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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도시 주조장 넷

City Distillery

현대적 건물이 줄지어 선 도심 한가운데서도 술이 익어가고 있다. 서울, 파리, 뉴욕, 베를린에서 발견한 오늘날의 도시 주조장 네 곳을 소개한다.

뉴욕 브루클린 쿠라





미국 브루클린의 남서쪽, 부둣가에 위치한 인더스트리 시티Industry City는 최근 뉴욕 시가 대규모 스타트업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한창 개발 중인 지역이다. 첨단 기술이 모여드는 이곳에서 올해 1월 문을 연 ‘브루클린 쿠라Brooklyn Kura’는 쌀을 발효시켜 만든 일본 청주 ‘사케’를 주조한다. 헤드 브루어 브랜던 더건Brandon Doughan은 양조장을 설립하기 전까지 포틀랜드에 위치한 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에서 생화학자로 일했다. 맥주부터 간장 제조까지 취미로 시작한 홈 브루잉 기술을 전문적으로 키우고자 2013년 도쿄, 교토, 다카야마를 종횡무진하며 사케 양조장을 견학했고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양조장 설립을 계획했다. “생화학자로 일하며 체득한 화학적 지식을 양조에 적극적으로 접목했습니다. 주조법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고 메신저 앱인 ‘왓츠앱’을 통해 일본인 사케 장인과 교류하며 부족한 지식을 보완했죠. 미국에서 양조 설비를 구하기 어려워 숙성 탱크며 여과기까지 손수 제작했어요.” 브랜던은 일본의 양조 전통을 그대로 따르지만 지역에서 얻은 재료에 개성을 입혀 ‘로컬 사케’를 빚는다. 아칸소주에서 재배한 쌀, 브루클린에서 길은 물, 직접 배양한 누룩, 효모를 저온·저속으로 발효시켜 완성한 준마이 긴조純米吟釀가 그 주인공. 찐 쌀에 누룩을 뿌려 곰팡이를 배양하는 과정에서는 피자 셰이커를 동원했다. 지난 2월 양조장 인근에 문을 연 2500m2(약 756평) 규모의 탭 룸에서는 2가지 준마이 긴조 외에도 술지게미를 천으로 걸러내 얻은 누룩과 효모를 섞어 빚은 ‘오리자케おり酒’, 발효 후 열처리를 하지 않고 찌꺼기만 걸러낸 생술 ‘시보리타테しぼりたて’, 발효조에서 바로 꺼내 쌀과 술이 섞인 ‘모로미醪’를 맛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케는 높이가 낮은 도자기 잔에 따라 마시지만 탭 룸에서는 화이트 와인 잔을 제공합니다. 마시기 전 빛깔을 눈으로 즐기고 와인과 마찬가지로 스월링swirling을 통해 사케를 공기와 접촉시켜 복합적인 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문의 brooklynkura.com


서울 서울브루어리







합정동 당인리발전소 인근에 문을 연 ‘서울브루어리’는 올해 3월 첫 가동을 시작한 따끈따끈한 신생 맥주 양조장이다. 집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던 ‘홈 브루어home brewer’ 이수용·장성민 공동대표와 캐나다 출신의 헤드 브루어 조시 이스턴Josh Easton이 의기투합한 곳으로 아담한 크기의 단층 양옥집을 개조해 세운 ‘마이크로 브루어리’다. ‘맥주는 양조장 굴뚝 그림자 아래서 마셔야 한다’는 독일 속담 그대로 지붕에 붉은 색 굴뚝을 세우고 테이블, 의자, 벽, 천장, 심지어 맥주를 뽑는 탭까지 일제히 나무 소재로 마감했다. 공간 디자인은 건축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이수용 대표와 ‘앤트러사이트 서교’의 설계로 유명한 일본인 디자이너 마키시 나미真喜志奈美가 맡았다. 따뜻한 미감의 나무 소재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2m 높이의 거대한 숙성 탱크, 레귤레이터, 복잡한 배관으로 얽힌 양조실이 유독 시선을 붙든다. 술 익는 냄새가 새어 나오는 양조실 옆으로는 이곳에서 만든 맥주 10~15종을 즉석에서 즐길 수 있는 탭 룸이 자리한다. 게스트 탭 없이 오로지 오리지널 탭으로만 구성하고 계절에 따라 종류가 바뀐다. “다른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시도하지 않은 실험적인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물론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맥주도 탄생하죠. 하지만 뻔한 양조법을 답습하지 않고 효모의 배합, 온도, 저장 방법 등에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 최적의 레시피를 찾는 것이 진정한 크래프트 맥주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브루어리의 스테디셀러인 ‘페일블 루닷 IPA’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레시피를 강구한 끝에 두 번째 배치부터 홉의 특징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맥주가 탄생했다. 발효 온도를 높여 효모 배합에 미세한 변화를 준 것이 전부지만 양조 방식이나 재료의 변화를 꺼리지 않았기 때문에 얻은 결과다. 국내 시장에서 라거의 다음 주자로 떠오르는 페일 에일도 두 대표의 입맛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취급하지 않는다. 대신 귀리를 첨가해 벨벳처럼 부드러운 ‘밤섬 오트밀 브라운 에일’, 메를로 와인이 배어든 오크 스파이럴을 이용해 숙성한 ‘도펠복’을 비롯하여 실험 정신이 번뜩이는 맥주를 생산한다. “직접 삽을 들고 공사를 시작한 것이 작년 8월이에요. 올해 3월 이곳을 오픈하고 5개월 뒤인 8월엔 한남동에 탭 룸을 냈죠. 내년엔 서울 근교에 두 번째 브루어리를 세울 예정입니다.” 문의 070-7756-0915


파리 디스틸러리 드 파리







디아지오에서 컨설턴트를 지낸 니콜라 쥘레Nicolas Julhe‵ s가 운영하는 ‘디스틸리 드 파리Distillerie de Paris’는 프랑스 파리 10구에 위치한다. 메탄올 중독과 화재의 위험성, 비과세 문제 등으로 20세기 이후 파리 시내에 증류소 설립이 금지된 이후 최초로 세워진 곳이다. “예술, 건축, 미식으로 충만한 파리의 정신을 빌려 진을 생산하고자 했어요. 2014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후 이듬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증류소를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법적 절차를 밟는 데만 꼬박 5년이 걸렸죠.” 힘겹게 증류소를 차린 만큼 증류기를 여러 대 두어 술을 대량으로 제조할 법도 하지만 디스틸리 드 파리는 20m2(약 6평) 규모의 초소형 증류실에 홀스타인Holstein에서 생산한 알람빅Alambic 증류기 단 한 대만 들였다. 고대 그리스에서 수은을 추출하기 위해 고안한 알람빅은 조작 방식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단일한 스타일의 술만 증류 가능하지만 니콜라는 홀스타인에 진뿐만 아니라 브랜디, 럼, 아가베 등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최대 90가지 스피릿을 생산할 수 있어요. 때문에 증류소 직원들은 알람빅을 ‘일말의 두려움도 갖지 마라Me^ me pas peur’라는 별칭으로 부르죠. 비유하자면 트럼펫보다 색소폰에 가깝고, 물감 팔레트처럼 아로마를 다채롭게 다룰 수 있습니다.” 보통의 진 메이커라면 주정에 첨가할 재료를 정한 후 구조를 구상하지만, 니콜라는 발상을 전환해 구조를 미리 도식화하고 이에 어울릴 재료를 연구한다. “향수와 스피릿은 12세기 이탈리아에서 함께 탄생했어요. 여기서 힌트를 얻어 증류에 조향의 개념을 도입했죠. 실제 첫선을 보인 ‘배치 원Batch One’은 1917년 코티Coty에서 생산한 향수 ‘시프레Le Chypre’의 구조를 차용해 생산했어요. 베르가모트를 중심으로 시프레를 조향한 것에서 착안해서 배치 원에도 베르가모트를 주요 보태니컬로 끌어들였습니다. 배치 원을 잔에 따를 때 향수병을 개봉한 듯 꽃향기가 팍 튀어 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죠.” 또한 일반적으로 고가의 허브를 소량만 사용하기 위해 주정에 오랜 시간 침출하는 방식을 거부하고 다종다양한 허브를 선별한 후 단시간 침출해 풍미를 극대화하는 것을 고집한다. “차와 마찬가지로 허브를 우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잡맛이 섞이기 쉽다”는 것이 니콜라의 설명이다. “최근엔 증류소 직원들과 매일 아가베, 코코넛, 메이플 시럽을 연구 중입니다. 연말엔 향수도 출시할 예정이고요.” 문의 distillerie.paris


베를린 아워보드카









세계적인 보드카 브랜드 앱솔루트의 혁신 이사였던 오사 카프A° sa Caap와 스웨덴 디자인 에이전시 그레이트 워크Great Work가 손잡고 론칭한 ‘아워보드카OurVodka’. 지역 특산물로 요리를 만들 듯 세계 각 도시에 증류소를 세워 그곳에서 나는 밀, 옥수수, 사탕수수 등을 재료로 보드카를 생산한다. 단일한 레시피를 가지고 기존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양조 장비를 빌려 맥주를 생산하는 ‘집시 브루잉Gipsy Brewing’과 방식이 유사하지만 비록 소규모일지라도 증류소를 설립하고, 지역의 거주민을 직원으로 고용하며, 지역사회와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13년 베를린을 시작으로 이후 로스앤젤레스, 암스테르담, 런던, 뉴욕 등에 증류소를 증설했으며 현재는 9개 도시에서 아워보드카를 생산한다. 편안한 분위기로 증류소를 설계하고 바, 라이프스타일 편집 매장, 이벤트 홀을 공간에 들여 사람들이 보드카를 마시며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보드카 패밀리Vodka Family’라는 이름으로 8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증류소가 뿌리를 내린 도시 구석구석을 보여주고 지역 예술가를 대상으로 증류소 설계를 공모하는 등 지역 친화적인 이벤트를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 만드는 지역, 사람, 재료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보드카마다 풍미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나는 유기농 밀로 주조한 ‘아워/로스앤젤레스’는 신선한 복숭아, 시트러스의 향기와 단맛의 어울림이 돋보이고 옥수수를 첨가한 ‘아워/디트로이트’는 잘 구운 견과류에서 날 법한 고소한 향이 두드러진다. 용량도 350ml라 휴대하기 좋다. 문의 ourvodka.com.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8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