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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김민식 PD

‘쓰는writing’ 인생이 남는 인생이다!

춤추고 노래하며 ‘MBC 프리덤’을 외치는 영상을 만들어 ‘파업 요정’이란 애칭까지 얻은 김민식 PD가 베스트셀러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 이어 새 책 <매일 아침 써봤니?>를 펴냈다. 무려 7년간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깨달은 자기 주도적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놀라운 집념과 고집으로 원하는 것은 모두 도전하고, 하나씩 꿈을 이뤄가는 놀라운 인생 경영 비법.


김민식 PD 돈을 안 쓰고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남자. 하기 싫은 일은 절대 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 마음의 소리에 두 귀와 마음을 활짝 여는 것이 특기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통역사, PD, ‘파업 요정’, 작가가 되었다. 최근 MBC 경영 정상화가 이루어지며 드라마 PD로 복귀, 5월경 신작을 선보인다. MBC 아나운서국에서 진행하는 팟캐스트 <아나운서 공화국>에 초대 손님으로 나서는 등 회사에서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진격의 민식!’
그의 인생 행로를 관찰하다 보면 이런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다. 대학 시절 소개팅에서 번번이 실패하자 그는 선배의 조언을 받아들여 춤 연습을 시작한다. 춤으로라도 여성의 눈길을 끌어보겠다는 작전이었다. 얼굴에 눈길이 닿는 것을 막기 위해 팔다리가 잘 보이지 않을 만큼 현란한 춤을 매일같이 연마했다. 결과는 대성공. 대학 후배였던 지금의 아내는 그의 유쾌한 성격과 춤 실력에 반해 프러포즈를 받아들였다.

1992년 한국 3M에 영업직으로 입사해 치과 의사를 대상으로 세일즈를 하던 그는 잠시 고역스러운 시간을 겪는다. 모두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곳에 혼자 웃으며 들어가는 것이 특히 힘들었다. 제아무리 재미있게 제품을 소개해도 상대편에서는 별다른 호응이 없었다. ‘진격의 민식’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고 1995년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에 입학한다. 중학교 때 영어책 한 권을 통째로 외우며 얻은 자신감이 도전에 큰 힘이 됐다. 대학원 졸업 후 몇 차례 중요한 행사에서 통역을 맡았는데 이번에는 평소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던 버릇이 남아 있어 지적을 받았다. “자네, 왜 통역을 그렇게 하나?” 재미있게 일하고 싶던 그는 MBC PD 공채 소식을 듣고 입사 지원서를 냈다. 시트콤 하나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춤 잘 추고, 영어 잘하고, 스토리텔링 능력까지 갖춘 그를 방송국에서는 놓치지 않았고 이후 그는 시트콤 <뉴 논스톱>과 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연출했다. 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시류에 휩쓸리는 일 따위는 없었다. 늘 인생의 ‘선장’이었다. 2017년에는 중학교 때 영어책 한 권을 통째로 외운 경험과 이후 통역대학원을 졸업하며 깨우친 영어 학습 노하우를 정리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잔기술이 노하우로 포장되는 시대, 그는 우직하게 책 한 권을 외우면 영어가 절로 트인다는 ‘신선한’ 제안으로 독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책 역시 매일 꾸준히 블로그에 올린 글이 알토란 같은 밑천이 되었다. 이 놀라운 끈기와 삶을 긍정하는 태도는 대체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논현동에서 만난 그는 “<럭셔리>에서 연락이 와 깜짝 놀랐어요. 제가 결코 럭셔리한 사람이 아니거든요”라면서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럭셔리하고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 저라고 생각했거든요. 제 블로그 이름도 ‘공짜로 즐기는 세상’ 아닙니까? 꾸역꾸역 돈을 벌어야 하면 인생이 서글퍼지기 때문에 가능한 한 돈이 안 드는 쪽으로 살려고 합니다. 당연히 ‘명품’도 없어요. 술, 담배, 골프, 커피도 안 합니다. 기본적으로 소비를 하는 인간이 아니에요. 유일한 취미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는 겁니다. 1년에 250권 정도 읽는데 그중 70여 권만 직접 삽니다. 다 사려니 부담스럽더라고요.”

네. 안 그래도 PD님을 <럭셔리>에 소개하는 게 과연 맞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여행지에 가서 돈을 아끼려고 찜질방을 애용한다는 글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끙’ 소리를 냈지요(웃음). 좋은 것을 누리는 것이 근사하고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매 순간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사시는 모습이 멋져 보였습니다. 길이 없으면 새로 만들어버리더군요. 단순하고 통쾌한 삶이었어요. 그런 점이 끌렸습니다.
하하, 그렇군요. 지난 7년간 매일같이 블로그를 한 덕에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블로그를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해요. 드라마 PD이니 제작 후기나 캐스팅, 음악 선정 등에 관한 글을 남기면 좋겠다 싶었지요. 그렇게 2011년 블로그를 처음 열었는데 MBC 노조 집행부 일을 하다가 현업에서 쫓겨난 거예요. 계획과 달리 쓸 내용이 없어진 거죠. 어떡할까 하다가 읽은 책, 본 영화에 대한 글을 올리기로 한 겁니다.

보통 사람들은 직장에서 그런 일을 당하면 삶의 의지를 잃는데요.
저는 인생을 길게 보는 것 같아요. 안 좋은 일이 생기면 포기하는 게 아니라 될 때까지 계속합니다. 단,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걸 못 참기 때문에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고 답이 나오면 바로 실행하지요.

7년간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글을 쓰셨습니다. 저도 블로그를 하지만 포스팅을 했는데 반응이 시원찮고 방문자 수도 늘지 않으면 의기소침해지면서 기운이 빠지더라고요.
제 첫 책이 <영어 책 한 권 외워봤니?>예요. “나는 언어 쪽으로는 소질이 없는 것 같아”, “한다고 해도 실력이 안 늘어” 하면서 푸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I like’, ‘that’, ‘Really?’, ‘You Konw?’ 하는 식으로 단어를 끊어서 말하다가 어느 순간 이것들을 조합해서 문장으로 완성하는 겁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예요.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을 쓰는 것은 불가능해요. 저 역시 블로그를 오픈하고 처음에 쓴 글을 보면 낯부끄럽고 창피할 때가 많아요. 지워버릴까 고민했는데 이것 또한 나의 발자취라고 생각해 놔뒀습니다.

자주 포스팅을 하려고 해도 쓸 만한 이야깃거리가 없습니다. 나누고 싶을 만큼 특별한 일이 매일 생기는 건 아니니까요.
많은 사람이 그래요. 특별할 것 없는 인생이라 매일 쓸 내용도 없다고…. 하지만 그 평범한 일상이 나에게는 특별한 것일 수 있습니다. 언젠가 둘째 녀석이 아침에 토스트를 먹고 싶다는 거예요. 평소 달걀 3개를 풀어 식빵을 적신 다음 굽는 것이 저의 방식인데 이날은 좀 특별하게 해주고 싶더라고요.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달걀과 우유를 반반 섞어 식빵을 담그라고 하더군요. ‘백종원 레시피’라면서요. 아, 맛있었습니다. 누군가는 평범한 콘텐츠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저는 놀라운 발견을 한 겁니다. 물론 글 쓰는 요령은 있어야 합니다. 제 글쓰기는 간단해요. 어디서, 누구를 만나, 무얼 했는지부터 풀어나갑니다. 그래야 글이 잘 써지거든요. 다음은 작은 정보라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없을까 고민해 추가하고 마지막은 저의 시선이나 생각, 메시지를 더합니다. 중요한 건 내 경험, 내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는 겁니다. 그래야 재미있게, 오래 할 수 있지요. 대중의 취향은 어차피 알 수가 없어요. 그냥 내 마음, 내 취향에만 신경을 쓰면 됩니다.


7년간 매일 아침 쓴 글을 모아 펴낸 책. 일종의 블로그 예찬론으로 매일 기록하는 습관만으로 누구나 작가와 스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인 게 확고한 가치관이었어요. 남의 말이나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신념대로 사시더군요. ‘누가 뭐래도 나는 내 길을 간다!’ 하는 의지가 느껴졌어요.
살면서 가장 감명 깊게 본 책이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예요. 대학교 1학년 때 읽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제 삶의 기준이 됐습니다. 경상도 촌놈으로 살다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입주 과외를 했습니다. 먹여주고 재워주니 하숙비가 안 들어 좋았지요. 매달 10만 원을 받아 5만 원씩 꼬박꼬박 저금을 했어요. 그렇게 빠듯하게 생활을 하는데 압구정동 같은 곳에 가면 완전 다른 세상이더군요. 빨간 스포츠카 타는 ‘오렌지족’이 넘쳐났어요. ‘아, 어차피 나는 저런 물건을 소유하는 것은 힘들겠구나’ 싶었습니다. 대신 내 존재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인생의 방향을 정했지요. 밤낮으로 영어책을 파고, 책을 읽었습니다. 중고 텔레비전을 사 미군 TV 방송인 AFKN만 들었는데 아예 채널 돌리는 장치를 펜치로 뽑아버렸어요. ‘어차피 인생은 길다. 롱 플랜long-plan으로 가자!’ 하는 파이팅이 있는 것 같습니다.

축복받은 성격이군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이런 성격은 어떻게 형성된 겁니까?
가진 게 없으면 용감해지는 법입니다(웃음). 잃을 게 없으니 ‘일단 부딪쳐보자’ 하는 거지요. 그것이 돈이든 일자리든 명예든 가진 것이 많고 기득권이 있을 때 사람은 비겁해집니다. 동굴 속에 금은보화가 있으면 그곳을 떠나고 싶겠습니까? 저에겐 그런 동굴이 없으니 ‘나가서 뭐라도 잡아오자’ 싶었던 겁니다. 나는 가진 것이 없구나, 바닥이구나, 서울에 집 한 채도 없구나 생각하니 가고 싶은 쪽으로 가볍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살다 보면 스타트가 늦을 때도 있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엄두가 안 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남과 비슷한 지점에 이르고 결국 추월까지 하게 됩니다. 영어를 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작가가 되고, 강연을 하는 데 7년이 걸렸습니다. 인생 길게 보세요.


서울에 집이 없으시다고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는 6개월 만에 10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 셀러가 됐습니다. 인세만으로도 꽤 많은 수입을 올리셨을 텐데요.
역삼동에 있는 아파트에 전세로 삽니다. 아파트를 사려면 빚을 져야 하는데 전 그게 너무 싫어요. 매달 빚 갚으면서 살면 불행할 것 같거든요. 전세를 살아도 매달 꼬박꼬박 적금을 넣고 그렇게 통장 잔액이 커지는 걸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성향이 이러니 아내는 분통을 터뜨려요. 집값은 계속 오르니 당신이 아무리 저축을 열심히 해도 끝내 집을 살 수 없을 거라면서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가 시쳇말로 대박이 나면서 약 1억 원을 벌었어요. 친구들이 “야! 그 돈으로 뭐했냐?” 묻기에 통장에 넣어뒀다고 했습니다. “그 돈이 있으면 너희들은 뭐 할 건데?” 물으니 그러더군요. “뭐하긴 뭐해. 은행 빚 갚아야지.” 아파트 안 사기를 잘했다 싶었지요(웃음).


2017년 펴낸 첫 번째 책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쉬운 영화 회화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우라는 ‘정공법’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영어는 대한민국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의 고민이자 과제이지요.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겠습니까.
간단합니다. ‘How are you?’, ‘How do you do?’로 시작하는 기본 영어 회화 책 한 권을 하루에 10문장씩 통째로 외우면 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외우세요. 회화 교재 본문을 세 번만 소리 내 읽어보세요. 의외로 머릿속에 남는 문장이 많을 겁니다. 한 번 도전해보자 마음먹은 분께는 <영어 회화 100일의 기적>을 권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하나의 회화 상황을 공부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이런 뚝심과 패기를 어떻게 키울 수 있었을까요? 부모님에게서 좋은 영향을 받은 걸까요?
하하. 아닙니다. 두 분 다 선생님이셨는데 늘 저를 당신들이 재직하는 학교의 전교 1등과 비교하셨습니다. 속 모르는 분들은 부부 교사 밑에서 잘 컸구나 하지만 절대 아닙니다(웃음). 저는 어려서부터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하는데 아버지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며 계속 이과 진학을 고집하셨습니다. 반항을 했다가 맞기도 많이 맞았죠. 그렇게 한양대 공대에 들어갔는데 공업수학 같은 과목은 학점이 해결이 안 나는 겁니다. C+, D 아니면 F였지요. 불행했어요. 대학에 가서도 볼멘소리를 하다 아버지에게 몇 차례 맞았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맞으면서 자란 아이는 똑같이 때리는 부모가 된다던데 난 어떻게 하나.’ 고민 끝에 훌륭한 어른을 찾아서 좋은 사람이 되는 연습을 하자 싶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방법이 독서였어요. 20대 때는 경전을 많이 읽었습니다. 성경을 영어로 완독하고 한문으로 <논어>도 읽었습니다.

PD님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존중하지만 ‘돈을 쓰지 않고 즐기는 인생’이란 모토가 자칫 편협해 보이기도 합니다. 삶의 태도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나요?
책을 한 권만 읽고 거기에 경도된 사람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탈레반’ 같은 사람이 되는 거지요. 그래서 다양한 책을 폭넓게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최근에는 과학책을 열심히 읽고 있지요. 다만 제가 좋아하는 것, 성향에 맞는 것에는 여전히 선택과 집중을 합니다. 계속 읽고, 틈날 때마다 쓰지요.

그렇군요. <럭셔리> 인터뷰이로서 그래도 다행인 것이 여행에는 돈을 쓰시는 것 같더군요. 남미 여행도 다녀오시고요.
하하, 그러네요. 여행에 돈을 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행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거든요. 제 아무리 비싼 물건을 사도 구매하는 순간 감가상각이 이루어집니다. 가치가 떨어져요. 하지만 여행은 내 존재, 내 경험, 내 감성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점점 커져요.

불합리한 인사 발령을 받으면 ‘에이 때려치우자’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할 텐데요.
저도 고민이 많았지요. 남은 휴가를 다 모아 남미 여행을 간 것도 마음이 심란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여행길에 미국 시트콤 <루이>를 보게 됐어요. 카지노에서 공연을 하는 코미디언이 주인공이지요. 어느날 사장한테 이런저런 참견과 구박을 받자 “그만두면 될 것 아니냐”면서 사표를 던집니다. 그 얘기를 들은 그의 선배가 그럽니다. “잘리는 건 어쩔 수 없어도 네 발로 걸어 나오지는 말아야지. 때려치우는 순간 거기까지가 네 한계라고 인정하는 거야. 더럽고 치사하지만 방법을 찾아봐야지. 그걸 찾는다면 그 과정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거고!” 꼭 제 얘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일단 참자. 그리고 더 큰 싸움을 하든, 다시 연출을 맡든 그때 다시 한 번 대차게 붙어보자 마음먹었습니다.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재판까지 받으셨는데 감옥에 가는 일이 두렵지는 않으셨나요?
제 사고방식이 희한합니다. 큰일을 겪으면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 다음 스텝을 밟습니다. 영어로 하면 ‘Expect the Worst, Hope for the Best’라고 할 수 있지요. 당시 최악의 상황은 유죄판결을 받아 2년 정도 감옥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나름 괜찮은 결론이었어요. 제 로망 중 하나가 종일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는 거였거든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펴낸 신영복 선생처럼 멋진 책을 한 권 낼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결론이 나니 파업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블로그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악은 시간만 낭비하고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건데, 그래 봐야 어차피 일기라도 쓸 마당에 시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지요.

CBS 지식 강연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도 잘 봤습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처럼 강연 중간중간 춤까지 추시더군요. 미리 계획하신 건가요?
하하, 그럼요. 제 꿈이 이 프로그램에 연사로 나가는 거였는데 대충 할 순 없지요. 사전에 PD께 전화를 걸어 ‘혹시 춤추며 강연한 분이 있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노래를 하신 분은 있는데 춤을 춘 분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됐다!’ 싶었습니다.

나이도 있으신데, 혹시라도 품위가 떨어지진 않을까 고민되지는 않으셨는지요?
전혀요.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것은 제게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기회가 왔을 때 그 일을 잘 해내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요. 이기적이라 제 마음만 챙깁니다. 그래서 아내는 저를 싫어하지요. 하하.

PD님은 럭셔리한 인생을 어떻게 정의하실지 궁금해지네요.
간단합니다. 하루하루 꿈을 이뤄가며 사는 삶. 블로그를 시작할 때 글을 모아 책을 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 같은 건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7년간 매일 썼더니 이런 일이 생긴 겁니다. 대만에도 판권이 수출되고 오디오북까지 만들었어요. <럭셔리>에서도 연락이 와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쓰는writing’ 인생이 남는 인생이에요!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8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