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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만난 린든 네리의 건축 철학

과거와 미래를 잇는 공간의 힘

최근 가장 주목받는 디자인 그룹 네리앤후Neri&Hu의 린든 네리Lyndon Neri와 로사나 후Rossana Hu 부부는 다양한 건축에 신선한 시각과 시도를 보여준다. 2017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디자인 세미나를 진행한 린든 네리를 직접 만나 그의 건축 철학을 들어보았다.


디자인 세미나를 위해 서울을 찾은 네리앤후의 린든 네리.


1930년대 일본 군부 건물을 개조해 부티크 호텔로 재편한 상하이의 ‘더 워터하우스 앳 사우스 번드’. 원래의 콘크리트 건물을 그대로 둔 채 황푸강과 푸둥 스카이라인을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Kyungsub Shin


외관부터 구조와 형태를 모두 개편한 청담동 ‘MCM 하우스’.
공간과 사람을 이어주는 건축
호텔, 미술관, 영화관, 복합 문화 공간,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다양한 공간 디자인을 선보인 네리앤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디자인 세미나 강연을 위해 서울을 찾은 린든 네리는 ‘일 Works’을 주제로 자신의 대표작을 설명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건축이라고 하면 외형적인 구조만 떠올립니다. 하지만 저는 공간에 들어섰을 때 어떤 느낌을 주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같은 공간이라도 처음 왔을 때와 그다음에 올 때 받는 느낌이 달라지는 것도 흥미롭고요.”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필리핀에서 자라고 미국에서 공부한 린든 네리와 대만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로사나 후는 여러 나라에서 성장하고 생활한 덕분에 전통 중국 스타일로도, 그렇다고 서구의 모던한 양식으로도 단정 지을 수 없는 오묘한 디자인을 내놓았다. 세미나에서 소개한 등불 콘셉트의 도산공원 앞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 구조와 형태를 모두 개편한 청담동 ‘MCM 하우스’, 옛 건물 구조를 그대로 살린 상하이의 부티크 호텔 ‘더 워터하우스 앳 사우스 번드The Waterhouse at South Bund’, 브론즈 커튼으로 안팎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한 ‘상하이 대극장The Shanghai Theatre’, 빛의 변주를 모티프로 한 플라밍고 그룹의 상하이 사무실 ‘디 아틱The Attic’ 등은 모두 독특한 개성을 지녔다. 네리앤후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는 그에게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인삼 성분이 피부에 광채를 내 동안으로 만든다는 제품 콘셉트가 독특했습니다. 저는 피부뿐 아니라 정신 역시 젊어진다는 생각에 등불을 테마로 제안했지요.” 어디서든 눈에 띄는 아이코닉한 건물,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곳. 이 3가지 키워드는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를 일반 화장품 매장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공간으로 만들어주었다.


네리앤후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


등불을 모티프로 네리앤후에서 제작한 클래시콘의 ‘랜턴’ 테이블 램프.


네리앤후가 알플렉스와 컬래버레이션해 완성한 ‘크래들’ 암체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건물
그는 영감의 원천으로 여행과 호기심을 꼽았다. 음악, 음식, 그림 등 관심 분야가 같은 부부는 세 아이를 데리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다른 이들이 사는 방식을 관찰한다. “최근 베를린에 다녀왔어요. 지금은 장벽이 허물어졌지만 여전히 동서의 긴장감이 느껴졌고 옛것과 새로운 것의 공존이 신선했습니다. 여러 문화가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창의적인 작업이 많이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85% 이상 건물이 파괴된 폴란드 바르샤바 역시 그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기존 건물이 철거되면서 새로운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있지만 그는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고통이 느껴졌다고 말한다. “공간이 없어지는 것은 추억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공간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와 같으니까요.” 오래된 건물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대적인 기술과 성능을 더하는 것에 집중하는 린든 네리와 로사나 후가 생활하는 상하이의 집 역시 1930년대 지어진 건물을 두 사람이 직접 리뉴얼 디자인했다. “6개의 침실이 마치 나무집tree house 같은 구조로 이어져 있습니다. 반층씩 차이가 있어 거실에서 침실이 보이고, 침실에서 또 다른 침실이 보여요. 서로의 방에 있던 아이들이 중간 계단에 모여 같이 숙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지요. 아이들이 모두 커서 이 집을 떠나게 되면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린든 네리는 사회 공유 시스템에 관심이 높다. 그는 이를 가족, 친척과 함께 사는 것에 익숙한 동양인에게 친숙한 개념이라고 소개한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서구에 비해 동양에서는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이 어우러지는 것에 대한 이해가 쉽습니다. 아시아권 디자이너들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돼요. 저도 새로운 호텔 프로젝트로 벽을 공유하는 콘셉트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2017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지난 12월 7일부터 11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2017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주제는 ‘디자인 이코노미, 1코노미’. 생활 깊숙이 파고든 1인 가구의 특징이 드러나는 디자인 트렌드와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시각을 선보인 이번 행사에는 네이버, 아우디, 멜론, 배달의민족 등 주요 브랜드들이 참여하고 네빌 브로디, 조 나가사카, 사토 다쿠, 린든 네리 등 유명 디자이너들이 세미나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아우디 코리아는 ‘아우디 디자인 챌린지’ 5주년을 기념해 수상작 63점을 뉴스페이퍼 콘셉트로 전시한 부스로 주목받았다. 밤을 주제로 서정적인 가든 디자인을 선보인 멜론, 관람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퍼포먼스로 풀어낸 배달의민족, 유명 디자이너들이 작가, 장인들과 협업해 하이엔드 호텔의 정수를 제안한 호텔 조우도 눈길을 끌었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