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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개성으로 무장한 크래프트 진

진의 두 번째 전성기

주니퍼 베리를 주재료로 고수, 레몬 껍질, 월계수잎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드는 진Gin. 최근에는 다채로운 개성으로 무장한 크래프트 진Craft Gin이 등장하며 두 번째 전성기를 맞고 있다.



1 일본 최초의 스몰 배치 크래프트 진인 ‘키노비 교토 드라이 진’. 유자, 산초, 편백 등 증류소가 위치한 교토에서 난 11가지 보태니컬을 사용했다. 신세계L&B.
2 오크통에 오렌지 껍질과 후추를 넣어 함께 숙성해 만든 ‘큐로 코스쿠에 진’. 스트레이트 잔에 따라 마시면 몰트위스키에서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향이 따라온다. 장성글로벌.
3 크래프트 맥주로 유명한 미켈러에서 생산한 ‘미켈러 진’. 맥주를 연상시키는 홉의 향이 코끝에 희미하게 걸린다. 신세계L&B.




1 보드카 주정을 베이스로 오이, 라벤더, 버베나잎 등 8가지 보태니컬을 넣은 ‘배치 206 카운터 진’. 더 몰트샵.
2 고수 향을 강조한 ‘진 배치1’. 파리 시내에서 유일하게 허가 받은 양조장인 디스틸러리 드 파리에서 생산했다. 꼬또.
3 지중해 요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생산한 ‘진 마레’. 올리브, 로즈메리, 타임, 바질 등 지중해 요리에 주로 쓰이는 식재료를 보태니컬로 이용했다. 윈스턴.
4 버번 배럴에서 숙성한 ‘찰 배럴 피니시드 소프트 진’. 2가지 주니퍼 베리를 사용했다. 더 몰트샵.
5 우니 블랑 품종의 포도로 만든 와인을 증류해 얻은 주정에 보태니컬을 첨가해 완성한 ‘지바인 플로라종’. 풀 내음, 꽃 향이 스프레이를 뿌린 것처럼 시원하게 난다. 윈스턴.

지금 화이트 스피릿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술은 단연 진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의 떠들썩한 상황을 ‘제2의 진 광풍The 2nd Gin Craze’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1660년대 약용으로 세상에 처음 등장한 진이 보드카, 테킬라를 뒤로하고 현재 가장 뜨거운 술로 떠오르기까진 우여곡절이 많았다. 푼돈 몇 푼이면 거나하게 취할 수 있는 술이라는 인식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18세기 초반을 지나 프리미엄 진이 쏟아져 나오던 2000년대 초반 반짝 인기를 맛봤지만 곧이어 모히토를 앞장세워 보드카의 시대가 개막하며 진 소비가 다시 뒷걸음쳤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현재 진이 도달한 종착지는 크래프트 진이라는 새로운 영역. 2010년 이후 소규모 증류소에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레시피를 바탕으로 크래프트 진을 생산하기 시작하며 마침내 진의 두 번째 전성기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지금 불고 있는 크래프트 진 열풍의 실마리를 과거 프리미엄 진의 성공에서 찾는다. 1987년 앱솔루트 보드카의 증류 장인들이 팍 튀어 오르는 진 특유의 약초 향을 부드럽게 누른 ‘봄베이’를 생산한 이후 후발 주자로 디아지오와 윌리엄그랜트앤선즈에서 각각 프리미엄 진 ‘탠커레이 넘버텐’과 ‘헨드릭스’를 출시했다. 수준 높은 원료와 증류 기술을 바탕으로 재탄생한 진은 애호가들의 입맛을 순식간에 사로잡은 동시에 ‘싸구려 술’로 취급받던 오명을 벗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프리미엄 진이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며 크래프트 진 유행에 시동을 걸었다면,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시작한 칵테일 무브먼트Cocktail Movement는 유행의 증폭기가 되었다. “철저히 과거로 회귀하고자 했던 이 시기엔 칵테일의 역사를 낱낱이 살펴 클래식 스타일의 칵테일 레시피를 건져 올렸다. 네그로니, 마티니 등 진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이 대거 재조명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크래프트 진의 열풍으로 이어졌다.” 주류 수입사 윈스턴을 이끌고 있는 임형선 대표의 말이다. 여기에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모든 증류소는 18헥토리터 용량 이상의 단식 증류기를 갖추어야 한다는 법이 영국에서 폐지되면서 소규모 증류소가 영국 전역에 우후죽순 등장했고, 각양각색의 크래프트 진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크래프트 진 증류소로 꼽히는 십스미스도 이 때 문을 열었다.

지금 크래프트 진 시장에서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사프란, 인삼, 벚꽃 등 색다른 보태니컬을 재료로 마치 향수를 조향하듯 실험적인 아로마를 창조하고, 위스키나 와인처럼 배럴에 숙성해 진 특유의 날카로운 향을 부드럽게 누르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위스키가 독식하던 일본의 주류 시장에도 크래프트 진의 물결이 흘러들어 작년엔 일본의 대표적 위스키 브랜드 산토리에서 크래프트 진 ‘로쿠 진’을 출시했다. 영국, 독일, 스페인, 프랑스가 주도하던 크래프트 진 유행에 일본이 돛을 달며 시장이 더욱 풍성해진 셈이다. 그렇다면 크래프트 진의 인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임 대표는 비교적 유행의 주기가 긴 화이트 스피릿의 특징을 지적하며 이렇게 말한다. “믹서 드링크나 가니시를 첨가해 다양하게 변주하는 진은 스트레이트 혹은 온더록 스로만 마시는 위스키, 코냑에 비해 유행이 오래 지속된다. 최대 2019년까지 진의 소비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8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