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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씬님 박수혜 대표

유튜브 영상으로 뷰티 시장의 판을 흔들다

많은 이에게 ‘씬님’은 잘나가는 뷰티 유튜버이자 셀러브러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녀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타고난 기획자이자 겁 없이 판을 벌이는 사업가’라는 수식어까지 붙여야 더 어울릴 것이다.


씬님(박수혜)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는 행동파 유튜버이자 사업가. 카메라도 없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으로 시작해서 143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씬님‘을 키웠다. 뷰티 유튜버, 뷰티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미디어 시장과 뷰티 시장의 판도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해 계속 새로운 일을 벌이는 중이다.
“요즘은 유튜버가 무슨 연예인이야?”라고 농담을 한다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실제로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는 유튜버는 웬만한 아이돌 스타 부럽지 않은 팬 미팅을 열 정도니 말이다. 각종 브랜드의 온라인 광고에 등장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지상파 TV 광고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도 점점 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뷰티 유튜버 ‘씬님’, 박수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경쟁이 치열한 뷰티 영역에서 1, 2위를 다투는 그녀는 오래전부터 이미 연예인이었다. 수많은 뷰티 브랜드로부터 러브 콜을 받을 뿐만 아니라 온갖 해외 뷰티 행사에 초청될 정도다. 그녀의 채널에서 ‘구독하기’ 버튼을 누르고 몇 개의 영상을 이어서 시청했다. 4년 넘게 업로드한 영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스스로 기획, 제작한 시리즈 프로그램이 30개 이상이다. 이 정도면 단순히 ‘끼 많은 예능인’이 아니라 기획자로서 남다른 재능이 보인다. 막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그녀와 어렵게 약속을 잡았고, 강남역의 시코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만날 수 있었다.

‘나대는 것’도 능력
“안녕하세요 여러분, 씬님입니다!” 마치 아이돌 그룹의 인사 같은 오프닝 멘트. 과장된 말투와 연기로 이어지는 15분가량의 영상을 보고 있자면 그녀는 영락없는 예능인이다. 보통 뷰티 유튜브 채널은 화장품 리뷰를 하거나 화장법을 알려주는 튜토리얼 영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단순히 화장법을 배우기 위해 그녀의 영상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화장법을 가르쳐주기보다 메이크업을 주제로 ‘노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상황극을 하기도 하고 “누가 이런 화장을 해?”라는 말을 들을 법한 독특한 주제의 화장을 하기도 한다. 화장을 통해 남자 아이돌 그룹 멤버나 만화 캐릭터로 분하는 것이 그 예다. 4년 4개월 전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도 그녀는 뷰티 관련 블로그를 운영했다. TV 프로그램 <화성인 바이러스>에도 출연했고 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무기가 기술적인 메이크업은 아니다. 미술을 전공하고 중앙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했지만 메이크업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다.

그저 좋아서 ‘코스튬 플레이 메이크업’에 빠져들었고, 그 활동의 흔적을 꾸준히 기록한 것뿐이다. “제가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 기술을 가진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뷰티 유튜버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끼’라고 생각해요. 뷰티업계에서 저처럼 털털하고 ‘나대는 사람’(웃음)도 없어요. 원래도 성격이 밝은 편인데 카메라 앞에 서면 훨씬 활발해집니다. 얼마 전 미국 출장 갔을 때 제가 정말 아끼는 신발을 신고 걷다가 개똥을 밟았어요. 진짜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났는데 망연자실한 와중에 카메라 생각부터 나는 거예요. 물티슈로 신발을 닦고 바닥에 엎어져 우는소리 하는 제 모습을 찍어 올리기도 했어요. 제가 생각해도 ‘본 투 비 유튜버’인 것 같아요, 하하.” 방송 중에 섞여 나오는 비속어나 과장된 말투는 실제 그녀의 성격과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뿐이다. 바로 그 점이 그녀의 매력이자 능력. 그렇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그녀보다 웃긴 사람, 끼 넘치는 사람은 세상에 많다. 웃기다는 이유로 14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끌어들인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콘텐츠는 결국 기획력이다
짧은 시간에 쉽게 소비되는 유튜브 영상 콘텐츠는 교훈을 담을 필요도, 당위성을 갖출 이유도 없다. 직관적으로 ‘끌려야’ 한다. 웃기거나 새롭거나. 그녀의 콘텐츠는 2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전자가 본능적인 것이라면 후자는 경험과 꾸준한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보통 ‘B급 유머 코드’는 온라인상에서 만들어지고 공유된다. 그녀는 자신을 ‘온라인형 인간’이라고 소개할 정도 로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그러니 그 코드를 체화한 그녀에게 기획의 단초인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스스로 재미있을 것 같다고 느끼는 상황을 기획해 영상으로 만들기만 해도 구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이 나온다. 그렇게 많을 때는 매일 1개씩, 적어도 일주일에 2~3개의 영상을 올린 지 벌써 4년이 넘었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약 600개의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해온 것이다. “기획 아이디어는 아무 때고 떠올라요. ‘이거 해보면 재미있겠다, 저거 해보면 재미있겠다’ 항상 생각하죠. 해보고 싶은 것을 노트에 죽 적기만 해도 1년치 영상 기획은 다 나올 거예요. 씨앗일 뿐인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기획으로 발전시키는 게 어려운 거죠.”

유튜버 대부분이 처음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고 1~2년 정도는 기획 걱정 없이 영상을 제작한다. 그동안은 보는 이들로부터 반응이 오는 재미에 신나서 몰두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작업하다보면 기획 소스가 바닥나는 순간이 오고, ‘내일은 뭘 찍나’ 하는 고민으로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그녀도 이 시기를 피해갈 수 없었다. 하루살이처럼 편집이 끝나자마자 허겁지겁 다음 영상을 준비하는 일상에 지쳤던 때가 있다. 기획을 정비할 필요성을 느꼈다. 본격적으로 사전 제작을 준비했고, 그렇게 완성된 것이 2017년 ‘핼러윈 데이 특집‘과 ‘크리스마스 특집’이다. “ 기획을 3개월 전에 시작했어요. 핼러윈 데이를 기점으로 13일 전부터 매일 업로드할 수 있는 영상 13개를 만들어보기로 한 거죠. 다양한 포맷으로 기획해서 미리 촬영, 편집을 마쳐놨어요. 핼러윈 데이 메이크업, 잭오랜턴Jak-o’-Lantern(호박을 조각해 만드는 조명등) 만들기 등 매번 다른 포맷으로 작업해 매일 밤 10시에 업로드하겠다고 공지했더니 정말 많이 찾아오시더라고요 (웃음). 구독자도 늘었지만 저에게도 기획의 중요성을 다시 상기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어요.”

작년 연말에는 2018년 연간 플랜을 세웠다. 굵직한 이벤트를 중심으로 특집 기획을 준비하고 제작할 때 품이 덜 드는 시리즈 기획물도 여럿 구성했다. “이제는 6개월 후에 올릴 영상 기획을 미리 구체화하고 제작도 업로드 한 달 전에 마칩니다. 당연히 콘텐츠 구성도 탄탄해지고 보는 사람의 만족도도 높아지죠. 무엇보다 만드는 사람이 덜 지쳐요. 씬님 채널은 저 자신이 소스잖아요. 제가 지치면 채널의 미래도 없는 거예요.”

“판을 벌여봐야 길인지 알죠”
현재 그녀가 대표를 맡고 있는 ‘스튜디오 씬님‘의 직원은 13명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6~7명이었는데 올해 초 인턴 직원을 공개 채용하면서 규모를 대거 늘렸다. 기획팀, 촬영팀, 편집팀으로 역할을 나누고 각각 팀장을 세웠다. 채널 운영과 제작 프로세스도 재정비하는 중이다. 씬님 자신은 기획과 신사업에 집중하고 업로드 한 달 전까지 촬영과 편집을 마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아직은 씬님 관련 영상만 제작하지만 다른 뷰티 유튜버를 키워내는 일이나 콘텐츠 제작 대행 등 새로운 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부모님이 ‘어쩌려고 사람을 그렇게 많이 뽑았냐’라고 나무라셨어요. 그런데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직원이 13명이 되면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달라질까? 어떤 일까지 해낼 수 있을까?’라고 거꾸로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제 월수입이 5000만원~ 1억 원 정도인데, 그중 대부분을 인건비, 임대료 등의 고정비와 신사업 투자 비용으로 쓰고 있어요. 저는 지금보다 이 다음이 궁금하거든요.” 스튜디오 씬님이 영상 제작사로서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그녀가 공동 대표로 있는 ‘UFO’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영상 기반의 콘텐츠가 아닌 경험형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 지난 3월 말 인도네시아의 ‘뷰티페스트 아시아’ 컨벤션과 로스앤젤레스의 ‘제너레이션 뷰티’ 컨벤션에 연달아 다녀온 것도 이 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시장조사를 위해서였다. 뷰티 인플루언서와 그들의 팬, 브랜드가 함께 모일 수 있는 행사를 국내에서 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사실 ‘뷰티페스트 아시아’ 행사는 초청받아 간 것이었는데, 비즈니스 면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고 왔어요. 현지 소비자가 뷰티 제품과 메이크업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K-뷰티’라는 트렌드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고 나니까 다양한 사업 기회가 보이더라고요. 당장은 컨벤션, 페스티벌을 제대로 조직하는 게 우선이지만 그것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처음 브랜드에서 광고 콘텐츠 제작 요청이 들어왔을 때 10만 원 받고 한 적도 있어요. 저도, 브랜드 담당자도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몰랐거든요. 지난 2~3년 사이에 많은 유튜버, 인플루언서와 CJ E&M의 ‘다이아 TV’ 등이 국내시장을 키워왔고 영향력이나 활동 범위도 커졌어요. 소위 ‘몸값’도 엄청 높아졌고요. 아무도 걸어본 적 없는 길을 맨 앞에서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와 있는 게 저도 신기해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여전히 앞에 걸어간 사람이 없으니까 그냥 제가 먼저 한 발짝 내디뎌보는 거죠. 이제 스물아홉 살인데 뭐, 이러다 망하면 어쩔 수 없고요(웃음).”


유튜브와 네이버의 실시간 영상 플랫폼 ‘브이라이브Vlive’에서 씬님 채널을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8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