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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마블 영화에 열광하는 5가지 이유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마블 영화의 매출이 높은 나라는 한국이다. 지금까지 마블이 내놓은 19편의 영화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6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가 마블의 영웅들을 이토록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할리우드 영화 흥행 수입을 집계하는 ‘컴캐스트’ 등에 따르면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 3>)가 개봉 48일 만에 입장 수익 2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아바타>, <타이타닉>,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에 이어 20억 달러 이상 수익을 낸 네 번째 영화로 기록됐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영화를 제작한 마블에게 이번 <어벤져스 3>는 그동안 소개한 영화를 정리하는 기념작이기도 하다. 10년 동안 선보인 <아이언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 19편의 영화 속 히어로 대부분이 등장한다. 우주 대학살을 위해 우주의 근원이 되는 힘이 담긴 ‘인피니티 스톤’을 차지하려는 악당 타노스를 저지하기 위해 히어로들이 힘을 모으는 내용이다. 영화는 149분 안에 타노스와 히어로들이 벌이는 전쟁을 충분히 그리면서, 내년 개봉하는 <어벤져스 4>의 예고편 역할까지 해낸다. 권선징악의 낡은 히어로 영화의 구성을 깨고 영웅들이 몰살당하는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10년 동안 공들여 구축한 히어로들의 캐릭터가 이 영화를 통해 단박에 무너졌다. ‘히어로가 죽는다’는 것은 개봉하기 전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많은 히어로가 그토록 비참하고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충격 때문에 팬들은 영화에 더욱 집착한다. <어벤져스 3>에는 스무 명이 넘는 히어로가 등장하면서도 각각의 개성을 잃지 않는다. 관객이 스토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등장인물을 상세히 설명하면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만으로도 충분히 완성도가 높다. 처음 마블의 영화를 접하는 사람도 충분히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정도다. 다만 그 재미를 온전히 다 느꼈다지는 알 수 없다. 아는 만큼 재미있는 것이 마블의 영화기 때문에.



첫째, 현실적인 히어로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히어로들은 도덕적, 능력적으로 완전무결한 존재였다. 불합리한 상황을 압도적인 힘으로 해결한다. 반면 마블의 히어로들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며,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겪는 것과 같은 실수와 고민에 빠진다. 방황하고 갈등하는 10대 히어로를 묘사한 하이틴 영화<스파이더맨>, 인종차별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블랙 팬서>,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영화 <토르>, 좀도둑이었던 주인공이 능력을 얻어 영웅이 되는 가족 코믹 액션 영화 <앤트맨>까지 각각의 영화에 특징이 뚜렷하다. 문화평론가 김선호는 각 영화의 장르적 특성이 뚜렷함이 10년 동안 마블의 영화가 꾸준히 인기를 얻어온 성공 요소라고 말한다. “마블 영화의 힘은 ‘현실성’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단적으로 현실성을 드러내는 캐릭터는 아이언맨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언맨은 영화 속에서 ‘대를 위한 소의 희생’, ‘물질만능주의’를 신봉하죠. 마치 기성세대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듯 보여요. 심 지어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는 아들뻘인 스파이더맨을 무시하는 ‘꼰대’처럼 묘사되기도 합니다. 아이언맨과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는 캡틴 아메리카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언맨은 도구의 힘을 빌려 평범한 사람도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신념만 있다면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말해요. 아이언맨은 법과 규칙을 내세우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시하고요.”



둘째, 메시지를 담는 마블
마블의 역사는 1939년 설립한 ‘타임리 코믹스’부터 시작한다. 히어로물을 주로 출판하던 회사였고, 1961년 ‘마블 코믹스’로 개명했다. 출판사였던 마블 코믹스가 영화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로 거듭난 건 2009년 월트 디즈니가 마블 코믹스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이전에 북미를 대상으로 발행하던 초창기 마블 만화책에는 곳곳에 남성주의, 백인 우월주의, 미국식 패권주의 등이 녹아 있었다. 대부분의 히어로는 남자였고, 여성은 주로 사이드킥(주인공의 동료 역할인 조연급 캐릭터)으로 등장했다. 1941년 발간한 만화책 <캡틴 아메리카>에서는 미국이 강력한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 평화 질서를 이끄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마블 스튜디오가 영화 제작을 위해 만화책을 각색하면서 좀 더 세계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내용을 바꿔나갔다. 영화 속 캡틴 아메리카의 의상에서도 최대한 빨간색과 파란색을 배제했고 히어로명 대신 ‘스티브 로저스’라는 본명을 자주 사용한다. 흑인 히어로가 주인공인 <블랙 팬서>는 직접적으로 인종 문제를 언급한다. 과학과 기술을 신봉하는 신경외과 의사가 동양의 네팔을 찾아가 수양을 통해 마법과 염력 등 능력을 얻어 영웅으로 거듭나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역시 동양의 세계관을 영화 중심에 두고 있다. 그동안 배제되어왔던 여성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앞세운 <캡틴 마블>도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Kevin Feige는 미국의 영화 커뮤니티 ‘더플레이리스트’에서 앞으로 영화에 성소수자 캐릭터도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셋째, 마블 영화의 연결고리, 쿠키
한경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서성은 부교수는 그의 저서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에서 마블 영화가 성공한 요인을 서사적 관점에서 해석했다. “마블이 가장 잘하는 것은 ‘마블 세계의 이전 사건을 알리면서 미래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단서를 영리하게 배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쿠키 영상’은 마블 영화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영화가 끝난 뒤 보너스처럼 제공되는 짧은 에피소드 영상인 ‘쿠키’는 2008년 <아이언맨> 1편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다. “세상에 슈퍼 히어로가 당신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나, 스타크?” 쿠키 영상에 닉 퓨리가 등장하면서 했던 말이다. 앞으로 수많은 히어로의 등장을 예고하는 동시에 그들이 영화 속에서 같은 시대와 공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2014년 <캡틴 아메리카> 쿠키에 닉 퓨리가 다시 한번 등장하면서 모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한다. 마블은 쿠키를 이용해 영화 속에서 다른 히어로의 이름을 언급하고 하나의 영화에서 만날 것을 예고한다. 결국, 2012년 영화 <어벤져스>에 모든 히어로를 집합시킬 수 있었다. 타노스 역시 2015년 <어벤져스 2>의 쿠키 영상에 등장하며 존재를 드러냈다. 쿠키 영상은 관객에게 다음 영화에 대한 실마리와 궁금증을 남기는 역할을 하고, 관객은 영화를 보고 나와 실마리를 중심으로 다음 영화를 예측한다. 만화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캐릭터를 조사해 다음 영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생각한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각자 생각하는 다음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담론을 키워간다.



넷째, 마니아를 위한, 마니아에 의한
마블 마니아 전용준은 마블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이 ‘관객의 참여’라고 말한다. “마블은 영화 곳곳에 다음 영화에 대한 실마리를 어렴풋이 남겨놓는 일을 반복하고 있어요. 10년간 영화를 지켜보면서 관객 역시 좀 더 영화를 잘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기 시작했죠. 현재 마블 팬들은 과거에 출간했던 만화책을 구해 번역하고 지식을 쌓아 자신만의 해석으로 블로그나 유튜브에 영화 콘텐츠로 만들어 올려요.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가 있는 곳에서 댓글이 달리면서 ‘논의의 장’이 형성됩니다. 팬들의 콘텐츠는 나름의 해석과 추측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반론의 여지도 많아요. 이곳에서 만들어진 담론이 다음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요. 마블 역시 팬들의 예측과 영화에 대한 담론에 귀 기울이고 있어요. 스토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어야 하니까요. 이런 부분에서 어느 정도 관객이 개입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블 공식 유튜브 페이지에 공개한 <어벤져스3>의 예고편 조회수는 2억 회가 넘었고, 마블 영화를 리뷰한 다수의 영상 조회수도 200만이 넘을 정도다.

다섯째, 마블은 한국을 사랑해
한국콘텐츠진흥원 장민지 연구원은 한국이 마블에 아주 중요한 시장으로 여겨지며, 스토리에 한국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는 점을 한국에서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마블도 국내 팬덤의 열광을 잘 아는데, 그걸 단지 인지하는 수준을 넘어 팬덤에 적극 반응하고 영화에 반영하고 있어요. <블랙 팬서>와 <어벤져스 2>에서 한국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어요. 한국이라는 공간이 스토리에서 대단한 상징성을 띠지는 않아요. 꼭 필요한 곳은 아니죠. 그럼에도 한국을 등장시키면서 한국 팬의 관심을 꾸준히 증폭시켰어요. 마블의 만화책 중에는 한국 국적의 캐릭터들도 있는데 만화책의 스토리에서는 현재 등장한 히어로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영화에서도 한국 캐릭터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죠.” 현재 마블 만화책 시리즈 중에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히어로가 등장했고 충분히 영화로 제작될 가능성도 높다. 마블은 2019년 <어벤져스 4>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몇몇 캐릭터는 <어벤져스 4>에서 활동을 종료할 예정이다. 다음 영화를 통해 지난 10년을 정리하고 앞으로 만들 새로운 영화 속 세계관을 예고할 것이라고 한다.


마블의 만화책 속 한국계 히어로
마블의 만화책 속에는 이미 한국인 히어로가 존재한다. 심지어 몇몇은 영화로 제작될 것이라는 풍문도 있다.

화이트폭스 구미호의 피를 이어받아 9개의 초능력이 가진 ‘화이트 폭스’. 평소에는 한아미라는 이름의 국정원 직원으로 생활한다. 20세기 한국전쟁으로 비롯된 분단과 억압의 역사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2014년 만화책 <어벤져스: 일렉트릭 레인>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만화책에서는 내년에 개봉하는 영화 <캡틴 마블> 주인공의 동료로 묘사되어 영화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아마데우스 조 천재 소년 ‘아마데우스 조’는 만화책에서 헐크의 조력자로 등장한다. 특별한 신체적 능력은 없지만, 두뇌가 뛰어나 날아오는 미사일 궤도를 계산해 반격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암기하는 등 천재로 묘사된다. 후에 방사능에 피폭되며 헐크의 힘을 얻은 뒤 브루스 배너에 이어 헐크로 활동하게 됐고, 단독 만화책으로 출간했다.



실크 스파이더맨의 여자 버전 ‘실크’. 피터 파커처럼 특수 거미에 물린 후 거미줄 발사, 특수 기억력, 실크 센스 등의 능력을 얻은 캐릭터다. 2014년 만화책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첫 등장한다. 곧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안타깝게도 실크의 캐릭터 판권은 디즈니가 아닌 소니 픽처스가 가지고 있어 마블 영화에 합류할 확률은 낮다.



해치 본명은 마크 심. 중간 체구에 녹색 후드 티셔츠를 주로 입고 검정색의 곱슬머리가 특징이다. 상상 속의 동물 해태를 모티프로 만든 캐릭터로 ‘해치’로 명명했다. 헐크처럼 화가 나면 몸이 근육질로 변하고, 이마에 하얀 뿔이 솟는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하면 사자차럼 네발로 뛰어다니고, 피부가 비늘로 바뀌며 단단해진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마블은 총 19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최근 개봉한 <앤트맨 앤 와스프>가 500만 관객 수를 동원하며 누적 마블 영화 관객 수 1억 명을 돌파했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8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