌륭한 인테리어 오브제가 된다.


쿠션, 침장 등 패브릭 액세서리를 전시한 지하 1층.


햇살을 깊숙이 들인 2층에서는 1만 가지가 넘는 벽지 제품을 만날 수 있다.


피에르 프레이의 벽지 앞에 선 조은정 이사.
서울세관 사거리에서 도산공원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870㎡규모로 우뚝 선 단독주택을 마주하게 된다. 1988년 문을 열어 31년의 내공을 자랑하는 텍스타일 기업 ‘다브’의 쇼룸이다. 연어색 벽돌로 시공해 단정한 인상을 주는 외관과 달리 실내로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패브릭과 벽지가 공간을 메우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스카프에서 볼 법한 에스닉 패턴으로 날염한 엘리티스Elitis의 패브릭부터 펜으로 울창하게 정글을 그린 뒤 채색한 콜앤선Cole & Son의 벽지, 실사에 가까운 일러스트 패턴으로 공간을 단숨에 화원으로 만들어주는 피에르 프레이Pierre Frey의 패브릭 등 다양한 기법과 문양의 제품이 한데 섞여 새로운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이곳 쇼룸에만 1만 가지가 넘는 제품이 있어요. 여러 모티프가 섞여 자칫 정신없어 보일 수 있는데 오히려 한꺼번에 매치해 복잡한 매력 자체를 즐겨볼 수도 있죠. 소재를 찾아 헤매는 디자이너에게는 보물 창고나 다름없을 거예요.” 공간에 부려놓은 취향만큼 이나 남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조은정 이사의 말이다. 무채색 일색의 홈 패브릭 제품이 지배적인 국내 시장에서 다브는 오랜 세월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기업으로 명성이 높다. 엘리티스, 샌드버그, 콜앤선, 피에르 프레이 등 매해 실험적인 컬렉션을 펼치고 있는 해외 텍스타일 브랜드가 다브의 오랜 파트너. 이 중 프랑스 브랜드 엘리티스는 1998년 다브가 ‘유럽장식’이라는 이름으로 로드숍을 운영하던 때부터 함께해온 오랜 파트너다. “1980~1990년대만 하더라도 소프트 퍼니싱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던 시기였어요. 당시 필요한 가구만 비치하고 커튼과 벽지로 연출 효과를 극대화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30평대 거실에 벽지 10가지를 콜라주하듯 시공하거나 패브릭 소파에 보색 쿠션을 매치해 강렬한 인상을 심기도 하고요. 숨은그림 찾기를 하듯 가구와 벽을 같은 패브릭으로 커버링하는 것도 당시에는 보기 드문 발상이었습니다.” 패브릭만이 가진 믹스 매치의 위력을 제대로 경험하려면 다브만 한 곳이 없다. “여러 질감을 뒤섞고 다양한 패턴을 병치하는 것을 워낙 좋아해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이한 모티프의 조화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기 때문이죠. 소니아 리키엘, 장 폴 고티에,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패션 브랜드의 텍스타일을 소개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지난해 7월 학동로로 사옥을 이전한 다브는 총 3개 층을 패브릭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실험장으로 단장했다. 지하 1층에서는 기계로는 흉내낼 수 없는 손맛이 느껴지는 리넨 제품부터 커튼 속지로 활용하기 좋은 시어 원단, 이탈리아 베딩 브랜드 소사이어티에서 출시한 침장, 3년 전 론칭한 몰딩 브랜드 올락의 제품까지 두루 만날 수 있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1층으로 오르면 본격적으로 패브릭만을 위한 공간이 펼쳐진다. 12개의 테이블 위에 벨벳, 울, 가죽, 아웃도어 등 소재와 기능에 따라 샘플 북을 진열해 제품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도록 말끔하게 정돈했다. “패브릭이 집을 아늑하고 편안하게 연출한다면, 벽지는 공간을 단숨에 변신시켜요. 벽지를 액자 틀에 넣어 한 폭의 작품처럼 감상할 정도로 시장이 진화했습니다.” 벽지를 전시한 2층은 유독 채광이 좋아 컬러와 질감을 확인하기 좋다. 동일한 디자인의 램프셰이드와 사각 스툴을 각기 다른 벽지로 연출한 쇼케이스에서는 다브만의 데코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익숙한 집 안 풍경이 단조롭게 느껴진다면 벽이나 붙박이장, 가구의 문짝 등에 텍스타일을 활용해보세요. 대담하면 대담할수록 공간은 한 편의 드라마가 되죠. 패턴과 컬러를 적절히 매치하다 보면 창조적 영감이 솟아나는 집이 완성될 겁니다.” 강남구 학동로 37길 17, 문의 512-8590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9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