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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라이프스타일이 녹아든 욕실

욕실이 단순히 기능적인 장소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휴식과 사색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건축가와 공간 디자이너들은 작은 것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여행을 즐기며, 소규모 가구가 늘어나는 삶의 변화가 욕실에 반영됐다고 말한다.

심신을 정리하기 위한 욕실


욕실에 넓은 창을 낸 ‘다사 주택’ ©김재윤
스노우에이드 공간 디자이너 김현주 욕실은 아침 출근 전, 취침 전에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일상의 시작이자 끝인 셈이다. “욕실과 파우더룸이 합쳐지면서 욕실이 더 감각적이고 화려해졌어요. 출근 전에는 촌각을 다투잖아요. 샤워하고, 머리 말리면서 기상 뉴스도 듣고, 화장도 해야 하죠. 주말엔 욕조에 몸을 담그며 긴 시간을 보내고요. 욕실에서 하는 일이 많아진 만큼 쓸 물건도 많아졌고, 다양한 컬러와 재질의 세면대와 수전이 출시되고 있어요. 방수 블루투스 스피커와 오디오는 물론 욕실 천장에 설치하는 방습 TV, 방수 리모컨, 마사지용 저쿠지 욕조, 테라피 조명, 전동 블라인드 등 욕실용 디지털 기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죠.” 공간 디자이너 김현주는 바쁜 현대 일상이 욕실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김현주 소장은 ‘원더 하우스’ 욕실에 옷장을 설치했다. 건식 욕실을 갖추자 전자 기기를 비롯해 다양한 물건을 사용할 수 있었고 수납공간도 중요해졌다. 벽 마감 소재도 일반적인 타일 아닌 벽지, 도장 등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욕실에 조금씩 개인의 취향과 감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은 아파트라는 틀에 사람이 맞춰 살고 있어요. 사람들의 취향은 천차만별인데, 똑같이 획일화되어 살죠. 답답하게 느껴졌죠. 요즘은 욕실만이라도 변화를 주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요. 최근에 화장실을 안방만큼 크게 할애해 환한 빛이 드는 공간으로 만들고 아이들 물놀이 공간이자 엄마의 화장대 겸 세면대가 있는 패밀리 룸으로 디자인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어요. 욕실 공간의 한쪽 벽을 헐고 폴딩 도어를 제작해 집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공간으로 꾸민 적도 있죠. 부산한 출근 시간에 잊지 말고 챙겨야 할 옷가지며 가방 등을 넣을 옷장을 설치하기도 합니다.”


침실로 들어온 욕실


폴딩 도어로 욕조 공간을 구분한 ‘원더 하우스’ ©김재윤


두 세면대를 나란히 배치한 양양 ‘고래바위집’
건축가 조성욱 기본적으로 욕실에는 세면대, 좌변기, 욕조가 있다. 물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공간에 놓여 있던 것들이다. 조성욱 소장은 욕실에 모여 있던 요소들이 좀 더 사용하기 편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세면대는 화장대와 옷장 주변에 위치해 외출 전 매무새를 점검하는 공간으로, 욕조는 전망이 좋은 테라스로, 양변기는 침실에서 제일 먼 곳에 두는 식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욕조에 누워서 보는 경관은 세면대 아래 배관 시설, 변기 같은 것들이었어요. 몸을 정화하는 공간에서 청결하지 못한 곳을 보면 오래 있기 싫죠. 대신 전경을 볼 수 있도록 욕조를 배치하면서 욕조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최근 뷰티 브랜드에서 배스밤을 비롯해 다양한 입욕제를 출시하는 것을 볼 때 변화를 체 감해요.” 조성욱 소장은 한국에 건식 욕실을 구비하는 사람이 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슬리퍼를 신지 않고 욕실을 드나들게 되면서 거실과 욕실의 인테리어 경계가 흐려졌고, 욕실에 놓이는 가구들도 세라믹 소재가 아닌 제품들이 출시 중이다. “양양의 ‘고래바위집’ 프로젝트의 경우 욕실에 긴 원목 바bar를 설치하고 2개의 세면대를 올렸어요. 부부나 모자가 나란히 서서 양치할 수 있는 구조죠. 샤워기는 유리 부스 안에 배치했고, 욕조 앞에는 밖에 보이도록 큰 창문을 냈어요.” 1인 가구, 소규모 가구가 늘어나는 것도 욕실 변화에 한몫했다. “ ‘임소재’ 프로젝트는 침실에 욕조와 좌변기를 설치한 극단적인 경우입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더 이상 욕실을 가릴 필요가 없어졌죠. 프리스탠딩 타입의 욕실 가구도 많아졌어요. 일반 가구와 함께 욕실 제품을 설치해도 이질감이 덜한 디자인을 선호하고요. 두 세면대를 나란히 배치한 양양 ‘고래바위집’ 예전에는 나라마다 배관 규격이 달라 수입 욕실 가구를 사용하는 것에 제약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 부분이 개선되고 해외 배송이 쉬워지면서 구매와 사후 관리도 수월해졌어요.”


화장실의 여백


쉴 공간이 따로 마련된 ‘써밋 갤러리’ 화장실 ©최용준
WGNB 건축가 백종환 거실, 침실, 주방 순으로 공간을 배치하고 남은 자투리 공간에 욕실을 할애하는 것이 일반적인 주택 설계의 방식이었다. 주거 공간은 물론 상업 공간도 마찬가지. 욕실에 투자하고, 인테리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 ‘소확행’이라는 말을 많이 쓰잖아요. 트렌드가 어느정도 욕실에도 반영되었다고 생각해요. 온전히 독립되어 나만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욕실에서 해답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건축가 백종환은 여행을 통해 서양의 주거 환경을 체험한 사람들이 집을 꾸밀 때 그 경험을 녹여내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거 공간은 호텔과 달리 오랫동안 머무는 곳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백종환은 이 점을 간과하고 욕실에 대한 로망만을 늘어놓는 클라이언트에게는 현실을 바로 말해준다. “사람들이 욕조에서 많은 것을 하고 싶어 해요. TV를 보고 책도 읽으며 음악을 듣고 싶어 하죠. 하지만 이런 여가 생활은 거실에서 할 때 더 편해요. 욕조가 아무리 편해도 소파보다 편할 수는 없으니까요. 자신이 욕실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습관을 가졌는지 먼저 생각해보는 게 좋아요.” 욕실의 변화는 주거 공간뿐 아니라 상업 공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기업의 화장실은 방문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좋은 곳이다. “상업 공간의 화장실을 꾸밀 때 관건은 변기가 보이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화장실이지만 사용자가 편안하고 청결한 공간에 와 있는 느낌이 들도록 해야죠. 또 여러 사람이 사용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죠. 복합 문화 공간 ‘써밋 갤러리Summit Gallery’를 설계할 때는 화장실 앞에 파우더룸 겸 웨이팅 공간을 만들었어요. 이 공간을 지나야 화장실에 갈 수 있지요. 대기하는 곳에는 식물이나 소파, 거울, 조명 등을 배치했습니다.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전에 매무새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죠. 화장실에 들어오자마자 변기를 마주하는 것보다 훨씬 기분도 좋고요. 이런 소소한 변화가 기업의 이미지와도 직결됩니다.”


풍광에 대한 모두의 욕구


욕실과 함께 파우더룸, 옷장까지 유리로 제작한 ‘쁘랑시엘2’ ©정태호


테라스와 인접한 욕실 공간 ‘까사911’ ©정태호
디자인투모로우 공간 디자이너 허혁 디자인투모로우의 허혁 소장은 우리나라는 욕실을 꾸미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한다. 통계청 ‘2016 인구주택총조사 전수 집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거 공간 중 아파트의 비율이 60.1%를 차지한다. 연립과 다세대 주택 주거 공간까지 포함하면 75.0%에 이른다. 대부분 공공 주택에 살고 있는 것. 욕실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배관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데 비용 문제도 크지만, 공사 소음을 이해해줄 이웃을 곁에 두는 행운이 흔치 않다. 최근 짓는 아파트 경우 서양 주택의 구조를 차용, 배관을 분리해 설계하기도 한다. “테라스에 욕조를 설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죠. 겨울에 동파할 위험이 있고, 테라스와 욕실의 배수관도 다르죠. 좋은 전경을 보며 목욕하고 싶은 로망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아요. 판교에 ‘까사 911’ 프로젝트는 그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테라스에 욕조를 설치한 사례입니다. 테라스와 가까운 곳에 욕실 공간을 만들었어요. 온전히 욕조와 야외를 조망할 수 있는 유리창만 있어요.” 테라스에 욕조를 설치하지 못한다면 차선책은 통유리다. “ ‘쁘랑시엘 2’의 클라이언트는 욕실의 벽을 유리로 제작해달라고 요청했어요. 통유리를 넘어 테라스의 전경을 보려는 요량이죠. 외부에 노출될 염려가 적은 펜트하우스라서 가능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욕실에 인접한 파우더룸, 드레스룸도 유리로 제작했어요.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쇼룸에서 찾는 욕실 트렌드

욕실 공간의 활용성을 높인 가구, 대림바스


대림바스 ‘내추럴 바움’
건식 욕실이 늘면서 다양한 소재의 욕실 가구가 출시했고 이에 걸맞은 다양한 색상의 타일과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단순하고 간결한 디자인에 블랙, 화이트, 내추럴 브라운 색상의 타일이나 제품으로 포인트를 준다. 히노키 원목 욕조나 바bar 형태 테이블과 어울리는 천연석 질감의 타일, 검은색으로 코팅한 유리, 스테인리스스틸 등의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고급스러운 호텔을 닮은 욕실 인테리어를 연출할 수 있다. 키 큰 장과 상부·하부장, 사다리 선반장 등을 통해 수납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세분화하는 추세다. 욕실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아지면서 수납공간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졌다. 또, 블루투스 스피커 겸 조명을 장착한 스마트 거울 같은 욕실용 스마트 제품들로 실용성과 편의성을 추구하고 있다.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는 신소재, LG 하우시스


LG하우시스 ‘하이막스 콘크리트’ 컬렉션
특수 코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패턴의 마감재와 욕실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광택 있는 스테인리스 제품이 아닌 매트한 질감의 철제 제품도 속속 출시되어 이와 어울리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를 연출할 수 있게 됐다. 콘크리트 질감의 LG하우시스 ‘하이막스 콘크리트’ 타일 등과도 잘 어울린다. ‘하이막스 콘크리트’는 물이 흡수되지 않고 열 성형을 해 이음매가 없으며 다양한 형태를 표현할 수 있다. 석영 함유량을 높여 내구성도 뛰어나다. 최근에는 컬러와 패턴을 입히기 쉬운 제품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욕실은 ‘화이트’라는 오래된 인식에서 벗어나는 추세다.


무채색의 미니멀 럭셔리, 로얄앤컴퍼니


로얄앤컴퍼니 ‘스마트어반’
무채색 인테리어는 협소한 욕실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스톤 질감의 타일은 공간을 더욱 고급스러워 보이도록 한다. 모노톤 욕실에서는 메탈 소재 액세서리, 우드 패턴 타일, 화분 등 작은 소품만으로도 손쉽게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줄 수 있다. 더불어 건식 욕실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면서 욕실용 빌트인 수납장과 오픈형 하부장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욕실에 많은 가구를 들이면서도 간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일체형 액세서리를 선호하는 추세다. 배관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항아리 형태의 일체형 변기, 비누 놓을 자리가 있는 일체형 세면기, 휴대폰 거치대 겸 휴지걸이 등 실용성과 디자인을 모두 만족한 액세서리가 등장하고 있는 것. 간결한 욕실은 물때가 낄 수 있는 틈이 적어 청소·유지 관리에도 적합하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