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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한 미국 와인에 '품질'과 '개성'을 더한

나파에서 찾은 6개의 보석

대중적이고 무난한 미국 와인에 ‘품질’과 ‘개성’이라는 키워드를 더한 것은 1990년대 초반 나파밸리에서 등장한 부티크 와인이다. 소규모로 한정 수량만 생산해 돈이 있어도 쉽게 살 수 없는 부티크 와인의 진가를 확인하고 싶다면 <럭셔리>에서 소개하는 여섯 곳의 와이너리를 주목할 것. 우아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나파 와인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절제된 우아함의 정수 키슬러







1978년 스티브 키슬러Steve Kistler가 설립한 ‘키슬러’는 와인메이커 마크 빅슬러Mark Bixler와 함께 친환경적인 와인을 만들었다. 2000년, 포도밭 운영과 와인메이킹을 담당하는 제이슨 케스너Jason Kesner가 합류한 후에도 필터링하지 않고 자연 효모로 발효하는 원칙을 그대로 지키며, 싱글 빈야드 와인만 블렌딩하는 전통 부르고뉴 방식을 고수한다. 키슬러 홍보 매니저는 포도의 특징을 강화하고 자연적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포도밭을 세심하게 관리한다고 말한다. “10가지 샤르도네 모두 하나의 클론clone으로 재배하지만 토양에 따라 풍미가 다릅니다. 진흙층으로 이뤄진 바인 힐에서 만든 와인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가파른 언덕에 있는 키슬러에서 생산한 와인은 더 부드럽지요.” 8~9월이면 밤 11시부터 수십 명의 직원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밤새 손으로 포도를 따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pH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다른 곳보다 1~2주 먼저 수확한다. 1979년 첫 번째 빈티지를 3500케이스 생산한 키슬러는 최근 연간 1만7000~3만5000케이스를 출시하고 있다. 미네랄이 풍부한 샤르도네를 맛보고 싶다면 ‘맥크레아 빈야드 샤도네이’를, 긴 여운을 지닌 샤르도네를 찾는다 면 ‘바인 힐 빈야드’를 추천한다. 키슬러가 소유한 싱글 빈야드 중 가장 좋은 포도로 생산하는 ‘소노마 코스트 피노누아’는 우아한 과실 풍미가 돋보인다.


모험 정신을 담은 크룹 브라더스









‘크룹 브라더스Krupp Brothers’가 시작된 것은 취미로 와인을 만들던 잔 크룹Jan Krupp이 황무지를 개간하면서부터다. 그는 1991년 약 300 헥타르의 척박한 언덕을 통째로 산 다음 수맥 학자를 초빙해 137m 아래에 있는 수원을 찾아냈다. 몇 년 동안 100만 톤의 암석을 제거하며 포도밭을 일군 그는 현재 핵심 지역인 스테이지코치, 스택스 립, 아틀라스 피크를 아우르는 최상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의사로 근무할 때도 치료가 쉽지 않은 환자를 돌보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버려진 땅을 일구겠다고 결심한 것도 도전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1999년 동생 바트Bart와 함께 크룹 브라더스를 설립한 잔 크룹은 부르고뉴처럼 포도밭 구획을 세분화해 최적화된 품종을 재배한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뿐 아니라 론 스타일의 시라, 스페인의 템프라니요 품종을 블렌딩한다. 전체 토지 중 50%만 포도를 재배하는데, 수확량의 94%는 유명 부티크 와이너리에 공급하고, 최상의 포도 6%로 자신의 와인을 만든다. 가장 잘 알려진 와인은 ‘전문가 시리즈’다. 의사인 잔 크룹의 자화상을 담은 ‘더 닥터’는 템프라니요와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소비뇽, 말벡 등을 블렌딩하고 21개월 동안 오크 숙성해 타닌과 묵직한 무게감이 돋보인다. ‘19세기 미국의 루팡’이라고 불리는 무법자 ‘블랙 바트’에서 이름을 따온 ‘블랙 바트 스테이지코치 시라’는 스테이지코치 포도밭의 T2, T3 블록에서 수확한 시라 100%로 만든다.


작은 로마네 콩티 하이드 드 빌렌





2000년, 와인 명문 두 곳의 결합으로 탄생한 ‘하이드 드 빌렌Hyde de Villaine’. 세계 최고의 와인 로마네 콩티의 생산자 오베르 드 빌렌 Aubert de Villaine이 나파밸리 하이드 빈야드의 오너 래리 하이드 Larry Hyde의 사촌 동생 파멜라와 결혼하면서 설립한 곳이다. 하이드 드 빌렌이 주목받은 것은 로마네 콩티의 영향이 크다. 로마네 콩티에서 부르고뉴 도멘 아에페 드 빌렌에 이어 두 번째로 연 프라이빗 와이너리이자, 로마네 콩티 오너가 피노누아가 아닌 품종으로 레드 와인을 만든 최초의 와이너리이기 때문. 샤사뉴 몽라셰, 포마르, 뫼르소에서 명성을 얻은 스테판 비비에르Ste´phane Vivier가 2002년부터 수석 와인메이커로 합류하며 좀 더 확고한 자신만의 컬러를 찾았다. 최초로 출시한 와인은 ‘벨르 쿠진느’다. ‘아름다운 사촌’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파멜라에 대한 헌정 와인이다.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수확한 후 수 주일 동안 건조한 다음 양조해 농도가 짙고 진한 다크 초콜릿과 타바코 향을 지녔다. 로마네 콩티와 가장 근접한 와인을 찾는다면 ‘이그나시아 피노누아’를 추천한다. 부르고뉴 본 로마네와 가장 비슷한 테루아르를 자랑하는 나파 지역의 로스 카네로스에서 생산한 6가지 피노누아 클론을 블렌딩 했으며, 로마네 콩티와 똑같은 방식으로 재배, 양조해 ‘프티 로마네 콩티’라고 불린다. 매년 136케이스만 생산해 특정 레스토랑과 지정된 유통사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나파의 부르고뉴 와인 월터 핸젤









‘월터 핸젤Walter Hansel’은 자동차 딜러 그룹 ‘핸젤 오토’의 오너인 월터 핸젤Walter Hansel과 그의 아들 스티븐 핸젤Stephen Hansel이 소노마 카운티의 러시안 리버 밸리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1978년 월터 핸젤이 집 근처에 포도나무를 심은 것에서 시작해 지금은 약 32헥타르의 포도밭에서 부르고뉴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한다. 스티븐은 친구이자 로치올리 와인 가문의 아들인 톰 로치올리Tom Rochioli 덕분에 포도원을 이해하고 와인을 만드는 열정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처음 만든 와인은 마실 수 없는 수준이었어요. 자연에 순응하고 품질을 위해 양보하는 법을 깨달은 후에야 진짜 와인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오전이면 바다에서 올라오는 안개가 따가운 햇살을 차단하고, 기온이 서늘해 피노누아와 샤르도네 재배에 적합하다. 하지만 스티븐 핸젤은 ‘더 많은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추구하는 것’ 이 자신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기상관측과 토양조사를 통해 오가닉 스프레이와 물 사용량을 관찰하고, 한 그루에서 자라는 포도송이 수를 통제하며 품질에 집중한다. 월터 핸젤의 이름을 처음 알린 ‘케이힐 레인 샤도네이’는 미네랄의 풍미와 효모 향이 돋보이고, 꽃향기가 풍부한 ‘케이힐 레인 피노누아’는 긴 피니시가 특징이다. 화룡점정은 부르고뉴 디종에서 가져온 115 클론만 사용해 만든 ‘노스 슬로프 피노누아’. 미네랄 향과 드라이한 느낌이 강하며, 필터링하지 않아 자연 그대로를 담은 와인이다.


여왕의 아트 라벨 아뮤즈 부쉐







스크리밍 이글, 댈라 밸, 그레이스 패밀리 등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 ‘나파밸리의 여왕’으로 등극한 와인메이커 하이디 바렛Heidi Barrett. 1994년 자신의 와이너리 ‘라 시레나’를 설립한 데 이어 2008년부터 남편인 보 바렛과 ‘바렛 & 바렛’ 와인을 만든다. 이후 그녀는 와이너리 오너 존 슈와츠와 함께 개성 강한 부티크 와인을 연달아 선보였다. 아틀라스 피크의 고지대에서 연간 1050병만 한정 생산하는 ‘오 소메’는 풀 보디의 강한 인상으로 주목받았고, 두 사람의 또다른 합작품인 ‘아뮤즈 부쉐’는 2002년 첫 번째 빈티지 이후 ‘미국 최고의 메를로 와인’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아뮤즈 부쉐는 정식 코스 전 미각을 일깨우는 애피타이저를 의미하는 이름처럼 매년 아트 라벨을 제작해 와인을 마시기 전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2012년 빈티지에는 아티스트 마크 클로자드가 그린 붉은 드레스의 여인이 등장하며, 2013년 빈티지는 인상주의 화가 르로이 니만의 ‘햇살 드리운 테이블’을 담았다. 2014년 빈티지는 화가 에드먼드 이언 그랜트가 맡았으며, 2015년 빈티지는 세계적인 프렌치 셰프 자크 페펭이 경쾌한 ‘피크닉’을 그렸다. 하이디 바렛의 또 다른 와인 ‘뱅 퍼듀’는 남은 빵을 모아 만든 것에서 유래한 프렌치토스트를 뜻하는 이름처럼 아뮤즈 부쉐, 라 시레나, 시내트라 등을 양조하고 남은 포도를 블렌딩해 만든 와인이다. 3D 홀로그램의 라벨 디자인도 매력적이다.


슈퍼스타 부부의 자연주의 와인 파비아









스크리밍 이글 2007년 빈티지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으며 슈퍼스타로 떠오른 와인메이커 부부 애니 파비아Annie Favia와 앤디 에릭슨Andy Erickson. 2014년 스크리밍 이글을 떠나 현재는 2003년 설립한 ‘파비아Favia’에서 자신들만의 스타일대로 와인을 만든다. 두 사람은 특히 카베르네 프랑과 시라 품종에 집중한다. ‘리니아 소비뇽 블랑’이 신선하고 깔끔하다면, 2005년 첫 빈티지를 출시한 ‘롬페카베자스’는 그르나슈와 시라, 무르베드르를 단계별로 퍼즐 맞추듯 블렌딩해 강렬한 맛과 섬세한 향이 특징이다. 100% 시라로 만든 ‘쿼츠 시라’ 는 5개 클론이 지닌 타닌과 과실, 스모키함이 조화롭다. 애니 파비아는 카베르네 프랑의 특징이 도드라진 ‘쎄로 수르’ 를 추천했다. “40년 된 올드 바인에서 얻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베르네 프랑을 블렌딩했습니다. 산도 밸런스가 뛰어나고 타닌이 강해 장기 보관하기에도 좋아요.” 두 사람은 돌로 만든 셀러와 오두막 같은 테이스팅 룸, 직접 가꾼 채소밭을 안내하며 파비아의 와인 철학을 들려주었다. “농업, 과학 그리고 각자 맡은 업무의 성과가 누적된 것이 와인이에요. 우리의 작업은 자연과의 파트너십입니다. 각 포도원의 본질을 반영하는 혼이 담긴 와인을 만드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8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